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목학수 교수. 사진 김병집 기자


"그동안 여러 대학을 다녔지만 부산대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었습니다."

부산대 목학수(산업공학과) 교수가 최근 부산대 캠퍼스의 봄날 풍광을 3년에 걸쳐 담은 포토에세이 '봄날에 만난 아름다운 캠퍼스'(산지니)를 냈다. 

목 교수는 부산대 입구에서 푸른빛을 선사하고 있는 대나무 숲과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무지개 문, 문창대 오솔길에 핀 진달래꽃, 중앙도서관 밑 언덕에 핀 철쭉꽃 등을 카메라에 담고 단상을 책으로 엮었다.

목 교수는 "미국과 독일의 대학에서 받았던 여러 가지 느낌을 바탕으로 제가 몸담고 있는 부산대를 다시 돌아보기 위해 봄날 캠퍼스의 단상을 포토에세이로 엮었다"고 설명했다.

목 교수는 2012년부터 1년간 미국 오하이오 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여러 교수들과 만나면서 보고 느꼈던 것을 정리해 2013년 말 '미국대학의 힘'이란 책을 발간했다. 또 2014년에는 '독일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라는 화두를 가지고 독일의 발전에 기여한, 독일 대학의 역할을 정리한 '공학자가 바라본 독일대학과 문화'를 발간하기도 했다.

목 교수는 "금정산 자락에 자리 잡은 미리내 계곡과 본관, 인문관 등을 담으면서 이 아름다운 대학이 세계로 뻗어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봤다"며 "현재 부산대에는 110여 건물이 있는데 30년 이상 된 건물이 절반이나 될 정도로 노후화됐고,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함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목 교수는 "무지개문과 인문관에서 윤인구 초대 총장의 건학정신이 녹아있는 것도 봤다"며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 즉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제도와 교과과정, 지원 체제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원철| 부산일보ㅣ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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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만난 아름다운 캠퍼스 - 10점
목학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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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호ㅣ부산일보ㅣ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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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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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나의 힘

-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시인 북토크

 

 

안녕하세요. 인턴 기자 정난주입니다.

저는 지난 7월 2일(목), 올해의 원북원부산 선정도서인 최영철 시인의『금정산을 보냈다』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출판된 도서로서, 시집으로서 최초로 원북원으로 선정되어 그 의미가 더 뜻깊은데요.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이 이례적인 현상(?)을 부산 사람들의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고 싶어하는 성질 덕분이 아닌가, 하시며 그들의 '부산성'에 공을 돌리셨습니다. ^^

부산이 사랑한 시인, 최영철 선생님의 북토크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북토크는 범어사 역 근처에 있는 금정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금정중학교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금정도서관이 나오는데요, 금정중학교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아름다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북토크가 시작하는 오후 2시가 되자, 시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취미는 고독

최영철 선생님의 학창시절에는, 지금 학생들이 SNS를 즐겨하는 것처럼 펜팔이 굉장히 유행이었다고 하셨어요.

펜팔의 자기소개란의 취미는 재미있게도 대다수가 고독이었다고 하는데요.

최영철 선생님께서 추억 속의 그때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조 한 편을 읽어주셨습니다.

배경은 노을이었다
머릿단을 감싸 안으며
고요히 떴다 감기는
호수 같은 눈을 보았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준비해둔 말이 없었다 

/「첫사랑」 , 이우걸

북토크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최영철 선생님과 동년배인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신 것처럼 이 시에 많은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고독은 나의 힘

옛날은 고독을 취미라 할 정도로 고독이 인기였는데, 요즘은 고독할 틈이 없지요.

혼자 있고 싶은 날에도 어김없이 "까톡! 까톡!"울리는 전화에 감은 눈을 뜰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독이 필요한 여러분께, 작가님께서 금정산을 보내셨습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 「금정산을 보냈다」 中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이 시로, 시간이 지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내며 우리의 고독을 허락하는 산을 전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시는 실제로 작가님의 아드님께서 중동의 회사로 취직 되어 떠나시면서 쓰신 시라고 합니다.

아버지로서 미안함에 이 시를 쓰시기 시작하셨는데 다 쓰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후련한 기분이 드셨다고 합니다.

이것 또한 산의 침묵이 주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서 살고 계시는 도요리 마을에 대한 자랑도 해주셨는데요.

그곳 또한 고독의 소중함을 아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고독을 단순히 외부와의 단절이 아니라,

매일 아침 일어나 마당의 꽃잎을 만지며 하루를 시작하는 최영철 선생님처럼 '고독할 줄 아는' 하루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최영철 선생님의 소식은 http://blog.daum.net/jms5244/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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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5.07.06 1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미는 고독'이라는 표현이 상당히 시적이네요. 시인과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북토크 취재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2. BlogIcon 잠홍 2015.07.06 14: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펜팔 자기소개란의 취미가 대부분 '고독'이었다는 게 너무 재밌네요ㅋㅋ 그런 자기소개글이 실린 곳은 당시 문학소녀소년들의 집결지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취재하느라 수고하셨어요!

  3. 권디자이너 2015.07.06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재밌네요.
    산지니 블로그 데뷔 축하해요.
    첫 포스팅 잘 읽었어요.

  4. BlogIcon 단디SJ 2015.07.06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 안에 인터넷이 들어온 이후, '고독할 줄 아는 하루'가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느껴요. 이 포스팅을 보니 오늘이라도 고독의 소중함을 느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5. BlogIcon 찜디 2015.07.07 15: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포스팅 재미있게 잘봤어요 ^_^펜팔에 관련된 내용을 읽으니 우리가 스마트폰이전에 문자를 사용하던 때가 재밌었다고 그리워하는 것 처럼 부모님들은 편지를 쓸 때는 그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말씀하시던게 떠오르네요ㅎㅎ 취재하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세상아, 시를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2015 원북 독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작가와의 대화

 

 

5월 20일(수) 부산시민도서관에서 2015 원북 독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최영철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습니다. 원북 선포식 이후 처음 가지는 행사에 산지니 식구들도 들뜬 마음으로 연수에 참가했습니다. (^^)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작가와의 대화에는 학생들부터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분들이 참석했는데요,『금정산을 보냈다』가 현실을 응시하고 시의 서정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시민도서관 입구에 이렇게 안내 표시판을 따라가니

오늘의 행사가 있는 곳까지 금방 나오더라고요!

 

 

최영철 작가님의『금정산을 보냈다』와 원북 도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자료집을 받았습니다!

자료집 앞에 쓰인 "세상아, 시를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저는 이 문구가 참 좋더라고요.

