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락한 문학의 자리에서

여전히 타협하지 않는 중견 비평가들에게 주목한다

근대 문학의 종언이 선언된 시대에, 비평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1991년 발간되어 25년간 결호 없이 독자들과 만나온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이 국내 중견 비평가들에 주목하는 책을 펴냈다. 위기를 맞았다면 비평의 미래가 될 신인 평론가들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왜 하필 ‘중견’ 비평가인가? 이러한 의문에 필자들은 명료하게 답한다.

“패기 넘치는 젊은 비평가들의 열의도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여전히 도저한 비평가의 자의식으로 활력 넘치는 중견 비평가들의 존재론은, 그 자체로 어떤 강력한 반시대적 전언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귀 기울이고자 한 것이 바로 그 전언이었다.” 

_머리말 중에서

여성문학에 천착해온 비평가들에서부터 진보적·자유주의적 성향의 평론가들까지, 『비평의 비평』은 여전히 문학의 장에서 활약 중인 진중하면서도 타협 없는 ‘불한당’들의 궤적을 포착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한국 비평의 지형도를 그리며, 새로운 상상력을 싹틔워낼 우리 비평의 탄탄한 기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에서 젠더로 이행한 페미니스트 평론가 김미현

변화할 수 있는 세계 보여주며 대중과 소통하는 김용희

도입부에서는 여성문학과 신세대문학을 깊이 연구해온 두 비평가, 김미현과 김용희 평론가를 다룬다. 김경연의 「변온과 항온, 혹은 유동하는 ‘사이’의 비평」은 여성문학에 ‘올인’해온 김미현 평론가의 궤적에 주목한다. 2008년작『젠더 프리즘』에서 김미현은 페미니즘 ‘다시-보기’를 시도하면서 스스로의 비평행위를 심문한다. 여성에서 젠더로, 페미니즘에서 페미니즘 ‘이후’의 페미니즘으로 이행하며 김미현은 “현실을 민감하게 감각하면서 그 변화에 스스럼없이 몸을 내맡기”고 있다.

김필남은 김용희 평론가의 글을 「환(幻)의 글쓰기」라 정의한다. 현실·이성과 대립하는 ‘환’의 글쓰기는 독자를 “환상적인 세계, 꿈의 세계, 유혹에 빠지게” 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김용희는 문학 평론은 물론 영화 평론, 소설 집필까지 나아갔다. 낡은 틀을 넘어서려는 소통의 노력을 통해 발견한 ‘환의 글쓰기’로 그녀는 완성된 형태가 아닌,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세계를 보여준다.


체제의 바깥을 꿈꾸며 문학의 전위에서 활동해온 

조정환, 김명인, 권성우

전성욱의 「유죄로서의 욕구, 이론과 신념」은 평론은 물론 노동해방문학 운동, 출판, 정치철학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온 조정환에게 주목한다. “지금도 나를 가장 강하게 사로잡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을 알고자 하는 욕구”라는 조정환의 글을 인용하며 전성욱은 조정환에게 욕구란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활력”이라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조정환의 비평이란 어떤 ‘론’이 아니라 이론과 신념 사이, 그 “생성의 틈”에서 분출해 나오는 것이다.

「혁명의 좌절, 비평의 악몽」에서 박대현은 80~90년대를 거쳐 오면서 줄곧 비평적 주체의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김명인을 살피고 있다. 그 작업이 “한국 민중문학의 한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한 것은, 비평이 민중으로부터 멀어졌거나 처음부터 변혁의 주체와 떨어져 ‘악몽’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명인의 평론을 통해 박대현은 오히려 비평이 “악몽의 순간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장 절망적이고 비참한 순간에야말로 비평은 (…) 단단한 정신적 좌표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미혹과 비판, 성찰과 망명」에서는 전성욱이 권성우 평론가에 대해 썼다. 전성욱이 말하길 “비평의 아름다움은 문장의 유려함이나 해석의 치밀함보다는 ‘비평가의 자의식’이라는 내면의 섬세한 무늬”로 드러난다. 권성우의 경우 그 자의식은 건조하고 상투적인 논문 투의 비평문체로부터 ‘나’를 전면에 드러내는 개성적 비평으로, 주류화된 문학의 장르 구분을 넘어 변두리 양식의 가치를 발굴하는 ‘외부’의 비평으로, 문단제도의 불합리한 권력 행사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탈주의 비평을 통해 ‘망명의 비평가’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적 좀비’상태를 ‘비판적 사유’로 돌파하는 도정일

