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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ove

 

 

<사랑>을 하는 방법이라는 게 정말 따로 있을까요?

 

내가 하고 있는 게 '진짜'사랑이 맞는지, 사랑을 '잘'하고는 있는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왜 한 명하고만 사랑해야 할까? 여러 명을 동시에 좋아할 수는 없나?

 

결혼을 꼭 둘이서 해야 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없을까?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생각이 더 깊어지기도 전에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만두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폴리아모리'는 폴리아모리는 ‘여러’, ‘다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poly)'와 라틴어 ‘아무르(Amor)’의 합성어입니다. ‘복수(다자) 간의 사랑’으로 직역되는 이 말은 동시에 여러 명과 사랑을 하고 또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낯선 사랑’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폴리아모리'라는 어휘나 개념은 아직 생소하지만, 폴리아모리 성향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종종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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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질투의 화신' 中

 

 

여주인공 '표나리'는 어쩌다 보니 3년간 짝사랑해왔던 선배 '이화신'과 완벽한 남자 '고정원'을 둘 다 좋아하게 됩니다. 둘 중 누가 더 좋은지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고 토로합니다. 이에 두 남자의 반응은 ' 둘 다 만나 ' 였습니다. 누가 더 좋은지 헷갈린다면 둘 다 만나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셋은 잠깐이지만 한 집에서 살기도 하고 서로에게 질투도 하면서 사랑을 이어나갑니다. 결국 표나리는 '더 좋아한다고 판단한' 이화신과 결혼하게 되지만 아주 잠깐 동안은 셋이서 함께 <사랑>한 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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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中

 

 

여주인공 '인아'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귀여운 외모와 넘치는 애교, 지적인 면모까지.. 덕훈은 그런 인아에게 마음을 뺏겼고 평생 그녀만 사랑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아의 사정은 달랐는데요. 덕훈을 사랑하지만 덕훈'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랑>을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자신은 단지 남편 하나를 더 갖고 싶은 것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아와 덕훈을 갈등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결국 덕훈은 인아의 또 다른 남편 '재경'과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합니다. 마지막에는 셋이서 같이 살기 위해 해외로 떠나게 됩니다. '폴리아모리' 가정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이해가 되지 않는다.' ,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한다.'는 다소 완곡한 비판에서부터 '미쳤다' , '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된다고 우기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다양했습니다. 드물지만 '나도 해보고 싶다' ,  '흥미롭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폴리아모리'의 방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는 '모노가미'식 사랑의 형태, 즉 한사람은 동시에 단 한사람만과 사랑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마음을 주게 되면 그때부터 도덕적 결함을 지닌 존재가 됩니다. 때로는 '불륜'이나 '바람', '양다리'등의 단어로 명명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일대일의 사랑만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사회적 규범이 사랑을 규정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수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며, 이것을 사회적인 제도나 잣대로 억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독점 다자연애'라는 폴리아모리는 어쩐지 어떤 규칙도 없고, 책임도 없어 보입니다. 단순히 내 마음 가는 대로 여러 사람과 만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폴리아모리'를 실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뉴얼화된 일종의 규칙이 여러 개 존재합니다. '동시에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제약만 없을 뿐이지, '모노가미'식 사랑의 형태에서 지켜야 할 약속과 유사합니다.

 가령, 각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만남의 조건을 결정한다거나, 현재의 관계를 굳건하게 하고 더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갖기,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쌓기 등입니다. '폴리아모리'든, '모노가미'든 사랑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폴리아모리의 모토는 오늘날 우리의 연애와 사랑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부분입니다. 집착이 심한 애인, 이별 통보를 한 애인을 살해한 사람, 연락이 잘되지 않는 문제 등..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의 문제가 닥치면 마음이 생각대로 안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인간으로서 느끼는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 '질투' 때문인데요.

 연인 사이에서 질투의 대상은 상대방이 관계 맺고 있는 타인, 키우는 반려동물, 가지고 있는 물건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질투는 연인의 아주 작은 부분도 다른 대상에게 빼앗기는 게 싫은 '소유욕'의 한 모습입니다.  '모노가미'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폴리아모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결정적인 지점이 바로 '질투'일 것입니다.  내 애인이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인데,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긍정까지 할 수 있을까요?

