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전성호 작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 11월에 발간된 산지니의 시간 <미얀마, 깊고 푸른 밤>은 읽어보셨나요?

 

 

읽은 독자라면 미얀마에서 엠마웅과 파고다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전성호 작가님께서 다음날 바로 미얀마로 출국함에도 불구하고 저의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지난 월요일 산지니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 영상 촬영도 진행했는데요, 작가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함께 보러 가실까요?

 

 

Q1. 반갑습니다 전성호 작가님! <미얀마, 깊고 푸른 밤>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먼저 이 책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산문집은 21여 년 동안 미얀마에서 살아온 시간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4권의 시집을 써오면서 부딪힌 이야기들을 시가 아닌 에세이로 나 자신에게 소명한 셈입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국을 떠나 다른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 지구촌 디아스포라들 모두가 느낄 수밖에 없는 고민과 갈등, 문화적 충돌과 경이로움 등을 하나씩 되새겨 본 셈입니다. 모국어를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인이 타자의 언어로 '지금 이곳'이라는 현실을 살아온 기억을 보고하는 글이라 할까요.

 

Q2. 네 권의 시집 이후로 (시집이 아닌) 첫 산문집을 발간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노래 부르기와 말하기가 다르듯 시와 에세이의 ‘다름’은 내겐 일종의 피하고 싶지 않은 욕구 같은 것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내 언어의 형식이라고 하더라도 때론 말도 하고 싶은 거죠. 예를 들자면 미얀마의 대표적인 꽃 이름인 ‘싹구빤’이나 물고기 이름인 ‘응아밋칭’ 같은 것들을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노래하기에는 우리 말로는 불가능한 것이 있듯이 미얀마 사람들에게 진달래, 각시붕어를 노랫말만으로 전달하기는 어려운 것과 같지요. 시의 모티브가 되어 준 사물이나 풍경, 특수한 정치 사회적 환경 등에서 파생된 것들을 에세이에 담을 수밖에 없었어요.

 

 

Q3. 외국에서 삶을 살아가겠다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미얀마에서 살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많은 나라 중 미얀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미얀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떤 곳인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의류 무역업에 종사하는 상사맨이었습니다. 대우실업에서 몬디알(C&A), 개인 의류 동유럽 무역까지 두루 거치고 IMF 이후에 미얀마를 여행하다가 이곳이 내가 찾는 나라라고 무릎을 쳤지요. 그 당시 미얀마를 볼 때 목가적인 풍경에 전 국민 86%가 불교인으로 샤머니즘 속에 빠져있는 나라였습니다. 여기가 기독교(선교) 복음을 전해야 할 땅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옷을 만들어 팔며 자비량 선교차 양곤이라는 수도에 안착하게 되었지요. 또한 저는 늦깎이로 등단하고 2000년도에 미얀마 땅으로 왔어요. 무역 비즈니스와 시인이란 기묘한 이중성이 나를 미얀마에 눌러살게 된 동기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지요. 신비로운 미얀마 땅에 매료되어 여러 곳을 여행했습니다. 내가 시를 쓰지 않았다면 미얀마에 그다지 깊게 매료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Q4. 한국에서 미얀마로 거처를 옮겼을 때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먹는 것이 문제였어요. 지금은 한국 식당도 많고 한국 상품 마켓도 있지만 20년 전만 해도 식당이 몇 군데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갖고 온 반찬들은 금방 변해서 오래 먹지도 못했어요. 전깃불도 자주 끊기는 상황에 냉장고는 아예 쓸모가 없었지요.

김치, 된장국이 제일 먹고 싶었어요. 한때 미얀마 모힝가(여러 가지 생선과 채소가 들어간) 죽을 즐겨 사 먹었는데 길거리 음식이라 그릇 수저 탁자의 청결 상태가 불결할 뿐 아니라 대장균이 들끓는 모힝가를 먹었는지 배가 아파 설사를 며칠하고 지금껏 모힝가를 먹지 않아요.

