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 출간



다양성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상호 인정투쟁을 인류 역사 내내 끊임없이 벌여왔던 문화와 문명의 용광로 지중해. 이 공간을 지도에서 현실로 가져와 지역학 연구의 대상으로 구체화한 ‘지중해학(Mediterranean Studies)’의 초석을 다져온 곳이 바로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원장 윤용수)이다. 국내 유일의 지중해지역 연구기관인 이곳에서 최근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을 잇따라 내놨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레바논을 중심으로 근대 이후에 아랍어가 유럽어와 접촉하는 과정과 배경 및 그 결과를 조명한 『지중해 언어의 만남』(윤용수·최춘식 지음, 산지니, 227쪽, 18,000원), 지중해 인접 국가의 다종다양한 지리와 역사, 문화를 총망라한 지역학 교양서 『지중해 문화를 걷다』(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지음, 산지니, 242쪽, 18,000원), 지중해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시칠리아섬의 풍습, 건축, 언어, 역사, 사람들을 살펴보는 인문 기행기 『시칠리아 풍경』(아서 스탠리 리그스 지음, 김희정 옮김, 산지니, 264쪽, 18,000원)이 그것이다. 각각의 책들은 사회·역사·종교·문화 등 학제 간 연구를 요구하는 지역연구의 한 사례가 된다.용광로 지중해. 이 공간을 지도에서 현실로 가져와 지역학 연구의 대상으로 구체화한 ‘지중해학(Mediterranean Studies)’의 초석을 다져온 곳이 바로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원장 윤용수)이다. 국내 유일의 지중해지역 연구기관인 이곳에서 최근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을 잇따라 내놨다.

지중해 문화는 다양한 국가와 민족, 종교와 윤리가 공존하며 만들어졌다. 지중해 문명의 지층은 기존의 문명을 새로운 문명이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해오고 있다. 문명의 접촉은 곧바로 언어의 접촉을 의미하기 때문에 겹겹이 쌓인 지중해 문명의 지층에는 그만큼 다양한 언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시리즈’로 나온 『지중해 언어의 만남』은 바로 이러한 지중해의 성격에 초점을 맞춰 세계 언어의 전시장으로서 지중해의 언어들을 들여다본다.

지은이인 윤용수 원장은 “지중해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언어의 강제 이식이 어떻게 언어 교류의 형태로 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타 지역의 언어 교류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현대 사회에 들어선 지중해 국가들의 언어 상황과 당면한 과제들을 짚어보면 외래어가 범람하는 우리사회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라고 지적한다.

지중해 인접국가가 다함께 공생하는 문명 소통학을 지향한 『지중해 문화를 걷다』는 <교수신문>에 2013년 9월 2일(698호)부터 연재를 시작해 2014년 12월 1일(758호)에 마침표를 찍었던 ‘지중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지중해는 그동안 복합 문명 공간으로서 서로 다른 문명들 간의 교류가 잦았고, 그로인해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한 장소이기도 했다. 또한 지중재 지역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학문과 철학이 꽃핀 곳이자 중세 아랍·이슬람 문명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근현대 서구 제국주의가 팽창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지리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지중해 인접 국가들의 지리와 역사·문화를 서로 다른 전공 분야의 연구자들이 집필해 지중해 문명의 뿌리와 확장, 거기에 새겨진 삶의 무늬까지 읽어낼 수 있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지역 학문의 차원을 넘어 외견상 이질적으로 보이기는 국가와 문명들이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함께 공생하는 문명 소통학을 지향하는 미덕까지 보여준다. 지중해 국가정보 시리즈 7권으로 나왔다.

불문학자이자 빼어난 비평가였던 김현 교수에 의해 ‘시칠리아’가 문학적으로 명명됐다면, ‘지중해 번역 시리즈’ 7권으로 나온 『시칠리아 풍경』은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섬 시칠리아 그 실물의 역사를 읽어내는 여행길을 제공하는 역사문화 기행서로 명명됐다고 할 수 있다.

