다문화 시대,

우리 안의 타자를 들여다보다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저자 장희권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의 저자 장희권 저자를 만났습니다. 벌써 49회를 맞이한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그리고 이런 기록들이 모여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번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에서 내건 슬로건은 전 지구화의 거센 파고에 직면한 지역을 살펴보다입니다. 다소 생소한 단어가 먼저 눈에 띕니다. 바로 글로컬리즘이라는 단어입니다. 글쓴이는 학기 중에 문화학에 대해서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스쳐갔던 개념이라 조금은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장희권 저자와 문재원 사회자의 말씀을 듣고 있으니 제가 알던 개념은 아주 작은 범주였다는 것을 새로 느꼈습니다. 저는 글로컬리즘이란 용어가 단순히 지역이 글로벌화된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수업에서 가볍게 다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지역이 글로벌화된다는 것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 이용당하는 이면일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을 때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과연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동전의 양면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저자분과 같은 연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문재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 교수(한국현대문학, 로컬리티 연구)

 

  49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부산대 한국 민족문화연구소에 계신 문재원 사회자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문재원 사회자는 로컬리즘에 대해서 연구를 하셔서 그런지 책 내용에 대해 보다 쉽고 편하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보면 상이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묶어서 책으로 나오니 그 교차점이 생기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끌고 나가주셨습니다.

 

독일에 거주하셨던 장희권 저자분께서는 한국에 온 이후 이주노동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새롭게 와 닿았다고 하셨습니다. 유럽에서 실제로 생활한 이주민으로서 현재 한국의 이주노동자의 모습은 잘못되어있다는 것입니다장희권 저자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가라타니 고진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가라타니 고진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이라는 책을 써내려갔을 당시 미국에 있었는데, 일본문학을 외국인에게 가르친다는 건 그들과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지반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라타니 고진은 외국인의 눈으로 자국의 문학을 사유할 필요가 있었겠지요.

 

고진은 일본에서는 사유할 수 없었던 지점을 외국인이 된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장희권 저자분의 경우에는 반대의 경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서울에서 전학 온 주인공이 엄석대 왕국에 의문을 품은 것처럼 말입니다.

 


 

 

 

글로컬리즘에 대한 하나의 정의를 내리기는 아주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수많은 다양성을 두기 때문에 하나로 딱히 정의하기란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로컬리즘 연구단에서도 장희권 저자분의 학문적 기초가 유럽문화학이어서 그런지 조금 다른 지점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장희권        로컬이 나타내는 이중적 잣대는 아주 조심하고 위험하게 생각해야 한다. 글로컬리즘을 내세우는 기업들이 현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로컬을 자유자재로 주무르기 위한 방편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중적 전략을 잘 알아야 한다. 글로벌, 이 단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글로컬리즘'에 내포된 이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장희권 저자분께서 퍼즐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장희권        퍼즐을 예로 든다면 각각의 요소들이 수행을 잘하고 있을 때 전체적인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퍼즐의 각 요소요소가 제자리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때, 바로 그때 퍼즐은 완성되고 하나의 집약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주노동자가 많은 시기가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외국인 이주여성의 문제들, 외국 교민들의 삶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언젠가 김해 지역의 이주노동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 이주노동자는 "내 이름 있어요! 나도 이름이 있어요. 사람들이 저 보고 새끼라고만 불러요."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이즈음부터 이주노동자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장희권 저자분은 '지역과 중심'이라는 주제와도 연관하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번 열렸던 <여름 비평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던 부분이라 저도 귀를 세우고 들었습니다.

 

 

 

 

장희권        언젠가 제게 독일어 번역을 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내게 제시된 금액은 3만원정도였는데, 지역에 거주하는 번역자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알기로 서울에 있는 지역에서는 5만원을 받는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건 3만원의 퀼리티와 5만원의 퀼리티가 있다는 것인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중앙과 지역의 차이기 때문에 오는 차별이었다.

 

말씀하시는 도중 느껴지는 저자분의 대화로, 지역이 차별받는 현실이 한국사회에 팽배하다고 느꼈습니다. 서울이 아니면, 중앙이 아니면 그 질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그런 생각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장희권        심에서 오는 밑도 끝도 없는 거만함과 그곳에서 촉발되는 위축감. 이런 현실 속에서 로컬의 주체가 가지는 의식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문재원 사회자께서는 재빠르게 말씀하셨습니다.

