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가 내리고,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고 있네요.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르네요.

이런 날은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누워있는 게 최고인데요.

 

 

저는 지난 7월 25일, 금샘마을도서관에서 열린

출판도시 인문학당 '고전으로 세상읽기' 마지막 강연을 들었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라 많이 걱정했었는데,

오늘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마지막 강연의 주제는 '한비자'였습니다.

정천구 선생님의 저서 『한비자, 난세의 통치학』과 함께 강연은 진행되었는데요.

 

정천구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 나눈

'한비자'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7시부터 시작된 강연은 '한비자'로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이순신 장군은 특정한 사상에 치우치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특히나 문과의 시험을 볼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유가와 법가 사상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한비자' 역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덕경에서 노자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유가적 요소가 들어있음을 보아 순자의 영향도 받음을 알 수 있는데요.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끝을 맞이했던 당대 사람들처럼 당시 '법'이란 

군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했고, 법 앞에서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세습에서 다음 대에 어진 군주가 나올 보장이 있는가.' 처럼

늘 혼란이 올 수 있지만,  그때 믿을 수 있는 것이 법이며

그렇기에 통치 역시도 법에 입각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술'에 있어서는 군주가 똑똑하지 않으면 신하에게 권모술수를 사용할 수 없으며,

특정한 군주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금 현재와 비교했을 때, '법'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다는 것의 출발점과

군주에 입각하며, 토론을 거쳐 법을 만든다는 것 역시도 같습니다.

하지만 판결에 있어서 현재가 과거보다 주관적 면모가 드러나는 게 사실입니다.

 

당시 '법'이 무정해 보이고 혹독해 보일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 우리 현실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정'을 논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법가에 치우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물렁물렁해진 것도 사실이구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사고방식을

바로 잡거나 좀 더 균형 잡게 하기 위해서는

'한비자'라는 텍스트가 필요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청강하신 분들 중 한 분께서,

"세입자와 리쌍간의 갈등이 있었고, 몇 번의 재판을 거쳐 강제집행도 이루어졌는데요.
이 사건 같은 경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공정한 법 집행이다.'와 '이 세상에 법만 있냐.'라고 반응도 엇갈렸는데,

저는 양쪽이 다 이해가 갔습니다. 이럴 때 저희는 어떤 시점으로 바라봐야 좋을까요?" 라고 선생님께 질문하셨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주셨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때 법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자.'의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미 있는 법대로 집행하는 것을 우리는 막을 수 없습니다.

만약 그것을 막는다면

부조리하고 잘못된 법일 경우 항의할 수 있지만,

올바른 법 집행 역시도 문제가 될 수가 있습니다."

 

"법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그러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을 추구해야 합니다."

 

"또한, 내 이익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나와 멀리 있는 것들 중에 부조리한 것 역시도 같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반론에 부딪히게 됩니다.

결국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자신한테는 법가여야 하고, 남한테는 유가여야 합니다."

 

 


 

한 달간 진행되었던 '출판도시 인문학당'이 끝이 났습니다.

'논어'부터 '한비자'까지 한 달을 정천구 선생님과 함께 보냈는데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신 덕분에 더 이곳이 빛날 수 있었습니다.

와주신 분들께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천구 선생님께서

20대, 대학생들에게 고전 도서를 추천하셨는데요.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장자의 책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면 한비자의 책을,

"잘 되면 잘 되는 데로 좋고, 아니면 안 되는 데로 좋고"라면 논어의 책을

추천해주셨습니다.

 

무더운 여름 여러분들도 집에서 여러분에게 어울리는 고전 도서를 선택해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출판도시 인문학당 - 고전으로 세상 읽기 『한비자』 편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

 

 

 

한비자 - 10점
한비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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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면 이제는 빗소리가 아닌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네요.

다들 더위 잘 피하고 계신가요?

 

 

지난 7월 18일, 금샘마을도서관에서 열린

출판도시 인문학당 '고전으로 세상읽기' 세번째 강연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는데요.

 

 

 

 

 

 

세 번째 강연의 주제는 바로 '맹자'였습니다.

정천구 선생님의 저서 『맹자, 시대를 찌르다』과 함께 강연은 진행되었는데요.

