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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인문

우포늪의 가슴 아픈 사연

by 산지니북 2008. 10. 17.

습지는 인간 세상의 허파

람사르 총회가 열리는 경남 창녕은 <습지와 인간>의 저자 김훤주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동무들과 뛰어놀면서 보고 자란 그 늪이 바로 인간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허파 구실을 하면서 또한 역사적으로는 사람살이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훨씬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하게 자연을 정화시켜주는 습지의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습지를 사람의 삶과 관련지어 한번 들여다보고, 사람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 숨 쉬는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습지는 그냥 습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인간과 교섭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포늪의 가슴아픈 사연

경남 창녕이 고향이기도 한 저자는 우포늪만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바로 그 이름 때문입니다. 우포는 대대로 ‘소벌’이라 불러왔습니다.

지금도 나이 드신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소벌’이라 하는데 어느새 소 우(牛)자를 써서 우포로 둔갑해버렸습니다. 게다가 이 이름이 널리 퍼져, 람사르 습지로까지 등록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동네이름이 점점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이 크다는 것입니다.

소벌(우포)에는 거룻배(널빤지로 만든 배)만 있는데도 쪽배(통나무를 파내서 만든 배)라 하는 세태를 꼬집기도 합니다. 정말 이 지역의 토박이만이 할 수 있는 신랄한 지적이지요. 소벌 둘러보기는 창산다리에서부터 해야 한다든지, 소목둑 어디쯤에 소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든지 하는 생생한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우리에게 흔히 우포늪이라고 알려져 있는 소벌에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히는 장면입니다.
여기 이것들은 거룻배임이 분명한데도 무식한 시인들이 여기에 와서는 쪽배라고만 일러댔습니다. (사진 유은상) 
- 39쪽


동판저수지는 30대 후반 이후 중년 남녀들이 많이 찾고 주남저수지는 그보다 젊은 남녀들이 자주 드나듭니다. 동판저수지가 좀 더 깊숙한 데 있어서 그윽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진 김구연) - 71쪽


천성산 밀밭늪.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여기가 습지인지 어떤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 246쪽


동행한 유은상 사진 기자는 얼마나 잡으셨느냐 말을 붙이더니 낙지를 팔라고 합니다. “별로 못 잡았는데. 다섯 마리밖에 없어.” 흥정이랄 것도 없는 거래가 만 원에 끝났는데 이 어르신은 그날 잡은 두 움큼은 됨직한 바지락을 모두 덤으로 줬습니다.  

‘매애 빠지는’ 철래섬에는 갯잔디가 빙 돌아가며 자랍니다. 자연 해안선이 아닌 데서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도둑게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옛날에는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다는 도둑게를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민물에서도 살 수 있는 이 녀석은 민가에 들어와 밥을 훔쳐 먹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이름이 도둑게가 됐습니다. 

 
-182쪽(사진 유은상)


<습지와 인간> 김훤주 지음 | 신국판 2도 | 15,000원
습지와인간 블로그  http://sobul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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