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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실용 지침서, 『윤리적 잡년』

by _Sun__ 2022. 5. 26.

 

『폴리아모리』에 이어 열린 관계를 다룬 두 번째 책 폴리의 성서로 불리는 『윤리적 잡년』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윤리적 '잡념'으로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잡년'이더라구요. 왜 책 제목에 비속어를 썼을까요? 책의 처음 그 이유를 말해줍니다. 

 

우리는 원래의 영어 단어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성 긍정적인 언어에 접근한다. 그 단어들을 도리어 긍정적인 키워드로 사용해서 새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래서 '잡년'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잡년'은 잡년 행진과 잡년 낙인찍기 거부 등으로 이미 언어에 스며들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 p19

 

잡년의 사전적 의미는 '행실이 나쁜 여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행실이 나쁘다는 건 성적인 개방과 성적 자유로움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여성에게 더욱 엄격 시 되는 성생활을 긍정하고 나아가 응원하기 위해 '잡년'이라는 사용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성욕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윤리적 잡년』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라고 말합니다. 통상적인 모노가미(한 명의 남편과 한 명의 아내)를 넘어서고 싶다면 넘어서고, 성적인 끌림을 느끼지 않는다면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금욕하는 잡년', '무성애적 잡년'은 모순이 아닙니다. 당신의 욕구에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 소개팅 상대의 조건으로 '문란하지 않은'을 말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 '문란'은 많은 관계를 맺었거나 많은 성적 파트너가 있음을 뜻했습니다. 만약 이 책의 저자가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드문 섹스가 잦은 섹스보다 더 도덕적인가요? 윤리는 파트너 수가 아니라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와 보살핌을 기준으로 측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책에서는 자유로운 관계를 지향하지만 해선 안되는 행동을 분명히 제시합니다. 바로 파트너를 존중하지 않을 때, 파트너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가령 상대방은 평생의 동반자를 찾고 있는데 나는 가벼운 연애를 바라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솔직히 말해야 합니다. 동의와 존중, 솔직함이 윤리적 잡년의 기본입니다.

그렇기에 여성들에게는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말할 것을 주장합니다. 상대방이 우리의 마음을 읽고서 애매한 대답을 꿰뚫어 주기를 원해서는 안됩니다. 성관계가 하고 싶지 않을 때 '아니' 대신 '생각해 볼게'라고 말하는 것은 윤리적이지도 잡년스럽지도 않습니다. 하고 싶다면 '예'를, 하고 싶지 않다면 '아니요'를 당당하게 외치는 것이 윤리적이고 잡년스러운 것입니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플러팅이었습니다. 플러팅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어 유혹하는 행위입니다. 

 

플러팅하는 법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다. 의심스럽다면 아기가 자기 옆에 있는 어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라. 숱하게 눈을 마주치고, 미소 짓고, 반갑다는 듯 깔깔 웃으며 아끼는 장난감을 건넨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성인이 되면서 이 소중한 능력을 상실해버린다. 처음부터 다시 새로 배워야 한다. 훌륭한 플러팅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p159 


최근 모든 플러팅은 연애 혹은 성적 목적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남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플러팅 아닐까요? 너와 친해지고 싶어,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야! 이게 인용문의 '훌륭한 플러팅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말하는 바가 아닐까 합니다. 

책은 뒤이어 각 남성, 여성 트랜스와 논 바이너리가 어떻게 플러팅을 해야 할지, 어떻게 크루징(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해야 할지 말해줍니다. 물론 여기서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신을 가장하지 말 것, 솔직하게 행동할 것입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플러팅, 크루징 방법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보이듯 단어 사용이 직설적인데요 책을 서술하는 방식도 재미있습니다. 이게 잘 드러나는 건 피임을 서술할 때였습니다.

 

고환 소유자가 자궁 소유자와 삽입섹스를 할 때는 선택 가능한 방법이 (안타깝게도) 매우 제한적이다. 앞으로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정관 수술은 당신의 근심을 크게 덜어줄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중략) 그리고 더 좋은 남성 피임법 연구를 위해 로비에 뛰어드는 것도 좋다. 

 

안전한 성생활, 성병 예방에 대해 말하면서 운에 맡기고(콘돔 없는 삽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모노가미의 절반 이상은 파트너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공부하면서 자신을 챙겨라'라고 말한 것도 유쾌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건강을 운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4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재미있는 서술에 금방 읽었습니다. 더불어 1997년 발간된 책을 2017년에 개정하며 폴리 밀레니얼, 무성애자, 논바이너리 젠더 등 새로운 개념을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더 발전된, 다양한 논의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억압받았습니다. 섹스는 숨겨야만 하는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요. 그러나 그럴수록 욕구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어떻게든 표출했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승리했었고 승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꼴리는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알라딘: 윤리적 잡년 (aladin.co.kr)

 

윤리적 잡년

미국에서 20만 부가 판매된 화제의 스테디셀러로,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관계를 탐구하며 전통적인 일부일처제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고 윤리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www.aladin.co.kr

 

알라딘: [전자책] 윤리적 잡년 :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실용지침서 (aladin.co.kr)

 

[전자책] 윤리적 잡년 :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실용지침서

미국에서 20만 부가 판매된 화제의 스테디셀러로,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관계를 탐구하며 전통적인 일부일처제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고 윤리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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