 

그렇다면, 정천구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나눈

'맹자'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7시부터 시작된 강연에서 선생님께서는 맹자로 들어가기에 앞서, 

공손앙과 진나라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주시면서

그 당시 '군과 신'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공손앙을 통해 진나라는 법률체계를 확립하였고,

봉건제가 폐지되고 군현제가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서, 군주 1인의 나라가 만들어지면서 군주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몰락한 군주는 다시 일어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한, 공을 세우면 작위와 녹봉을 지급하는 시스템도 있었기에,

'군과 신'의 위치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었습니다.

 

 

 

 

 

 

'맹자'는 성선설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본바탕은 착하다.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또한, '맹자'의 왕도정치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백성이 없는 나라는 존속할 수 없다." 라는 말처럼

맹자는 군주와 사직보다는 백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법이 중심이 되어 군주의 힘이 강했던 시대와는 달리

'맹자'는 당시 열린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야기 중반부에서 선생님께서는 와주신 분들께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 속에 맹자보다 생각이 열린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스로 자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주체적 · 자발적 · 자유적으로 살아야 한다면 그럴만한 사유가

맹자처럼 자기 자신으로부터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왜 자신을 아끼지 못할까?" 라고도 물으셨습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알기가 참 힘든 현실이죠.

알려고 해도 장점보다는 부족한 부분들만 눈에 들어오구요.

 

하지만 '맹자'의 신념처럼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유가 나올 수 있어야

비로소 가족도, 다른 사람들도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출판도시 인문학당 - 고전으로 세상 읽기 『맹자』 편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

 

 

 

맹자, 시대를 찌르다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맹자독설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아쉽지만 벌써 다음주가 '출판도시 인문학당'의 마지막 강연입니다.

다음주는  '한비자' 편이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참석부탁드립니다!!

 

 

한비자 - 10점
한비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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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7.25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고 많으셨어요! 마지막 '한비자' 편까지 화이팅!!

  2. BlogIcon 별과우물 2016.07.25 1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꾸준히 많은 분들이 들으러 와주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며칠 새 비가 오락가락하는 무더위 속에서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산지니에서는 남산동에 위치한 금샘마을도서관과 함께

지난 7월 11일(월)  출판도시인문학당, 그 두 번 째 강연을 열었는데요.

이번 행사에서 자리를 빛내주신 분은

정천구 선생님이십니다.

 

“정천구의 고전으로 세상읽기”  논어 • 중용 • 맹자 • 한비자

그 가운데 두 번째 시간, 『중용, 어울림의 길』을 가지고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금샘마을도서관 입구

 

 

 

 

△ 금샘마을도서관 내부

 

산지니와 함께 행사를 준비한

금샘마을도서관을 잠깐 둘러봤어요.

 

아담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어서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주민들의 편의공간으로는

유용할 것 같았답니다 : D

 

 

 

 

△ 『중용, 어울림의 길』의 저자 정천구

 

 

저녁 7시부터 정천구 선생님의 본격적인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중용의 첫 장에 등장하는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라는 구절에 대하여

 

인문학 또한 내 속에 숨겨진 본바탕을 찾아내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좋은 본바탕을 찾아내는 것 말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끄집어내는 게 가르침(敎)인 것이다

본바탕이 자연의 세계이고, 교가 문명의 세계이며,

이 둘을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도'이다. "

 

라고 중용의 첫 구절에 대한 뜻을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치대로, 순리대로 가야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 고전으로 고전하라 "는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요행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고행의 시작이 될 지도 모를 여정을 걸어가면서

 우리는 비로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 뜻에 따르면, 그 고행의 하나로 고전이 있는 것이구요.

 

 

 

이어 '박학지(博學之), 심문지(深問之), 신자지(愼思之),

명변지(明辯之), 독행지(篤行之)'대해서

 

" 이는 절대로 머리로 쓴 글이 아니다.

이 과정을 철저하게  거친 사람의 말이다.

제일 먼저 두루두루 배워야 한다. 다음으로 자세하게 낱낱이 꼼꼼하게 따져 물어라.

그것을 곰곰이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라. 그리고 분명히 판단하라.

'이게 이치다, 순리다'라고 하면 철저하게 밀어붙여라 "

 

이것이야말로 공부를 하는 자에게, 아니 실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구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존재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기 때문이죠. 

 

 


 

 

 

 

강의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청강하신 분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저는 혜민스님의 책을 읽은 독자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수만 명의 '바보'안에 드는데요(웃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고전을 읽다가 중도포기를 했습니다.

그야말로 '고전'을 했죠. 