도로에서 자주 부딪히는 검문 경찰들이나 군인들도 불편했고 가는 곳마다 외국인이라고 씌우는 바가지요금도 신경 쓰였어요.

 

Q5. 저자의 말 마지막에 언급된 ‘인간이란 과연 선한 것인가? 살 만한 가치란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답 찾기가 어렵지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니까요. 다만 사랑만이 답을 찾기에 지름길인지 모르지요. 인간이란 처음부터 선하지 않다고 봐요. 삶은 고통 그 자체이니까요. 불교가 고통을 없애는 종교라고 하잖아요. 저 자신을 고통 속에서 인내하며 자신을 풀잎처럼 최대한 낮추고 사회의 물체로서가 아닌 쓰임 받는 물질로 살아낼 때 살만한 가치라고 봅니다.

 

 

Q6. 인레호수의 다민족, 다종족의 어우러진 풍경(장터)을 인류의 미래로 동경하고 계시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지구촌의 다양한 민족과 언어, 풍습과 종교, 정치와 사회, 전통과 현대성, 빈부의 격차, 기회의 불평등, 기후와 환경 재앙, 새로운 내셔널리즘과 신냉전의 징후 등등... 거의 하나가 되어가는 지구촌은 어느 세기보다 극대화된 생산력과 첨단 문명의 광휘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아니 미디어에 비추어진 세계는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인류세라 불리는 세계에 대한 경고가 그 어느 세기보다 강력합니다. 자본의 척도와 첨단 문명의 정점에서 세계는 종말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불안을 예감하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대안적 미래에 대한 모델이 제시되거나 토론되고 있지 않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기반으로 한 군산복합체의 자본주의 시스템과 신종 내셔널리즘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소위 초강대국들의 경쟁과 기득권 유지 싸움은 주변부 국가들에 고통과 절망을 가증시키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사 쿠데타 뒤엔 중국과 미국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시리아, 아프카니스탄, 남중국해와 아프리카 콩고 수단, 동북아의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이런 문제들은 한 치의 빈틈 없이 관찰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매일 그런 현상들을 개별적인 뉴스로 전해 듣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위한 담론의 중심도 대안적 성찰의 중심도 없습니다. 다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언적 발언만을 반복할 뿐이죠.

나는 치열한 자본주의 최전선에서 물건을 사고팔면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내가 전 생애를 통해 만나고 겪었던 세계는 바로 자본으로 대표되는 ‘이기적인’ 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것을 현실이라 불렀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이기적인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자신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세계를 발견했습니다. 미얀마의 ‘인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골과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오지에서 아직 악마적인 자본의 이기주의와 탐욕에 잠식당하지 않는 세계를 보았습니다. 언어도 종족도 역사도 문화와 종교도 다른 그곳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환경 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자기 완결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발견한 미래였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그곳을 이상화하거나 과장하는 주관적인 시선일 수 있습니다. 이곳 역시 자본의 물결과 파도는 거세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모델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7. 표지 그림의 쉐다곤 파고다, 뒤표지와 장 도비라로 쓰인 엠마웅(도마뱀)의 부엉이 소리에 대한 추억(책에 실리지 않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엠마웅은 귀엽고 사랑스런 도마뱀 종류입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동남아 어디를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양서류죠. 초록색의 보호색을 가지고 있지만 때론 온몸이 투명한 종들도 있습니다. 온몸이 투명한데 작은 눈만 토끼 눈처럼 빨갛게 반짝이는 도마뱀이 내 책상 위 커피잔이나 스마트폰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을 볼 때면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모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고 사는데 형광등 뒤나 냉장고 뒤 등 주로 어두운 틈새에서 삽니다. 비가 총탄처럼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밤, 벽이나 커튼 위를 기어 다니는 엠마웅의 네발에 씌어진 둥근 글러브를 보면 앙증맞기 짝이 없습니다. 엠마웅 한 마리 키워보세요.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면서요.