당대 문학의 맥을 짚는 모더니스트 황종연, 이광호

서정이라는 ‘정공법’ 통해 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유성호

박형준의 글 「르네상스 정신의 비평적 발현」은 이미 고전이 된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의 저자 도정일을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으로 명명한다. 문화적 좀비가 된 시민사회의 사유 정지 상태를 인문적 가치, 특히 ‘비판적 사유’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도정일은 “탈이성에 마취되어 있던 90년대를 ‘차가운 정신’으로 묵묵히” 관통한 예외적인 비평가이다. 박형준은 인간 개개인의 가치와 무한한 잠재성을 신뢰하는 그의 비평에서 계급 모순에 대한 사유가 부재하다고 지적하지만, 이를 근거로 그의 인문주의를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근대 문학 이후를 탐색하는 모더니스트」와 「‘무중력 공간’에 갇혀버린 ‘미적 근대성’」에서 손남훈은 모더니즘 문학에 집중해온 두 평론가 황종연과 이광호를 다룬다. 이 두 평론가에 대한 손남훈의 공통된 비판은 모더니즘-리얼리즘 이분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인데, 황종연은 리얼리즘에 대한 비판을 통해 모더니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이광호는 이 이분법을 부정하면서도 한국 문학사를 도식화하여 이 대립을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근대 문학 이후…」에서 손남훈은 황종연의 “정치한 문학적 방법론과 거시적인 인식이 근대 이후를 지향하는 또 다른 문학의 지형도를 창출”할 가능성을 발견한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이광호 평론의 장점은 “성실한 텍스트 해석과 더불어 이를 당대의 맥락과 관련시켜 의미화하는” 데 있다고 짚으며, 이 두 평론가들이 꾸준히 만들어갈 비평의 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허정의 유성호론 「서정과 현실의 역동적인 교섭」은 시가 근대문학 종언론의 축에 끼지도 못하고 이미 퇴물로 취급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미래파와 전통 서정 간의 대립구도도 시들해진 지금, 유성호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서정 개념의 갱신을 통해 이 시대 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서정이라는 ‘정공법’의 의미를 확대하여 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유성호를 허정은 “철저한 현실 대면의식과 대안 세계에 대한 고갈되지 않는 희망을 중시해온 비평가”로 정의한다.


적극적 독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행위, 

‘비평’의 확장을 꿈꾸며

머리말에서 지은이들은 비평을 “적극적 독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행위”라 정의한다. 그 ‘적극적 독해’가 문학 작품이 아니라, 비평의 길을 앞서 걸어온 선배 평론가들의 궤적을 읽어낼 때, 그 행위는 “신화도 전설도 아닌, 한 사람의 중견 비평가”를 비추어낸다. 물론 ‘비평에 대한 비평’은 자칫 문학장 내부로만 국한된 ‘찻잔 안의 태풍’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비평의 비평』은 새삼 ‘읽고 쓴다’는 행위에 요구되는 용기와 섬세함, 그리고 타자와의 열린 대화가 이루어질 때의 짜릿함을 전하는, 우리 ‘읽고 쓰는 사람’ 모두에게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비평의 비평』을 엮은 『오늘의문예비평』은 내년 봄 100호를 발간한다. 지난 25년간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로서 꿋꿋이 문학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만큼, 이 잡지 또한 ‘중견’이라 불릴 만한 깊이를 갖추게 되었다. 한국 문학 비평의 지형도인 『비평의 비평』을 통해, 『오늘의문예비평』또한 동료들을 여전히 긴장하게 만드는 ‘중견’의 모습으로 근대문학을 넘어서는 문학, 그리고 더 넓은 비평의 장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나누고 있다.


