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저녁, 

부산 남산동의 작은 도서관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자리가 열렸습니다. 



바로 '아름다운 낭독회'.

남산역 근처에 있는 금샘마을도서관에서 매달 열고 있는 행사인데요. 

평소에는 도서관 식구들이 오손도손 모여 서로 책을 읽어주신다고 하는데

이번 낭독회는 작가님과 함께한 자리라 더욱 특별했습니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의 김비 작가님께서 함께해주셨어요. 

소리내어 작품을 읽다 보면 눈으로는 휙휙 지나갔던 단어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목소리로 전해지는 말은 정말 그 자리, 그 시간에만 있으니 세상에 하나뿐 아닐까요.

그래서! 저 잠홍 편집자 이 자리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ㅎㅎ 



길치인 나머지 약간 길을 헤메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작가님과 몇몇 독자분들께서 담소 나누고 계셨습니다. 도서관 구경 조금 하다가 

낭독 시작하기 전에 와인 한 잔! 


왼쪽이 김비 작가님이세요.


그러면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문이 닫히자, 세 사람이 섰던 좁은 공간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진흙 같은 빛이었고 이상한 암흑이었다. 그들을 뒤덮은 묵직한 어둠은 지독히도 끈적거렸다. 늪에 몸을 빠트린 듯 버둥거리기라도 하면,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더욱 깊은 곳으로 침잠할 듯했다. 

(...) 

순간 어둠에 갇힌 사방이 몸을 떠는가 싶더니, 그들의 머리 위에서 파팍 불꽃이 튀었다. 비상등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붉은 빛이었다. 침이 고이는 주홍색 불빛은 순식간에 작은 공간을 삼켜버렸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세 사람은 이제 빛의 피를뒤집어썼다. 시뻘건 불빛 아래 겁에 질린 아내의 모습이 어쩐지 사자(使者)를 닮았다고 남수는 생각했다.

_프롤로그 '벌레' 중에서


소설의 도입부를 읽어주시고 작가님께서는 『붉 닫 출』의 배경으로 착안하게 된 실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부산 도심부에 있는 *** 영화관은 겉은 휘황찬란하지만 내부는 오래된 건물입니다. 

그곳의 비상계단을 올라가면서 작가님께서는 

'어쩌면 나갈 수 없는 공간을 그저 앞에 가는 사람의 뒤꿈치만 보며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 느낌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셨고 

그렇게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초호화 백화점의 비상계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과 『붉 닫 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소설의 주인공 남수는 사실 좋아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요. 

저도 동의합니다. 남수는 공장의 생산직, 택배기사 일 등을 전전하다가 

아무리 노력해도 줄지 않는 빚 때문에 가족과 동반자살을 결심한 가장입니다. 불신과 열패감으로 가득한 남수는 결코 순수하거나 정의로 똘똘 뭉친 멋진 주인공이 아니죠. 

그런 남수에 대해 제가 연민이랄까 공감을 느끼게 된 지점은 바로 아버지와의 관계입니다. 아버지는 남수에게 어떤 의자로 기억되는데요. 작가님께서 읽어주신 부분을 옮겨 볼게요.


이미지 출처: http://alamode.news/user/nopynalda

남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엔 언제나 그 의자가 있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며 판잣집에 대한 기억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는데, 유독 그 의자의 모습은 항상 기억 속에 선명했다.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 의자엔 언제나 그의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도망가버린 엄마를 찾아오라며 술에 취해 어린 남수에게 주먹질을 해대고 온 집안의 물건들을 엉망진창을 만들어놓고 나면, 그는 언제나 이백 원짜리 청자 담배를 물고 그 의자에 앉았다. 한쪽 다리가 부러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데, 벽에 기대어선지 그 의자는 용케도 아버지의 몸뚱이를 버티고 서 있었다. 아버지는 그 의자에 앉아 담배 연기를 뿜으며 공장 벽을 타고 오르는 시커먼 흙먼지와 곰팡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술에 취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수는 더욱 더 자주 그 의자에 앉아만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아야 했다.

-'의자' 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어느 독자분께서 '아버지의 의자' 라는 노래도 있다고 알려주시더라구요.



"아버지는 의자 하나 남겨 놓은 채 / 지금 그 어디로 떠나셨나요" 

라는 가사는 남수가 할 것 같은 말이네요. 


혐오스럽지만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기억을 떨치려 애쓰며, 

남수는 끊임없이 계단을 오릅니다. 