 

 

질투해 본적 없다는 폴리아모리스트들도 있지만, 폴리아모리스트들 대부분은 질투를 느낀다고 합니다. 질투를 느끼면서까지 자신의 연인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들은 질투를 단지 긍정, 부정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질투를 '활용'합니다. 그들은 질투를 느끼면, '이 관계를 진심으로 바라는 걸까?' , '어떤 상황이 최선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집니다. 질투를 통한 관계의 재고는 그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합의와 평등, 배려와 동의를 추구하는 '폴리아모리'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 합의했을지라도 그 마음의 무게는 같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연인을 타자와 공유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연인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연인이 추구하는 '폴리아모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과 관계를 갖는 폴리아모리스트는 자신이 상처 입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과 상대를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자각하고 있습니다.

 

 

<Q10>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사랑에 빠진 아들의 질문에 아버지는 이렇게 답합니다.

 엄마를 사랑한다는 건 엄마가 낳은 너희를 사랑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건 엄마를 낳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사랑한다는 거야. 그리고 엄마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도 사랑하고, 그 친절한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도 사랑해.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던 상사도 결국 엄마의 인격을 만들어 줬으니 그 또한 사랑해야지. 그러니까 나는 엄마를 있게 해준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거야. ”

 

 

 

어쩌면 '폴리아모리'는 나의 연인과 나의 연인을 있게 해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연인의 또 다른 애인일지라도요. 우리의 세상에 사랑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사랑>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폴리아모리스트는 오늘도 이렇게 <사랑> 하고 있습니다!

 

 

 

 


 

 

 

 

 

 

폴리아모리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후카미 기쿠에 글 | 곽규환 ․ 진효아 옮김 | 235쪽 | 2018년 3월 30일 출간

 

『폴리아모리』는 그 어원의 배경, 역사를 개괄하는 개념적 정의들 그리고 실제로 폴리아모리라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소개하여 쉽고 정확하게 다른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입문서’이다. 폴리아모리를 연구하는 사회인류학자에 의해 작성된 정연한 보고서이면서도, 다른 사랑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태도를 가진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폴리아모리 - 10점
후카미 기쿠에 지음, 곽규환.진효아 옮김/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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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 "

 

박정선 장편소설  『가을의 유머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참 길었다. 지난여름은 선풍기 몇 대를 틀어도 지나갈 줄 몰랐고, 연일 성난 온도가 아스팔트를 데웠다. ‘이 여름에도 끝이 있을까?’ 하던 찰나, 지난한 여름 위로 찬바람이 불었다. 한 계절이 다른 계절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가을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슬며시 찾아왔다. 마치 소녀가 여인이 되고, 여인이 부인이 되는 것처럼.

 

『가을의 유머』의 주인공 승연은 하루하루 삶에 치여 살아오다 ‘40대’를 맞이하게 된 ‘기혼’여성이다. (그녀도 한때 꿈 많은 소녀였고, 수줍은 여인이었겠지) 나이와 결혼의 여부는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쩌면 자신의 이름보다 더. 승연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가 달아준 그녀의 여러 이름표들 중 ‘40대’와 ‘기혼’이라는 이름은 진짜 그녀의 모습을 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다. 머리로 내리는 결정보다 가슴이 떨리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40대 기혼여성 승연에게 설렘의 바람이 불고, 사랑의 싹이 움튼다.

 

사실 처음 이 원고와 마주했을 때는 겁이 났다. 단 한 번도 삶에서 마주하게 될 가을을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라앉은 일상 속에 놓이게 될 그때, 우리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어쩌면 나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만 변해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계속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원고 밖으로 많은 물음들이 오갔다.

 

“떨림은 정말 그런 것이었다. 떨림은 지금까지 고장 나고 비뚤어진 나의 뼈를 다시 맞추게 만들었다.” (p.72)

 

사회적 금지 영역에 속해 있는 기혼 남녀의 사랑을 통해 한 여인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 『가을의 유머』. 이 소설은 남녀 간의 관계와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에 집중한다. 보통의 중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은 자신의 모습을 찾게 했다. 그리고 그동안 감춰뒀던 욕망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는 『가을의 유머』가 불륜을 다룬 여느 드라마,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모든 게 욕망이다”라고 전하며 “지구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욕망이 낳은 이상과 동경을 찾아 헤맬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규범 속에서 감추며 살아야 하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욕망. 그 아이러니 속에 소설 『가을의 유머』가 자리하고 있다.

