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가 내한했었는데요.

와타나베 이타루 선생님께서는 당시 한국에서 몇 차례의 강연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저자께서 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산지니에서 출간된 『차의 책』을 추천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보이네요.

기사 전문을 소개해드립니다 :)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어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182호] 2015년 11월 01일 (일)

조성일 기자  pundit59@hanmail.net


나는 애초 일본(2만 부)보다 우리나라(3만 부)에서 더 많이 팔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정작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자본론’에 초점에 맞춰져있는데, 사람들은 ‘빵집’에 더 관심을 두니 말이다. 하지만 9월 30일, 10월 1일 두 차례 이 책의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44)와 그의 아내 마리코(41)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달’도 ‘손가락’도 모두 봐야 함을 깨달았다.

고객 아닌 판매자 입장의 상식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일주일에 사흘 쉬고, 일 년에 한 달 쉰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였다. 빵집이라면,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든 빵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니까. 아, 그렇구나. 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상식일 뿐. 빵집 입장에서는 그 ‘상식’이 달라진다. 문 열 때만 판다. 그렇다면 그러고도 장사가 될까, 먹고는 살 수 있을까.
“다루마리 빵집은 언제 쉰다는 걸 소비자들이 다 압니다. 빵을 만들어 파는 날만 사러 오면 되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죠.”
그렇다. 빵집과 고객 사이의 ‘믿음’이 있으면 가능할 것 같다. 아니, 그가 실제 보여주고 있으니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가능하다.

물론 경쟁 빵집이 있을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더욱이 빵 가격까지 여느 빵집보다 더 비싸다면 아예 망하려고 작정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영전략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한다. 
“다루마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듭니다. 설탕, 우유, 달걀, 버터 그리고 이스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다루마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입니다.”

“빵을 만들어보렴!”
와타나베 이타루가 빵집을 열게 된 것은 “작지만 진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질풍노도 시절을 누구보다 요란스럽게 보낸 이타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의미 없이 지내고 있었다. 이때 아버지가 안식년을 맞아 헝가리로 가게 되었는데, 그는 아버지의 보호자를 자처하여 따라나선다. 그는 그곳의 일본인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통해 한심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할아버지처럼 의사가 되려고 했으나 늦깎이 수험생에게는 버거웠다. 해서 농대에 들어간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유기농산물 유통회사에 취직한다. 그러나 회사원의 삶은 그가 꿈꾸던 세계가 아니었다. 더욱이 원산지 허위 표시, 뒷돈 거래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사로 이루어지는 사실에 그는 깊은 좌절을 겪는다. 마침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던 아내 역시 같은 고민을 하다 먼저 회사를 그만둔다. 하지만 시골살이나 농사를 동경하는 그였지만 그는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다시 날품 파는 인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적인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워 선잠이 들려던 참, 아주 어렸을 때 전사했던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타루, 너는 빵을 만들어보렴!”

나는 이 말의 현실성에 의심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혹시 평소에 빵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냐고. 빵에 대한 간절한 동경이 할아버지의 음성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고. 
“제빵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빵을 먹은 적도 거의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빵과 관련해서 생각한 게 있다면 아내가 잼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고민한 적이 있었을 뿐인데…”
그도 왜 빵인지에 대해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와 아내의 부모를 비롯한 친구 등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하는 대로다.

“마르크스를 읽어보지 그러니?”
회사를 그만둔 이타루는 4년 반 동안 네 군데의 빵집을 전전하며 제빵 기술을 배운다. 빵집 역시 그가 다니던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실망했던 그는 마지막 수련하던 빵집에서 국산 밀의 효과(농약 등을 친 수입밀에 의한 알레르기 때문에 흘리던 콧물이 멈춤)를 보고 국산밀을 사용하되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재료가 사람의 생명을 키우는 힘이 있다면, 균은 빵이나 와인처럼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으로 재료를 변화시킵니다.”