그리고 얼마나 올라왔는지 알 수 없고 다리가 무감각해졌을 때쯤,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붉은색 벽 위에 쓰인 두 글자.


'다시'


너의 구구절절한 투정 따위 알겠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_'의자' 중에서


김비 작가님이 말하시길, 

'다시'는 누군가를 길어올리기도, 농락하기도 하는 말입니다.


'다시 시작해보자', '다시 일어나자'.

희망의 언어로 자주 쓰이지만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의 표지에도 '다시'가 여러 번 적혀 있는데요. 


 

가운데 부분에 연한 회색 글씨로 쓰여진 '다시'들. 보이시나요? 

참고로 표지에는 작가님께서 직접 그리신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피가 쓰였습니다.


위 인용문의 '다시'는 탈출구를 찾아 고통을 견디며 계단을 오른 남수를 무너뜨리는 말이지만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또 다른 모양으로, 체온으로 다가옵니다.

'다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 중 하나는 장애가 있는 남수의 아들 환이 이구요. 


작은 테이블 여럿을 이어붙여 만든 낭독의 장. 하나둘 독자분들이 모여 테이블 주위를 꽉 채웠습니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의 아름다운 낭독회에 참석하신 어느 독자분께서는 

"작가님이 낭독해주시고 이야기해주시는 것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소설인데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이 책을 직접 읽고 그 맥락을 나눠 주시고,

독자분들이 스스로의 배경을 모아 책을 이야기해주시니 

저도 몇 번 읽은 이 작품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낭독회가 마무리될 즈음, 노란 공책 하나가 테이블 주위를 돌았습니다. 

공책에는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그 날의 감상을 적었어요. 


+

저는 집 근처에 시립도서관이 있어서 큰 공립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이라

마을도서관 방문이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금샘마을도서관처럼 작은 도서관들은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지요.

사진출처: 금샘마을도서관


'아름다운 낭독회'에서 저에게 놀라웠던 건 

작은 공간에 예상보다 많은 분들께서 찾아와주시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함께해 주셨다는 점이었어요. 

구비하고 있는 도서가 많고 다양한 것도 중요하겠지만, 

에 대한 어떤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지야말로 

책과, 공간과 관계를 맺고 이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어느 독자분께서 말씀하셨듯, "밤에 언어를 나누는 즐거움"을 만들어주신 

금샘마을도서관 활동가 여러분,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금샘마을도서관 찾아가는 길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봄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온 제비...가 아닌 잠홍 편집자입니다 :)

오늘은 마을도서관에서 열리는 귀한 자리, 낭독회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해요. 


남산역 근처에 있는 금샘마을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매달 '아름다운 낭독회'를 열어 

소리내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계신데요.


사진출처: 금샘마을도서관


이곳에서 이번 주 금요일 (3월 11일)에는 소설가 김비 작가님께서 직접!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을 낭독해주신다고 하네요.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김비 지음 | 문학 | 국판 268쪽 | 13,000원 

| 2015년 10월 20일 | 978-89-6545-319-2 03810

“희망이라고 다 옳은 게 아냐. 어떤 희망은 후련한 절망만도 못해.” (98쪽)

동반자살을 결심한 가족, 비상계단에 갇히다. 
희망이 '고문'이 된 시대, 이 장편소설은 우리를 둘러싼 암흑으로 몸을 던져 희망이 아닌 '후련한 절망'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트랜스젠더 여성 소설가인 김비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지은이: 김비

1971년 남과 북의 경계 위, 삶과 죽음의 경계 위,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경계 위에서 태어났다. 2000년 서른 살의 나이에 ‘여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고, 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플라스틱 여인」이 당선되어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2년 세계문학웹진 『국경없는문학』www.wordswithoutborders.org의 세계 퀴어문학을 소개하는 자리에 단편소설 「입술나무」의 영어판을 게재하였고, 에세이 『네 머리에 꽃을 달아라』를 출간했다. 부끄러운 기억 같은 책 몇 권을 썼으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드는 데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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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닫,출』의 첫 출간기념 행사에서도 작가님께서 책을 낭독해주셨는데

글로 읽는 것과는 또다른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번 행사에도 참가할 계획이에요. 주저 말고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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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마을도서관 아름다운 낭독회:『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일시: 3월 11일 (금) 저녁 7시

장소: 금샘마을도서관

문의: 금샘마을도서관 051-512-1742





참고로, 낭독회에는 위 드로잉을 그려주신 김비 작가님의 짝지, 박조건형 님도 자리하신다고 하네요.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정난주입니다.