 

소설 『가을의 유머』를 편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가 서 있는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건너갔고,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소설 속 승연에게서 나의 시간을 비춰보고 있었다. 특히 승연이 다시금 거울을 보게 되는 부분에서는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그녀는 자신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잊고 지낸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까….

 

가을은 풍요로운 계절이지만 한편으론 쓸쓸한 계절이다. 그 찬란했던 녹음들이 사라지고,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만이 발끝에 머문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삶의 가을 역시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눈부셨던 청춘의 시간을 뒤로하고 현실을 버티며 차곡차곡 쌓아온 의무와 책임들이 명치끝에 머무는. 답답하지만 소리치기엔 남의 시선이 더 신경 쓰이는.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내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가을도 여름만큼 눈부신 계절이니까.

 

 

 

『출판저널』 2017년 2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가을의 유머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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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등단한 신예작가 이미욱이 총 8편의 단편을 묶어 첫 소설집을 펴내었다. 이미욱의 이번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는 다양한 소재들의 조합과 함께, 가독성 있고 흡인력 있는 문체로 신진 소설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은둔형 외톨이, 왕따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미욱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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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인 『서비스, 서비스』는 애니메이션 <신세계 에반게리온>의 TV판 차회예고에서 미사토라는 캐릭터가 던지는 멘트이다. 이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의 여주인공 코코미 또한, 프리허그, 메이드까페 등의 일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무형의 것을 제공한다는 소설 속 소재(서브컬쳐)를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다.


표류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를 끌어올리다

그들은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혈연이 아니라 같이 살면서 서로를 보살펴주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이들의 위험한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는 탄력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장, 그리고 섬뜩하리만큼 예리한 인물들의 자의식을 통해 이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_조갑상(소설가·경성대 교수)

결여의 자리를 대타자의 규율로 채우는 과정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의 인물들이 성장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다만 그들이 결여 속에서 앓고 있는 그 고통을 방치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비정한 가학성이야말로 이 작가가 혹한에 대하여 말하는 어떤 방식은 아닐까? _전성욱(문학평론가)


핵가족화와 일인 가정, 동거가족 등 현대 사회의 ‘가족’이란 마냥 안온하고 따스한 위로의 공간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외로움’의 공간이자 ‘전장’의 공간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싸움’이 끊임없었던 아픈 기억의 공간일 수 있다.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에서도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혼 후 각자 재혼해버린 부모로 인해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민재. 그렇게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채 살아온 민재는 자기 방의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한다. 프라모델의 세계를 알려주었던 친구와 함께 떠났던 일본여행에서 민재는 메이드까페 소녀 코코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서 귀청소 마사지를 받으며 어린 시절 그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상처들을 상기한다. 민재에게 있어 코코미의 다정한 ‘서비스’는 깊은 의미를 지닌 것이었으나, 코코미에게는 그저 감정이 결여된 공허한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가족해체 위기에 대한 젊은이의 보고서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비정한 현대사회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소외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런 주인공들을 하나로 엮는 키워드는 바로 ‘버림받음’의 정서이다. 말 못할 사정으로 엄마를 언니로 알고 자라는 여주인공(「단칼)이나 태어나자마자 미혼모인 엄마에게서 유기 당하는 아이(「쎄쎄쎄」), 나이 어린 아빠한테서 집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자고 오라고 문전박대 당하는 「분실신고」속 소녀는 각기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메이드까페 소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하는 소년(서비스, 서비스」),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부모와 친구, 연인으로부터 버림받는 은둔형 외톨이 여성(숨은 그림자」), 못생긴 외모로 인해 남자에게 거절당하는 여성(「미미」), 그리고 부모와 친구로부터 버려지면서 본인의 처지를 작은 먼지와 동일시하며 위안받는 청소년(「연애(涓埃)」), 이명 증세로 동시통역사 일을 할 수 없어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내(「사막의 물고기」)까지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나아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작가 이미욱은 이러한 다양한 상황 속에서 버림받고 있는 이들을, 마치 아슬아슬하면서도 세밀한 정물화를 그려내듯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상실된 결핍을 향한 부질없는, 그러나 의미 있는 몸짓