엮은이: 오늘의문예비평


더보기


지은이:

더보기



비평의 비평: 우리 시대의 중견 비평가론

오늘의문예비평 엮음 | 김경연 외 지음 

| 국판 292쪽 | 15,000원

2015년 10월 15일 | 978-89-98079-10-9 03810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이 국내 중견 비평가들에 주목하는 책을 펴냈다. 여전히 문학의 장에서 활약 중인 타협 없는 ‘불한당’들의 궤적을 포착하여 우리나라 비평의 지형도를 그린다. 



차례

더보기


비평의 비평 - 10점
김경연 외 지음, 오늘의문예비평 엮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문예비평사 4곳 토론회…"문학이 사라진다" 우려의 목소리

소영현 '21세기 문학' 편집위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린 '한국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소 편집위원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가을호에서 신경숙 논란을 사과했지만 창비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신경숙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출판사 창비가 여전히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천문학·오늘의 문예비평·황해문화·리얼리스트 공동 주최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린 '한국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 토론회에서는 신경숙 사태와 한국문학의 방향을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소영현 '21세기 문학' 편집위원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가을호에서 신경숙 논란을 사과했지만 창비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창비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을 발간한 출판사다.

창비는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 백영서 편집주간의 사과의 글과 함께 표절 사태 직후 진행된 두 번의 토론회 토론문(정은경·김대성) 및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게시물(윤지관)을 실었다.

소 편집위원은 그러나 "세 편의 글은 개별 글의 내용과 무관하게 창비의 무성의한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며 "창비의 입장이 이 글들을 통해 밝혀질 수 없으며 대변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학장 쇄신에 대한 요청에 어떤 방식으로 응답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여전히 표절 프레임 내부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반응에 멈춰 있다는 점에서도 창비의 이번 대응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에서 문학이 가지는 위상과 의미가 변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임태훈 '말과 활' 편집위원은 "취할 것을 택하기도 전에 우리 자신이 버림받고 있다"며 "대학에선 한국문학 재생산의 한 축인 국문과와 문예창작과가 사라지고 있고 다른 한 축인 출판시장은 4∼5년 뒤 더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편집위원은 "신경숙 사태는 이 와중에 터진 것이고, 우리는 사양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근대문학의 태동과 함께 정의되고 재생산된 '작가' 개념은 오래지 않아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 편집위원은 "이번 사태는 우리가 그간 문학이라 불렸던 것의 한 시대가 끝나고 있음의 시그널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권력의 최후 저항선'이자 '자유의 수호자', '시대정신의 상징적 사표'로서의 작가가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경숙의 표절 문제는 문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세간의 기억에서 많이 잊힌 상태다.

토론자들은 그러나 신경숙 사태가 작가 개인적 잘못으로 축소돼 사회적·문학적 관심에서 멀어져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박형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은 "신경숙 표절이라는 문제를 단순히 작가 개인의 사적 도덕률의 위반이나 특정 작가의 일탈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본질은 자기 성찰을 누락한 작가, 출판사, 비평가가 어떻게 균형감각을 잃고 자기 내부로 침전되고 매몰될 수 있는지 보여준 문화적 증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발간된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과사회' 가을호는 강동호 동인을 비롯해 외부에서 황호덕, 김영찬, 소영현 평론가가 참여한 '표절 사태 이후의 한국문학' 대담을 게재했다.

대담에서는 표절 논란과 관련 특히 창비가 게재한 윤지관 평론가 글에 대한 비평적 언급이 잇따랐다. 윤지관은 해당 글에서 '전설'이 우국의 일부 구절을 차용했다고 해도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으므로 전체적으로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대해 김영찬은 윤지관의 글이 나름 합리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설'은 문학적 성취에 있어서 실패한 작품에 가깝다며 '성공한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소영현과 강동호 또한 '성공한 표절=표절 아니다'는 등식은 이상한 논리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면서 "신경숙 작가에 대한 변호를 누군가 했어야 하는데 동의하지만, 이보다 지금 필요한 건 표절을 넘어선 프레임 전환적 사고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논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황호덕은 윤지관의 글이 대중을 경시하는 '엘리티즘'으로 비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중배 고은지| 연합뉴스| 2015-08-26

원문 읽기

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ㆍ‘신경숙 표절 논란 두 달’ 토론회…창비·문학동네 침묵에 쓴소리