 

Q8. 구모룡 평론가의 추천사 중 "그 어느 인류학자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미얀마의 겉과 속을 기술하는 시인의 눈"이라 평했는데, 상인의 눈, 시인의 마음으로 본 인류의 미래, 자본주의의 대안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폼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을 탓할 수도 절제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해서 사랑하는 젊은 부부에게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문명을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요. 어디에도 자본주의화 된 인류 문명을 구원할 수 있는 대안은 안보입니다.

더구나 시 쓰고 장사하고 선교하는 사람에게 그런 거대한 질문은 가당찮습니다. 어쩜 내가 지닌 이런 가당치 않은 측면 때문에 ‘한번 네가 꿈꾸는 미래를 이야기해봐’라고 말하는 거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꿈 대신 매일 내가 하는 일조차 하나씩 줄여가고 있습니다. 너무 바쁘고 할 일 많은 나 자신에게 ‘스톱’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Q9. 코로나의 맹위, 군부쿠데타의 암울한 상황에서 미얀마로 출국하시는데 부담은 없으신지. 앞으로 또 한국 방문 계획이 있을까요? (암울한 상황 속의 미얀마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미얀마인들이 가진 ‘느림’과 ‘이타심’ 그리고 사람에 대한 존중을 믿습니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한 미얀마 사람들의 용기와 열정을 배우기 위해 저는 다시 내일 미얀마로 들어갑니다.

 

Q10. 마지막으로 <미얀마, 깊고 푸른 밤>을 읽은,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미얀마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작은 기회가 되시길...

 

인터뷰를 끝내고 작가님께서 산지니 편집자들을 위해 사오신 맛있는 빵도 함께 나누어 먹었답니다:) 지금쯤 무사히 미얀마로 도착하셨을지 모르겠네요. 그곳에서도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아봅니다. 언젠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신다면 또 만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후에 인터뷰 영상도 채널산지니에 업로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책 소개

 

전성호 시인의 무수한 정념과 사유를 담은 첫 산문집,『미얀마, 깊고 푸른 밤』:: 책 소개

산문으로 돌아온 시인 전성호 미얀마의 우기를 뚫고 함석지붕 두드리는 ‘헨델의 메시아’ 같은 글 책 소개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 엠마웅과 부엉이 소리 따라 울리는 절절한 산문

sanzinibook.tistory.com

 

▶ <미얀마, 깊고 푸른 밤> 구매하기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www.aladin.co.kr

 

Posted by eu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신간] 미얀마, 깊고 푸른 밤 – 전성호 전 미얀마한인회장 지음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이 나라의 젊은 남자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국경 폐쇄와 가난이 이미 하나의 체제로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않는 젊은 남자들 앞을 돼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로지른다. 양곤 호텔 앞 아스팔트를 횡단하는 돼지는 작고 똘똘한 눈망울과 탄탄하게 빛나는 검은 몸을 가졌다. 그 등에서 반사되는 햇살이 손바닥보다 큰 티크 나뭇잎을 튕긴다. 소처럼 뜸베질 해 봐야 주둥이 처박는 것밖에 못하는 그들. 누가 저 등글뭉수레한 덩치와 코를 보고 미련한 동물이라 했는가?”(미얀마, 깊고 푸른밤- 노을 속으로 돌아오는 돼지들 中에서)

전성호 시인이 산문 작가로 돌아왔다.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2006년),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2011년),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2015년), <말을 삼키는 도시>(2021) 등 4권의 시집을 펴낸 그가 최근 <미얀마, 깊고 푸른 밤>(산지니, 256쪽)이란 산문집을 펴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한 그는 이 책을 통해 미얀마와 수많은 소수 민족의 삶, 장소와 도시, 언어와 사물, 종교와 제도, 민속과 신화, 나아가서 국가 간의 관계와 지정학에 관해 얘기한다. 때로 어떤 글들은 미얀마와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함께 읽어 보는 르포와 칼럼이 된다.

