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부산을 '영화의 도시'라고 합니다. 

많은 영화들이 이 곳에서 촬영되었고,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축제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부산이 여성영화제의 도시라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지난 금요일, 저는 올해 네번째 생일을 맞은 부산여성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부산여성영화제는 여&남: 차이와 사이라는 주제로 총 3일간 열렸는데

저는 7일에 진행된 여성학 워크샵과 경쟁부문 단편공모작 상영회에 참석했습니다.

부산여성영화제는 2009년에 부산여성사회교육원에 개최하기 시작하여 2010년에 제2회가 열렸고, 이후부터는 격년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제18회 여성학워크숍도 함께 진행되어 전국 각지에서 오신 발제/토론자 분들이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는데요. 여성영화제라는 행사의 의의를 되짚어 보고, 미래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왼쪽부터 김정화 부산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현재 국내에는 35개의 여성영화제가 있는데, 그 중 '큰언니'는 1997년에 시작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입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이혜경 집행위원장님은 영화제를 만드려던 시기에 "여성영화제가 있다면 남성영화제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아 이에 

"여성영화제 이외의 다른 영화제는 전부 남성영화제입니다"라고 답했던 것을 회상하시며 새로운 문화, 새로운 장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의 욕망을 가시화"하고, 여성들이 "공공의 영역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정치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시공간의 역할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님은 여성영화제를 "행동"이라 하셨습니다. 

올해 열번째로 열린 인천여성영화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다녀오며 에너지를 충전하던 인천의 여성활동가들이 "우리도 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미 활동하고 있던 인천지역 문화단체들과 각종 기관들에게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하여 영화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장애여성에 대한 영화의 GV 사회자로 인천지역 장애인단체의 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타 단체들과의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대가 있어 꿈꾸던 행사가 가능하졌을 뿐만 아니라, 더 즐겁고 의미있는 자리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영화제라는 단발적 행사로 그치지 않고 '모씨네 영화놀이차'라는 이동영화관을 통해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는 독립영화관이 없기에 제주여성영화제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여성영화제의 비경쟁부문공모 심사위원 김효선님은 "된" 행사, 즉 지원금을 받아 실현시킬 수 있게된 행사를 지원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서 말씀하시며, 영화제가 세대간의 교류의 장이 되고, 비경쟁부문의 도입을 통해 여성영화인들의 성장을 더욱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밖에도 허은희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님은 영화가 소비될 뿐 아니라 만들어지기도 하는 곳인 부산의 특성을 부각하시며 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이 문화향유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하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지연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님께서는 부산여성사회교육원에서 '전설의 여공'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부산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다는 점을 짚으셨으며, 여성영화제는 "지역여성 영화(인)를 전국적 여성영화 인력과 연계"하는 "터미널"이라 비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날 마지막 토론자는... 저였는데요ㅋㅋ 저는 '문화소비자'인 여성의 위치에서 (여성)영화가 어떻게 저와 타인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었는지 이야기하고, 확장된 의미에서 모든 여성은 문화향유자 뿐만이 아니라 문화생산자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라고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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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에서 발표를 하느라 잔뜩 긴장했던 탓에, 유체이탈을 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경쟁부문 단편공모작의 상영회였는데,


검은꽃 명절 증후군 탐구생활 미드나잇 썬


19:19 그 남자, 그 여자의 면접


임신을 하여 선택의 기로에 선 여고생과 소녀들 사이의 우정에 대한 검은꽃

명절에 대한 주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명절 증후군 탐구생활, 

구화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인 남매의 하루를 다룬 미드나잇 썬

교회 안 '내 몸 같이 사랑해야 하는 이웃들' 간의 관계를 조명한 19:19, 그리고 

배우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승무원이 되려는 그녀, 영화감독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의 면접