지중해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시칠리아는 동서양의 경계를 가르는 지정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장소다. 바로 이곳을 100여 년 전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스탠리 리그스가 탐방한 뒤, 시칠리아 섬 전체를 돌아다니며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행기로 풀어냈다. 1912년에 출판한 Vistas in Sicily가 그것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을 여행하며, 시칠리아의 풍경이라는 현재 속에서 과거를 읽어내고, 그곳의 풍습과 사람들의 모습까지 묘사했다. 동시에 지중해 주변의 온갖 볼거리들이 시칠리아라는 섬에 어떻게 집결돼 있는지, 섬의 사람들이나 그들의 풍습, 건축물, 언어 등이 어떤 영향 아래 형성되고 어떻게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뤄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시칠리아란 나라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시칠리아어도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중해 인근에 살았던 모든 위대한 종족은 한때 저마다 시칠리아 역사에서 중요한 일부를 담당해왔고, 번갈아가며 언어와 풍습, 건축과 사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아서 스탠리 리그스의 책은 100여 년 전의 시칠리아를 기록한 것이므로, 2015년 현재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그 시차의 간극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것은 아서 스탠리 리그스의 눈으로 읽었던 지중해 시칠리아를, 다시 우리의 눈으로 읽어내야 한다는 의미기이도 하다.


최익현| 교수신문ㅣ2015-08-10


원문 읽기


지중해 언어의 만남 - 10점
윤용수.최춘식 지음/산지니


지중해 문화를 걷다 - 10점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지음/산지니


시칠리아 풍경 - 10점
아서 스탠리 리그스 지음, 김희정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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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부전도서관에서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김현 작가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개최한다고 하네요:D


김현 작가님은, 산지니 출판사에서 『장미 화분』이란 소설집으로

산지니와 깊은 인연이 있는 저자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장미 화분』은 5월 공공도서관이 추천하는 이달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었죠?ㅎㅎ(아래 사진을 참조해 주세요.^^)


이번 강연회의 주제는 '봄날의 화원에서 크로아티아 장미 피우기까지'입니다.

『봄날의 화원』과 『장미 화분』으로 이어지는 김현 선생님의 전작을 고루 다루는 과정 속에, 김현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알아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이 행사는 9월 11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부전도서관 2층 문화교실에서 진행됩니다.

접수를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고 하니, 부전도서관에서 직접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한 신청 바랄게요~


부전도서관 홈페이지 : http://www.bjl.go.kr/

전화 : ☎ 051-082-3096(담당자: 이도현)


장미화분 관련 포스팅:)

  1. 2013/06/18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산지니 책─밤의 눈, 장미 화분, 작화증 사내 (3)
  2. 2013/05/16 불통의 가족관계, 그럼에도 끈끈이 지속되는 희망 :: 『장미화분』
  3. 2013/04/04 『장미 화분』의 김현 소설가와 함께하는 4월 저자와의 만남 (1)
  4. 2013/03/29 『공존과 충돌』저자와의 만남 현장이야기-함께 공부하고 연구하고
  5. 2013/02/14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장미화분》
  6. 2013/01/08 세상을 향해 비추는 밝음과 어둠의 서사들 『장미화분』
  7. 2012/12/28 『장미화분』-당신의 장미가 피기를 바랍니다.



봄날의 화원 - 10점
김현 지음/나남출판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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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2동 | 부산광역시립부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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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요즘 제 혀는 '붕싸 초코'앓이 중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붕싸초코(붕어싸*코 초코맛 아이스크림)를 못 먹어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편의점과 수퍼와 마트를 이 잡듯 뒤져도 집 근처에 붕싸 초코를 파는 곳이 없더라구요.

같이 앓던 동생이 어쩌다 구해 맛을 보고선 입에 별로 맞지 않았다고 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그런데 전 붕싸라는 말이 너무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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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그룹입니다.
활짝 핀 벚꽃은 금세 져버리니 이제 슬슬 다른 꽃을 완상해야겠죠? 산지니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향기로운 『장미화분』을 준비했습니다.