“미얀마의 따뜻한 자비는 스님들과 황금빛 파고다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여인들의 정성이 가득한 모성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빈곤과 군부 통치의 사나운 위협,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 피해 속에서도 미얀마의 새벽 거리는 지구촌의 어느 아침보다 아름답다. 자전거 인력거와 가득 사람을 실은 라인카가 벌써 거리를 매우며 출근길을 깨운다. 빵 굽는 시루에서 김이 올라오듯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한다.”(부재하는 광채 中에서)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군사 쿠데타가 발발한 뒤로 많은 시민이 이에 저항하며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독재로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이 사태는 우리나라의 5.18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경계인’의 시선으로 미얀마의 현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는 여러 종족이 함께 불편한 관계를 겪고 있는 모습을 ‘내부의 깨어진 관계’라 지칭한다. 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종족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얀마 군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왕조시대의 낡은 사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탑을 쌓아 옛 권력과 종교적 위력으로 민중을 다스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얀마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은밀한 시선, 엠마웅과 부엉이, 어두운 창의 커튼을 젖히며, 나의 시 그리고 미얀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20여 년 미얀마 생활에서 길어 올린 무수한 정념과 사유가 이 책에 담겼다.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칼럼 중간중간에 그의 시가 톡톡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산문집의 제목이며 3부 ‘어두운 창의 커튼을 젖히며’를 시작하는 칼럼인 ‘미얀마, 깊고 푸른밤’엔 이런 시가 실려 있다.


물레와 베틀이면 족하지
좽이질까지 할 수 있나
연실로 비단을 짜는 수상 마을
주변 탑들이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흰 물안개 먹구름 지나가는 호수
수초는 부드러워
쪽배 끝에 앉아 노을과 함께 늙어가는
희고 붉은 수련
물밑에서 잠이 든다(중략)


여러 부족의 고객과 상인들이 서로 다른 자신들만의 언어로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을 그린 시다. 저자는 “언어와 민족이 다른 수많은 종족이 함께 살아가는 미얀마는 어쩌면 ‘갈등하는 관계’를 숙명처럼 내면화하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런 소수부족들의 전통과 정체성과 독립성이 미얀마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집단지성이나 힘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거꾸로 군부 통치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한다.

전성호 전 회장은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경영학과와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졸업했다. 미얀마에서는 의류무역을 했다. 이와 함께 기독선교사업을 했고 한인사회에서 한인회장, 민주평통 미얀마지회장 등으로 일했다.

 

▶ 출처: 월드코리안뉴스

 

[신간] 미얀마, 깊고 푸른 밤 – 전성호 전 미얀마한인회장 지음 - 월드코리안뉴스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이 나라의 젊은 남자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국경 폐쇄와 가난이 이미 하나의 체제로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않는 젊은

www.worldkorean.net

 

▶ 구매하기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www.aladin.co.kr

 

Posted by eu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산문으로 돌아온 시인 전성호

미얀마의 우기를 뚫고 함석지붕 두드리는

‘헨델의 메시아’ 같은 글

 

책 소개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

엠마웅과 부엉이 소리 따라 울리는 절절한 산문

 

길 위를 떠도는 것은 어딘가 도달할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떠돔’ 그 자체임을 겨우 인정하게 된 이국의 밤이다. 그러나 내 노년의 사랑인 쎄인빤 핀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가 진행 중이며 젊은 육신들이 사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신들의 대지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곳이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다.-「은밀한 시선(1)」 중에서

 

내게 유년 시절의 부엉이는 그런 정서로 달팽이관 저 깊이 뿌리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막연함을 불러일으키는 유랑의 감수성이 날 낯선 이국으로 떠돌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부엉이와 비슷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던 내게 새가 아니라 도마뱀의 울음소리라니, 충격은 신선하고 놀라웠다. 난 그냥 미얀마의 달빛과 야자수와 작은 금관악기 같은 엠마웅의 울음소리에 빠져들고 말았다. 무려 20년 동안 미얀마는 사실 이런 반전을 계속 체험하게 해주었다.-「엠마웅과 부엉이」 중에서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물론 완전한 귀환은 아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미얀마의 겉과 속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인류애의 실천가이다. 전성호 시인의 생애 첫 산문집을 통해 미얀마와 수많은 소수 민족의 삶, 장소와 도시, 언어와 사물, 종교와 제도, 민속과 신화, 나아가서 국가 간의 관계와 지정학을 이해하는 일은, 그의 빼어난 시편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을 절절함으로 요동치게 한다.