이렇게 총 다섯 편이 상영된 뒤 감독들이 모두 자리한 GV가 진행되어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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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크숍에서의 공통된 화두로는 '말문을 터트리는 미디어'로서의 영화, 그리고 '학술적인 것을 대중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도록 번역하는 여성영화제', 두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 다큐멘터리 '달리는 꿈의 상자, 모모' 중에서

인천여성영화제 이영주 프로그래머께서는 '모씨네 영화놀이차'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언급하신 대사입니다. 이 날 제가 영화를 보고 GV에 참여하며 곱씹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구절을 듣고 <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저) 에 등장하는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처럼 함께 경험하고, 대화의 씨앗을 심는 것이 책이라면, 

출판이란 영화제처럼 이야기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상, 손발이 오그라든 잠홍이었습니다 ^_^!!!!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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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4.11.14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홍씨도 토론회에 참석하셨다니 더욱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포스팅으로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좋네요:) 왠지 제목만으로는 <그 남자, 그 여자의 면접>이라는 단편영화가 재밌을 것 같아요.ㅎ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이 폐막이라고 하네요.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로 17회를 맞는데 영화제의 명성 덕분인지 점점 온라인 예매표 구하기가 힘들어지네요. 특히 주말이나 저녁시간대의 영화는 예매 시작하자마자 5분 내에 거의 매진입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행산데 모른척할 수 없죠.

어렵게 표를 구해 지난 수요일 저녁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가시꽃>이라는 한국영화였습니다. 감독이나 배우들 모두 처음인 낯선 이름과 얼굴들이었지만 1시간 30분 내내 지겨운줄 모르고 재밌게 봤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이성공'을 연기한 배우요.

 

괴롭힘을 당하는 이성공

 

 

 

<가시꽃(Fatal)> 이돈구 감독, 남연우 양조아 출연

 

이창동 감독의 <시>의 주제의식과 상통하는 문제적 소품. 감히 그 걸작의 ‘초 저예산 인디 버전’이라고 평하고 싶은 건 그래서다. 성장담이라는 점에선 다소 다르지만, <시>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죄와 양심, 책임감 등 인간 본성과 직결되는, 하지만 너무나도 빈번히 외면되곤 하는 육중한 이슈를 짚는다.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 강압적으로 가담했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

 

 

사실 BIFF의 장점은 평소 영화관에서 거의 접할 수 없는 제3세계 영화들을 대형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건데요. 제가 본 <가시꽃>은 스타 배우를 쓰지 않은 제작비 300만원의 초저예산 독립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제 기간이 아니면 일반 상영관에서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제3세계 영화들과 비슷하지요.

 

상영관 입구(CGV센텀시티점). 영화제 기간동안은 일반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

 

극장을 가진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스크린을 독과점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저예산 독립영화가 상영 스크린을 확보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합니다.

 

영화제에 첫 장편'마이 라띠마'를 출품한, 우리에겐 배우로 더 잘려진 유지태 감독이 인터뷰에서 "(대기업 중심의) 독점구조에서 대안은 (기존) 충무로의 작품과 신인의 작품이 어우러져야 하며, 저예산 영화들이 살아남는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타배우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가는 요즘 영화계.

스타작가 의존도가 점점 심해지는 출판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동병상련이네요. 영화제 기간이 아니어도 <가시꽃> 이나 <마이 라띠마>같은 저예산 영화를 일반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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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시하라 2012.10.15 0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시험 핑계로 결국은 못 보고 지나갔네요. 인터넷 개봉할 때까지 기다려야할까봐요-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2.10.15 0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까지는 빠지지 않고 봤는데 이번에는 영화제만 구경하고 영화는 못받았어요. 취소티켓까지 다 매진됐더라구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보다니 부럽습니다. 상업영화 이외에 다양한 독립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게 저도 마음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네요:)

  3. BlogIcon 엘뤼에르 2012.10.15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를 참 인상깊게 봤던 저로서는 <가시꽃>이 어떤 영화일지 참 궁금해 지네요. 영화제 상영작으로서만이 아닌, 일반 극장에서도 독립영화들이 거대자본에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상영되어 꼭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인디스토리 2013.07.19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배급사 인디스토리입니다.
    <가시꽃>은 오는 8월 22일 개봉할 예정입니다.
    저희 <가시꽃>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 드리며, 개봉 후에도 많은 지원 부탁 드립니다!!