 

고전이 우리의 삶과 멀리 있지 않음을 실감합니다만,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고단한 우리네 인상사를 살아가다가도

혜민스님의 책을 집어들면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극단적으로 말씀하시기에 실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웃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하는 것이, 꼭 안 좋은 것이라고 보는 것은

극단적인 푠현이 아닐까요? "

 

 

 

이에 선생님께서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인스턴트 라면'에 비유하셨는데요.

" 라면을 가끔 먹는 것은 괜찮지만, 삶에 있어서 일종의 쾌락이 될 수는 있지만,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죠. "

쉽게 읽어서 일시적인 위안을 얻을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밥을 지어 먹는 것, 즉 고전을 읽고 공부하는 것

우리 시대에 필요하다고 언급하셨습니다.

 

 

 

 

"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저희들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라고 묻는 또다른 청강자의 질문에

 

밥알을 계속 씹어보면 단맛이 베어난다. 처음에는 별다른 맛도 없고

우리의 미각을 자극시켜주지 않는 것 같지만. 

고전도 이와 같다. 

시작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계속 가까이하다보면  '그 맛'이 있다.

그러니 그것을 천천히 음미해 보자,고 권하셨습니다.

 

 

'밥(고전)이 보약'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출판도시 인문학당 - 고전으로 세상 읽기 『중용』 편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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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16.07.14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꼭 씹어 음미하는 자만이 그 단맛을 볼 수 있는 거군요^^

  2. BlogIcon 별과우물 2016.07.18 1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움은 정말 끝이 없죠 ㅎㅎ 저도 고전을 이해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3. BlogIcon 단디SJ 2016.07.18 1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꽤 긴 시간 강연을 했는데, 정리를 참 잘해주신 것 같네요 : ) 수고 많으셨어요~!!

  4. 온수 2016.07.19 1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상까지 알차네요^^

찾아가는 인문학당 '인문학 피크닉'은 파주를 넘어 지역의 독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원을 확대하는 프로그램인데요. 6월-8월 인문학 피크닉에는 우리 '산지니'도 함께하게 되어서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첫번째로 소개해드릴 강연은 정천구 저자 고전으로 세상읽기 입니다.

 

고전 논어, 중용 맹자, 한비자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탐색한다. 고전은 옛 것에 머물러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인문고전이 현재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알아보는 인문학 강의이다.

 

 

 

 

 

두번째로 소개해드릴 강연은 김옥현 저자의 책, 환경을 이야기하다 입니다.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사상 최고의 더위, 한반도의 여름은 계속해서 더워지고 있다.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기후 변화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기후변화는 자연, 인간, 사회의 복합적이고 글로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환경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활 속 정보와 실천 사항들을 알아본다.

 

 

나날이 더워지고 있는 요즘, 더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인 것 같죠?

사전 신청한 분에게는 산지니 도서도 선물로 드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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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저녁, 

부산 남산동의 작은 도서관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자리가 열렸습니다. 



바로 '아름다운 낭독회'.

남산역 근처에 있는 금샘마을도서관에서 매달 열고 있는 행사인데요. 

평소에는 도서관 식구들이 오손도손 모여 서로 책을 읽어주신다고 하는데

이번 낭독회는 작가님과 함께한 자리라 더욱 특별했습니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의 김비 작가님께서 함께해주셨어요. 

소리내어 작품을 읽다 보면 눈으로는 휙휙 지나갔던 단어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목소리로 전해지는 말은 정말 그 자리, 그 시간에만 있으니 세상에 하나뿐 아닐까요.

그래서! 저 잠홍 편집자 이 자리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ㅎㅎ 



길치인 나머지 약간 길을 헤메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작가님과 몇몇 독자분들께서 담소 나누고 계셨습니다. 도서관 구경 조금 하다가 

낭독 시작하기 전에 와인 한 잔! 


왼쪽이 김비 작가님이세요.


그러면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문이 닫히자, 세 사람이 섰던 좁은 공간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진흙 같은 빛이었고 이상한 암흑이었다. 그들을 뒤덮은 묵직한 어둠은 지독히도 끈적거렸다. 늪에 몸을 빠트린 듯 버둥거리기라도 하면,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더욱 깊은 곳으로 침잠할 듯했다. 

(...) 