 

상인의 눈과 시인의 가슴으로 읽는 ‘존재의 물음’

나란 무엇인가, 주체란 무엇인가, 종국에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일까.’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이 물음은 우리들을 항상 괴롭힌다. 시인의 정념과 상인의 정체성을 함께 지닌 저자에게는 더욱 끈질기게 다가오는 물음이었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것을 시작으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인드맵처럼 뻗어 간다. 그 시간 속에서 작가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선하며 신뢰가 가고, 겸손하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있어왔음에 주목한다. 잠깐의 민정, 70여 년의 군부 통치, 쿠데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다민족국가 미얀마. 시를 사랑하고, 미얀마를 사랑하고, 양곤을 사랑하는 시인 전성호는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20여 년 미얀마 생활에서 길어 올린 무수한 정념과 사유를 이 책에 담았다.

 

나는 모태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이자 시인이며 상인이다. 나는 내 삶의 형식과 내용을 통해 얻은 모든 질문을 종교적 믿음으로 환원시킬 마음이 없다. 기도와 일상이 그 처절함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과 믿음 사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저자의 말 중에서

 

쉐다곤 파고다, 황금빛 판타지가 주는 서러움

이 글은 저자가 20년 넘게 미얀마에 살면서 한 발 더 깊이새로운 고향을 들여다보며 어루만지는 이야기다. 때로 어떤 글들은 미얀마와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함께 읽어 보는 르포와 칼럼이 되기도 했다. 1부에서는 작가의 은밀한 시선으로 바라본 미얀마의 생생한 모습, 오랜 세월 머무르고 있는 그곳에서 자신의 근원 부산 오륙도를 생각하는 회귀성의 눈과 한국의 젊은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더나아가기 위한 깊은 고민 등 저자의 뚝심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미얀마 사람들의 ’, 전통 축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미얀마의 현 상황, 소수 민족들 간의 갈등, 미얀마 양곤의 아름다운 풍경 등 본격적인 미얀마에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쉐다곤 파고다 사원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표현한 구절은 우리를 황금빛 미얀마의 깊고 푸른 밤바로 그 서러움의 자리로 이끄는 듯 생생하다.

 

미얀마의 관문인 양곤에 도착한 여행자라면 누구나 황금사원 쉐다곤 방문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60톤이 넘는 황금으로 뒤덮인 압도적인 스케일의 사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불교적 판타지를 이룬다. 이곳에서 맨발로 만나는 첫 번째의 놀라움은 화려한 황금빛 속에서 갖가지 포즈로 방문자를 바라보는 부처의 신상들일 것이다. 그다음은 어디다 눈길을 돌려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초록빛의 열대 나무들이다. ‘대정원’이라고 불리는 양곤의 거대한 열대 수목들은 이 도시를 뒤덮고 있는 지붕과도 같다.-「미얀마는 왜 황금의 나라인가?」 중에서

 

깨어진 관계, 미얀마는 지금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군사 쿠데타가 발발한 뒤로 많은 시민들이 이에 저항하며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독재로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이 사태는 우리나라의 5.18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면서 많은 한국 시민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경계인의 시선으로 미얀마의 현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는 여러 종족이 함께 불편한 관계를 겪고 있는 모습을 내부의 깨어진 관계라 지칭한다. 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종족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얀마 군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왕조시대의 낡은 사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탑을 쌓아 옛 권력과 종교적 위력으로 민중을 다스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땅과 하나가 된 미얀마 사람들의 웃음과 평안하고 느린 삶에서 자본주의 문명에선 발견할 수 없는 깊은 치유의 길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나르기스에 대한 기억은 88년 양곤 민주화투쟁 때 발생했던 대학살(3,000~10,000명으로 추정)과 함께 잊혀질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당연히 80년 5월 광주의 상처와 겹쳐진 이 기억들은 내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국가와 통치 혹은 정책 담당자와 정책의 대상자들, 개인의 운명과 집단의 운명, 거대한 환경재앙 등의 문제들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게 미얀마에서의 삶은 붉은 쎄인빤과 참혹한 학살 사이를 오가는 극단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피 흘리는 아픔은 여기가 끝이 아니어서 슬프기 그지없다.-「부재하는 광채」 중에서

