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향기

정태규 평론집







느닷없이 우리를 기습하는 삶의 상처와

일상의 시간을 탐문하는 소설쓰기의 미학

중견 소설가 정태규의 첫 번째 평론집 『시간의 향기』가 출간되었다. 시간이 가지는 비정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소설쓰기를 두고, 정태규는 다양한 평문들을 통해 소설이 가지는 미의식을 탐구하였다. 이번 평론집을 통해 정태규는 이효석과 김유정 소설의 공간인식 연구와 경주 지역 문학 연구, 부산 소설 작가들의 작품 세계 분석, 소설가 나여경, 윤정규, 박종관의 작품 세계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미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 『길 위에서』를 통해 부산 문단의 뼈 굵은 중견소설가로 인정받은 저자이지만, 정태규 소설가의 비평가로서 또 다른 면모를 이번 평론집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비평한 다양한 소설은 대부분 부산 지역 작가들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데, 이는 정태규의 지역작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어 평론집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공간인식으로 이효석과 김유정을 다시 읽다

1930년대의 중요한 소설적 성취를 이룬 두 작가 이효석과 김유정. 정태규는 이들 두 작가의 작가의식과 작품의 특성을 재조명하여 두 작가의 소설에 나타난 공간적 배경과 공간 인식의 태도 그리고 공간 지향의 특성을 통해 비교해보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산」, 「들」을 통해 이효석이 도시적 공간을 떠나 자연적 공간으로 관심을 두는 ‘구심적 지향’을 보이고 있음을 설명했다. 한편 김유정의 「소나기」, 「만무방」, 「봄봄」 등을 통해 김유정이 자연적 공간을 떠나 도시적 공간으로 관심을 옮기며 ‘원심적 지향’을 보인다는 해석으로 두 작가가 「구심적 상상력과 원심적 상상력」이라는 각기 다른 공간지향을 보인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끊임없이 시도할 수밖에 없는 시지프스의 길이자

‘지금 여기’의 의미를 사유하게 하는 힘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시간에 반란을 꾀한다. 우리의 기억은 저 선조적이고 기계적이고 무채색인 자연의 시간을 우리의 임의대로 줄이고 늘이고 비틀고 때로는 망각의 형태로 생략하기도 한다. 또한 기억은 시간에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물들인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기억은 우리의 삶을 특별하게 하고 기억의 집적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속을 아프게 살아온 우리의 기억들이다. 소설은 그 아픈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_「부산 소설의 여름 풍경」에서


저자는 소설읽기에 앞서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사색을 곁들였다. 늘 우리에게 적대적인 일상. 이 일상이 우리에게 비우호적일지라도 이러한 일상과 시간의 비정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소설쓰기가 출발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주는 아픔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소설을 통해 작가와 독자 모두 좌절 속에서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금 여기’의 의미를 사유하게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성찰이 담겨 있다.




지역 작가에 대한 애정 곁들여

저자는 이번 비평집에서 유독 부산 소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소설가 나여경, 이남희, 조명숙, 강동수, 문성수 등 걸출한 부산문단의 소설가들을 조명하여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나여경 작가의 소설집 『불온한 식탁』을 통해 나여경 소설이 결핍과 욕망 사이에 놓여 있는 인간의 삶을 묘파했다며 분석하였고, 특히 2002년 타계한 소설가 윤정규의 작품세계 분석을 통하여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며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쉽사리 좌절하지 않는 윤정규 소설 속의 인간 군상을 포착했다. 저자는 작가의 작품 분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 윤정규의 인간됨, 인간 윤정규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작가분석을 시도하였다.






글쓴이 : 정태규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학교 대학원(국문학과)을 졸업하였고,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집이 있는 풍경』(개정판 『청학靑鶴에서 세석細石까지』), 『길 위에서』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꿈을 굽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향기』가 있다.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시간의 향기』    정태규 평론집

정태규 지음
평론 | 신국판 | 
224쪽 | 20,000원

2014년 10월 20일 출간 | ISBN : 978-89-6545-268-3 03810

소설가 정태규의 첫 번째 평론집. 시간이 가지는 비정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소설쓰기를 두고, 정태규는 다양한 평문들을 통해 소설이 가지는 미의식을 탐구하였다. 이번 평론집을 통해 정태규는 이효석과 김유정 소설의 공간인식 연구와 경주 지역 문학 연구, 부산 소설 작가들의 작품 세계 분석, 소설가 나여경, 윤정규, 박종관의 작품 세계 분석을 시도하였다. 