  옛날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자면, 어렸을 때 엄마는 어린 저와 동생을 데리고 집 근처 도서관을 자주 찾으셨는데요. 당시 엄마는 학위 이수를 위해 열!공!을 목적으로 도서관을 가셨는데 어린 저희 남매를 집에 두고 가실 수가 없어서 데리고 갔다고 하십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공부를 (아주 조금) 하시고, 항상 구내 식당에 가서 라볶이를 사주셨습니다. 셋이서 나눠 먹으면 라볶이가 맛있어서 항상 양이 모자라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이사를 했지만 그때 살던 집 근처로 가게 되면 어김없이 그 도서관과 라볶이가 생각납니다. 이렇듯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 읽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추억, 기억을 만들기에도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사상 주례쌈지도서관은 더없이 적절한 곳인 듯합니다.

저와 함께 주례 쌈지도서관을 한번 둘러보실까요? 그 현장으로 가봅시다!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 주의)

* * * * * *

 

그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에서 10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일해 오신 정춘희 간사님과 인터뷰로 제 남은 궁금증을 해소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정난주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Q 쌈지도서관은 분명 일반 도서관과 다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A 10년 전, 이곳 주례는 어린이집 10개, 초등학교 1개, 중학교 2개로 굉장히 밀집된 환경이었습니다. 주택과 아파트의 비율도 60대 40으로 비슷했죠. 하지만 그에 비해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 짜투리 공간이 없었어요. 주민들, 특히 이곳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누릴 수 없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은 것이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나 저 같은 일반 학부모들이 모여 동네 문화를 개선하고 환경을 가꾸는 활동부터 시작했습니다. 학교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통학로에 있는 불필요한 전봇대를 처리하고, 횡단보도를 정돈하는 등 환경 운동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당시 전국에서 작은 도서관 붐이 일었는데, 그러면서 우리도 마을 가까이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먼저 생긴 일산이나 창원의 작은 도서관을 사례로 함께 고민하다가, 주민자치센터를 도서관의 위치로 결정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곳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작은 도서관의 경우를 볼 때 주민자치센터에 만든 것은 그 당시에는 최초였던 걸로 기억해요.

처음에는 주민센터 1층의 한 귀퉁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작은 도서관을 지원 받을 기회가 생겨 응모를 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예쁘게 잘 꾸며진 도서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있는 이곳은(2층) 원래 동장실이었는데 동장님께서 도서관에 대한 주민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을 보시고는 흔쾌히 자리를 내주셨습니다.

 

작년에 만들어진 유아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씁니다.

아, 저기 있는 유아실은 작년에 만든 것인데요, 유아들을 위한 공간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다보니 도서관을 이용하는 유아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청의 지원을 받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장서수가 12,300권 정도인데 책에 비해 공간이 협소한 편이라 책을 조금 빼야하는데요, 워낙 책 욕심이 많아 어떤 책을 빼야할지 정말 고민이 됩니다. 저희 주례 쌈지도서관에게는 하나하나 애정이 가는 책들이랍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이용하시나요?

A 요즘은 엄마와 동반하는 유아나 어르신들의 이용이 많습니다.

저도 제 아이가 어릴 때 함께 공공도서관을 자주 찾았는데 가서 제 아이한테 책을 읽어줄 공간이 없어서 참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공공도서관에 건의도 종종 하곤 했는데, 이게 저만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을 어릴 때부터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고 책의 즐거움을 함께 알아가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로 어머님과 아이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좀 아쉬워하세요. 성인과 어린이 도서 비중을 똑같이 둬야한다는 의견도 도서관 운영회의에서 종종 나오곤 하는데요. 서로 잘 조율해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찾아주시는 어르신들께 말동무가 되어드리며 어떤 책을 읽고 싶으신지 여쭤봅니다. 그러면서 저희도 책 구입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토지 같은 대하소설을 많이들 좋아하셔서 현재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시는 토지.

 

Q 이곳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나요?

A 어린이 도서관을 지향하는 만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유아들에게는 책을 읽어주는 일을 많이 합니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방문해 와서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어린 3, 4세 아이들에게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기 위해 이곳 공간을 빌리기도 합니다.