“1894년 갑오경장 이후 폐지된 과거제를 기다리면서 옛 문장 읽고 쓰기에 붙들려 살았던 100년 전 유생들은 여러모로 지금의 문학장을 닮았다. (…)다른 몸체로 옮겨가되 문학의 위대한 속성은 보존해야 한다. (…)그러니 겨우 신경숙쯤으로 징징거리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향해 야망을 품자.”(임태훈 평론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촉발된 지 두달여 만인 26일 ‘리얼리스트’ ‘실천문학’ ‘오늘의 문예비평’ ‘황해문화’ 4개 문예잡지가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논의는 두달간 침묵한 창비와 문학동네를 비롯한 문학장의 현재를 되짚고, 새로운 몸, 새로운 개념의 문학이 필요하다는 요구로 모아졌다.

소영현 ‘21세기 문학’ 편집위원은 사태 이후 가을호 계간지들의 반응을 검토한 결과 “문학장의 일원들이 지난 두 달여간의 사태 추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문학장의 미래를 위해선 ‘성역으로 지켜지는 획일적 문학관’이 변해야 한다며 장르문학에 대한 홀대, 흐릿한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끝내 고수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좋은 문학을 선별하고 판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좋은 문학인지 그 판정 기준은 어떻게 구축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말과 활’ 편집위원은 “현행 문학제도를 이어갈 토대 붕괴는 시간문제”라며 ‘새로운 문학의 몸’을 상상해야 한다고 봤다. 그 대안으로는 크라우드 펀딩, 뉴스 펀딩 등을 통한 새 출판 생태계 구축, 나름의 미학적 성취를 이룩하고 있는 게임과 웹툰의 몸을 빌린 ‘다른 문학’ 등을 들었다. 

임씨는 두달 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메이저 문예지 편집위원’에 대해서는 “이런 대응으로 세상을 휘몰아치는 말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 리 없다. 느리든 빠르든 속도는 메시지다. 문학장 바깥의 속도를 영민하게 감지하고 필요한 메시지를 가속 또는 감속시킬 수 있는 능력의 결핍은 비평계 전반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평가 개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둔감한 제도와 자족적 문화의 한계”라며 “창비 가을호가 딱 이 사례”라고 말했다.

박형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은 “창비, 문학동네에 요구되는 것은 ‘문학권력’이어서 미안하다는 반성이 아니다. 자신들의 물적·인적 기반과 파급력을 통해 수행·지향했던, 한국문학의 보편화·보편성에 대한 기획과 전략이 실패했을지 모른다는 것을 자성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경숙 사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직접 현실과 조우하지 못하는 많은 작가와 비평가가 어떻게 ‘한국문학을 망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이강진 평론가는 “창비와 문학동네는 전혀 양립할 수 없는 각각의 논리로 신경숙 상찬에서 합의했다. 왜 그렇게 접근하는지, 서로 비판했다면 기묘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편적 사고라는 환상과 강박을 깨고 ‘끼리끼리’ 문화가 강화돼서 자기들 입장을 확고하게 내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창비가 내놓은 ‘내용 없는’ 가을호에 대해 토론 참가자들은 회의적이었다. 임씨는 “창비 얘기를 듣고 기운이 빠졌지만, 앞으로 하는 게 뭔지 상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씨도 “창비 가을호 목차를 보면서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회의도 들었다. 정제된 입장을 기다리던 독자로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여란| 경향신문 | 2015-08-26

원문 읽기

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저 남자의 얘기는 대부분 거짓이지만 그중에는 진실도 섞여 있죠.

  그래서 긴장해서 들어야 해요.”





정광모 소설집 

작화증 사내













독특한 신예작가가 한국 문단계에 등장했다. 일상의 내부를 비집고 들어온 치밀한 상상력으로 점철된 소설가 정광모의 세계는 담담하면서도 드라이한 개성을 지녔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알싸한 맥주거품이 솟아오르듯 현대인이 품고 있는 절망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현실을 끄집어 올리는 작가 정광모의 첫 소설집 『작화증 사내』는 그래서 더욱 독특하다. 왜곡되고 비틀린 현실 속, 정신병원에 감금된 한 사내의 거짓 이야기로부터 작가는 이야기의 본질과 소설적 진실의 자리를 되묻고 있다.





