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무렵에 장마가 계속되고 있네요.

여름에 잠깐 왔던 장마보다 이번 가을 장마가 오히려 길고 꿉꿉하게 느껴지는 건 제 기분 탓인가요?

태풍도 겹쳐져서 얼마 전에는 퇴근하는데 비를 쫄딱 맞아 버렸습니다.

지하철에서 비맞은 생쥐 차림으로 에어컨 바람에 떨고 있는데,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구름 걷힌 하늘이 보이는 거예요!

하늘과 날씨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지만 괜히 약이 올랐습니다.

꼭 제 상황을 알고 일부러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요?

 

작품을 볼 때에도 날씨라는 배경이 주는 감정적 분위기가 있잖아요.

왠지 일부러 비를 내리게 하는 것 같고, 더 큰 시련을 주려는 것 같고.

사실은 날씨는 날씨대로 있을 뿐인데, 인간이 감정을 대입하는 것일 테지만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특히 그런 느낌이지 않나요?

물론 소설의 경우 작가가 배경을 만든다지만,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날씨와 불행한 사건이 맞아떨어지면 꼭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처럼 사건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배경이 매력적인 산지니의 신작 소설집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소설집은 한경화 작가님의 <봄비>입니다.

표제작 <봄비>는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상우의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 상우는 친한 친구인 창수의 전화에 눈을 뜹니다.

부재중으로 남겨진 창수의 이름을 보지만 저녁에 그의 병실에 들를 예정이었으므로 특별히 회신을 하지는 않습니다.

부슬부슬 봄비는 내리고 창수의 전화를 뒤로 한 채 상담자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상우.

오늘은 알코올 중독자 남성의 집과 시어머니를 모시는 효부 며느리의 집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에게는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요?

 

 

이번에 출간될 <봄비>에는 예리한 시선으로 보통의 사람들을 조망하는 6편의 소설이 담겨 있습니다.

암시적 묘사와 작품에 맞는 분위기를 축조하는 섬세한 문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함께 <봄비>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오는 9월 출간될 한경화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봄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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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투표하기 딱 좋은 날

이번에는 혹시

내가 찍은 후보가...

부질없는 희망을 품고

투표장을 나오는데

연초록 어린 잎들이

비를 맞아 생기가 돈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차 한잔

훌훌 마시니

착잡한 마음이 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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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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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4.14 1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은 투표하기 좋은 날이지만, 투표해서 좋은 날이 된 것 같아요 : )

  2. 온수 2016.04.15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년에 한 번씩 중간결선처럼 투표하면 좋겠어요 하하하

봄비의 가격?

이런저런 2016. 3. 8. 14:37

안녕하세요, 잠홍 편집자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겨울을 무사히 보내셨나요?

부산에는 2월 29일에 올 겨울의 첫눈이 와서 

사무실 식구들이 모두 창문에 붙어서 눈구경을 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봄이 왔습니다.

어제는 무려 목도리를 하지 않고 퇴근했다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입니다. 

오후에 비가 올 거라고 하는데, 비 때문에 다시 추워진 것 같아 괜히 원망스럽기도 하네요. 

그래도 작년에 가뭄 때문에 고된 한 해를 보내셨던 분들을 생각하면,

비가 오는 게 다행이겠죠?

실제로 작년에는 기상청에서 가뭄 속에 내린 봄비의 경제적 가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Flickr, Gonzalo Díaz Fornaro


가뭄 속에 내린 봄비, 경제적 가치는?

기상청, 지난달 31일 전국에 내린 강수 경제적 가치 2500억 원 추산

지난해 12월 이후 강원도를 중심으로 중북부지역 강수량이 평년대비 20~40%에 머물면서 물부족 현상이 심각함에 따라, 기상청은 국가재난관리 체계에 기여하고 정부3.0의 정책에 부흥하기 위해 봄비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했다. 

 (…)
강수 발생 후 전국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68.3㎍/㎥ 가량 감소해 대기질 개선 효과가 약 2300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24만 1058가구가 가뭄피해에서 벗어나 약 70억 원의 이득효과가 생겼다. (…) 수자원 확보와 산불예방 측면에서는 약 32억 7000만 원과 3억 원으로 평가됐다.
 
