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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7 우포늪의 가슴 아픈 사연 (2)
  2. 2008.10.16 논도 습지일까요?

습지는 인간 세상의 허파

람사르 총회가 열리는 경남 창녕은 <습지와 인간>의 저자 김훤주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동무들과 뛰어놀면서 보고 자란 그 늪이 바로 인간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허파 구실을 하면서 또한 역사적으로는 사람살이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훨씬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하게 자연을 정화시켜주는 습지의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습지를 사람의 삶과 관련지어 한번 들여다보고, 사람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 숨 쉬는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습지는 그냥 습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인간과 교섭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포늪의 가슴아픈 사연

경남 창녕이 고향이기도 한 저자는 우포늪만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바로 그 이름 때문입니다. 우포는 대대로 ‘소벌’이라 불러왔습니다.

지금도 나이 드신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소벌’이라 하는데 어느새 소 우(牛)자를 써서 우포로 둔갑해버렸습니다. 게다가 이 이름이 널리 퍼져, 람사르 습지로까지 등록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동네이름이 점점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이 크다는 것입니다.

소벌(우포)에는 거룻배(널빤지로 만든 배)만 있는데도 쪽배(통나무를 파내서 만든 배)라 하는 세태를 꼬집기도 합니다. 정말 이 지역의 토박이만이 할 수 있는 신랄한 지적이지요. 소벌 둘러보기는 창산다리에서부터 해야 한다든지, 소목둑 어디쯤에 소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든지 하는 생생한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우리에게 흔히 우포늪이라고 알려져 있는 소벌에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히는 장면입니다.
여기 이것들은 거룻배임이 분명한데도 무식한 시인들이 여기에 와서는 쪽배라고만 일러댔습니다. (사진 유은상) 
- 39쪽


동판저수지는 30대 후반 이후 중년 남녀들이 많이 찾고 주남저수지는 그보다 젊은 남녀들이 자주 드나듭니다. 동판저수지가 좀 더 깊숙한 데 있어서 그윽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진 김구연) - 71쪽


천성산 밀밭늪.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여기가 습지인지 어떤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 246쪽


동행한 유은상 사진 기자는 얼마나 잡으셨느냐 말을 붙이더니 낙지를 팔라고 합니다. “별로 못 잡았는데. 다섯 마리밖에 없어.” 흥정이랄 것도 없는 거래가 만 원에 끝났는데 이 어르신은 그날 잡은 두 움큼은 됨직한 바지락을 모두 덤으로 줬습니다.  

‘매애 빠지는’ 철래섬에는 갯잔디가 빙 돌아가며 자랍니다. 자연 해안선이 아닌 데서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도둑게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옛날에는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다는 도둑게를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민물에서도 살 수 있는 이 녀석은 민가에 들어와 밥을 훔쳐 먹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이름이 도둑게가 됐습니다. 

 
-182쪽(사진 유은상)


<습지와 인간> 김훤주 지음 | 신국판 2도 | 15,000원
습지와인간 블로그  http://sobul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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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당연합니다. 논도 습지입니다.

2005년 11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열린 제9차 람사르 총회에서 일본 미야기현 다지리 정 가부쿠리늪과 일대 무논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는 획기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연 습지가 아닌 인간이 농사짓는 땅이 습지 목록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가부쿠리늪 일대에는 무논이 21헥타르(7만 평) 정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기에 겨울철에도 물을 채워 놓는 등 500가구가량이 유기농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부쿠리늪 일대 무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 자원이 절약되며 생물다양성과 자연성도 회복됐습니다. 가을걷이를 한 다음 볏짚과 쌀겨를 뿌리고 물을 채우는 겨울철 무논 농법은 한 번 시작한 사람이라면 쉽게 그만두지 못할 정도로 효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실지렁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실지렁이가 흙 속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질소성분이 들어 있는 배설물을 쏟아내게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잡초와 해충이 줄고 질소 화학 비료를 뿌리거나 써레질을 할 필요도 없어진답니다. 반면 소출은 별로 줄지가 않아서(유기농법으로 바꾸면 보통은 크게 주는데), 여태껏 해온 관행농법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267쪽, <습지와 인간>

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하동 악양 평사 마을 들판도 실은 사람들이 개간한 습지입니다. 최참판이 허구인 줄은 잘 아시죠? ⓒ김훤주



논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발명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잘만 보존하면 풍성한 먹을거리와 생물다양성도 절로 실현하는 인공습지라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논은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화학비료와 농약(전쟁때 살인 목적으로 쓰이던 화생방 무기가  요놈으로 변신했지요)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벼 말고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땅이 되었습니다.

농약의 대표주자는 맹독성 제초제인 파라티온인데, 이 제초제는 풀뿐만이 아니라 잠자리와 메뚜기 같은 곤충, 미꾸라지, 개구리 논고둥, 황새, 따오기 등 논에서 볼 수 있었던 모든 생물들을 날려 버렸습니다. 심지어 사람도 쓰러뜨렸지요.

논은, 인간이 크게 간섭을 한다는 점만 빼면, 다른 습지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야생 동물과 식물의 터전이며 물속 유기물질을 없애는 오염 정화 구실까지도 다 하고, 물을 가둬두는 저수지 구실과 빗물을 땅 밑으로 스며들게 하는 통로 구실도 톡톡하게 합니다.

논에는 벼 말고는 아무것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논도 습지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으로부터 논을 해방시켜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훤주 지음 | 신국판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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