담담하면서도 치열하게 현실을 비틀다

‘첫 문장을 쓰고, 이어서 차근차근 인물의 스토리와 운명을 결정하노라면 (…) 나는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하면서 느낀 기쁨에 조금이라도 접근했다는 쾌감에 젖는다.’_정광모, 「작가의 말」


2010년 월간지 「한국소설」로 등단한 작가 정광모는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을 뒤로하고 전업작가로 나섰다. 치열하게 현대 문명을 탐구함과 동시에 문학의 존재 이유를 성찰한 결과물이 바로 이번 소설집 『작화증 사내』에 담겨 있다. 현대인의 일상을 일곱 가지 단편으로 무덤덤하게 짚고 넘어간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기계화된 문명 속에서 체제 순응적 삶을 강요당하는 인간 군상을 포착해냈다. 그것은 별일 없는 무료한 일상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가 정광모의 부단한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사실과 허구 속에 놓인 작화 행위를 묻다


정광모의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우직하게 끌고 가는 힘이며, 이를 통해 우리 생의 의지를 북돋고 바른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그 정직함에 있다. _박형준(문학평론가)

주인공들은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하면서, 또는 탈출하려 몸부림치면서 궁극적인 삶의 신비를 체험한다. _윤후명(소설가)

정광모 소설은 모든 것이 갖춰진 현대 문명 속에서, 구원이 없는 인간의 실존을 그린다. 개성이 예술의 중요 덕목이라면 정광모 작가는 드라이한 현대적 개성을 지녔다. _이복구(소설가)


7편의 단편 가운데 표제작은 「작화증 사내」이다. 작화증(confabulation)이란, “공상을 실제 일처럼 말하면서 허위라고 깨닫지 못하는 병”을 의미하는 정신병리학적 증세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화증 환자의 작화 행위를 ‘박’이라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지긋이 바라보면서 ‘이야기’의 본질을 묻고 있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각광받고 상상력이 주목받는 시대이나, 소설 속에 그려지듯 ‘작화증 사내’의 행위들은 모두 미치광이 ‘작화증 환자’의 행동으로 치부될 뿐이다. 임상심리사의 발화를 통해 사내의 말들은 단순한 허위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사회 시스템을 뒤흔드는 사회적 ‘질병’으로까지 위험시된다. 이처럼 작가 정광모는 감정적인 수사를 배제하고 담담한 필치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은폐된 사실을 그려냈다. 이로써 작가는 문학적 사유와 함께 진실과 허위로 얼룩진 ‘이야기’의 구조 자체에 대한 탐구를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비순응적 삶의 양식을 조명하다

정광모 소설가가 드러내는 현실인식은 여타 작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차마 마주하지 못하는 역사적 외상을 ‘용두산공원’이라는 역사적 장소를 통해 드러내는 한편(「기억 금지구역」), 진실을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을 손쉽게 강요당하는 우리 사회의 순응주의를 꼬집기도(「답안지가 없다」) 한다. 직장의 회식 자리마저도 업무능률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구조화되는 현실(「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이나,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늘 새로운 과업을 창출해 낼 것을 주문받는 현대인의 쓸쓸한 단면(「시시포스 묻히다」)을 묘파해 내기도 한다. 

이처럼, 소설집 『작화증 사내』는 기존의 개인적 서사와 감정을 위시한 주류문단의 서사 방식과는 달리, 정광모 작가만의 독특하고도 치열한 작가의식으로 현대인의 실존과 함께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낸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추리적 전개, 새로운 스타일의 발견