도서관의 연차가 늘어나면서 자원봉사자 어머님들의 아이들도 자라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청소년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중학교에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일정시간 해야 하는 제도가 있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처음 하는 자원봉사를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 독서봉사대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방학동안 중학생 아이들이 인근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서 동화책이나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는 활동을 합니다. 이때 아이들은 작은 선생님이 되어 남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저는 이 역할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동화를 듣는 어린 아이들도 형, 누나와의 교감을 해 서로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도서 도우미 활동을 하며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청소년 독서봉사대가 올해로 8년째인데 처음 활동했던 아이들이 대학교 벌써 대학교 4학년이에요. 중학생 때 봉사활동을 했던 아이들이 얼마전에 다시 찾아와서 또 봉사 활동을 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무언가 뭉클하기도 하고.

올해는, 8년째 하다 보니 내용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을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사이에 사는 나는 누구인지, 내가 사는 이곳은 어떤 곳인지 아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는 이 마을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하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봄으로써, 청소년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친구들과 함께 건강하게 해소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주례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직장생활도 하며, 쭈욱 이곳에서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이번 기회에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오리엔테이션만 한 상태인데 아이들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마을을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예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의 좋은 부분, 아름다운 부분만 볼 수는 없습니다. 마을에 있는 구치소의 모습도 보고, 아파트가 아닌 주택 골목골목을 돌며 아이들 스스로 우리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또 성인독서모임도 있는데요, 한 달에 한 번씩 정해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지금 현재 10분 정도가 참여하고 계세요.

작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그림책 교육, 육아 교육 특강을 했는데 그 이후 특강을 들은 어머님들이 모여 그림책 공부 모임을 하고 계십니다. 한 어머님께서 “내가 책을 읽으니 애들이 책 읽는 엄마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그 행동을 따라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도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처럼 우리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 어머님들의 열정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모임입니다.

또 얼마 전에는 봉숭아 물들이기를 했는데요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직접 봉숭아를 심고, 옥상에서 키우고 채취해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이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봉숭아 나무를 실제로 보며 어떤 나무에서 어떤 꽃이 자라는구나, 하며 알고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요, 할머님들께서는 옛날 생각이 나신다며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한 손가락만 물들여야지 하시던 할머님이 양손 다 칭칭 싸매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께 “손을 다 싸매가지고 오늘 저녁은 어떻게 만드시려고요?” 물으니 “오늘 저녁은 안 만들고 말지, 뭐” 하셔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봉숭아를 키우는 과정은 조금 번거롭기도 했지만 다들 너무 좋아하셔서 힘들었던 일은 다 잊고 ‘내년에도 또 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출 반납만 하는 도서관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 욕심내서 이런저런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이 도서관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는데요. 하지만 그만큼 저에게도 큰 활력이 되고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힘도 얻어 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봉숭아 물이 잘 들기를 염원하며 그린 그림.

 

옥상에는 직접 키우신 봉숭아가 아직 있었습니다.

 

Q 주례 쌈지도서관 자랑 좀 해주세요!

A 저희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합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여건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 작지만 주민들이 와서 무료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또, 저는 지금껏 아동문학, 도서를 계속 공부해 왔는데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니다. 아직도 여전히 신문이나 책을 보며 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고, 새로운 책을 구입할 때도 엄선해서 책을 고릅니다.

대놓고 자랑을 하자면 초창기에 한 신문사에서 취재를 왔었는데 기자분께서 좋은 책들을 너무나 잘 갖추고 있어 놀랐다고 하셨답니다. 하하.

저는 아이들도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을 고릅니다.

동심을 지켜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 아이들도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시기부터는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부모와 똑같으니까요. 아이들을 현실의 문제에서 너무 배제하지 않는 부모님의 자세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소비문화나 경제관념 같은 것 역시 중요한 문제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몰랐으면 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알아가야 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책으로 시작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 역시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도서를 많이 들여 놓았습니다. 제주 4‧3사건이나 화성 매향리에서 있었던 일 등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일들도 동화로 쓰인 것이 많거든요. 아이들은 그런 책들을 다양하게 읽으면서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스스로 가지게 됩니다.

 

Q 운영하시면서 어떤 점이 힘드신지 궁금합니다.

A 자원봉사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걱정입니다. 구청에서 인력을 지원해주지만 예전처럼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던 자원봉사자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운영비 지원은 되지만 인건비 지원은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 부분이 조금 해소된다면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더욱 더 풍성하게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을 듯합니다.

 

Q 주례 쌈지도서관을 찾으시는 주민분들께 한말씀 해주세요!