산지니의 46회 저자와의 만남에서는 소설집 『장미화분』을 출간한 김현 소설가를 초대합니다.  한결같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그들만의 ‘장미’를 피우려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통해, 슬픔과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좀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드는 힘을 발견하게 하는 김현 소설의 매력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계간 『오늘의문예비평』의 편집주간인 김경연 평론가가 진행을 맡은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일시: 4월 18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러닝스퀘어 서면점(서면 동보프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문의: 051-504-7070/tosanzini@naver.com

 

만남 장소인 러닝스퀘어 약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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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장미화분》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무슨 함의가 담겨 있을까. 과연 소설이 킬링타임용이 아닌, 한 독자에게 있어 어떤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책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고는 있는 걸까. 편집자로 일하면서 소설 원고를 받을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었다. 소설의 주요한 가치는 ‘재미’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지만 재밌는 원고를 나름 출판하였음에도 사실 독자들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다른 교양도서에 관심 있는 게 통계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니까. 그렇게 문학작품에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들 무렵, 『장미화분』 원고를 접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캄보디아에서 맨몸으로 시집와 고난의 한국생활을 겪는 이주여성의 삶이 담긴 표제작 「장미화분」은 그 무렵의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담당편집자로서 초고를 읽으며 소설의 재미를 따지기 전에 이 원고의 가치를 찾기부터 바빴던 것 같다. 김현 작가가 보여주려 하는 바는 실로 뚜렷했다. ‘이주여성’, ‘노인’, ‘제주 해녀’, ‘5·18 가해자’ 등 사회의 어두운 속살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인문서가 아닌 문학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학이 갖는 의미란 이러한 사회상을 비추어내는 그 본연의 사실에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실제로도 김현 작가는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타인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취재의 방식으로 다가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주여성이나 노인 문제, 해녀의 목소리들이 제각기 다름에도 우리의 ‘아픈 이웃’이라는 어떤 한 목소리로 나올 수 있었던 구심점에는 김현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편집자로서 주인공의 삶을 전해 듣기 위해 이주여성을 직접 만났을 소설가의 삶을 짐작해보았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 주변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했을 소설가의 또 다른 삶을 상상하게 된다.


「장미화분」 속 캄보디아 이주여성만이 아니다. 김현 작가는 작품 「연장」 속에 등장하는 가야금의 이야기를 보다 진실하게 전하기 위해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과 교류하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소설집 속 개개인의 목소리는 각 개인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소설의 이름을 가장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소설을 읽을 때의 그 먹먹한 감정을 겪어보았으리라 짐작한다. 소설을 편집하며 출간하기까지 이 소설집에 방점을 두었던 것은 소설의 ‘현재성’에 대한 가치이다. 김현 작가는 그런 점에서 이 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소설 속에 지금 ‘현재’를 담아낸 관찰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며 이주여성에 대해 주위를 환기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주위의 시선을 타인에게 돌린다면 우리는 좀 더 건강한 사회를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 도서 『88만원 세대』 속 도입부가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의 인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훗날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킬 때 소설이란 장르가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양아름 산지니 편집부

**출판저널 2월호 <편집자 출간기>에 게재되었습니다.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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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운 새벽에 피어나는 크로아티아 장미처럼,

김현 소설집 『장미화분』 출간


2010년, 『봄날의 화원』을 출간하였던 소설가 김현이 2년 만에 총 일곱 가지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모아 소설집을 출간하였다. 김현의 이번 단편집의 이름은 『장미화분』이다. 강력하게 뿌리를 내리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크로아티아 장미처럼, 『장미화분』에 실린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그들만의 ‘장미’를 피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치부되는 노인의 삶이 담긴 「소등」이나 「7번 출구」가 그러하며, 열한 살 이후로 주어진 일생의 절반을 바다에 담그며 남편의 외도와 폭력을 겪어왔던 기구한 제주 해녀의 일생을 담은 「숨비소리」, 희생된 이들 못지않게 가해의 기억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녹두 다방」도 마찬가지이다. 어두운 삶과 시대를 힘겹게 들추어내지만 그 슬픔과 고통을 통해 스스로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강해지는 힘을 발견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현의 소설이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흘러가지 않는 시간을 탐조하는 것, 달리 말해 폭력이 행사하고 관리하고 길들이는 모든 밝음/어둠의 배치를 교란하고 해체하고 전혀 다른 배치로 바꾸어 내는 것. 소설집 『장미화분』을 통해서 김현은 이것이 비상(悲傷)의 글쓰기를 넘어 자신이 이른 혹은 이행하고 있는 다른 글쓰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슬픔과 고통이 세상의 폭력을 증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폭력을 벼리는 힘이 되는 어떤 서사적 출구를 그는 발견한 듯 보인다. 여성-되기를 길고 아프게 통과한 이후 김현이 도달한 이 글쓰기는, 또한 어쩌면 백 년 전 버지니아 울프가 미래의 여성작가에게 도착하기를 열망했던,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은 여성이 되어 온전히 여성을 쓰는 글쓰기를 이제 그녀가 시작했음을 알리는 반가운 신호인지도 모른다. _김경연(부산대 교수·문학평론가)