한편, 소설 「밤, 마주치다」는 ‘박관수 시장’이 도모하고자 하는 수많은 일이 좌절되고 그로 인해 어긋나는 일상 속에 느끼는 ‘박관수 시장’의 무력감과 피로감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 정치의 비정함과 살인의 유사성’을 그려 내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정치적 협잡과 뒷거래가 오가는 가운데 느끼는 주인공의 염세적 삶의 태도는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시체의 검은 봉투에서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텔레비전 뉴스에 연일 보도되는 아주 일상적인 사건을 두고 ‘검은 봉투’라는 소설적 매개를 통해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실에 끈끈이 밀착되어 있으면서도 구성지게 어울리는 정광모 작가만의 상상의 조미료를 첨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덤덤하기에 오히려 매력적인 정광모의 세계는 그러나 절망만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증의 시작과 끝」에서 이 시대의 우울과 직접 대면하라고 작가는 종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보다 주목되는 작가 정광모. 그는 풀리지 않는 인생의 미로를 일곱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의 입을 빌려 포착해 내는 뛰어난 묘사력과 상상력을 동시에 지녔다.

 

『작화증 사내

산지니소설선 17
정광모 지음
문학 | 국판 변형(140*205mm) | 244쪽 | 12,000원
2013년 3월 28일 출간 | ISBN : 978-89-6545-213-3 03810

군더더기 없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현실을 끄집어 올리는 작가 정광모의 첫 소설집. 현대인의 일상을 일곱 가지 단편으로 무덤덤하게 짚고 넘어간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기계화된 문명 속에서 체제 순응적 삶을 강요당하는 인간 군상을 포착해냈다. 왜곡되고 비틀린 현실 속, 정신병원에 감금된 한 사내의 거짓 이야기로부터 작가는 이야기의 본질과 소설적 진실의 자리를 되묻고 있다.

 



글쓴이 : 정광모

부산 출생. 2010년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대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저서로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 있다.


차례

기억 금지구역

시시포스 묻히다

밤, 마주치다

답안지가 없다

작화증 사내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

통증의 시작과 끝


해설 : 비순응적 삶의 형식-박형준

작가의 말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2011년 <해석과 판단>은 '폭력', '실재', 공동체' 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 있다.




1부 _ 폭력



고은미「폭력의 스펙터클과 윤리적 되갚음」
<아저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악마를 보았다>를 중심으로 잔혹한 폭력 이미지와 복수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 영화 속 폭력 이미지는 대중의 피해 의식과 불안, 배설 욕망을 포착하였지만, 자본주의적 교환 의지를 바탕으로 전시 욕망의 스펙터클을 위해 활용될 뿐이다. 앙갚음을 원하는 복수극 안에서 분개심의 정의를 넘어 윤리적 되갚음을 고민하는 영화적 시선이 필요함을, 글쓴이는 역설하고 있다.



김필남 「폐쇄된 세계, 역류하는 신체 - 김기덕론」
김기덕 영화는 관객들에게 ‘구역질’을 유발하는데 이 의미는 몸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을 게워내려는 가역반응이다. 봉합하고 감추기 급급한 이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구역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사회 규칙과 규범 등을 부정하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소통에 실패했으며, 이 지점이 바로 개인들에게 윤리적 존재가 되게끔 강요하는 사회를 똑바로 직시하게 만든다. 

 


박정민 「고통의 심연」 
이창동의 영화 <밀양>(2007)과 <시>(2010)가 고통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창동은 자극적인 사건의 재현을 생략한 채, 인물들의 고통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대화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서로 다른 두 입장은 시선의 반복되는 상호교차 속에서 손쉬운 이해와 연민으로 남기를 거부한다. 고통을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는 이창동의 안간힘 앞에서, 우리는 고통과 함께, 타자의 고통의 심연을 그 윤곽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시>의 마지막 수업시간, 미자의 시를 읽기 전에 시인은 시 써온 사람 또 없느냐고 묻는다. 수강생들이 "어려워요"라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을 때, 그 모습은 고통의 재현물 앞에서 가벼운 연민 뒤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2부 _ 실재



오선영 「환상은 없다-황정은론」
황정은 소설에서 나타나는 ‘환상’의 배치와 맥락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황정은 소설 속 인물들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기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담담한 태도에 놀라는 것은 독자, '우리들'이다. 여기에서 황정은 소설의 새로움과 특별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황정은의 환상은 베일에 가려진 진실의 이면을 들추어내면서 예외적 존재들의 자기 목소리를 들려준다. 거기서 삶의 진실에 대한 앎이 아닌 행동의 문제를 제기할 때 주체의 윤리적 태도는 나타날 수 있다. 