차례



시간의 향기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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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메인 화면에 『하이재킹 아메리카』 서평이 올랐습니다. 몇일전 강양구 기자께 전화가 와서 책 표지 이미지를 보내드렸거든요. 테리 이글턴의 『반대자의 초상』,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김정욱의 『나는 반대한다』 등 3권의 책과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홍재우 인제대학교 교수께서 '악마들의 음모'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쓰셨습니다. (기사 링크) 책 내용에 대한 언급과 함께 이 책의 가치를 두 가지로 얘기했는데요, 첫째는 미국의 밖에서 오늘의미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의 우경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입니다. 한국 사회의 최근 변화에서 미국 우파의 발자취가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 책에 관한 아쉬운 점들과 깔끔하고 맛깔스런 번역-역자 두 분과 담당 편집자의 수고가 컸지요-에 대한 칭찬, 끝으로 출판사에 대해 몇 마디 하셨는데,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 산지니출판사를 전혀 몰랐다고 하시네요.TT;
출판사나 책에 대한 홍보가 아직 많이 부족함을 절감하며 '드물게 부산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로서 지역에서 세계를 아우르는 출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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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홍보에 성공한 『하이재킹 아메리카』

하이재킹 아메리카 - 10점
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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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파는 미국인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나

『하이재킹 아메리카
』 학술|정치 사회

지은이: 수전 조지
옮긴이: 김용규·이효석
출간일 : 2010년 5월 28일
ISBN : 9788992235976
신국판 | 356쪽

신우파적 정치권력과 신자유주의적 자본 세력들이 자본과 종교의 결합을 통해 미국문화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지배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히, 그러면서 끈질기게” 획득해간 과정을 분석한다.


◎ 미국을 하이재킹한 세력들은 누구인가, 사회정의를 지향하는 미국적 가치와 이상이 단 몇십 년 만에 진창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IMF, WTO, 세계은행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해온 유명한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수전 조지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렇게 되기까지의 원인을 분석한다.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 즉 미국의 현실정치적 신우파와 종교적 신우파들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형을 어떻게 바꾸어왔는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엄청나게 심각해지고 있는 빈부격차, 끝없는 전쟁, 지배계급의 탐욕 등이 어우러진 미국의 절망적인 상황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미국적 가치와 이상이 단 몇십 년 만에 진창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전 조지는 방대한 정보를 샅샅이 뒤져 미국을 하이재킹한 세력들을 연구하고 이 책을 통해 여실히 폭로한다.

◎ 뿌리 깊은 미국문화의 신보수화 경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그동안 미국의 신우파와 그들의 정치 이념인 신보수주의를 분석하는 책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개의 책들은 신보수주의의 정치문화를 파헤치거나 분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정치적 지배가 초래하고 있는 파행적인 미국문화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치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세력들인지를 고발하고 정권 교체를 역설하는 정치 비판의 경향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수전 조지의 『하이재킹 아메리카』는 정치문화에 대한 비판이나 정권 교체로 사라질 수 없는, 훨씬 더 뿌리 깊은 미국문화의 신보수화 경향을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신우파적 정치권력과 신자유주의적 자본 세력들이 자본과 종교의 결합을 통해 미국문화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지배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히, 그러면서 끈질기게” 획득해간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수전 조지의 분석에서 특히 충격적인 것은 신우파들이 미국의 보수적이고 우파적인 종교적 근본주의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종교적 우파들이 미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식으로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1965년에 이 나라의 실질적인 중요 인물은 모두 케인스주의자이거나 어떤 다른 형태의 사회민주주의자였다. ‘대처주의자’라는 발상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타임지』 표지가 등장한 후 단 15년 만에 철의 여인은 다우닝가에 입성했고, 더 싹싹한 그녀의 짝 로널드 레이건은 백악관을 차지했다. … 케인스에 대한 『타임지』의 아낌없는 찬사가 있고 난 뒤 채 40년도 지나지 않아 ‘좌파’는 공식적으로 그 가엾은 사람의 두 번째 장례식을 치르고 그를 망각 속으로 몰아넣은 셈이 되었다. (1장_「상식의 날조, 혹은 초보자를 위한 문화적 헤게모니」 중에서)