애니메이션 음악, 가게를 홍보하는 내레이터의 음성, 스피커에서 터지는 유행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거리에 퍼지자 형광 빛깔의 간판들이 들썩거렸다. 수많은 소리에 민재와 준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인파로 흥청거리는 거리의 끝자락에는 노란 트레이닝복 재킷을 걸치고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은 빨간 머리 여자가 ‘Free Hug’(프리 허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프리 허그를 받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마치 벌 받는 자세처럼 보였다.

“저기 빨간 머리 여자애 얼굴이 우울해 보여. 누군가 안고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아.”

준세는 빨간 머리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듯 양손을 들었다.

“더 외로운 사람이 덜 외로운 사람을 안아 준다고 하잖아.” _「서비스, 서비스」, 55쪽.


이미 상실된 결핍이란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욱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상실된 결핍을 무엇으로든 채우고자 필사적인 몸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몸짓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기 상처 입은 등장인물들이 채워지지 않은 결핍의 환부를 기꺼이 드러내며 서로를 위안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상처투성이 삶을 보듬는다. 결국 작가 이미욱은 버림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상처받은 이들이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상처를 겪어본 자들만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서비스』가 가지는 둔중한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지닌다.




글쓴이 : 이미욱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5년 《국제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단칼」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w-mioff@daum.net


차례


『서비스, 서비스』

산지니소설선 18
이미욱 지음
문학 | 국판 | 264쪽 | 12,800원
2013년 9월 24일 출간 | ISBN : 978-89-6545-226-3 03810

이미욱의 첫 소설집.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서비스, 서비스 - 10점
이미욱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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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연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연애의 온도>




     벚꽃이 떨어지는 토요일 하루를 하릴없이 보내고 난 저는, 누군가와의 통화가 끝나자 곧장 영화를 봐야겠다는 결심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어떤 영화를 보는 게 좋을까. 주중 내내 원고를 보고 타이핑 작업에 여념이 없었던 지라, 주말만큼은 책을 읽고 싶진 않았거든요.(그렇게 말은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또 까페에 틀어박혀 소설책 한 권을 읽기도 하였지요.) 어제 새벽부터 주르륵주르륵 내리는 봄비는 때마침 제가 영화관에 나설 때 즈음이었던 세 시를 기점으로 거짓말처럼 그쳤답니다. 영화관에 가서 문화충전 좀 하고 오라는 신의 계시였던가요. 글쎄요. 후후.


     최근 보았던 영화는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 정도입니다. 대중영화를 꺼려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제가 선택하는 영화들은 모조리 흥행에 실패하더군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유를 좀 덜어낼 수 있는 발랄하고 경쾌한 영화를 봐야겠어, 라는 결심을 갖고 <연애의 온도>를 예매하곤 발권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제 손엔 영화표 한 장이 달랑 떨어졌지요. 혼자서 영화 보러가는 데 민망하기도 하고 연인들 옆에 치이기도 싫어서 일부러 구석자리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네...하하.


     그러나 이 영화도 만만치 않더군요. ‘사유’를 없앨 수 있는 영화란 어떤 종류의 걸까요. 사실 상업영화라고 싸잡아 비판해 온 조폭영화에도 어쩌면 한국사회의 단면이 들어있는 셈이니, 이러한 연애영화야말로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 아침에 모바일용 이북으로 읽었던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라는 책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연애의 온도>도 어쩌면 이 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거든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이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린 나’의 생명줄이었다면 사랑하는 상대는 ‘지금의 나’의 심리적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에게 실망스러운 점이 눈에 띄는 것도, 사랑이 시들해지는 것도 결국에 그가 나의 텅 빈 곳을 온전히 채워 줄 상대가 아닌 탓이다.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안다고 가정하는 그를 사랑한다.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다 잘 알고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이 가정하고 있는 상대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려야 한다. (…) 우리가 그에 대해 생각하고 가정하는 것을 줄이면 줄일수록 그의 본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이 책의 요는 이렇습니다. 사회화의 과정 속에 만나게 되는 혈육이 아닌 가장 가까운 ‘타인’인 존재가 바로 연인임을 상정하고 하는 말일 텐데요. 우리가 사랑을 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는 이유가 심리학적 용어와 함께 사례 중심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보게 된 영화 <연애의 온도>, 역시나 책과 비슷한 온도의 애잔한 느낌을 안겨 주더군요.