덕분에 최영철 작가님과의 대화가 더 기대됩니다 >_< 

 

 

 

최영철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많은 시민 여러분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학생들부터 일반 시민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간이 의자에 앉으신 분들도 계셨어요.

 

 

작가와의 대화는 전성욱( 前 산지니 편집주간이자 현재 계간 『오늘의문예비평』 주간) 선생님의 진행과 최학림 기자님(부산일보 논설위원), 그리고 최영철 작가님의 대담으로 이뤄졌습니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부산의 시(詩)면서 좋은 시(詩)"

 

최학림 기자님께서는 이번 원북원 도서로 선정된『금정산을 보냈다』가 부산의 시(詩)면서 좋은 시(詩)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좋은 시는 자신의 삶의 터가 드러나는 시(詩)며, 최영철 작가님의 『금정산을 보냈다』는 그러한 시의 감성과 힘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어 작가의 삶의 터전인 부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번 시집의 부산성(釜山性)과 지역성을 담은 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삶의 터전이 드러나는 시를 통해 부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한계 혹은 모종의 정서적 열등감과 같은 좋지 않은 자의식을 깰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금정산을 보냈다>는 최영철 작가님께서 아들을 요르단으로 보내며 쓴 시라고 합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아들을 먼 타지로 보내며 금정산을 선물한 셈인데요. 작가님께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한계나 모종의 정서적 열등감을 깰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이면서, 작가님에게는 '금정산'이라는 키워드가 그러한 대상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금정산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은 아니지만, 부산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봄직한 산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감성은 『금정산을 보냈다』를 만든 기본 뼈대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편리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최영철 작가님께서는『금정산을 보냈다』를 2009년부터 쓰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살게 되면서 오히려 도시의 모습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매일 마주하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도시의 소음, 매연 등과 같은 문제점들이 시골의 어느 시인의 눈에는 더욱 자세히 보였던 것 입니다. 최영철 작가님께서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도시의 물질과 속도에 대해 당부를 전합니다.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작가님께서는 강을 건너서 보니 현재, 도시의 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끼게 되셨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작가님께서는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몇 발짝 물러서서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일상을 낯설게 보는 힘, 이것이 바로 시가 가진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 사진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찍고 싶었으나 열띤 대담에 행여나 방해가 될까 싶어

카메라의 줌(ZOOM)만 바짝 당겨서 찍었답니다. (소심소심... 긁적긁적 )

 

 

이어 독자들과의 질의문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 시간 관계상 모든 분들의 질문을 받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ㅜ.ㅜ) 하지만, 시민 분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작가님을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인사말들 덕분에 현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좋았습니다.

 

 

 

 

아래는 작가와 독자간의 질의 응답 내용입니다.

 

 

Q. 시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데, 시집 한 권을 다 읽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 )

산문과 달리 시는 많은 이들의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시는 기호식품에 가깝죠.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오늘은 A란 시가 좋았다가 내일은 B라는 시가 더 눈에 들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시를 쓰기도, 찾기도 힘듭니다. 시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코드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시를 읽을 때는 여러 작가들의 시가 모여있는 시집을 읽고, 그 중의 자신과 코드가 맍는 시를 찾아 그 시인의 시집을 읽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Q. 작가님 본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가 있다면 낭송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최 )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그렇 듯, 저 역시도 제 시 중에서 좋아하는 시가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좋아할 저의 시를 만나기 위해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 하나를 낭송해보자면...

 

천지사방 나무

 

결국, 귀이개나 이쑤시개

낙서쪼가리 같은 게 되어

마구 흩날릴 테지만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가려워서 등돌리고 기다리는

그대 하늘의 넓디넓은 등을

앞다투어

긁어주었던 녀석들 

 

 

나무 한 그루가 하늘 위로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이 하늘의 등을 긁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쓴 시입니다.

 

Q. 『금정산을 보냈다』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최 )

 제가 생각한 것, 느낀 것 그대로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독자를 억압하는 것이 될 테니까요. 많은 독자 분들께서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는 자신이 캐내고 싶은 것면 캐내면 됩니다. 책은 영상과 달리 받아드릴 준비가 필요한 매체입니다.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조금 더 보이고, '읽다'라는 독자의 수고로움이 동반되죠. 그래서 독자의 부지런함이 책 한 권의 의미를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시 한 권을 모두 이해하려하지 마십시오. 시 한 편, 한 줄, 혹은 시의 일부라도 자기화 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시를 읽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산문 장르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금정산을 보냈다 (반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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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5.05.21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재하느라 애쓰셨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 BlogIcon 잠홍 2015.05.22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 한 편, 한 줄, 혹은 시의 일부라도 자기화 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시를 읽는 것'"이라고 하신 게 위안이 되네요 :) 취재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3. BlogIcon 엘뤼에르 2015.05.22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이 애착을 가지신다는 시 한 편의 느낌이 너무 좋네요 :) 글 잘 읽었습니다^^
    시를 읽는 방법, 시에게 다가가는 요령을 알려주셔서 더 좋았고요~

 

 

  안녕하세요, 솔율입니다. 축하2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제가 추위도 물리칠 만큼 아주 따끈따끈한 소식을 가져왔는데요. 바로 이전에 포스팅 하기도 했던, <산지니>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시인선의 첫 주자, 금정산을 보냈다의 저자 최영철시인을 제가 만나 뵙고 왔습니다. 문학을 좋아하고 특히 시와 소설을 주로 썼던 저는 마치 우상을 뵙는 기분이었는데요. 선생님을 만나 뵙기 전부터 벅찬 가슴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만남은 특별히 수영사적공원 일대를 거닐며 이루어졌습니다. 문학이야기와 함께 과거 수영에 얽힌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참 뜻깊은 시간이었는데요. 구체적인 여정이 궁금하시다면 어서어서 오세요!

 

# 수영을 거닐다

  2015210일 화요일 오후 130, 솔율은 함께 인턴을 하는 규형92’님과 지하철 3호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선생님과의 약속 장소인 수영역으로 가기 위해서였는데요. 일일 사진사를 맡으신 규형92님께 DSLR 카메라에 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도착!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렀던 덕에 근처에 있는 수영팔도시장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기다림 후, 짜잔! 드디어 최영철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선 곧 환갑이 다가온다 하셨지만 너무나 정정하신 모습에 저희는 연세를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답니다) 선생님께선 저희를 수영 사적 공원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한적한 골목을 따라 드문드문 점집이 보였는데요. 선생님께서 산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수영은 과거 어촌이었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어부들이 많은 만큼 점집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은 분명한데요. 수영을 비롯해 영도다리 근처와 같은 바다 어귀엔 현재까지도 옛날 점집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또한 저희가 미리 다녀왔던 수영팔도시장 역시 옛날 모습에서 크게 변하진 않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센텀시티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과거엔 강과 바다를 끼고 많은 물자들이 드나들었던 수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골목의 끝에 야트막한 언덕과 같은 곳, 수영사적공원이 있었습니다. 옛날 수영성의 위치에 조성되어 있는 이 공원은 국보급 천연기념물 나무가 두 그루 있고, 수영야류 전승관도 있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뒤로 아파트 몇 채가 보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과거 아파트자리엔 군인아파트가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잠깐, 생각나는 시가 한 편 있네요.