 

진실한 언어, 아름다움의 아우라

4부는 전성호 시인이 시를 쓰면서 느낀 고민의 흔적들이다. 그에게 시란 나와 세계를 향한 연애편지이다. 그는 사랑의 힘으로 시를 쓰고 글을 쓴다. 그리고 희망보다 더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굳게 믿기에 질문하기의 촌스러움, 절뚝거리는 철학하기를 멈추지 않고 진실한 시인의 언어로 아름다움의 아우라를 구현해낸다.

 

시인들은 가난하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부당한 현실을 풍자하거나 고발하는 시를 쓰다 감옥에 투옥되거나 고문을 받기도 했다. 때론 시인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목숨을 걸고 바른말을 하는 존재들이기도 한 것이다. 왜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시를 쓰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시인들은 아름다움을 사랑한다.-「시는, 나와 세계를 향한 연애편지다」 중에서

 

 

연관 키워드

#미얀마 #코로나19 #쿠데타 #여행 #양곤 #파고다 ##떠돌이 #떼진

 

책 속으로/밑줄긋기

첫 문장

나는 나의 삶이 일생 동안 떠도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P.16 길 위를 떠도는 것은 어딘가 도달할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떠돎그 자체임을 겨우 인정하게 된 이국의 밤이다. 그러나 내 노년의 사랑인 쎄인빤 핀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가 진행 중이며 젊은 육신들이 사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신들의 대지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곳이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다.

 

P.26 조건 없는 사랑이란 신의 은총과 같은 것이어서 디바는 금방 싱싱한 탄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디바가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의외로 큰 즐거움을 준다는 걸 알았다. 햇빛, 산소, 바람, 온도, 영양분은 디바에겐 자연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다. 나는 디바의 이파리를 통해 자연의 깊고도 무심한 사랑에 감사했다.

 

P.47 어딜 가나 사람들이 모이면 속설 같은 온갖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미얀마 역시 이런 속설들이 미신과 결합돼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나라 중 하나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몬순 때 하늘에서 황소 오줌 같은 비가 흘러내리면 그해의 건기 철엔 연못이 마르고 웅덩이까지 마른다고 한다. 깊은 계곡에서 나오는 돌 이야기인데, 이 돌 속에 무슨 강한 기가 들어 있는지, 이 돌을 몸에 간직하고 있으면 총알도 뚫지 못한다고 한다. 냄새가 지독하고 손바닥만 한 코끼리씬이라는 것이 습지 또는 늪에 사는데, 덩치가 큰 코끼리가 이 코끼리씬을 밟으면 바로 쓰러지거나 죽는다고 한다. 아예 코끼리들은 냄새로 코끼리씬이 있는 곳을 피해 다닌다고 한다.

 

P.98 인류애란 단어는 이제 폐기되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쩜 코비드-19보다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를 매개로 부를 축적하는 다국적 기업과 이를 기득권화하는 일부 국가들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이 재앙 앞에서 사라진 꿈과 이상 그리고 엘리어트가 노래했던 황무지만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P.251 옳은 것이 아름답지 않거나 선한 것이 아름답지 않으면 그것은 아우라가 없는 것이다. 아무도 진심으로 감동하거나 설득당하지 않는다. 정치나 혁명이 늘 실패하는 지점이 이곳이다. 당신은 머리가 좋고 똑똑하지만 당신만의 진실한 언어가 없다. 그것이 없으면 존재는 거짓이기 쉽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바로 이렇게 절뚝거리는 철학하기, 즉 질문하기의 촌스러움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나의 철학하기다. 그러나 존재 물음의 근원 즉 정말로 큰 질문은 언제나 왜? 라는 질문 속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 소개

전성호(田成浩)

1951년 경남 양산 서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며, 미얀마에서 산다.