A 쌈지도서관의 ‘쌈지’는 작은 주머니라는 말인데요.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또 그것을 도로 펼칠 수도 있는 그런 편한 존재로 주민분들께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분들께서 언제든 찾고 싶은 편안한 공간이 되고 싶은데 실제적으로 공간이 협소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항상 앞섭니다. 저의 이런 마음을 아시는지, 주민분들께서는 항상 격려해주시고 도서관의 일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데요, 정말 감사드리고 더욱더 책임감을 느끼고 도서관을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주민분들의 삶의 질이 이 작은 도서관으로 한층 더 높아질 수 있게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주례 쌈지도서관이 되겠습니다.

 

마을 도서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인터뷰를 정리하는 지금까지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되어 제게 전달됩니다.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의 이용시간은 월~금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 1시 30분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입니다.

부산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시고, 대출은 평생 회원비 1만원으로 회원 등록후 1주일에 3권 가능합니다.

찾아오시는 길은 주례3동 주민 자치센터 2층 (전화 051 - 310 - 3376)입니다.

 

이번 주말, 누군가의 손을 잡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러 주례 쌈지도서관처럼 집 근처 편안한 마을 도서관을 가보는 건 어떨까요? 집보다는 시원할 것 같습니다 ^_^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산지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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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3동 | 주례3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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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웹의 등장 이후 독서환경에서 정보적 기능이 축소되는 등 책이라는 미디어의 환경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다만, 책이 주는 오락적 기능과 자기 성찰적 기능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책의 기능이 축소 및 변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사회적 의제를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도시에서 토론하자는 운동이 미국에서는 왜 벌어졌을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사례가 없는 이런 독서운동을 어떻게 고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더 연구할 영역이지만, 추론 가능한 것은 미국이라는 사회가 강제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다문화사회이다. 소수자 문제에 대해 전체 구성원이 함께 토론해야만 사회통합을 이끌 수 있는 불완전한 구조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유럽의 다른 복지국가에 비해 공공적 인프라가 부실한 사회이다.

특히 출판시장은 1990년대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10개 정도의 출판사가 독점하는 등 다양성이 많이 파괴되고 있는 구조이다.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하고는 작가가 책을 내려면 호주나 영국, 캐나다에 있는 출판사에서 자비로 출판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통해 특성화된 서점이 존재하는 등 다양성이 존중되는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아마존서점 등 대형서점의 독점으로 자유경쟁이란 이름으로 정글적인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에서 유색인종 혹은 이민자의 경험을 주제로 다룬 책을 한 도시에서 읽고 의제하자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미국식 운동방식이다. 예를 들면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주의와 관용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도시에서 한 책으로 선정되어 토론되었다. 다양성이 생명인 사회에서 다양성이 파괴되는 구조를 개혁하고자 출발한 운동이었다고 파악할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 퓰리처 상을 수상한 하퍼 리의 소설로 1960년에 출판되었다.



그렇다면 운동의 취지는 존중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도입할 때는 조금 더 실사구시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2003년 이후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운동에서 검토할 요소가 있다고 생각된다. 서울은 각 도서관별 한 책을 읽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청주는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한 도시 한 책 독서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의 시카고에서도 2004년에는 한 작가를 선정하여 토론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방식은 도시의 특색을 살려 더 다양하게 구현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민간의 다양한 주체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할 것인가가 핵심과제이다.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전개하는 독서문화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점을 분석하고 좋은 대안을 시민과 함께 논의한다면 개선이 가능하다. 외국의 제도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요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며 도시마다 조금씩 강조점이 다를 것이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문화 기반시설에서 도서관 수가 꼴찌이지만 도서관 사서를 중심으로 통합시스템을 만드는 등 창발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여 좋은 도서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분명히 필요하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들여서 한 권의 책을 읽고 지역의 토론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정보를 더 자세히 공개해야만 참여를 증대시킬 수 있다. 지역 신문의 출판담당 기자와 지역출판사를 참여시킨 토론이 앞으로 지역의 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로 연결되면 좋겠다. (끝)

  • 16:48:0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 2011/10/2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 2011/09/23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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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원 북 원 부산' 운동을 대표하여 안내하는 곳은 부산시민도서관 사이트이다. 사이트 내용에 따르면 원 북 원 부산 운동이란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일보가 주최하고 부산시 공공도서관이 주관하는 시민독서생활화 운동이다.

    누구에게나 권장할 만한 교양도서 한 권을 시민의 투표로 정하여 다함께 읽고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부산시민 전체의 공감대 형성과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로 <책 읽은 시민, 생각하는 부산, 토론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원 북 원 부산 운동의 바람이라고 하고 있다.