집 근처 폐가로 방치된 군인아파트

나는 날로 기울어져가는 그걸 바라보며

날로 기울어져가는 우리 문학을 생각했던 것인데

그걸 정부보조금으로 빌려 한국문학 부활 프로젝트

간판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군인아파트니까 보초는 군인들이 서는 게 좋겠지

아무 쓸모없는 꼬투리나 물고 늘어지는 글쟁이들에게

모종의 적개심 또는 열등감을 키워온

그래서 인정사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그리고 또 한 부류

웬만한 글 앞에서는 미동도 않는 노장들로 심사위를 구성해

잘 써야 하는데 배가 불러지면서 잘 못 쓰고 있는 놈

잘 쓸만한데 뚜렷한 전기가 없어 허송세월하는 놈

백 명쯤 추려 쥐도 새도 모르게 체포해 오는 거야

모든 우아한 소지품 압수

사흘 정도 냅다 굶기고 두들겨 패는 거지

지랄발광들을 하겠지 눈을 시퍼렇게 뜨겠지

이유라도 알려달라며 통사정이겠지

- 최영철, 한국문학 생생 프로젝트전문, 금정산을 보냈다, 2014.

  살짝 시를 언급하자, 선생님께선 시에 담긴 의도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전에 우리 문학이 가장 왕성했던 때는 군사독재시기, 거슬러 일제시기, 조선왕조시대 선비들의 귀향살이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문학의 역사는 오래 되었는데요. 한국문학 생생 프로젝트는 스러져가는 아파트를 다시 세워 글을 잘 쓸 수 있음에도 농땡이를 치는 문인들을 그곳에 넣어서 질타를 하고 싶은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시입니다.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문인들에게 강한 일침을 날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공원으로 들어서자 돌담 아래 작은 비석들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25의용단인데요. 25의용단은 왜구가 바다를 통해 침략해왔을 때, 성주들이 다 떠나고 전투에 참여했던 부하들과 수영성 어민 중 끝까지 싸우다 전사하신 25명의 넋을 기리는 마음으로 지어진 사당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최영철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25의용단을 지나 조금 올라가자 옆으로 자라는 나무가 나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나무를 와목(臥木)이라 이름 붙이셨는데 누워있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앞서 선생님께서는문학의 장소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실재하는 공간은 필요 없이 오로지 상상으로만 만들어 내기도 하고, 구체적인 공간을 가지고 쓰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장소성인 것이지요.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구체적인 장소, 성장하고 자랐던 공간에서 소재를 많이 얻으신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과거 수영에 사시면서 (수영을 배경으로) 4~5권정도의 시집을 내셨다고 하셨습니다. 수영사적공원을 매일같이 거니시면서 시를 많이 낚았다고 말씀하셨네요.^^

내 머리맡 어디쯤 쓰러져 크고 있는 사철나무를

와목이라 이름 붙였다

기울어진 나무는

자기를 슬며시 쓰다듬고 가는 여인에게로 기울다가

행장 챙겨 무작정 따라나서기도 하다가

저렇게 호된 회초리를 맞고 쓰러졌을 것

위로만 바라보아야 할 본분을 잊고

옆으로 옆으로 한눈 판 죄를 벌하려고

하늘이 나무의 다리몽둥이를 꺾어놓았을 것

그러나 그때

나무를 쓰다듬고 간 그 여인은

먼 여정에 눈앞이 아득해져

잠시 손 짚어 찰나를 쉬었다 갔을 뿐

- 최영철, 수영성 와목

  실제로 와목은 사철나무며 넘어진 채로 죽지 않고 살아서 크고 있는 나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문학적 대상을 볼 때 자신과 동일시를 많이 하지요. 선생님께서도 마찬가지라 하셨습니다. 10대 때 교통사고로 병원생활을 오래 하셨을 때와 와목을 동일시 한다고 하셨는데요. 산책을 가실 때마다 와목을 쓰다듬으며 얼마냐 힘드냐한마디 남기시기도 하고 꿋꿋이 살아있는 모습에 기특함을 느끼기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산책을 하면서 처음 일 년 정도는 그런 나무가 있는지도 모르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고 하시네요. ‘나무가 나를 오래 기다렸을 텐데 바라봐주지 않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하고 와목을 쓰다듬는 선생님의 손길에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오목조목 돌들이 박혀있는 예쁜 돌담을 지나 수영야류전승관도 잠시 들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전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공연장에 지붕이 생겨서 이제 우천시에도 공연이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더운 여름에 햇빛을 가려주고 비를 막아주는 것도 좋지만, 저는 없어도 그 나름대로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햇살을 받으며 전통 탈놀음을 즐기는 기분,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전승관을 넘어 아래로 걸어가며 저희는 선생님의 지난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수영사적공원과 팔도시장의 기운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사적공원을,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느껴지신다고 하셨네요.

  보통 성장환경이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선생님께서는 태어난 창녕보다는 부산에서의 추억이 더 많으십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기 부산으로 나와서 범일동 산동네 단칸방에서부터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또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매축지라는 곳에 사셨다고 하셨네요. 매축지는 부산진시장에서 부두 쪽으로 가면 보이는 동네로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선생님께선 지금도 가끔 찾아간다고 하셨는데요. 옛 골목이나 집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성장기를 보냈기에 번화가보다는 오밀조밀한 동네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셨습니다.

 

# 시간 앞에서 잠시 머물다

  5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앞에 있는 벤치에 선생님과 저는 잠시 몸을 기댔습니다. 앞에서 수영사적공원에는 천연기념물인 나무가 두 그루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 나무가 바로 국가 차원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푸조나무입니다. 처음 선생님께서 이 나무를 보셨을 땐 쓰레기와 연탄재에 뒤덮여 있었다 하셨는데요. 나무치료사들이 치료도 하고 시에서도 여러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의 멋진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푸조나무와 공원 안에 있는 또 다른 천연기념물인 곰솔 소나무는 원래 무당들이 치성을 드리던 나무였다고 하네요.