순간 어둠에 갇힌 사방이 몸을 떠는가 싶더니, 그들의 머리 위에서 파팍 불꽃이 튀었다. 비상등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붉은 빛이었다. 침이 고이는 주홍색 불빛은 순식간에 작은 공간을 삼켜버렸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세 사람은 이제 빛의 피를뒤집어썼다. 시뻘건 불빛 아래 겁에 질린 아내의 모습이 어쩐지 사자(使者)를 닮았다고 남수는 생각했다.

_프롤로그 '벌레' 중에서


소설의 도입부를 읽어주시고 작가님께서는 『붉 닫 출』의 배경으로 착안하게 된 실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부산 도심부에 있는 *** 영화관은 겉은 휘황찬란하지만 내부는 오래된 건물입니다. 

그곳의 비상계단을 올라가면서 작가님께서는 

'어쩌면 나갈 수 없는 공간을 그저 앞에 가는 사람의 뒤꿈치만 보며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 느낌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셨고 

그렇게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초호화 백화점의 비상계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과 『붉 닫 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소설의 주인공 남수는 사실 좋아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요. 

저도 동의합니다. 남수는 공장의 생산직, 택배기사 일 등을 전전하다가 

아무리 노력해도 줄지 않는 빚 때문에 가족과 동반자살을 결심한 가장입니다. 불신과 열패감으로 가득한 남수는 결코 순수하거나 정의로 똘똘 뭉친 멋진 주인공이 아니죠. 

그런 남수에 대해 제가 연민이랄까 공감을 느끼게 된 지점은 바로 아버지와의 관계입니다. 아버지는 남수에게 어떤 의자로 기억되는데요. 작가님께서 읽어주신 부분을 옮겨 볼게요.


이미지 출처: http://alamode.news/user/nopynalda

남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엔 언제나 그 의자가 있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며 판잣집에 대한 기억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는데, 유독 그 의자의 모습은 항상 기억 속에 선명했다.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 의자엔 언제나 그의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도망가버린 엄마를 찾아오라며 술에 취해 어린 남수에게 주먹질을 해대고 온 집안의 물건들을 엉망진창을 만들어놓고 나면, 그는 언제나 이백 원짜리 청자 담배를 물고 그 의자에 앉았다. 한쪽 다리가 부러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데, 벽에 기대어선지 그 의자는 용케도 아버지의 몸뚱이를 버티고 서 있었다. 아버지는 그 의자에 앉아 담배 연기를 뿜으며 공장 벽을 타고 오르는 시커먼 흙먼지와 곰팡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술에 취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수는 더욱 더 자주 그 의자에 앉아만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아야 했다.

-'의자' 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어느 독자분께서 '아버지의 의자' 라는 노래도 있다고 알려주시더라구요.



"아버지는 의자 하나 남겨 놓은 채 / 지금 그 어디로 떠나셨나요" 

라는 가사는 남수가 할 것 같은 말이네요. 


혐오스럽지만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기억을 떨치려 애쓰며, 

남수는 끊임없이 계단을 오릅니다. 

그리고 얼마나 올라왔는지 알 수 없고 다리가 무감각해졌을 때쯤,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붉은색 벽 위에 쓰인 두 글자.


'다시'


너의 구구절절한 투정 따위 알겠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_'의자' 중에서


김비 작가님이 말하시길, 

'다시'는 누군가를 길어올리기도, 농락하기도 하는 말입니다.


'다시 시작해보자', '다시 일어나자'.

희망의 언어로 자주 쓰이지만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의 표지에도 '다시'가 여러 번 적혀 있는데요. 


 

가운데 부분에 연한 회색 글씨로 쓰여진 '다시'들. 보이시나요? 

참고로 표지에는 작가님께서 직접 그리신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피가 쓰였습니다.


위 인용문의 '다시'는 탈출구를 찾아 고통을 견디며 계단을 오른 남수를 무너뜨리는 말이지만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또 다른 모양으로, 체온으로 다가옵니다.

'다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 중 하나는 장애가 있는 남수의 아들 환이 이구요. 


작은 테이블 여럿을 이어붙여 만든 낭독의 장. 하나둘 독자분들이 모여 테이블 주위를 꽉 채웠습니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의 아름다운 낭독회에 참석하신 어느 독자분께서는 

"작가님이 낭독해주시고 이야기해주시는 것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소설인데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이 책을 직접 읽고 그 맥락을 나눠 주시고,

독자분들이 스스로의 배경을 모아 책을 이야기해주시니 

저도 몇 번 읽은 이 작품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낭독회가 마무리될 즈음, 노란 공책 하나가 테이블 주위를 돌았습니다. 