 

문재원        지역과 국가, 중심과 비중심이라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나눔이 가장 위험한 해석이 될 수 있다. 모든 현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이분법적으로만 나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 될 수 있다.

 

자꾸만 어두운 이야기만 나온 것 같다는 문재원 사회자의 말씀에 구체화된 타자들의 연대에서 기대할만 한 것들, 낙관적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보다 긍정적인 전망 또한 보는 것이 있을 것이라 질문을 하셨고 이에 장희권 저자분께서 천천히 답하셨습니다.

 

장희권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라 핀트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교회를 다닌다. 교회 안에는 다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가끔은 들여다보지만 봉사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조금 조심스럽다.

 

 


 

 

 

이어지는 질문들 

Q. 독일문화논쟁에 대해서는 우경화, 보수 또한 진보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려는 전략으로써 담은 것인가 하는 점과 독일의 보수 진보 논쟁이 우리나라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다.

 

장희권       '진보', '보수' 색채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진보며 보수다. 정통보수라면 비난받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전하고자 하는 것을 보전하려는 것으로 본다면, 진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지반을 지키려는 면에서 보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각설하고, 일본의 보수논쟁을 보아도 이론적으로 탄탄한 기반이 있다.

보수니, 진보니 어느 한 편을 들려고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타당하게 수용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독일에서 발생한 뉴라이트, 보수, 진보 논쟁을 바라볼 때 우리 나라에도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르틴 발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주신 장희권 선생님은 마르틴 발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마르틴 발저는 현재 독일에서 권터 그라스와 더불어 대중적 지명도가 가장 높은 작가입니다. 그의 일련의 글들을 통해 최근 독일사에 대한 모호한 역사인식과 함께 반유대주의적 경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전반기를 통틀어 독일의 좌파 지식인들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한 마르틴 발저는 이후 보수적 색채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던 그가 지금은 가장 독일적인 것을 강조하는 우파로 불리고 있습니다.

 

장희권        마르틴 발저의 경우 확실하게 갈린 평은 없다. 2006년부터 마르틴 발저에 관해서 연구했고 이에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마르틴 발저의 경우에는 독일의 프라이드를 가지라는 일종의 완벽한 독일상에 대해서 주장했다. 다만 발저가 한 행동 중에서 아쉬운 것은 정적의 치부를 건드리거나, 논란거리를 비아냥거렸던 것이다. 이런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발저가 저지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여기서 독일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일 사람들은 자국의 국가를 유쾌하게 부르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왜냐하면 국가 1절이 히틀러 시기에 전쟁의 진군가였기 때문이다.

이어서 보르하르트의 보수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보겠다. 보르하르트는창조적 복고를 주장한 굉장한 이론적 대부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보수는 이데올로기적인 보수를 주장했고 이러한 이론적 대부는 히틀러의 로 단결되는 보수와 맞물려 안타까운 시기를 겪는다.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다뤄보고 싶은 인물이다.

 

1920~30년대 당시 보수혁명을 주장하였던 보르하르트는 나치즘의 길을 터주는 데 일조하였고 이와 함께 90년대 슈트라우스의 문학/문화 논쟁들을 함께 엮어냄으로써 독일 지식인들이 과거의 전통과 복고로 나아가려는 조짐을 동시에 언급했습니다.

 

 

 

책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질문을 받아 답변을 하는 동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독일문화논쟁과 글로컬리즘의 그 미묘한 접점을 발견하기 위해서 섬세한 시선으로 연구하신 것을 생각하니 하나의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녹취한 이야기와 메모한 것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잘 들리지 않는 녹취로 꽤나 헤맸습니다. 풍성한 토론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 - 10점
장희권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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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은 옛일이라는 '착각'




▲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소니 사의 플레이스테이션 광고(왼쪽)와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최대 이슈였던 지단의 박치기 사건. 장희권 교수 제공·부산일보 DB

인종차별적 관점은 링컨이 등장했던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현대인의 머리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구시대적 유물이기만 할까.


사진을 한번 들여다보자. "흰색이 몰려온다(White is coming)"라는 문구를 담은 이 광고는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인종차별이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소니 사가 네덜란드 전역에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옥외 광고로 활용했던 이 사진은 기존의 검은색 기기 대신 흰색 모델을 출시한 것을 홍보하고 있다. 광고 장면은 그러나 흰옷을 입은 백인 여성이 흑인 여성의 턱을 거머쥔 채 거만하면서도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 장면이어서 백인과 흑인의 전형적인 억압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 돼 버렸다. 거센 비난을 받게 된 소니 사는 즉시 광고를 거둬들이고 공개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불과 7년 전인, 지난 2006년 7월의 일이다.