  선생님께서는 푸조나무가 살았던 시간에 비하면 자신이 산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 하셨습니다. 힘들거나 절망스러울 때마다 종종 들리셔서 나무를 보고 만지시면서 오백년을 묵묵히 견디는 나무도 있는데 나는 엄살이 심한 것이 아닌가하며 반성을 하신다고 하네요.

  세월이 지나 고향에 왔을 때, 그곳이 자신의 고향임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자연물들입니다. 사람, 건물은 조금씩 변화하길 마련이니까요. 선생님의 말씀처럼 자신의 마음속의 표적으로써 이런 나무가 남아있으면 잠시 멀리 떠났다 돌아오더라도 이전의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누군가가 만졌던 가지를 또 만지면서 좋은 기운을 나누는 것 또한 가슴 따뜻한 일이겠지요. 이렇게 깊은 의미가 담긴 푸조나무는 선생님의 작품 중 푸조나무 아래라는 부제가 달린 연작시로도 남아 있습니다.

잎 하나 피우는 내 등 뒤로

한 번은 당신 샛별로 오고

한 번은 당신 소나기로 오고

그때마다 가시는 길 바라보느라

이렇게 많은 가지를 뻗었답니다

 

잎 하나 떨구는 발꿈치 아래

한 번은 당신 나그네로 오고

한 번은 당신 남의 님으로 오고

그때마다 아픔을 숨기느라

이렇게 많은 옹이를 남겼답니다

 

오늘 연초록 벌레로 오신 당신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이렇게 많은 잎을 피웠답니다

- 최영철, -푸조나무 아래

  푸조나무의 풍성한 가지들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지들이 조금은 애달프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벤치에서 일어나 선생님의 뒤를 따르니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서 말했던 곰솔 소나무인데요. 작은 소나무는 부산시에서 지정한 보호수이며 큰 소나무는 국가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큰 소나무를 남성성으로 보고 작은 나무를 여성성으로 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주보고 서로 이야기도 하고 의지를 하면서 오랜 시간을 꿋꿋이 버텨온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북적함, 그 속의 묵직함

  곰솔 소나무 앞에는 남문이 있습니다. 그곳을 따라 내려오면 수영팔도시장이 이어집니다. 시장을 따라 걸으며 정겹고 소담스러운 시장의 북적북적함 속에서 선생님과 저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지니 시인선 1호이자, 부산 원북원 프로젝트 후보도서에도 오른 금정산을 보냈다는 부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집을 편집하면서 구성이 바뀌는 일도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처음엔 가벼운 분위기의 시들을 배치하고 후반부로 가면서 무게가 있는 시를 배치할 예정이었으나 편집과정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거운 시를 앞으로 보내셨다고 하네요. 시 한 편 한 편에도 있지만 어떻게 배치하느냐와 같은 편집과정에서 들어가는 의도도 중요한 것이라 말씀해 주셨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주 밝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 어둠을 대중문화나 소비를 통해 피해가려고도 하는데요. 누군가는 그 어둠을 정면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것이 바로 기초 장르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시인의 역할은 위기에 반응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며 출판 역시 문제적이고 중요한 고민들을 엮어서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산지니>는 힘든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아주 잘 해내고 있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는 아낌없는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순수문학과 실용문학의 흐름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문학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두 가지 경향의 비율이 어느 정도 평균을 이룬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문청으로써 동감했네요. 시나 소설보다 장르문학, 영상매체가 이슈가 되는 요즘. 문학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최영철, '부산釜山이라는 말' 中

  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장르와 달리 시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나가는 것이 필요하지요. 한 가지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유추하게 하는 것이 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의 문학은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아 그것이 오히려 문제적인 현상이 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우려도 살짝 내비쳐 주셨습니다.

 

# 문학으로 가는 길

  팔도시장을 나와 선생님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맞은편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엇! 저의 가방이 없었습니다. 머리를 스치는 장면, 바로 푸조나무였습니다. 잠시 앉았던 벤치에 가방을 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과 규형92님께 양해를 구하고 저는 다시 수영사적공원으로 달렸습니다. 다행히 가방은 벤치 위에서 묵묵히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선생님께서 반갑게 저를 맞아주셨습니다. 제 어깨에 들려있는 가방을 보시곤, ‘푸조나무 할매께서 지켜주셨네!’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셨습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게 시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푸조나무 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선생님과 저희는 또 한 번 웃었습니다.

  카페에서는 선생님과 함께 현재의 문학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도 문창과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부산 여전, 부산 예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 문창과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남아있는 곳도 통합이 되어버려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 세기마다 기운이 있다고 합니다. 18세기는 18세기 나름대로, 21세기는 21세기 나름대로의 기운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1세기로 오면서 장점도 보이지만 단점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문학이라는 장르가 균열을 직면하고 아픈 소리를 내질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지요.

  선생님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현대 사회가 오히려 문학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문학과 같은 선의의 장르들이 본연의 기운을 잃고 잘 팔려야 한다, 독자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평균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서 선생님도 저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학을 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만은 아닙니다. 제가 선생님께 작품을 쓰시는 것 말고도 출판일을 하시면 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이 보실 텐데 그런 분들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 여쭤보았더니 이렇게 답변해주셨습니다.

 출판을 한다는 건 문학사회 안에서 산다는 건데 좋은 친구들도 많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섞여 사는 즐거움이 있지. 물론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책이 많이 팔리는 것도 좋은 거지만, 순수한 예술을 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서로를 위해주면서 힘들 땐 잘 도와주고 도움 받고 하니까 좋지. 그게 문학하는 즐거움이지."

  선생님의 말씀에 저도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예술, 그중에서도 문학의 자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지금도 소설을 쓰고 시를 쓰는 문청들은 많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글을 쓰고 글을 논하는 사람들을 저 또한 많이 만나고 있지요. 서로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고, 합평하는 그 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보수와 능력과는 상관없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장르를 열정적으로 논하는 그 시간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아주 값진 시간이 아닐까요.

 

싸인을 하시는 최영철 선생님 (feat. 뒷풀이장소)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문학이 가야할 길은 상처와 균열을 조명하며 아픈 소리를 내지르고 사람들도 그 아픈 소리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선생님뿐만 아니라 많은 문청과 문학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쉽게 읽히는 책도 좋지만 약간의 무게가 있는 도서, 혹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는 책 또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선생님의 바람 또한 공감이 되었습니다.