    현재 사이트에는 공개된 자료가 매우 부족한데 그나마 시민도서관의 도움으로 2004년∼2009년을 정리한 2010년 발간 자료집을 구하여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경과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였다.

    그리고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의 발제문도 원 북 원 부산 운동의 비전과 과제를 잘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지엽적인 방법론에 대한 논쟁보다는 독서운동에 대한 시각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근본적 접근이 더 토론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먼저 한 책 한 도시 운동을 소개하고 있는 다음 기사에서 참조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독서운동을 벌여 주목된다.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이 아직까지 도서관 지원과 설립 등 근본적인 독서 인프라 조성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독서를 권장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크게 이바지한다는 평가다.

    특히 2003년 국내에 들어온 ‘북 스타트(BOOK START)’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 운동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독서운동을 위해선 넘어야 할 수많은 과제가 있다”며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은 눈길을 끈다”고 밝혔다.

    '원북 원시티' 운동이 시작된 미국 시애틀 (출처 : usa-seattle.mofat.go.kr/)


    ‘한 책 한 도시(원북 원시티)’는 한 지역사회에서 지역민 모두가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 읽고 토론하는 문화운동이다. 책을 매개로 작가와의 만남, 독후감 토론,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공동체적 문화축제로 승화된다. 이 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돼 세계로 번지고 있다.

    부산대 이용재 교수는 “한 책 한 도시 운동은 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각종 문화행사와 토론이 벌어질 수 있고, 디지털시대에 또 하나의 공동체 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에 상당히 이바지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독서운동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독서인구의 증가, 책 읽는 문화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더욱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1회성 이벤트를 지양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재 교수는 ▲독서문화 일상화를 위해 안정적・지속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비영리기구(공익법인 형태) 설립 ▲주민들의 도보권 내에 공공도서관・마을도서관 건립 확충 ▲도서관과 사서들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의 문화운동 전개 등을 꼽았다.

    윤정옥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해외사례를 볼 때 독서운동은 대부분 공공도서관이 주체가 되지만 지역사회의 정부와 기관, 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 협력이 있을 때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경향신문 도재기 기자 기사 부분 인용)

    위 내용은 그동안 실시된 '원 북 원 부산' 토론회 내용을 잘 정리한 기사이다.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이 아직까지 도서관 지원과 설립 등 근본적인 독서 인프라 조성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독서를 권장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크게 이바지한다는 평가에 대해서 고찰해 보자.

    먼저 집에서 걸어서 30분 안에 공공도서관이 존재하는 OECD 나라들에 비해 대한민국의 도서관의 숫자와 시설은 매우 빈곤하다. 근본적으로 도서관의 지원과 설립 등 양과 질의 증가는 복지국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지자체에서 당장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 과제로 미루고 지자체장의 단기적 성과로 평가될 수 있는 독서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판단된다.

    도서관 인프라 확충은 국가예산의 확보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지식정보화사회와 양극화사회에서 정보소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성이 더 필요하다.

    특히 부산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를 앞두고 이를 더 적극적으로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도서관을 민간에 위탁 경영하여 도서관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된 서울 지역의 예는 부산에서도 꼭 참조할 사례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도서관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 종교시설이나 대학 등에 위탁하면서 주차요금을 징수하고 열람실 이용료를 받는 등 임대사업화로 공공성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계속)


  • 16:48:0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 2011/10/2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 2011/09/23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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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2005년 부산에서 ‘산지니’라는 출판사를 시작하고 2008년 9월 30일 부산시가 주최한 독서문화토론에서 「지역에서 책 만들기」라는 토론문을 발표하였다.

    부산지역에서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구체적 기획을 구상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쳤다. 먼저 출판사 대표인 내가 부산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신문도 서울에서 발행하는 중앙지만 보았고,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부산소식은 거의 무지하였다. 부산의 유구한 역사와 부산을 빛낸 인물에 대한 이해도 깊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반성이 필요하였고 초읍에 있는 부산시립시민도서관을 방문하여 부산 관련 책들을 읽으며 기획정보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부산지역의 신문들을 자세히 읽고 모니터링하면서 지역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을 만나서 조언을 구하였다. 지역서점에서 주최하는 독서토론회에도 참석하여 지역의 독자들의 관심사항도 관찰하였다. 그러면서 처음 낸 책이 <반송사람들>이었다. <반송사람들>은 반송 지역에서 여러 가지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책을 내고 난 이후 지금은 그 사람들이 ‘느티나무도서관’을 만들어 더 유명해졌다.