2008년 2월, 이타루는 아내 마리와 함께 인구가 8천 명이 조금 안 되는 지바현 이스미시에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다루마리 빵집’의 문을 연다. 그런데 ‘사람보다 개구리가 더 많은 시골’이라 싸게 팔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정직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매겨서 원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먹이자’는 경영철학을 내세워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두 사람의 ‘경영회의’는 부부싸움이라 할 만큼 치열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에서 곡물 수입을 늘리면서 재료값이 폭등한 것. 여기에다 2008년 9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론이 터져 세계 경제는 대혼란에 빠졌다. 개점했지만 빵집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이번에는 그의 아버지가 엉뚱한(?) 권유를 한다.

“이타루, 마르크스를 읽어보지 그러니?”
마르크스에 푹 빠져 지내던 아버지 덕에 마르크스라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한 번도 꺼내 읽은 적이 없던 그는 서점에 가서 열세 권짜리 《자본론》부터 샀다. 그리고 한 권 한 권 읽어 나갔다. 

일주일에 사흘, 1년에 한 달은 쉰다
자본론을 통해 그는 자본이 창출하는 이익과 노동자의 임금이 서로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19세기 영국 제빵 노동자의 일과를 보고 휴식이라곤 없는 노동강도에 경악했다. 그래서 그는 일주일에 사흘 쉬고, 일 년에 한 달을 쉬는 ‘희한한 빵집’을 완성해나갔다. 
이타루는 공중에 떠다니거나 작물에 붙어서 존재하는 천연효모로 빵을 만든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효모인 이스트를 ‘순수배양효모’라고 부르며 눈속임 하는 사실을 개탄했다.

“이스트는 그 많은 ‘야생효모’ 중에서 제빵에 적합한 효모를 골라내 인공적으로 배양한 겁니다. 그런데 효모를 증식시킬 때 몸에 나쁜 첨가물을 넣습니다.”

그가 천연효모를 강조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천연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그 생명을 다한다. 즉 썩는다. 그럼 다시 밀가루를 만드는 밀 재배를 위한 거름이 되고, 그렇게 자란 밀은 다시 빵이 되고… 이런 순환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썩지 않는다면 순환과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썩지 않는 효모로 계속 빵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빵값이 떨어지고, 그 결과 상품가격 결정의 절대조건인 노동자의 임금도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 또한 그는 지역 사회와의 순환도 생각한다. 
“재료를 지역에서 재배한 유기농으로 구입하면 농가에 대가를 지불하게 되고, 농가는 그 대가를 기반으로 다시 밀을 재배하게 됩니다. 제가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우리 빵집의 경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에 일정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맥주 한 잔 하실래요!”
2011년 3월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그는 오카야마 현 가쓰야마로 이주해 2012년 2월에 새 빵집을 열었다. 그곳으로 이사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물’을 찾아서였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오카야마의 이웃 현인 돗토리 현 지즈 마을의 옛 보육원 건물을 빵집으로 개조해 다시 이사했다. 그가 그토록 찬양하던 가쓰야마를 버린(?) 이유가 궁금했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쓴 와타나베 이타루는 부인 마리코와 함께 9월 말 방한하여 여러 차례 강연을 하였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밀을 소맥분으로 만들려면 높이가 6미터나 되는 제분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여의치 않아 축소해서 억지로 설치했었는데 고장이 났어요. 그리고 지역 사회와 순환 경제를 이루려면 밀보관용 대형 냉장고가 필요한데, 그런 걸 실현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는 지즈에서의 경영에는 무게중심이 다소 이동한다고 밝혔다. 옛 보육원 건물이라 충분한 공간이 가능해 애초 하고 싶었던 효모 맥주도 제조하여 파는 카페로의 변신이다. 특히 그는 가쓰야마에서 농가에겐 대가가 지불되었지만 좋은 물과 땔감(화덕 피자용 장작)을 제공하는 산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대가가 돌아가지 않아서 안타까웠는데, 여기서는 가능할 것 같아 좋다고 말한다.