  많이 보는 TV프로그램을 좋은 시간대에 배치하고, 많이 팔리는 책을 서점에서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것, 이러한 구조를 바꿔야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요. 이슈가 된 원북원 프로젝트를 비롯해 책을 선정하는 방식이 많이 팔리는 책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기준은 바뀌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많이 팔리고 독자들이 많이 찾는 것과 같이) 단지 양으로 판가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좋은 기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완전한 다수결이 아닌 시민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의 많은 의견을 듣고 종합하여 기준의 절충안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께서는 출판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출판 본연의 의미를 가지고 출판사가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격려가 필요하고, 부산시에서 시행하는 부산문화재단 우수도서선정과 같은 제도가 출판사들에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현상을 통해 시()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주면서 지역출판을 장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제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선생님의 작은 바람입니다.

 

  보통의 인터뷰 형식과는 달라 많이 당황하셨죠? 수영 일대를 거닐며 색다르게 진행된 만큼 리뷰 역시 딱딱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어떻게 느끼실지 흠흠..). 최영철 선생님과의 만남, 저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스승님이자 함께 문학을 하는 든든한 동반자를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학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시고 계신 선생님을 본받아 저 역시 쉽게 흐트러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 세상엔 아직 치열하게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사회 속에서의 고독한 싸움이겠지요. 그러나 결코 의미 없는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흔쾌히 만남을 응해주신 최영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이상 저자 인터뷰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뿌잉3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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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5.02.24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자 인터뷰였지만 마치 문학기행 수필을 읽는듯, 너무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특히 마지막의 feat.뒷풀이장소가 인상 깊네요 ㅎㅎ
    푸조나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산을 살고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동네이야기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이야기들 감사해요.♥

  2. BlogIcon 잠홍 2015.02.24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 시간의 인터뷰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풀어내셨네요.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나무 한 그루 그냥 지나치치 않을 정도로 자신이 있는 곳을 아끼며 묵묵히 시를 써 오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날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솔율입니다호호

  요 며칠간 날씨가 매우 스펙터클 했지요. 귀가 떨어져나갈 듯 추웠던 날도 있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금정산. 부산광역시 금정구와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東面) 경계에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산

  오늘은 또 하나의 서평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산지니>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시인선의 첫 주자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라는 시집인데요. 최근 원북원 부산 프로젝트의 후보 도서로도 올라 후끈후끈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이 활동무대였던 최영철 선생님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집이기도 한데요. 더불어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 또한 담고 있습니다. 그럼 차근차근 얘기해보도록 할까요?

 

  먼저 최영철 선생님은 1956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부산광역시에서 보내셨습니다. 1986<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으며 제2백석문학상, 2010년 제10최계락문학상, 2011년 제6이형기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선생님 작품의 특징은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며 현실과 일상에 집중하는 건강한 서정시라 볼 수 있습니다. 대표작으론 시집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 2008),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산지니, 2014) 등이 있습니다.

 

  시집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봅시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앞서 말했듯이 산지니 시인선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그리고 최영철 선생님의 등단 30년을 기념하는 열 번째 시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표제인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 제목이기도 한데요. 아들을 요르단으로 보내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와 단숨에 써 내려갔다는 시는 아버지로써의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 금정산을 보냈다

  "부산대를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입사 지원서를 내 모두 떨어졌다. 간신히 한 대기업에 걸렸는데 조건이 요르단 근무였다. 환경도 그렇고 위험해서 말렸는데 아들은 가겠다고 했다. 그게 다 무능한 애비를 만난 탓인 것 같아 미안했다. 딱히 줄 건 없고 뭔가는 줘야겠기에 시로 금정산을 선물했다." 아비는 힘 넘치는 젊은 혈기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하고자 했던 것이다.  - 최영철 시인 인터뷰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2014-10-13 본지 23

  저는 이 시에서 부모자식 관계에서의 아버지와 함께 남편으로써의 아버지의 모습 또한 느낄 수 있었는데요.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이 짧은 대목에서 어머니보다 물러나 있는 아버지의 위치가 느껴졌습니다. ‘혹여 아비의 안부가 궁금하거든이라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 자식과의 미세한 거리를 화자가 은연중으로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의 외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시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과 함께 남편, 그리고 가장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을 터

 

  최영철 선생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한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의 지난 발자취가 드러나는 작품이 많은데요. 선생님의 주요 무대였던 부산, 그리고 지금 살고 계시는 김해 도요마을이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합니다. 이번 시집에서도 금정산을 보냈다를 비롯해 서면 천우짱, 부산釜山이라는 말등 부산을 품은 작품이 많은데요.

집과 학교 사이 가로막고 섰던 하야리아 부대

하루 두 번 그 길 빙 돌아 오가며

세상에는 눈앞에 두고도

바로 지나갈 수 없는 길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반도의 남쪽에 그어진 또 하나의 분단선

지름길 막아선 총부리에 걸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을 빙빙 돌아서 갔습니다

<중략>

스무 살 무렵 부대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기도 했으나

나의 꿈은 오래 주눅 들어 힘없이 뚝뚝 끊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오래전 일제 차지였고 동란 후 미군 차지였던

언젠가부터 나는 그 길을 피해서 걷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앞집 옆집 양공주들이 붉은 등으로 걸리고

양키들이 낄낄대며 그 등을 하나씩 거두어 갔습니다

버터냄새 풍기는 불빛들이 다 잦아든 뒤에도

양공주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담은 다시 헐렸지만

분수가 요염하게 춤추는 평화로운 주말이 되었지만

동강난 길은 여전히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 하야리아 부대

  여러분, 하야리아 부대를 아시나요? 하야리아 부대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전동 및 연지동에 설치되어 있는 주한 미군의 기지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의 경마장으로 사용하다가 1945UN 기구,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 주한 미군 부산 사령부가 설치되었습니다. 2006810일에는 공식적으로 부대가 폐쇄되었고, 이후 주한 미군과 반환 협상이 이어지다가 2010127일 부산시에 반환되면서 부산시민공원조성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부산시민공원이 위치한 곳이 바로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자리입니다.