(…) 

농작물·나무·식물의 성장 등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항목과 극심한 가뭄 중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의 그 경제적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3월 31일 하루 동안 내린 비의 경제적 가치만 해도 

2500억 원이나 된다니, 놀랍습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지구는 모든 사람의 탐욕을 채워주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의 필요는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공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초래되는 생태계 파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동안 우리가 자연 생태계가 제공하는 각종 자원과 서비스에 의지하여 살아왔지만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자연생태계를 배려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무임승차' 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요. 



로버트 코스탄자 오스트레일리아대 교수는 1997년 <네이처>에 발표한 유명한 논문에서 세계의 생태계 서비스 총액이 연간 33조달러에 이른다고 계산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 돈이면 아폴로 우주탐사를 300번은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참고: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자연의 가격 (한겨레)]




사회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기후변화를 바라본 책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에서, 

저자 김옥현 교수는 이렇게 묻습니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태까지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시골 숲길을 걸으며 그에 대한 비용을 누가 지불하였던가?

인간은 무임승차함으로써 자연을 오·남용하여 결국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따라서 지금 이후로는 생태계가 주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알고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Payment for Ecosystem Service)는 이런 연유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서 고려되고 있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

세계은행 부총재인 레이첼 카이트 박사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한 가지 간단한 사례를 들면서 ‘자연자원 계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태국 망그로브 숲을 새우 양식장으로 만들어 돈을 벌려고 할 때, 단순히 새우 양식장의 예상 수입에서 건설비용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해서는 안 돼요. 새우 양식장 건설로 방풍림과 다른 물고기 등이 사라지는 것도 계산에 넣어야죠.” 이렇게 말하면서 “망그로브 숲 1ha의 단순 경제적 가치는 850달러에 불과하지만, 방풍림, 물고기 등 주변 생태계 요소들까지 고려한 가치는 무려 1만 6,000달러에 달한다”고 평가하였다.


_『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제4장 기후변화와 생태계: 생태계의 기능과 손상 중에서


물론 자연에는 시장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하며 소중히하지 않았던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은 

학교도서관저널이 선정한 환경 부문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자연, 인간, 사회가 모두 얽혀 글로벌한 성격을 띠는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융합적인 관점이 필수이지 않을까 합니다. 

전문적인 개별 분야와 자연과학적 측면에 집중하는 기존의 기후변화 관련서와 달리,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전달합니다. 

사회발전론을 연구해온 저자는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행동과 함께 

전 지구적인 사회계약을 통한 변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http://kkumsee.tistory.com/473


사락 사락

봄비 오는 소리가 기다려집니다.


독자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 10점
김옥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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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오케이킴 2016.03.08 2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넘 멋있게 편집이 이루어졌네요.
    봄 비가 왜 좋았나 했더니 아주 비싼 것이었네요. 이제 봄 비오면 감사의 표시로 환경단체 어딘가에 기부도 좀 해야겠네요.

  2. BlogIcon 온수 2016.03.09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비 오면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김옥현 선생님의 환경사랑은 직접 만났을 때도 계속 이어졌답니다^^

  3. BlogIcon 단디SJ 2016.03.09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비 오는 것을 좋아하지만, 봄비의 가격이 이렇게 비싼 것이었다니!! 비 오는 날을 더 좋아해야겠군요!! >.<


봄비

겨우내
햇볕 한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밑 마늘광 위으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온
저 잔설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 스민다

-이동순,『숲의 정신』, 산지니, 2010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네요.
감수성 풍부한 소녀적엔 일부러 비를 맞고도 다녔는데...
이젠 비도 예전 그 비가 아니네요. ㅠㅠ


숲의 정신 - 10점
이동순 지음, 최영철.김경복.황선열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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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제야 2011.04.22 1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사능이라는 것이 봄비의 멋진 정취까지 앗아가 버리고 말았네요

  2. 바람 2011.04.22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권인하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나오길래
    모처럼 상념에 잠겼었는데...
    산성비, 황사비에 이제 방사능비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