“천연효모는 효모 맥주에서 추출해서 사용하는데, 20%만 활용되고 나머지 80%는 제가 마십니다. 그래서 빵을 만들려면 꼭 필요한 게 맥주인데, 이걸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거죠.”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루마리에 구경 가기를 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기서 일하면서 제빵 기술을 배워 한국에서 직접 빵집을 경영해보고 싶어한다고 하자 그는 연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제빵 기술 전수는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그걸 한국에서 현지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왜 이런 일을 할까.

“그냥 맛 좋은 빵을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팔면 팔수록 주변 환경이 좋아지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빵,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랬다. 이타루의 실험은 지속가능한 빵집의 운영이었다. 100년 전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100년 후에도 운영되는 그런 빵집을 그는 꿈꾸고 있었다.


이타루가 추천하는 책

생명의 농업 | 후꾸오까 마사노부 글, 정신세계사
‘자연농법을 통한 대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인간 삶의 근원이 되고 있는 자연과 생명, 농업에 대한 깨달음과 자연 속에서 올바른 농업행위(正農)가 무엇인지를 천착하는 책이다.

차의 책 - 10점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茶の本 | 오카쿠라 가쿠조 글, 이와나미
일본 근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쓴 책으로, 일본인의 미적 문화적 삶에 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천착한 에세이.

 

기사 원문 보기(책과 삶 11월호) >>>

http://www.bookandlif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3

Posted by 비회원

   

신간 '동양의 이상'이 나왔습니다.



▶ 『동양의 이상』에 대하여

『동양의 이상』은 일본 메이지(明治)시대의 저명한 미술사가이자 미술 교육자로서 일본미술의 현대화를 위해 교육 및 행정 분야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던 오카쿠라 텐신이 서양인들에게 동양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고자 저술한 책이다.

The Ideals of the East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Art of Japan 이라는 제목으로 1903년 영국 런던에서 간행되었으며, 1904년에 간행된 『일본의 각성The Awakening of Japan』, 1906년에 간행된 『차의 책The Book of Tea』(링크)과 더불어 오카쿠라 텐신의 대표적인 저서다.

출간된 이후 100여 년 동안 서양인들에게 동양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로서 널리 읽히고 있으며,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 일본 미술사를 중심으로 동양인의 사유방식과 미학의 특성 등을 기술

『동양의 이상』은 원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히 일본 미술과 관련하여”라는 구절이 덧붙어 있다. 이는 일본 미술의 미학이나 원리 또는 그 정신을 중심으로 동양의 이상에 대해서 말하려 하였음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일본미술의 역사를 지배층의 변화에 따라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는 곧 일본의 미술사와 미학이 동양의 이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텐신의 관점이나 이해를 드러내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인도와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일본미술의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 거기에 동양인의 사유방식과 미학의 특성 및 동양 각국이 구현해야 할 이상이 내재해 있음을 밝히고, 일본인으로서 일본의 미술이야말로 인도와 중국이 잃어버린 미술의 세계를 오롯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표현하였다. 따라서 일본이 바로 동양의 이상을 구현할, 말하자면 동양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저변에 깔려 있기도 하다.

바로 그 때문에 텐신의 이러한 사상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에 의해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에도 그러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20세기 초에 일본에서 이런 저술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워


『동양의 이상』에서는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미술사의 지식과 정보들이 매우 풍부하게 또 체계적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20세기 초에 일본에서 이런 저술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저자가 동양의 미술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떠나서 이 정도의 정보량을 이 정도로 간략하게 서술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저자의 명석함을 가늠해볼 수 있다.

1901년 즈음에 인도를 방문한 텐신은 아잔타 석굴 등 인도의 예술과 그에 스며 있는 정신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가지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유교, 도교, 불교를 아우르는 중국의 사상과 예술 그리고 인도의 사상과 예술이 어떻게 아시아 문화의 토대가 되고 일본 미술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체계적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

또 인도를 여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힌두교 철학자 스와미 비베카난다Swami Vivekananda를 만나게 되는데, 이 인연으로 비베카난다의 제자인 영국인 니베디타 수녀가 이 책의 서문을 써주게 되었다.