  위의 시를 읽으며 저는 하야리아 부대에서 부산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세월이 작품 속에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시민공원으로 바뀌어 분수가 자리 잡은 모습까지 담겨 있어 후반부가 인상깊게 들어왔는데요. 공간의 변화와 함께 하니 동강난 길이 여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구로 전해져오는 씁쓸함과 같은 것이 더욱 배가 되어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모습 1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모습 2

 

  또한 에 관한 화자의 생각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았습니다. 시인, 한때 시와 같은 작품들을 읽으며 우리문학이 처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뜨겁고 생생했으나

그때는 서로 앞서가겠다고 야단법석이었으나

마을 입구 공동수도 끝없이 줄선

양동이 다 채우고도 철철 넘치던 봇물이었으나

산동네 꼭대기까지 나누어 쓰던 한 바가지 선심이었으나

비수처럼 번득이던 표적이었으나

잠든 그대 머리통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간 기별이었으나

이제는 흘러갈 곳 잃은 도랑물

천리길 한달음에 와놓고 남은 백리 앞에 주저앉은

아무도 받으러 오지 않는 헌혈 차량의 사과 반쪽

부끄럼만 늘어난 미지근한 침묵

출처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로 진화한

겨울 탕자 당신만이 입 훔치는 후식

이 엄동설한 떨지도 않고 배회하는 해독 불능의 허기

그래, 좋아, 죽어도, 당신만이 받아먹고 배 두드리다

어디 먼 곳 적선할 수도 내다버릴 수도 없게 된 미지근한 정표

그래도 괜찮다고 찾아오셨으니 천천히 꼭꼭 씹어

천리만리 가시다 배고픈 동무 만나면

아직 저 길모퉁이 끝집 아무 술꾼이나 받아주는

만만한 주막거리 하나 있더라 전해주시길

다 타버린 꽁초로 떠내려가다

마지막 남은 재로, 흐릿한, 문질러진 자국

/ 한때 시전문

  과거엔 양동이 채우고도 철철 넘치던 봇물, 비수처럼 번뜩이던 표적과 같은 것이었으나 현재는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헌혈차량의 사과 반쪽, 그리고 부끄러움만 늘어난 미지근한 침묵과 같은 것. 이렇듯 화자는 이렇게 과거의 시가 아닌 현재의 시를 조명합니다. 치열했던, 날카로운 비수 같았던 시들이 지금은 적선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과거에 비해 시가 온전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인공호흡을 해줄 사람조차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시인은 배고픈 동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화자는 아무 술꾼이나 받아주는 만만한 주막거리를 알려주며 그들을 위로하고픈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 세상과의 고달픈 싸움

 

  앞에서 과거의 시가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고 말씀드렸지요. 금정산을 보냈다속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가진 시가 등장합니다.

옛날 시계 분침보다 시침이 더 길었다는 사실

분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

분침 따위 무시해도 좋은 잔챙이였다는 사실

그런 분침이 지금 시침을 졸병으로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사람들이 야금야금 시간을 다 파먹었다는 사실

이대로 가다간 초침이 제일 길어질 날 올 거라는 사실

그 아래 조금 작은 분침이 돌고

그 아래 시침은 떨어져 나와

서랍 속 다이어리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

/ 시간의 진화전문

  「시간의 진화는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에 일침을 던집니다. 현대 사회는 흔히 속도전이라고도 하지요. ‘빨리빨리가 대중화 되어버린 세상에서 느리다는 것은 배척 받을 행동이 되고 맙니다. 화자는 시계바늘을 통해 점점 빨라지는 사회를 직시합니다. 시간 단위가 점점 짧아져 초를 넘어서는 아주 미세한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된 지금, 시 속의 내용대로 어느새 시계에서 시침이 사라지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속도의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 스마트폰

 

  배추 한 포기 오백원입니다 허리 한 번 숙인 값 오원입니다 땅을 향해 절한 값 오원입니다 비지땀 한 방울 오원입니다 도어보이 치어걸 하루 삼만원입니다 허리 숙여 웃어준 값 삼원입니다 어서 오라 또 오라 인사한 값 삼원입니다 손 한 번 내어준 값 십만원입니다 가슴 한 번 드러낸 값 백만원입니다 지랄발광 물리치지 않은 값 천만원입니다 요리조리 배팅 한 번 억입니다 아무렇게나 내던져 굴러온 십억입니다 밑져도 그만이라고 던져놓은 수백억입니다 한 끼 오백원입니다 저 흑장미 요염한 웃음 한 번 억입니다 백의 눈물과 억의 웃음 뼛속 깊이 사무칩니다 그 먼 거리를 넘나드느라 세상은 이토록 바쁘고 아득합니다 그 먼 거리를 은폐하려고 세상은 이토록 빛나고 향긋합니다

/ 향긋한 양극화전문 

  위의 시는 양극화 된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과거에 발생했던 배추값 폭등을 기억하시나요? 배추 한 포기가 5000~10000원을 넘나든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배추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받는 돈은 포기당 500원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돈을 벌고 누군가는 메말라가면서도 돈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의 간극이 너무나 크지요.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점을 시로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배추 한 포기 오백원입니다 허리 한 번 숙인 값 오원입니다 땅을 향해 절한 값 오원입니다 비지땀 한 방울 오원입니다 /「향긋한 양극화」 中

 

  이처럼 금정산을 보냈다에는 가족을, 부산을, 시를,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특히 현재에 소멸되어가는 과거의 것들을 놓치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데요. 시 속에 많은 현실이 담겨져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넘어 시가 가야 할 온전한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꾸밈없이 드러내는 것, 짧은 문구 속에 강력한 힘이 들어 있는 것이 바로 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우린 시를 더욱 보듬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발을 담고 있는 그 자리를 잊지 않고 깊게 바라보면서요. 최영철 선생님께서 묵묵히 부산을 담아내고 있으신 것처럼…….

 

  이상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2015년엔 모두에게 행복한 일만 가득가득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스토랑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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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파멸과 비명 속에도 어둠을 직면하며 

생성과 환희를 놓치지 않는 삶의 우둔성


산지니에서 지역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시인을 만나기 위해 ‘산지니시인선’을 시작한다. 실험적이고 난해한 시보다 시의 서정성에 다시금 집중하고 일상과 거리두기보다 현실을 응시하는 힘으로 시의 변모를 꿈꾸며,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산지니시인선’의 우선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로 문을 열었다.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시집과 산문집, 청소년 소설 등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의 평등한 가치와 존엄을 그려왔다. 시인이 그리는 대상들은 대부분 배려와 소통으로 화해롭게 조우하지만 최근 작품은 상처받고 버려진 타자들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년) 다음으로 4년 만에 내놓은 열 번째 시집으로 총 68편이 수록되어 있다.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다시 한 번 시적 변화를 감행한다.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어둠을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문이 없었을 때는 아무 일 없었다

문이 없었을 때는 열고 닫고 잠그고 부수고

몰래 넘어갈 일 없었다

모두 문이요 모두 안이요 모두 밖이었으니

들어오시오 나가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나가지 마시오

문이 없었을 때는 이런 말도 없었다

(…)