공책에는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그 날의 감상을 적었어요. 


+

저는 집 근처에 시립도서관이 있어서 큰 공립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이라

마을도서관 방문이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금샘마을도서관처럼 작은 도서관들은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지요.

사진출처: 금샘마을도서관


'아름다운 낭독회'에서 저에게 놀라웠던 건 

작은 공간에 예상보다 많은 분들께서 찾아와주시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함께해 주셨다는 점이었어요. 

구비하고 있는 도서가 많고 다양한 것도 중요하겠지만, 

에 대한 어떤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지야말로 

책과, 공간과 관계를 맺고 이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어느 독자분께서 말씀하셨듯, "밤에 언어를 나누는 즐거움"을 만들어주신 

금샘마을도서관 활동가 여러분,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금샘마을도서관 찾아가는 길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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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 2016.03.29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봄 같은 글이네요. 도서관이 책에 대해 어떤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지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경험이 점점 귀해지는 시대 같아요. 김비 작가님도 든든했겠어요ㅎㅎ

    • BlogIcon 잠홍 2016.03.30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핫, 네 저도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왔네요. 다시 떠올려도 봄 기운이 살살 느껴지는 아름다운 낭독이었어요 :)

  2. BlogIcon 단디SJ 2016.03.30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라는 말이 저렇게 날카롭게 들리다니... 그리고 표지에 '다시'라는 단어가 저렇게 여러 번 쓰였는지 몰랐네요. +_+

    • BlogIcon 잠홍 2016.03.30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양날의 검 같은 '다시' ;) 표지에도 그렇고 본문 내에서도 여러 번 나오는 키워드에요. 총 몇 번 나오나 괜히 찾아보고 싶은 욕구가...(숫자로 보는 산지니의 후유증일까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봄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온 제비...가 아닌 잠홍 편집자입니다 :)

오늘은 마을도서관에서 열리는 귀한 자리, 낭독회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해요. 


남산역 근처에 있는 금샘마을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매달 '아름다운 낭독회'를 열어 

소리내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계신데요.


사진출처: 금샘마을도서관


이곳에서 이번 주 금요일 (3월 11일)에는 소설가 김비 작가님께서 직접!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을 낭독해주신다고 하네요.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김비 지음 | 문학 | 국판 268쪽 | 13,000원 

| 2015년 10월 20일 | 978-89-6545-319-2 03810

“희망이라고 다 옳은 게 아냐. 어떤 희망은 후련한 절망만도 못해.” (98쪽)

동반자살을 결심한 가족, 비상계단에 갇히다. 
희망이 '고문'이 된 시대, 이 장편소설은 우리를 둘러싼 암흑으로 몸을 던져 희망이 아닌 '후련한 절망'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트랜스젠더 여성 소설가인 김비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지은이: 김비

1971년 남과 북의 경계 위, 삶과 죽음의 경계 위,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경계 위에서 태어났다. 2000년 서른 살의 나이에 ‘여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고, 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플라스틱 여인」이 당선되어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2년 세계문학웹진 『국경없는문학』www.wordswithoutborders.org의 세계 퀴어문학을 소개하는 자리에 단편소설 「입술나무」의 영어판을 게재하였고, 에세이 『네 머리에 꽃을 달아라』를 출간했다. 부끄러운 기억 같은 책 몇 권을 썼으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드는 데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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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닫,출』의 첫 출간기념 행사에서도 작가님께서 책을 낭독해주셨는데

글로 읽는 것과는 또다른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번 행사에도 참가할 계획이에요. 주저 말고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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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마을도서관 아름다운 낭독회:『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일시: 3월 11일 (금) 저녁 7시

장소: 금샘마을도서관

문의: 금샘마을도서관 051-512-1742





참고로, 낭독회에는 위 드로잉을 그려주신 김비 작가님의 짝지, 박조건형 님도 자리하신다고 하네요.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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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3.07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빡시게 양치하는 ㅋㅋㅋㅋ 분노의 양치질인가요 ㅋㅋㅋ 빵 터졌네요 : )

  2. 권디자이너 2016.03.07 2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짝지님 그림이 김비 샘 많이 닮았어요.

  3. BlogIcon 잠홍 2016.03.08 1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그림보고 실물과 비슷한지 보고 싶어서라도 오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