    지역의 필자들과 교감을 통해 국내서와 국외서를 기획하고 4년 동안 56권의 단행본을 발행하였다.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알려 많은 원고가 출판사에 들어오는 지금도 여전히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저자(번역자를 포함하여) 중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과 도시에 대해 애정이 없으면서 서울만 바라보며 지역의 다른 필자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식인의 이런 허위의식이 일제식민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문제라고 바라본다.

    물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흐름도 생기고 있다. 최근에 전국 어디보다 민간의 마을가꾸기 운동과 마을도서관 운동이 활발한 곳이 부산이다. 부산시의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공공도서관을 잘 가꾸려는 열의가 높은 곳이 부산이다. 지역의 출판사와 함께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저자도 있다.

    출판사가 서울에 95% 존재하고 수도권 독자들이 책의 70∼80%를 구매하는 대한민국에서 지역출판사가 생존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지역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지역의 잠재적 필자군(C급 필자)을 가능성 있는 필자군(B급 필자)으로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검증된 필자군(A급 필자)으로 만들고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의 출판사가 6개월에 5천 부 판매가 보증된 필자와 아이템만을 쫓아갈 때 우리는 생활하는 공간에서 필자를 찾아내고 지역의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역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기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부산지역의 많은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하지만,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과 교류가 많은 나라와 도시에 대한 문화적 정보를 가공하여 단행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적극적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해외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대학을 다닌 80년대는 정치적으로 암울했지만, 많은 독서를 하며 취업도 잘되는 시대이었다. 반면에 지금 20대는 IMF를 경험하고 졸업과 동시에 비정규직이 예상되는 불행한 88만원 세대이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서경식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자신이 갇혀 있는 세계에는 ‘외부’(바깥)가 있다는 발견이고, 타자의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려는 대화”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도 지역출판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정책으로 구체화시키면 좋지 않을까? 지역아이템에 대한 사전 공모나 사후 지원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중앙에서 지역을 말해주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가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지역 출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원 북 원 부산 사업을 부산시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에서 하고 있는데, 2004년에는 김중미, 2005년에는 김형경, 2006년에는 공지영, 2007년에는 김현근, 2008년에는 박경철의 책이 선정되었다. 시 차원의 이런 사업에서도 가능하면 부산을 소재로 한 책이든가, 부산 저자가 쓴 책이든가, 지역 출판사가 발행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원 북 원 부산 운동을 언급하면서 끝낸 토론문에 대해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관장님이 원 북의 선정 기준 10가지를 언급하면서 토론을 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음해 2009년 원 북 원 부산 후보도서 10권 중에 부산지역 소설가의 소설집 <부산을 쓴다>가 선정되어 20일간 투표를 하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출판사 책 투표를 호소하였지만, 결과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선정되는 걸로 끝났다.


    2010년에는 시민도서관에서 출판사로 원 북 원 부산 도서추천을 요청하는 메일이 왔다. 조갑상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을 추천하였으나 2008년에 출판된 김곰치의 장편소설 <빛>이 10권의 후보도서에 선정되었다. 이번에도 지인들에게 투표를 호소하였지만, <산동네 공부방, 그 사소하고 조용한 기적>이 선정되었다. <산동네 공부방>은 부산 감천동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책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에 잘 선정되었다고 생각했다.

    2011년에도 시민도서관에서 후보도서 추천을 요청하여 박태성 칼럼집 <유쾌한 소통>과 정영선 장편소설 <물의 시간>추천하였으나 후보도서 5권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하지만 후보도서 5권 가운데는 부산의 중견시인 최영철의 <찔러본다>, 부산 지역 소설가 김현의 <봄날의 화원>, 교사 이상석의 자전소설 <못난 것도 힘이 된다> 등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이 3권이나 후보에 올라서 반가웠다. 결과적으로는 2005년에 출간된 <책만 보는 바보>가 선정되었는데, 이 책은 출판된 후에 스테디셀러로 남녀노소 다양한 대중이 보기에 좋은 책이다. (계속)

  • 16:48:0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 2011/10/2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 2011/09/23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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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책을 살때는 2~3일내에 다 먹어치워야지 하는 심정으로 구매하지만,
    막상 손안에 책이 들어오면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몇 장 넘기다가 책꽂이에 꽂아두고 먼지만 폴폴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이 완독을 했다 하더라도 책꽂이 한켠에서 몇년씩 묵히기 일쑵니다.
    묵은지도 아닌데 말이지요. 어쨌건 한번 읽은 책을
    두번 세번 다시 읽기는 참 힘이 듭니다.