모두 문이 아니고 모두 안이 아니고 모두

밖이 아니게 되었을 때 어디가 어딘지 몰라

다들 기웃거리게 되었을 때

참 이상하게도 문이 너무 많이 생기고 나서

긴 파국은 시작되었다 


_「문이 생기고 난 뒤」 부분





고지가 없는 사막에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






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 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금정산은 화려한 산은 아니지만 부산 사람들에게는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넉넉한 산이다. 시인은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의 모태와도 같은 금정산을 시로 선물한다. 금정산은 우리를 품은 자연 같기도 하고, 그 자연이 머금고 있는 어떤 적막 같기도 하고, 힘 넘치는 거친 청년과 삶을 다독거리며 이모저모를 모색하는 중년 같기도 하다. 시인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한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_「금정산을 보냈다」 부분





시인을 길러준 고향 

부산이라는 말, 釜山이라는 말




언젠가 시인은 서울살이 2년이 10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시인에게 지역은 중앙에서 소외된 곳이 아니라 자신을 길러준 고향이다. 부산 ‘서면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시가 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밟힌다. 「서면 천우짱」에서는 “매정하게 돌아서 간 청춘이 불쑥 돌아올 것 같”다며 옛 거리를 서성이고, 「색다른 만세사건」에서는 “남단의 최고 번화가 부산서면로터리에 방뇨”한 옛일을 불러오고 있다. 시인은 자신을 길러준 부산에 대한 감수성을 시에 담았다.

없어진 지 오래인 서면 천우장 앞

그때 매정하게 돌아서 간 청춘이 불쑥 돌아올 것 같아

푸른 시절이 걸어나간 길 저편을 악착같이 바라보며

조금 두둑해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데

천우장 자리 들어선 새 건물 3층 천우짱노래방이

하염없이 목을 빼고 있는 첫사랑을 비틀고 있다

천우짱 천우짱 숨가쁜 맥박소리로

쿵덕쿵덕 흘러간 세월을 비틀고 있다


_「서면 천우짱」부분




우둔과 실패를 가공하는 시, 

대담에서 펼쳐지는 가감 없는 대화


이번 시집에서는 대담을 실어 시인과 가감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대담자 최학림은 문학담당 기자생활 20년 동안 경남·부산의 작가 18명을 소개한 산문집 『문학을 탐하다』(산지니, 2013)를 내놓으며 지역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책에서 최영철 시인과 함께 보낸 시간들과 변화하는 작품 세계에 대해 담담하지만 뜨겁게 담아냈다. 이번 대담은 시인과 문학기자 사이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다정하게 가감 없이 나눈 대화를 실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최학림은 시인보다 어려 형이라 부르는 건 당연한데 최영철 시인도 덩달아 최학림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최영철 시인 특유의 재치로 같은 최 씨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된단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남을 반복하며 농밀한 대담을 나누었고, 이렇게 나눈 대담은 시와 작가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



언제라도 죽음을, 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또 지옥을 직시할 때,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삶은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찬란해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원하는 걸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때가 청춘이라면 원하지 않는 걸 덜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말년이다. 나는 지금 슬슬 완행열차로 갈아타고 있는 중이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삶의 진경을 놓치지 않는 완행열차가 역시 좋다. 


_「대담」 중에서



   

산지니시인선 001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지음 | 문학 | 46양장 | 144쪽 | 11,000원

 2014년 8월 25일 출간 | ISBN :978-89-6545-248-5 03810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다시 한 번 시적 변화를 감행한다.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어둠을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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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더위를 핑계로 두문불출하다가 모처럼 주말 산행에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금정산성.

 

 

성벽과 길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라 힘에 부치지도 않고 무엇보다 확트인 시야가 시원해서 좋습니다.

 

금정산성 성벽의 총 길이는 약 17km로 국내 산성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부산 금정구의 3개동(금성동, 장전동, 구서동)과 북구의 2개동(금곡동, 화명동, 만덕동) 일원에 걸쳐 있으며 사적 제 21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구불구불. 만리장성 저리가라죠.

 

규모가 이리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언제 처음 쌓았는지 분명하지 않다네요. 신라시대부터 성이 있었다는 견해도 있구요. 하지만 대략 조선시대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엄청난 난리를 겪고 난 후인 1703년(숙종 29)에 국방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해상을 방어할 목적으로 쌓았다고 합니다.

 

 

암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이 보이시나요? 기암괴석들 덕분에 암벽등반 코스로도 인기랍니다.

 

 

해발 687m 원효봉 정상

 

원효봉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 멀리 광안대교와 바다가 보이시나요?

 

 

일제시대에 많은 문화재가 파괴되었듯이 금정산성이라고 피해갈 수 없었겠죠.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성벽이 결국 200여 년 후에 그 후손들에 의해 파괴되었던 것이죠. 1972년에 복원공사를 시작하여 1974년까지 동, 서, 남문을 복원했고, 1989년 북문이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북문만 15년이나 지나 복원한 건 왜일까 궁금하네요.

 

 

코스모스 뒤 배경은 북문과 고당봉. 고당봉은 금정산의 최고봉.

 

 

범어사 뒤로 30~40여분 오르면 북문이 나옵니다. 금정산성의 4문 가운데 가장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입니다. 동문이나 서문처럼 아치형의 장식도 없고 투박한 네모 문이지만 나름 거친 게 매력이라고 할까요.

 

 

역사의 장소, 북문

 

"초봄(1808년)에 오한원 부사의 지휘로 기둥과 들보를 100리 밖에서 옮겨오고, 벼랑 끝에서 험준한 바위를 깎아내어 메고 끌어당기는 사람이 구름처럼 많이 모여 들어서 만(萬) 사람이 일제히 힘을 쓰니 149일 만에 북문의 초루가 완성되었다" -금정산성부설비

 

성문을 짓는데 들었을 옛 사람들의 노고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죽은 사람도 많았겠지요. 엊그제 파주에서 다리 공사중 상판이 무너져 14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문을 통과하면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요. 저요? 가을 햇볕이 너무 따가웠던지라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한 냉기가 참 고마웠죠. 한마리 딱정벌레가 되어 돌벽에 잠시 붙어 있었습니다. 1919년 3월 어느날 그 누군가는 이 문을 지나면서 가슴이 벌렁벌렁했을거예요.

일제 강점기 범어사 만세 운동 거사를 위해 기미독립 선언서와 독립운동 관계 서류를 품 안에 숨기고 경부선 물금역에 내려 금정산 고당봉을 넘어 청년암으로 온 통로가 바로 여기, 북문이었다고 하네요.

 

 

금정구 일대와 멀리 회동수원지도 보이네요.