계명대 장희권 교수 근작 

'글로컬리즘과 독일…' 


광고·영화 등 사례 통해 

현재진행형 인종차별 경고 


다문화 시대 한국 사회 

가볍지 않은 화두 제시


기억이 날 만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6년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의 최대 이슈는 단연 프랑스 축구대표팀 선수 지단의 '박치기 사건'이었다. 주장이었던 지네딘 지단이 결승전 경기에서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었고 이에 대해 박치기로 응수한 게 그 사건의 요지였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단은 마테라치가 지단의 누이를 모욕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실제 지단은 프랑스령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그 같은 비아냥거림은 심한 모욕이 됐다.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왼쪽), 장희권 계명대 교수.



장희권 계명대 독일어문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에서 독일은 물론 지구 전역에서 일어난 풍부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다가올 한국 다문화사회의 인종차별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는 구시대적으로 느껴지지만 반대로 책에 제시된 사례들은 너무도 따끈따끈하다.


장 교수는 독일의 커피 회사 '멜리타'가 자사 커피를 선전하기 위해 "중요한 건 혼합이죠!" 문구를 내세우며 백인이 흑인에 둘러싸인 장면을 연출한 것을 두고서도 우리가 자칫 경계를 늦출 때 미묘한 인종 편견들이 표출된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흑인은 커피 생산지인 아프리카나 남미를 상징한다. 이 밖에도 독일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두건 소송과 영국, 인도 합작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대한 영미권과 인도에서의 판이하게 다른 반응 등 영화와 광고, 소설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사례 제시로 현대인의 '불편한 진실' 인종차별적 편견들을 들춰내고 있다.


장 교수는 또 독일의 대표적 작가였던 마르틴 발저와 보토 슈트라우스가 잡지 '슈피겔'에 쓴 글들도 소개하며 독일 사회의 인종 편견 양상은 물론 보수, 진보 논쟁의 연원과 사상적 지형도도 살펴본다.


저자는 부산대 독문과를 졸업한 후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동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부산 출판사인 산지니에서 출판한 이번 저서에는 시집온 지 8일 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피살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 씨 사례 등 부산 사례들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기사 원본 보기>>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0711000089#none

장희권 저자와의 만남>> http://sanzinibook.tistory.com/912 (7월 24일 저녁 7시 서면 러닝스퀘어)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 - 10점
장희권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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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화의 거센 파고에 직면한

지역을 살펴보다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단일민족 신화에 매몰된 채 민족구성원들의 순수성을 강조해왔으나, 이미 많은 수의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에 있어서 각종 민족 갈등의 양상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사회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이미 겪어왔던 국가임을 주목해볼 만하다.



'크리티카&' 총서 다섯 번째 도서.


독일의 대중 작가 보토 슈트라우스는 1993년 <슈피겔>지에 「커져가는 염소의 울음소리」라는 기고문을 통해 독일 사회 내 외국인 증가로 인한 독일 정체성의 상실 위기를 이슈화하였으며, 이를 두고 독일 사회에서는 큰 논쟁이 벌어졌다. 장희권 계명대 독일어문학과 교수의 저서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은 점차 글로벌화되고 있는 지역/로컬의 다문화와 혼종 양상들을 독일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는 문화비평서이다. 저자는 혼종문화가 진행될수록 한국 사회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보수주의가 득세할 것으로 바라보았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유럽에서 벌어진 문화논쟁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회를 유추해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고사에 참여한 장 마리 위르티제 사장. <동아일보>(2009년 5월 21일)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로컬적으로 행동하라!

전 지구적 사유의 틀 속에서 지역의 요구에 부합하는 실천을 하자는 이 슬로건은 세방화(世方化), 글로컬리즘(Glocalism) 등의 용어로 정착화되었다. 그러나 초국적 기업들에게는 이 단어가 대개 현지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2009년 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부산공장 고사에 직접 두루마기를 차려 입고 큰절을 올리는 장면을 예로 들며 글로컬리즘의 사례를 설파하고 있다. 이는 소비 전략의 이면에 여전히 강렬하게 자본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필연적인 것이나, 이때 파산으로 인한 고통은 초국적 자본가들에게는 부과되지 않는다. 저자는 마케팅 용어로 전락한 ‘현지화’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 지구적 문화 속에서 타자들이 권리와 주체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 지식인 마르틴 발저의 문제적 역사인식