조춘희 「노동하는 사람들-박현덕 시조(時調)를 읽는 한 방식」
 


 
과연 노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라는 역설적인 물음 앞에 오늘에 복무하고 있는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답변이 있을까. 현대시조가 설 자리를 탐색하는 하나의 방식은 노동의 오늘을 진단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박현덕의 시조에서 찾을 수 있다.
 

 

손남훈 「르포르타주와 글쓰기의 윤리-김곰치의 르포·산문론」 
김곰치의 르포르타주에서 글쓰기의 가능태를 보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작금에 일어나는 르포르타주 글쓰기는 당대 현실의 부조리에 반하는 실재를 향한 충동의 결과인데, 김곰치의 르포르타주는 ‘직각’과 ‘의심’의 글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글쓰기=행동에 근접하고자 하는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의 어느 길거리, 그들이 왜 한낮에 부산역까지 가는 초행의 길에 있게 되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막내야, 니가 물어봐라, 했던 듯이 셋을 '대표하여' 가장 젊은 축의 사내가 나선 것이고, 길을 묻는 일에 '대표'가 필요했구나, 하고 나는 직각(直覺)했다.

-김곰치 「한 사람」『지하철을 탄 개미』


그의 르포르타주는 논리적 근거를 찾아 자료들을 많이 읽고 준비해가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되레 현장의 생생한 사태들과 맞부딪칠 때 생겨나는 "고유성" "유일무이함"을 그는 신뢰한다.




3부_공동체 


장수희 「죄의식의 정치, 윤리의 기술(Art)」
지금까지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되어온 소설가 이기호를 읽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기호가 화두로 삼아온 ‘죄의식’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근대 체제를 만들어온 이 죄의식을 벗어나기 위한 이기호의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것은 이기호의 근작(近作) 「밀수록 더욱 가까워지는」과 『사과는 잘해요』에 잘 드러나고 있으며,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서 죄의식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소설과 소설가의 작업 내용은 소설가 이기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나중에 혹시 나한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말이야."
"그러면?"
"그냥 너한테 해."

-이기호  『사과는 잘해요』

이 말은, 죄의식을 지배하는 자에 대한 기계적 사과의 공허함을 체득한 자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용서의 말이다. 반성적 사유를 통해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는 것-그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이기호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죄의식과 고백의 무한 순환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희원
「‘아무도 아닌 자들’의 윤리 ― 배수아의 『북쪽거실』을 읽는 어떤 시선」

 배수아의 장편소설 『북쪽거실』을 통해 공동체의 윤리적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동일성의 논리로는 계산해낼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진실과, 그것에 충실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념과 소통의 방식, 그 속에서 흔적으로 남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좇아가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북쪽거실』의 인물들은 충돌로 서로 도래하고 일체화된 합일로서의 소통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계를 단절하는 것에도 특별한 고통이 따르지는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이러한 인물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는 매우 건조해 보이며 때때로 공동체에 대한 상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이 건조함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그들의 입장이 비동일적인 낯섦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지 열정이 없거나 무관심한 때문은 아니다. 


 



김수현 「경계, 불안, 눈(seeing)」
영화 <황해>(나홍진, 2010)와 <무산일기>(박정범, 2011)를 통해 조선족과 탈북자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입장과 태도를 분석한다. 이는 영화 속의 이방인의 존재가 국민국가-자본주의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윤리란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인 주체의 입장과 태도에 관련된 질문을 의미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황해>의 카메라가 빠르게 질주하는 방식을 통해 조선족의 삶을 밀어내고 외면한다면, <무산일기>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머뭇거리고 서성이는 방식을 통해 탈북자의 삶에 밀참함으로써 현실의 구조를 반추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




박형준 「불화의 공동체-지역학문공동체와 지역학의 윤리」
우리가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중앙 그 자체가 아니라, 중앙이라는 대타적 관념을 작동―점멸시키는 정치회로다. 비평적 논쟁의 실종과 침묵의 공모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의 취약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에 발린 지역적 연대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 더 넓은 의미에서의 ‘로컬’을 ‘불화의 장소(local trouble)’로 사유하는 것이다.  