 

 

 부산 시민들이 즐겨찾는 금정산의 국립공원 추진화 기사(링크)를 신문에서 봤습니다. 환경부가 부산시에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에 참여하라는 요청을 했다고 하네요. 부산시는 머뭇거리는 눈치고요. "금정산은 사유지 비율(77%)이 높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지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유랍니다.

국립공원이 되면 우선 입장료가 생기겠네요.^^;

지금처럼 동네 뒷산 가듯이 편하게 갈 수는 없을듯.

유명해져 등산객이 늘면 산림 훼손이 심해지지 앟을까 걱정도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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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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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2.09.26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걷기 좋은 부산 산책길을 검색더니 금정산성이 나오더라구요. 벌써 가을인가봐요. 코스모스도 피어있고, 너무 예쁘네요. 꼭 가봐야겠어요^^

  2. BlogIcon 전복라면 2012.09.26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권팀장님이 다녀오셨다니 조만간 금정산성이 세계적 관광코스가 되겠네요! 일단 저도 성지순례를...(이상 어느 역세권 회원의 콩깍지)

  3. BlogIcon 온수입니까 2012.09.26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말에 가셨다던 그곳^^ 아-초록을 보니까 가슴이 후련해지네요. 마음 편하게 뒷동산처럼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4. BlogIcon 관리집사 2017.04.17 1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정산성을 사랑하고 살고있는 사람입니다 잘봤습니다

금정도서관 앞에서 폼 잡고 있는 아들

 

주말이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는 일은 우리 가족의 일상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2주 동안 대출해주기 때문에 금정도서관과 시민도서관을 격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거의 매주 도서관에 가게 되네요.

막내 녀석은 도서관엘 가면 거의 공룡책만 빌리다가 요즘에는 다름 그림책들로 쪼~금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오늘도 책 세 권을 빌려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제가 빌린 책은 꼭 제가 들고 가겠다고 합니다.
한 권은 손에 들고, 나머지 두 권은 가방에 넣었습니다.
근데, 가방이 커서 들고 가기가 무거운지 저렇게 목에 걸고 있습니다.
엄마가 들어줄까 물어도 한사코 싫다면서 저러고 있습니다. ㅋㅋ

 


제가 화장실에 들렀다고 좀 늦게 나왔는데, 기다리는 동안 삼부자가 저러고 앉아 있네요.
어찌나 우습던지...

날씨도 화창하고,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가까운 범어사에 들렀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니 비석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동물이면 무조건 좋아하는 막내.
거북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럽니다.

"이건 으르렁거리는 거북이, 이건 속상한 거북이, 이건 웃는 거북이"
그러고 보니 정말 거북들이 표정이 다 다릅니다.
여러 번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거북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나 했을까요.
그냥 저기 거북이 있네 하고 지나가는 정도지요.

역시 아이들은 다릅니다.
어른들이 못 보는 걸 보는 게지요.

으르릉거리는 거북

속상한 거북

웃는 거북


내친 김에 금정산 정상에 올라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에 운동 부족인지라
정상까지는 못가고
북문에서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부자는 돗자리까지 펴고 또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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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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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가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는 요즈음입니다. 가을의 정취 하면 뭐니뭐니해도 억새밭을 빼놓을 수 없지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창녕의 화왕산이나 영남알프스의 천성산도 좋지만, 궂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답니다. 부산의 명산인 금정산의 억새도 참 좋았습니다. 

목적지는 금정산 장군봉.
범어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주차비가 얼마전까지 2천원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3천원으로 올랐네요. 그래도 몇년전부터 문화재관람료가 무료화되면서 다른 큰 사찰들에 비해 입장료가 저렴한 편입니다. 기존 주차장은 모두 차로 꽉꽉 들어차 박물관 앞마당을 개방해놓았더군요. 어찌된 일인지 여름 피서철보다 더 붐볐습니다. 조금 편하자고 자가용을 타고 왔는데, 조용해야 할 절 마당에 차를 세워두고 나오려니 좀 찔리네요.

오솔길엔 노란 낙엽이 많이도 떨어져 있습니다.

절의 오른편 계곡을 따라 너른 길이 나있습니다. 보통은 절 왼편으로 길을 잡아 북문을 거쳐 고당봉을 많이들 가지요.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몇 개의 암자를 지나서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 나옵니다. 여기부터는 비포장 흙길이 이어집니다. 진정한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지요. 조금 더 가면 산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입니다. 나무가 울창해 하늘도 잘 안보이고 응달이라 축축한 길입니다. 보기엔 평지같아도 은근히 오르막이라 힘이 듭니다. 하지만 장군봉으로 오르는 지름길이라 1시간 정도만 참고 가면 하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저마다 모임을 만들고, 이름을 짓고, 자신들의 이름표를 나무에 달아매 흔적을 남기며 뿌듯해하는 것 같습니다.

장군봉 11km. 초행인 사람들은 이 푯말을 보고 산 오르기를 포기하고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1.1km인데 중간에 점이 날아갔습니다. 누가 장난삼아 일부러 지워놓은 것도 같구요. 

드디어 축축한 산길이 끝나고 첫번째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송전탑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금정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고당봉입니다.

멀리 회동수원지가 보이네요.

강아지풀은 강아지 꼬리를 닮아서 강아지풀인가요?

드디어 파란 하늘이 짠~
저 너머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와! 가을 냄새 물씬 나는 억새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장군봉입니다.



장군봉. 해발 734.5m


장군봉 넘어 양산쪽 능선입니다. 길이라고 할 수 없는 암벽의 연속입니다. 뾰족바위를 타고 가야하므로 조금 위험합니다. 되돌아가야 하는데 조금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누가 돌무덤에 봉우리 이름을 새겨놓았네요.

능선의 서쪽 풍경.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휴~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까마득합니다. 시작지점인 범어사로 돌아가야하는데 엄두가 안나네요. 드디어 능선을 벗어나 내리막길이 나왔습니다. 어느 마을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가보기로 했습니다.

노~란 낙엽이 너무 예뻐서 찍었는데 사진에는 왜이리 칙칙해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이 느낌이 아니었는데.

해가 거의 저물었습니다. 이곳은 양산 사배리라는 곳인데 처음 와보는 마을입니다.

흰둥이 한마리가 옥상에서 우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봅니다.

사배리는 제법 큰 마을인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동네 사람이 안보입니다. 허물어진 폐가가 대부분이고, 멀쩡한 빈집도 많네요. 이 마을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돌담 위에 코스모스가 외롭게 마을을 지키고 있네요.

버스정류소 표지판 위로 달이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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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 금정산 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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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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