◎ 자만심에 빠져 방심하고 있는 좌파를 대신해서 종교·비종교적 우파들은 어떻게 미국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는가

미국의 종교적·비종교적 우파는 네 가지 M 즉, 자금(Money), 미디어(Media), 마케팅(Marketing), 경영(Management)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명감(Mission)을 바탕으로 신중한 행진을 계속해왔고, 마침내 미국인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자유무역, 민영화, 시장지배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지속적으로 장려되고 육성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정책들이 엘리트계층과 거대은행,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좌파가 자신의 정책과 프로그램과 정치적 기획이 올바른 만큼 언제나 만인의 환영을 받을 거라는 자만심에 빠져 방심하는 동안 미국 우파는 재단과 로비, 두뇌집단과 출판계, 정치거물과 법률가 및 활동조직들로 구성된 기계에 충분히 기름을 칠하고 풀가동시킴으로써 미국 사회를 서서히, 그러나 아주 효과적으로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 신보수주의 네오콘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우파 프로젝트의 핵심은?

그것은 바로 자금이었다. <브래들리>, <올린>, <스미스-리처드슨>, <찰스 코크>, <스카이퍼-멜론> 등 신보수주의 재단들은 우파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엘리트와 기관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후원금을 제공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십 년간 대규모 기금을 꾸준히 제공하여 정교하고도 세밀한 사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수전 조지는 이 재단들과 재단의 자금을 지원받은 기관이나 연구소, 개개인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수재단의 기금 수령자 가운데는 그 유명한 사무엘 헌팅턴도 들어 있었다.

느슨한 네트워크로 시작된 것이 이제는 하나의 은하계가 되었다. 외부 시각에서 판단해볼 때, 광대하게 확대된 네트워크의 다양한 접점―기금제공자, 두뇌집단, 대학교, 단일 쟁점의 정책개발센터, 저변 조직, 출판물, 개별 지식인과 운동가―의 결집력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을 연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커다란 종이 하나에 기부자와 수령자 이름을 모두 써보는 것이다. 관련된 하위범주(가령, 연구지원금을 받고 있는 특정 대학 내 연구센터의 개별 연구자)는 모두 다루고 그들 사이의 연결 관계는 꼭 그려야 한다. 다양한 색깔의 비슷한 선들은 돈이 아니라―이를테면, 같이 일하는 조직, 출판물, 미디어 간의―긴밀한 관계를 나타낼 것이다. 하나의 접점으로 이어지는 선 대부분이 각 행위자의 권력과 범위와 영향력을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1장_「상식의 날조, 혹은 초보자를 위한 문화적 헤게모니」 중에서)



◎ 끊임없이 정치권력을 확대하고 있는 종교적 우파


교회의 십자가와 미국 국기를 적절히 조화시킨 원서 'Hijacking America'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두 장에 걸쳐 우파 종교계의 이데올로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이 하이재킹당하는 데는 우파 종교집단의 역할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듭난 기독교도, 재건주의자, 오순절주의자, 카리스마주의자, 천연왕국주의자 등 그 이름도 다양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신정정치를 주장한다. 즉, 인간은 신에게 복속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적인 대리자(교회 등)가 정부를 대신하여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미국 내에는 많이 존재하고 지난 수십 년간, 특히 부시 정부하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친이스라엘 목사 제리 폴웰은 복음주의자를 향해 “우리는 7천만이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정부가 반이스라엘 경향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다른 종교지도자들과 더불어 수백만 복음주의자들이 항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예루살렘(물론, 알-아크사 사원이 없는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아주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 시의 18,000 신도를 맡고 있는 존 해기John Hagee 목사의 대형교단과 9,900만 가정에 방송하는 8개 TV 네트워크 역시 “이스라엘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민 가는 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해기 목사의 〈출애굽기 II〉 프로그램에 300달러씩 기부하면 이스라엘로 이민 가는 사람 한 사람을 돕게 된다. 반면 그가 설립한 〈친이스라엘기독인연합Christians United for Israel〉은 3,500여 명을 워싱턴으로 초대하여 매번 식사와 우정의 저녁을 보내는 대형 만찬을 열고 그 다음날에는 의회에 공세적인 로비를 펼친다. 많은 의회 대표자들이 이 만찬에 참석한다. (3장_「제도 속으로 진입하는 종교적 우파」 중에서)