3월부터 토요일 근무가 시작되었다. TT;
퇴근 시간은 오후 1시. 점심 먹고 못한 일 마저 끝내고 나니 오후 4시. 환한 대낮에 귀가를 하려니 차마 발길이 안떨어졌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주말인데 일 속에 파묻혀 숨도 못쉬고 있었다.
 
"바쁠수록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하다.
좀 쉬었다 해야 능률이 더 오른다.
열심히 일한 우리, 떠나자!" 

슬슬 꼬드겼더니 당장 넘어오는 친구.
어디서 만나 뭘 할까 고민하다가 
'시네마테크부산'에 가서 영화 한 편 떼고 스트레스를 풀기로 했다.

'시네마테크부산'은 예술영화와 월드시네마를 언제나 볼 수 있는 곳. 매주 월요일은 휴관. 하루에 3~4회 상영하고  매주 목요일은 독립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한다. 1층 자료실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모든 작품과 영화제 관련도서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다. 또 영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도서와 잡지, 비디오 등을 실컷 볼 수 있다.

네이버 형님에게 물어 지도를 한장 출력해 들고(네비게이션이 없다. 앞으로도 안사고 버틸 것이다) 해운대 요트경기장으로 향했다. 요트경기장의 너른 공터에서 운전연수를 받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15년 전 이야기다. 해운대는 참 많이도 변했다. 그시절 해운대는 부산의 변두리였지만 최근 해운대구는 '신흥주거지와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고 부산 전역의 집값이 내렸지만 해운대구만은 아파트값이 올랐다더니.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십층 높이의 고층아파트들이 꽉 들어차있는 해운대의 풍경은 참 위압적으로 보였다. 특히 해안선을 병풍처럼 두른  OO팰리스, OO타워 등 이국적인 이름이 붙은 아파트들은 경쟁적으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그 옆엔 공사중인 또 다른 아파트들이 제 키를 키우고 있었다.

바다 풍경을 기대하고 해변로로 길을 들었는데 아차싶었다. 길은 주차장이었고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고 개장 전부터 떠들썩했던 신세계센텀시티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차들때문이었다. 너무 혼잡해 무슨 난리가 난 줄 알았다. 몇백 미터 빠져나가는데 한참을 허비했다.

'시네마테크부산'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1층 매점에서 새우탕 한사발과 고소미 한팩을 순식간에 헤치우고 7시 30분에 상영하는 '리틀 애쉬'라는 영화를 보았다. 천재 화가 '달리'의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 이야기였다.

소극장 규모의 좌석과 아담한 스크린.
예매 안하고 무작정 찾아갔는데도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자리에 앉고 1분쯤 지나면 불이 꺼지고 영화가 바로 시작한다는 점. 광고, 예고편, 비상시 대피요령 같은 것 모두 생략. 그리고 영화가 끝난후 음악이 흐르고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불을 켜주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는 것이다. 영화의 여운을 좀 더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비도 참 착하다.(일반 5천원, 회원 3천원)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진작 몰랐을까. 북적이는 영화관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식상해진 영화팬이라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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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풀소리 2010.03.19 2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네요. 저도 꼭 한번 가보아야겠어요.

    • BlogIcon 산지니 2010.03.19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래요. 예술영화라면 지겹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미리 겁먹을 필욘 없구요, 관람 가이드를 보면 초보입문자, 영화학도, 골수영화팬 등을 위한 단계별 추천 영화 목록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거예요. 하지만 헐리우드 액션영화를 즐기시는 분들은 좀 힘겨울 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