2001시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창비),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실천문학사),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실천문학사), 말을 삼키는 도시(시인)이 있고 미얀마 양곤에서 21년째 살고 있다.

 

차례

저자의 말

 

1부 은밀한 시선

은밀한 시선(1)

은밀한 시선(2)

부재하는 광채

동식물도 꿈을 꾼다

코끼리 감기

노을 속으로 돌아오는 돼지들

늑대처럼 우는 개들

빗방울이 하늘로 올라간 뒤

회귀성의 눈

바람처럼 나를 멈추지 마라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다

세계를 향해 한걸음 더

거듭나야 하는 Personality

광의적 약속의 무게

 

2부 엠마웅과 부엉이

엠마웅과 부엉이

나눈다는 것, 하나가 된다는 것

미얀마는 왜 황금의 나라인가?

인간, 주체를 상실한 포유류

미얀마의 물 축제(띤잔Thingyan)

변하고 있는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양곤의 빛

아이 울음

핀마나의 꽃, 떼진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3부 어두운 창의 커튼을 젖히며

미얀마, 깊고 푸른 밤

디아스포라의 초상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는 또 다른 나다

사람에 대한 기다림

뒤를 돌아보라, 거기 오래된 미래가 있다

유익한 공동체 삶의 희망

내가 왜 그런 것을 해야 하지

어두운 창의 커튼을 젖히며

옴니암니, 나의 정치학

사회 구성원의 윤리

의인과 악인의 길

 

4부 나의 시 그리고 미얀

시는 동시대의 사랑을 쓰는 일

시는, 나와 세계를 향한 연애편지다

꿈과 분노

절뚝거리며 철학하기

주어진 자질에 상상력 대입하기

 

 

 

전성호 지음ㅣ256쪽ㅣ148*210ㅣ978-89-6545-763-3 03810ㅣ17,000원ㅣ2021년 11월 15일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물론 완전한 귀환은 아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미얀마의 겉과 속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인류애의 실천가이다. 전성호 시인의 생애 첫 산문집을 통해 미얀마와 수많은 소수 민족의 삶, 장소와 도시, 언어와 사물, 종교와 제도, 민속과 신화, 나아가서 국가 간의 관계와 지정학을 이해하는 일은, 그의 빼어난 시편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을 절절함으로 요동치게 한다.

 

 

 

 

 

 

 

▶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책 구매하기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www.aladin.co.kr

 

Posted by euk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배낭에 문화를 담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여행기



1인 배낭여행자, 

동남아 소승불교 4국의 과거와 현재를 순례하다

황금빛 파고다와 북적이는 강변 시장. 동남아시아의 명소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을 찾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행자들이 찍은 사진에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지역의 깊은 역사와 문화가 담겼을 것이다. 동남아의 소승불교 4국인 태국·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여행기 『배낭에 문화를 담다』에서, 저자 민병욱은 우리가 자칫 아름다운 표면으로만 소비하고 지나칠 수 있는 동남아시아의 면모들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배낭에 문화를 담다』는 저자가 2010년부터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을 하며 차곡차곡 담아온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혼자만의 배낭여행이기에 주어지는 자유를 만끽하며, 저자는 문화예술과 자연에서 역사와 사회를 읽는다. 짧은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여유롭게 읽을 수 있으며, 핵심을 짚는 묘사와 적절한 인용문은 여행의 낭만을 살리고 현지 분위기를 포착한다.

최근에 여행지로 급부상했지만, 의외로 동남아시아에 대한 여행서는 보기 드물다. 배낭여행 코스를 제안하고, 각 여행지의 특징을 간파해 전달하는 글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만의 여행 계획을 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훌쩍 떠날 때가 아니더라도, “여행은 인증 샷(…)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되돌아보는 것”이라 말하는 저자와 함께 지금 이곳을 새로이 보는 것 또한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다.