슬픔을 통해 더욱 강해지는 김현 소설의 힘

표제작인 「장미화분」에서는 주인공 보파를 통해 이주여성의 삶을 부각하고 있다. 남편을 따라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보파는 남편과 시아버지, 시아주버니로 표상되는 한국 남성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하는 한국 사회의 주변인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김현이 그려내는 보파의 삶이 단지 동정이나 연민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뿌리개에 물을 채우고 부엌바닥에 있는 화분을 들어 올렸다. 장미는 잎이 싱싱하고 뿌리도 튼튼했다. 조금 있으면 몽우리를 맺고 꽃을 피울 것이다.”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보파는 이 한국사회라는 추운 새벽 속에 피어나는 크로아티아 장미처럼 끈질긴 생명력과 삶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하루 중 가장 어둡고 추운 새벽에 최상의 향기를 낸다는 크로아티아 장미. 최고의 장미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작업을 한다지. 한국으로 오기 전날, 엄마는 가방 속에 넣어 둔 씨앗을 보고 그까짓 것을 왜 가져가느냐고 말렸지만 나는 고집을 부렸다. 씨앗은 몇 개 되지 않는 내 것 중의 하나였다. 치덕의 집에 도착해서도 나는 제일 먼저 씨앗을 심을 화분부터 구했다. 정성 들여 장미 씨앗을 심고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화분을 두었다. _「장미화분」


가족주의 신화를 해체하다

한편 엄마, 아들, 막내딸 등 각기 다른 화자의 목소리로 그들의 입장을 듣는 이야기 구조인 「타인들의 대화」는 소설집 안에서도 매우 독특한 소설로 꼽을 수 있다. 소설은 가족의 균열 징조와 함께 점점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한 가정의 단면을 들추어내고 있다. 하지만 김현은 어설프게 그 균열을 봉합하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상 혈연적 가족주의 신화에서 매몰되지 않고 다른 연대의 장에서 가족의 이미지를 찾고 있다. 국제 이주여성 보파(「장미화분」)가 한글 공부 교실의 김 선생님에게 집안의 문제와 이주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으며 연대를 다지는 것이나, 「숨비소리」에서 물질을 가르쳤던 제주 해녀 잠녀와 선희의 관계는 혈연의 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가족상을 서사 속에 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향해 비추는 밝음과 어둠의 서사들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 김현이 ‘발로 뛰어 얻은 글’이라고 밝힌 바 있듯, 이번 소설은 사회 속에 감추어진 어두운 속살들을 끄집어 내 조근조근 그들의 이야기를 빌어 전해주려 한다. 김현의 소설들은 다른 여성 작가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는 노인의 삶과 사랑에 관한 문제, 5·18 광주의 상흔과 같은 뜨거운 감자를 소설 속에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그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이고 있다. 평론가 김경연은 이번 소설집 『장미화분』을 “밝음과 어둠을 선택하고 분배하는 것이 이야기라면, 김현의 소설은 지금, 이곳의 세상사를 구성하는 밝음/어둠을 의도적으로 역전함으로써 태어나는 역행의 서사인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이처럼 김현의 소설은 개인의 삶과 감성에만 치중한 여타의 단편소설들과는 달리 한 사회에 대한 뚜렷한 주제의식을 견지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우리 사회의 ‘어둠’에 대해 집중조명하고 있다.


           


지은이   : 김현

쪽수      : 243쪽

판형      : 국판

ISBN     : 978-89-6545-207-2 03810

값         : 12,000원

발행일    : 2012년 12월 24일

십진분류 : 813.7-KDC5

              895.735-DDC21  





글쓴이 : 김현 

부산 출생. 1999년 『한국소설』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창작집 『식탁이 있는 그림』과 장편소설 『봄날의 화원』이 있다.