    책으로 흘러 넘치는 책꽂이가 부담스럽거나
    요즘 책값이 너무 비싸서 못사보겠네 하시는 분들,
    북리펀드에 참여해보심 어떨까요.
    책이 필요한 곳에 내가 읽은 책을 선물도 하고, 책값도 돌려받는
    참 착한 프로그램입니다.


    북리펀드는 매월 네티즌의 투표로 선정된 40권의 책 중에서
    구입한 책을 읽고 지정된 곳에 반납하면
    네이버가 책값의 절반을 돌려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지정된 곳이 어디냐구요?
    교보문고, 영풍문고, 리브로 전국 46개점

    지정 서점이 너무 멀리 있다구요?
    그럼 집 근처 훼밀리마트에 반납하셔도 됩니다.

    반납장소 자세히 보기

    반납된 책은 어디로 가냐구요? 
    전국의 우리학교 마을도서관으로 배달됩니다.



    읽고 싶은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한 변산반도 부안의 줄포마을 어린이들
    [출처] 책의 행복한 순환 북리펀드 |작성자 일기남녀 다이어리 


    12월 북리펀드 도서로 뽑힌 남일중학교 손혜주 선생님의 창작동화집 '엄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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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한 달에 한 번 마을도서관 운영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가 저녁 8신데 마침 남편이 일찍 퇴근했다. 4살짜리 막내 녀석을 회의에 데리고 가면 회의 내내 무릎에 앉아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통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 회의를 하는 건지 놀다가 오는 건지...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누나랑 형한테 맡겨 놓고 갈 수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잘 됐다.

    따라오긴 했는데 슬슬 지겨워진다.

    아이들 저녁을 다 먹이고 나서 “얘들아. 엄마 갔다 올게.” 하고 집을 나서는데, 막내가 쫓아 나온다.

    “엄마~ 잉잉잉~ 나도 갈래~”

    “엄마 금방 올 건데 집에 있지.”

    “싫어 싫어, 잉잉잉~ 나도 갈 거야.”

    이쯤 되면 어쩔 수가 없다. 데리고 가는 수밖에.

     

    <금샘마을도서관>은 남산동에 있다.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구에서 운영하는 <금정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큰 길을 건너서 산으로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 아이들이 쉽게 이용하기는 힘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놀면서 쉽게 들르기도 하고, 엄마들이 모여서 수다도 떨 수 있는 편한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주민들이 뜻을 모아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만들어서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부산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도시 창원은 마을도서관이 많았다. 창원을 들어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을도서관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마을도서관과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 일이 있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까지 못 올 것 같으면 “도서관에 가 있어. 엄마가 도서관으로 데리러 갈께” 하고 미리 말해둔다. 그렇게 아이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었다. 주변 엄마들 중에는 이사할 집을 고르는데 이 아파트 단지 내에 마을도서관이 있어 이쪽으로 결정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시시때때로 들러 책을 빌려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도서관에서 발행하는 마을신문 편집 일을 맡게 되었다. 지금 출판사 일을 하는데 그 때의 경험이 커다란 도움이 된다.

    마을도서관이 동네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때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부산으로 이사를 오고 나니 그런 사실이 더 피부로 느껴졌다. 그런데 옆 동네인 남산동에 마을도서관이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전의 짧은 경험도 경험인지라 선뜻 운영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편집쟁이’는 어쩔 수 없는지라 도서관 소식지 편집 일을 맡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대학 다닐 때 과에서 학회지 편집 일을 한 적도 있었네. 어쩔 수 없이 편집자는 나의 천직인 것인가? 쩝-)

    금샘마을도서관 주최 단오잔치. 아빠 참외깎기 대회에서 젤루 못하는 사람이 울 사장님. 평소에 연습 좀 하세요~

    

    <금샘마을도서관> 문을 처음 열었을 때는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 아이들 가르치는 학원인가? 도서대여점인가? 등등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고, 하루 종일 이용자가 서너 명에 그치는 일도 잦았지만 몇 번의 마을 잔치와 행사를 통해 이제는 지역 주민들에게 많아 알려져서 친근하게 생각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개관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올해는 <아름다운재단> 지원도서관으로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뽑혀 예산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