1901년에서 1902년 사이에는 인도를 방문하였는데, 이 또한 중국 여행과 마찬가지로 텐신의 사유를 매우 풍부하게 해주는 구실을 하였다. 특히 비베카난다를 만나서 교류하게 된 일은 텐신에게 동양에 대한 사유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즈음에 『동양의 이상』과 『동양의 각성The Awakening of the East』을 집필하기 시작하였는데, 『동양의 이상』이 “아시아는 하나다”로 시작되는 것도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해제: 오카쿠라 텐신의 생애」 가운데)

▶ 아시아는 하나라는 텐신의 사상

텐신은 미술사가로서 미술평론가로서 교육자로서 근대 일본의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아시아주의를 주창한 인물로서 주목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도 첫 문장을 “아시아는 하나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그러한 그의 사상은 특히 『동양의 이상』을 비롯해서 『일본의 각성』, 『차의 책』 등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아시아는 하나다. 공자의 공동사회주의를 가진 중국 문명과 베다의 개인주의를 가진 인도 문명을 히말라야가 가르고 있는데, 이는 오로지 강력한 두 문명을 두드러져 보이게 할 뿐이다. 하지만 그 눈 덮인 장벽조차도 궁극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향한 열망의 드넓은 확장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 열망은 모든 아시아 민족에 공통된 사유의 유산을 물려주어, 그들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위대한 종교를 낳게 할 수 있었고, 또 개별적인 것에 골몰하면서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을 탐구하는 지중해·발트해 연안 민족과 구별되게 하였다. (1장 첫머리에)

최근 일본의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이 여러 번 텐신의 사상을 언급함에 따라 우리나라 문학계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 책은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어서 이해하려고 하는 오늘날의 학인과 일반인에게 관점이나 이해방식 등에서 매우 긴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번역물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출판 풍토에서 『차의 책』을 먼저 번역 출간하고 이번에 『동양의 이상』을 내놓게 된 정천구 선생은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에 『일본의 각성』을 번역 연재하고 있으며, 이 또한 책으로 묶어 출간할 예정이다.


『동양의 이상』- 일본 미술의 정신 -  
| 인문 | 학술

오카쿠라 텐신 지음 | 정천구 옮김
출간일 : 2011년 9월 26일
ISBN : 9788965451594
신국판(양장) | 256쪽

메이지시대의 저명한 미술사가 오카쿠라 텐신이 동양문화의 진면목을 서양에 알리고자 저술한 책.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미술사의 풍부한 지식과 다채로운 정보를 체계적으로 서술하였다.



저자: 오카쿠라 텐신

메이지(明治)시대의 미술사가이자 미술교육자. 요코하마(橫浜)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이름은 카쿠조오(覺三)이다. 도쿄대학(東京大學)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미국인 훼놀로사의 감화를 받아 일본 미술에 깊이 빠졌다. 졸업 후에는 문부성(文部省)에 들어가 일본의 고찰과 신사 등에 소장되어 있는 고미술품을 조사하면서 일본화(日本畵)의 쇄신에 힘썼다. 1886년, 미국과 유럽을 시찰하고 귀국해서 동경미술학교를 설립하는 데 참여하여 교장직을 맡았고, 1898년에 교장직을 사퇴한 뒤에는 일본미술원을 창설하였다. 1904년부터는 보스턴미술관 동양부장을 맡았다. 그는 『동양의 이상』, 『일본의 각성』, 『차의 책』 등 영문으로 쓴 저서에서 독자적인 문명관을 피력하였다. 사후에는 헤이본샤(平凡社)에서 『오카쿠라텐신전집(岡倉天心全集)』을 출간하였다.

역자: 정천구

1967년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사상을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학 밖에서 ‘바까데미아(바깥+아카데미아)’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저서로는 『논어, 그 일상의 정치』가 있고, 역서로 오카쿠라 텐신의 『차의 책』, 일본불교설화집인 『모래와 돌』(상·하), 일본불교문화사인 『원형석서』(상·하), 명심보감 완본을 번역한 『밝은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 등이 있다.