 

 

두렵고 무서운 롤러코스터지만, 그래도 타야겠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은 롤러코스터를 타기로 합니다. 두 주인공이 스릴을 즐기는 걸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 데 말입니다. 의미는 간명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치고 박고 싸우고 서로를 환멸하며 헐뜯고 비난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 모두 치졸한 행위들에 불과할지언정, 남는 것은 ‘사랑’을 했다는 진실과 그 '사랑'의 진정성에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괴롭고 아프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롤러코스터와 같은 '사랑'을 겪어 보지 않았더라면 타면서 겪는 통쾌한 ‘스릴’마저도 겪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처럼, 대부분의 사랑은 두렵습니다. 내 행동으로 인해 그 사람의 감정에 생채기를 내면 어떠할까 전전긍긍해 하면서도, 이 영화처럼 그 배려하는 행동마저도 갈등으로 남는 거겠죠.


     벚꽃은 피었다지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봄날의 해사한 분홍빛 무드도 곧 사라지고 없어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일만은 아닙니다. 곧 여름이 올테니까요. 조금 쓸쓸해질지도, 많이 아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꽃은 매년 봄마다 핀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닥 감상에 젖어 있을 일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꽃이 져서 가슴이 매우 쓰라리지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정했던 사람과 소원해지게 된다는 점―인간사 모두가 그러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다만 필연적인 일이기 때문에 슬퍼할 일만은 아니라는 거겠죠? 여튼 저는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4월인데 비가 그치고 나니 봄도 끝나 버린 것 같아 마음이 뒤숭숭하네요.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또 사람을 만납니다. 사랑을 합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되세요 :-D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 10점
이규환 지음/왕의서재


Posted by 비회원

축하해주세요.^^

부산광역시교육청과 부산일보가 공동주최하고 22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하는 <원북원부산> 후보도서로 우리 출판사 출간도서인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원북원부산>은 부산시민의 독서생활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범시민 독서생활화 운동’ 사업의 일환인데요, 부산을 대표할 한 권의 책을 시민투표를 통해 뽑는답니다.

1~2월 각계각층 독서관련 전문가들이 추천한 도서 200여 종 중에서 교수님, 사서선생님, 문학가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10종의 후보도서를 선정하여 시민투표를 통해 최종 한 권의 책을 뽑는데요. 올해 그 후보도서로 김곰치 소설가의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작년에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부산을 쓴다』가 후보도서로 선정되었는데 안타깝게도(우리 입장에서^^)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선정되어 아쉬움을 금치 못 했는데요. 올해 다시 한번 기대를 해봅니다.

투표기간은 2010년 3월 2일(화)부터 3월 21일(일)까지 20일간이며, 투표 방법은 부산광역시교육청, 22개 공공도서관, 서점 등에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올해는 선정된 책의 내용을 주제로 북 토크쇼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해 시민과 함께하는 진일보한 독서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많은 투표참여로 정말 부산을 대표할 만한 책이 선정되면 좋겠죠.^^



그러면 『빛』은 어떤 책인가. 소설가 김곰치가 첫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낸 이후 9년 만에 엉덩이로 쓴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예수라는 존재가 어떤 종교적 상징으로 있는지, 아니 상징으로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앉아 우리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암약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인데요. 기독교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 과정을 펄펄 살아 뛰는 현실의 언어로 그려 예수라는 인물에 과도하게 인입되어 있는 신비화, 신격화를 묵은 빨래를 세탁하듯이 빨아버리고 있는 책이죠.

김곰치 소설가가 쉼표 하나 토씨 하나 고민하며 써내려간 작품입니다.

『빛』책소개 자세히 보기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