학문적 논쟁이 실종되고 풍문과 추문이 횡행하는 지역학문공동체, 이 불화로 가득한 장소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이 '지역'이라는 곤혹스러움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임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 해석과 판단5

| 문학 | 평론

해석과 판단 지음
출간일 : 2011년 12월 30일
ISBN : 9788965451686
신국판 | 270쪽 

2011년 한 해 동안 '폭력', '실재', '공동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사유한 결과물.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자 찍은 방점으로 각각의 글들은 지금-이곳의 현실성에 대한 비평적 개입이자 가장 치열한 방식으로 현재를 사유한 글들이다. 




저자 :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2006년에 결성된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 그룹이다. 경성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에 임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이 대학이라는 학연적 위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문학 비평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비평의 현재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금-여기의 문제들을 온전히 돌출해내고, 그것에 치밀하게 개입함으로써, 단지 ‘부산’ 지역의 비평이 아닌, 보편적으로 정초 가능한 비평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 - 10점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오늘의문예비평> 겨울호가 발간되었습니다.
83번째 책인 이번 겨울호 <특집1>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삶’을 다루었습니다. 새로운 정치적 삶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는 전혀 반대로 치달아온 사회의 시스템이란, 결국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재앙을 통해 성찰하는 기획입니다.

<특집 II> ‘자기로부터의 망명’은, 익숙하기에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안정적인 체제에 안주하지 않고, 기꺼이 기득권과 같은 자기의 안정을 스스로 포기하는 그 혁명적 결단에 관한 사유들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의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폭발과 이로 인한 방사능 유출은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에 대한 인간의 통제 불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인간의 삶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장려된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처럼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가공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는 현대의 삶은 거대한 에너지의 소모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구조와 산업적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저 통제 불가능하고 그리하여 치명적으로 위험한 원자력에 대한 반대는, 소비적 욕망을 탕진하는 자본주의의 탐욕과 지금 우리들의 삶에 만연한 비윤리성에 대한 발본적인 반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고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일본의 예술계 인사들은 원전 반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였다. 이것은 기술의 비윤리성에 대한 예술계의 비판이라는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핵연료의 문제와 더불어 환경과 생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환경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이윤축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벌써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몇몇 선진국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폐쇄결정을 내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만큼 재앙에 가까운 이번의 원전사고는 인류사의 패러다임에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문학은 무엇인가? 기존의 생태문학론이 가진 의미와 한계를 딛고 인류의 생존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윤리적인 반성을 앞으로의 문학은 어떻게 예감하고 또 촉발할 수 있을 것인가?

- <오늘의문예비평> 겨울호 특집1 서문



차례

겨울호를 내면서

특집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삶
생명위기와 원자력문명의 종말  신승철
대전환의 예감, 보이지 않는 윤곽—3.11 이후의 일본 사회  안천
대병겁 시대의 시학을 위하여  이성희

특집Ⅱ 자기로부터의 망명
타자성의 정초, 미래파의 미래로 나아가기  손남훈
작가적 명성과 문학적 성과-조정래와 황석영의 2000년대 이후 작품을 읽으며  고인환
비밀과 결여-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공지영의 『도가니』  이경

아시아를 보는 눈
K-POP의 초국적 조건들-이중의 미미크리와 문화자본의 논리  이동연
번역연재-『일본의 각성』(제3회)  오카쿠라 텐신

지역을주목하라
저항하라, 상상하라, 그리고 사랑하라  김수우

한국문학의 새로운 시선
작가산문 | 딱 한번 당신의 正面  이안
E-mail 대담 | 서정의 주머니 이안·박형준

해석과 판단
들려진 삶과 살아 내려오는 운동-희망버스와 연대의 가능성  하승우

포커스
사실의 지층과 진실의 심상지리-정유정, 『7년의 밤』(은행나무, 2011)  이희원
조영일과 세계문학의 구조-조영일, 『세계문학의 구조』(도서출판b, 2011)  박가분
계급론의 부활과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조돈문,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후마니타스, 2011) 강신준

장편연재비평
지식의 윤리성(제4회)-언어감각에 관하여  윤여일

<오늘의문예비평> 2011 겨울호 책소개 더보기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