고대 왕국의 폐허에서 열대우림까지,

동남아의 끝나지 않는 과거로 걸어 들어가다

『배낭에 문화를 담다』는 동남아시아의 유적지와 자연 경관에 대한 감탄에서 그치지 않고 그곳에 깃든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함께 다루는 여행서이다. 태국 첫 왕조의 수도를 보존하고 있는 수코타이 역사공원 방문기에서는 불교와 힌두교의 공존과 크메르 문명의 영향을 짚고, 라오스의 숲에서는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베트남전의 피해자, 몽족을 만난다.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우리나라의 과거와 함께 사유하며, 미얀마에서는 승려들을 포함한 민중 항쟁과 소수민족의 억압 같은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살핀다.

낭쉐와 인레 호수에서 여행자들은 미얀마 연방을 이루고 있는 소수민족과 그 삶의 모습을 본다. 여행자들은, 그 이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민족 갈등, 관광객을 위한 전시용으로 끌려온 소수민족 사람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파고다의 숲을 지나서 호수로 가지만, 그 호수로 가는 길에 놓여 있는 다수의 폭력과 소수의 절규를 여행자들이 어찌 듣지 않을 수 있을까?                                          

_「인레 호수, 소수민족의 삶」 중에서



동남아시아이기에, 배낭여행이기에 가능한 우연들

반복적인 일상을 벗어나 우연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면, 『배낭에 문화를 담다』는 동남아시아이기에, 배낭여행이기에 가능한 우연들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태국 북부에서 정처 없이 걷던 중 전통 연극을 연습하는 소년들과 마주치고, 미얀마에서는 한 동자승이 공양 받은 음식을 전부 동냥아치들에게 주고 있는 광경을 보기도 한다. 라오스에서는 덜컹거리는 트럭 뒤 칸에서 현지인과 라오스 맥주를 나눠 마시고, 캄보디아에서는 주인과 손님이 구분되지 않는 카페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 사이의 섬으로 가고 오는 길은 언어가 아니라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세계가 한 권의 책이라면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표현을 빌리며, 저자는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한 페이지 뉴스’”만을 소비하지 않기를 권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남아시아는 군사독재와 전쟁과 같은 가혹한 현실을 겪거나 겪고 있는 저개발 지역이다. 대중매체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단편적 이미지를 넘어, 동남아시아의 역동적인 과거와 오늘을 가늠하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글쓴이 : 민병욱

현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 교수. 동 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1920년대 전반기 한국 희곡문학의 연극기호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삶의 한 양상―이상의 일어체 시를 중심으로」가 당선되면서 문학평론과 연극평론 활동을 했다.

1991년 부산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래 한국학술진흥재단 재외 한국학 연구 파견 교수로 중국 북경사범대학교와 중앙민족대학교, 일본 동북대학교 동북아시아연구센터 초청 연구 교수, 방콕대학교 영화학부 및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 아프리카 학부 방문 교수를 역임했다.

2002년 중국에서의 방문 교수 시절 배낭여행을 시작하면서 부산지역 언론매체에 여행기를 연재하는 한편, 축제와 걷기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저서로서는 문학평론, 서사시 연구, 근대 희곡과 연극, 북한 연극과 영화에 관한 다수의 저작이 있다.


차례


『배낭에 문화를 담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여행기


민병욱 지음 | 여행 | 신국판 | 244쪽 | 15,000원
2015년 4월 15일 출간 | ISBN :978-89-6545-289-0 03910

동남아의 소승불교 4국인 태국·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여행기. 혼자만의 배낭여행이기에 주어지는 자유를 만끽하며, 저자는 문화예술과 자연에서 역사와 사회를 읽는다. 짧은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여유롭게 읽을 수 있으며, 핵심을 짚는 묘사와 적절한 인용문은 여행의 낭만을 살리고 현지 분위기를 포착한다.


배낭에 문화를 담다 - 10점
민병욱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권디자이너 2015.04.13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사진이 좋네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04.14 0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 계절이 바뀌니까 사진 찍을 곳 찾는 게 좀 편해진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