차례

서문
1 이상(理想)의 범위
2 일본의 원시예술
3 유교-북방 중국
4 노장사상과 도교-남방 중국
5 불교와 인도예술
6 아스카(飛鳥) 시대(550∼770)
7 나라(奈良) 시대(700∼800)
8 헤이안(平安) 시대(800∼900)
9 후지와라(藤原) 시대(900∼1200)
10 카마쿠라(鎌倉) 시대(1200∼1400)
11 아시카가(足利) 시대(1400∼1600)
12 토요토미(豊臣) 및 초기 토쿠가와(德川) 시대(1600∼1700)
13 후기 토쿠가와 시대(1700∼1850)
14 메이지(明治) 시대(1850∼현재)
15 전망

해제 : 오카쿠라 텐신의 생애
옮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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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을사조약이 체결된 다음해인 1906년, 미국 뉴욕에서 한 일본인이 영어로 된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당시 보스턴미술관에서 동양부장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날리고 있던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 펴낸 책은 바로 “The Book of Tea”. 이후 이 책은 오늘날까지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양의 차를 서양인들에게 알리는 데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 손꼽혀왔다. 이 책은 아직도 미국 온라인서점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다도를 통해 일본의 전통문화를 가장 재미있고 매력 있게 해설한 책”이라는 서평에서는 서양인들이 이 책을 통해 다도(茶道)를 넘어서 일본문화, 나아가 동양의 전통문화에 얼마나 매혹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낭만적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

도쿄예술대학의 오카쿠라 텐신

1862년에 요코하마의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나 메이지유신을 겪으며 성장한 오카쿠라 텐신은 불과 27세에 도쿄미술학교 교장으로 취임할 정도로 뛰어난 청년이었으며, 예술과 미학에 조예가 깊었다. 이후 일본미술원을 창립하는 등 일본미술의 근대화와 국제화를 도모하였으며, 서구미술과 그 이론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새로이 일본화라는 전통을 확립하고, 일본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 책 외에도 『동양의 이상(理想)』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동양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는데, 그것은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부르짖으며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려는 일본제국주의의 정치적 요구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심미적이고 관조적인 텐신의 성향은 역사의식의 부재와 함께 정치현실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차는 약용으로 시작하여 음료가 되었다. 중국에서 8세기에 고상한 놀이의 하나가 되어 시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15세기 일본에서는 그것에 기품을 부여하면서 심미주의라는 종교, 즉 다도(茶道)로 드높여졌다. 다도란 하찮은 일상 가운데 숨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숭앙, 그것에 기초한 일종의 의례이다. 다도는 순수함과 어울림, 보시의 신비, 사회 질서의 낭만성 등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함에 대한 숭배이니, 말하자면 불가능의 연속인 이 인생에서 무언가 가능한 것을 성취하려는 은근한 시도다.-책의 첫머리에


지금 왜 『차의 책』인가

100여 년 전에 쓰인 이 책이 아직도 읽히고 있다면 단순한 과거의 유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일본문화, 특히 다도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통째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역자는 번역의 동기를 밝히고 있다.

일본 다도, 그 이상과 실상의 거리

동아시아의 문학, 사상 등을 비교연구하고 있는 역자 정천구는 말미에 해제를 달아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서양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동양 문화의 가치를 서양에 전파한다는 책 본래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텐신은 심미적이고 비역사적인 성향으로 인해 정치현실을 바로 보지 못함으로써 일본문명이 최고라는 국가주의의 경향을 보였다. 또한 다도의 이상적인 면만을 강조함으로써 실상과 이상의 괴리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다도보다는 다법에 치우쳐 형식적으로 점점 까다로워지고 번잡해진 일본 차문화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또한 다실을 꾸미고 다기를 갖추며 한복을 차려입는 일, 그것은 형식일 뿐이라며 자칫 우리네 차문화 또한 형식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책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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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책 - 10점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