차례

장미화분

소등

7번 출구

타인들의 대화

숨비소리

녹두 다방

연장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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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화분』-당신의 장미가 피기를 바랍니다.

 

  26일, 조심스럽게 산지니에 발을 내딛으며 처음으로 접한 책이 바로 바로 바로 바로, 김현 작가님의 『장미화분』이에요. 갓 구운 빵처럼 따끈따끈한,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장미화분』을 먼저 받아 읽게 되니 (후훗!) 기분이 묘해졌어요. 저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을 차근히 읽었어요.

  책은 「장미화분」, 「소등」, 「7번 출구」, 「타인들의 대화」, 「숨비소리」, 「녹두 다방」, 「연장」으로 일곱 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읽다 보면 소설집이라고 해서 다른 소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일곱 편이 때로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때로는 다른 이야기처럼 다음 이야기를 읽는 중에도 그 전 이야기가 생각나며 마음 한 쪽을 툭툭 건드렸어요. 이렇게 툭툭 건드리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글은 마치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보는 것 같이 우리네 삶의 어두운 부분을 짚어 보여주고 있었어요. 소외받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 같았는데, 안타까우면서도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을 툭툭 건드리던 것이 뒤로 갈수록 쿵쿵 찧고 있었어요. 그래서 점점 아파질 수도 있어요. 

  물뿌리개에 물을 채우고 부엌바닥에 있는 화분을 들어 올렸다. 장미는 잎이 싱싱하고 뿌리도 튼튼했다. 조금 있으면 몽우리를 맺고 꽃을 피울 것이다. 하루 중 가장 어둡고 추운 새벽에 최상의 향기를 낸다는 크로아티아 장미. 최고의 장미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작업을 한다지. 한국으로 오기 전날, 엄마는 가방 속에 넣어 둔 씨앗을 보고 그까짓 것을 왜 가져가느냐고 말렸지만 나는 고집을 부렸다. 씨앗은 몇 개 되지 않는 내 것 중의 하나였다. 치덕의 집에 도착해서도 나는 제일 먼저 씨앗을 심을 화분부터 구했다. 정성 들여 장미 씨앗을 심고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화분을 두었다. -「장미화분」p. 30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이번에 묶은 일곱 편의 작품은 대부분 발로 뛰어 얻은 글들’이라고 하신 말씀에서 ‘발로 뛰어 얻은 글들’이 주는 힘이 듬뿍 느껴졌어요. 어쩌면 이렇게도 섬세하게 인물들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는지, 정말 놀라웠어요. 특히 「소등」과 「타인들의 대화」에서는 정말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주위에 어느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집중하며 읽었어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 있는 대사며 장면들이 눈앞에서 선명하게 그려져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거든요.

  여덟 시가 되자 간병인들이 모든 병실의 불을 껐다. 봉선화 할머니 옆에 죽어있던 모습을 떨쳐 버리지 못한 노인은 순간 자신의 생명이 소등(消燈)되는 상상을 했다. 죽음이란 찰나에 찾아오는 소등과 같은 것일 터였다.-「소등」 p. 60

 

  남동생을 만나고 와서 밤에 막내와 통화를 했다. 막내는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내게 그동안의 일을 설명하며 억울해했다. 엄마가 많이 아파서 제집으로 모셔 가 간병해 드렸고 마침 엄마 생일이 되었으며 절대 돈을 뺏는 파렴치한 짓 따위는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도리어 남동생이 자신의 욕심을 위해 막내를 모함하고 이용하는 거라 했다. 남동생은 막내가 엄마 돈을 허락 없이 빼내 간 거라 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나하고는 무관한 일이었다. 그보다는 엄마가 마지막까지 나를 소외시켰다는 사실만이 명징해졌을 뿐이었다.-「타인들의 대화」 p. 124-125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최고의 장미를 얻기 위한 사람들의 혹독한 추위나기. 사실 얼마나 힘든지 그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고 어떻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그들의 크로아티아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 작가가 독자에게 원하던 것이 아닐까요.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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