마르틴 발저

현재 독일에서 귄터 그라스와 더불어 대중적 지명도가 가장 높은 작가인 마르틴 발저는 그의 일련의 글들을 통해 최근 독일사에 대한 모호한 역사인식과 함께 반유대주의적 경향을 내비쳤다. 저자인 장희권 교수는 독문학자의 시선으로 발저의 문학적 성취를 열거하기보다 그의 사상적·정치적 입장을 문제시하는데, 이는 독문학 연구자 사이에서도 크게 회자된 바 있다.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전반기를 통틀어 독일의 좌파 지식인들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한 마르틴 발저가 이제는 자신의 보수적 색채를 분명하게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발저의 입장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로 국내에도 유명한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 역사학자 에른스트 놀테 등 독일지식인들의 반유대주의 및 나치과거 논쟁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독일의 정신사적 지형도를 살펴보다-회귀하는 보수주의

나치의 범죄는 너무나 심각해서 도덕적인 수치심이나 그 밖의 다른 시민적인 감정으로는 보상되지 않는다. (…)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이 죄는 한 세대 혹은 두 세대가 지난다고 쉽게 ‘처리’되지 않을 것이다 _보토 슈트라우스, 「커져가는 염소의 울음소리」(Anschwellender Bocksgesang), Der Spiegel, 261쪽.


저자는 독일의 문사 보토 슈트라우스의 글이 네오나치적인 포퓰리즘과는 분명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트라우스가 보수주의 사상의 계보를 낭만주의 작가 노발리스와 루돌프 보르하르트에서 찾고 있음에 주목했다. 1920~30년대 당시 보수혁명을 주장하였던 보르하르트는 나치즘의 길을 터주는 데 일조하였는데, 이와 함께 90년대 슈트라우스의 문학/문화 논쟁들을 함께 엮어냄으로써 독일 지식인들이 과거의 전통과 복고로 나아가려는 조짐을 동시에 언급한다.




유전공학 시대, 니체적 초인(超人)에 대한 환상

니체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슬로터다이크 'Die Zeit' 36호(1999년)

2004년 5월 국내에서 황우석 교수팀이 인간배아복제를 위한 줄기배양에 성공함으로써 생명공학 연구에 성과를 이룬 바 있으나, 그 안에 꾸준히 성찰되어야 할 ‘윤리성’ 문제는 그간 한국 사회에서 격렬하게 논의된 바 없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또 한 번 독일 사회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당시 독일 연합뉴스는 인간배아세포 실험이 특허권을 받았다는 보도를 내면서 생명공학 관련 전문가인 슬로터다이크에게 인간배아세포 실험의 견해를 물어본 바 있다. 이때 슬로터다이크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사상에 기대어 인간 역시 인간의 사육자이므로 유전공학 시대의 선별의 주체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우생학적 사고로 간주되면서 대중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켰는데, 초인의 출현을 꿈꾼 니체의 형이상학이 결과적으로 히틀러의 출현으로 실현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저자는 역설한다. 이처럼 이들 신보수주의자들의 분쟁이 독일 사회뿐만 아니라 유전공학 시대를 맞이한 한국사회에 있어서도 유의미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이 책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다.





글쓴이 : 장희권

현재 계명대학교 인문대학 독일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9년 부산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1993년에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독문학, 문예학,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2000년에 독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독일현대문학, 문화연구, 유럽지역연구이다. 저서로 『역사와의 유희-디터 퀸의 전기체 소설 연구』, 『혁명 이후의 문학』(공저), 『로컬리티,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공저), 『장소성의 형성과 재현』(공저), 『로컬의 문화지형』(공저)이 있고, 『안톤 라이저』, 『최후의 세계』, 『소수에 대한 두려움』을 번역하였다.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

크리티카& 05

장희권 지음

독일문학, 문화연구 | 신국판(223*152mm) | 320쪽 | 25,000원

2013년 6월 28일 출간 | ISBN : 978-89-6545-220-1 94850

점차 글로벌화되고 있는 지역/로컬의 다문화와 혼종 양상들을 독일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는 문화비평서. 저자는 혼종문화가 진행될수록 한국 사회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보수주의가 득세할 것으로 바라보았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유럽에서 벌어진 문화논쟁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회를 유추해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차례



글로컬리즘과 독일문화논쟁 - 10점
장희권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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