◎ 천박하고 냉혹하며 비기독교적인 휴거신학

많은 미국인들이 믿고 있는 휴거신학의 기본 신조는 종말론, 즉 “세상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후의 심판일에 주를 영접한 자는 휴거되어 천국의 첫줄에 앉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환난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 휴거의 이론이 안고 있는 환경재앙을 그리스도 재림의 전조로 보고 복음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슬람과의 전쟁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환영하고, 이들에게 생태계의 붕괴는 계시의 확실한 신호일 뿐이다.

이와 동시에 하나님은 적절히 대비하실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단이다. 하나님은 모두를 위해 넉넉하게 준비하셨다. 하나님의 넉넉하심으로 인간은 지구를 마음껏 이용해도 되는 권리를 하사받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지구에 대한 지배권을 주셨으니까. (3장_「제도 속으로 진입하는 종교적 우파」 중에서)


가정학교(홈스쿨링)를 통해 창조론을 가르치는 미국의 가정학교운동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나 『지상 최대의 쇼』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세상은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이라고 믿는데, 미국인은 61%가 성경에 적혀 있는 그대로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직도 창조론을 가르쳐야 하는지 진화론을 가르쳐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실제로 창조론을 가르칠 것을 지시한 학교이사회에 반발한 학부모들이 이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간 것이 2005년이다. 시골학교 생물교사들은 근본주의적 학부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e”로 시작되는 단어, 즉 진화론(evolution)은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1990년에 30만 명이던 가정학교 학생 수가 오늘날 250만 명에 육박하는데, 이는 ‘가정에서, 제대로, 창조론과 복음주의’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유레카 스프링즈 박물관 (출처: www.worldofstock.com)


아칸소에 가면 지구상에 인간과 공룡이 공존했음을 ‘증명하는’ 박물관이 실제로 있다. 이 박물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유레카 스프링즈Eureka Springs의 오자크 마운틴Ozark Mountain 마을로 모여든다. 이 마을의 잘나가는 관광산업은 주로 광대한 토지에 조성된 기독교 테마파크에 집중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 가면 아담과 이브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함께 에덴동산에 살고 있는 모습을 그려놓은 그림을 볼 수 있다. T-렉스는 점잖은 동물로 묘사되어 있는데, 아담과 이브를 잡아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시대는 죄가 세상에 침범하기 이전의 평화로운 공존의 시대 즉, 죽음을 모르던 시대이기 때문에 이게 정상이다. 그럼 지금은 왜 공룡이 없는가? 바보야, 그건 홍수로 다 쓸려 가버렸기 때문이잖아!
(4장_「계몽의 횃불을 저지하라: 지식에 대한 공격」 중에서)


◎ 일부 기독교 광신도들의 생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수전 조지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미국 지식인층과 중산층, 진보 세력들은 대부분 이러한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천만 종교인을 그저 ‘광신도’나 ‘열광적인 기독교신자’로 치부할 뿐 진정한 정치세력으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파 기독교인들이 막대한 자금과 정치력으로 세를 넓혀가면서 전체 미국 개신교도들을 우측으로 기울게 하고 있으며, 가톨릭마저 보수화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만나면서 정치세력화되어 일부 지배계층과 초국적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사회 정의와 경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음을 두고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나라일 때는 말이다.

불온하면서도 강력한 그 세력의 영향력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들을 물리치지 않는 한 우리는 문명화된 세계를 꿈꿀 수 없다. _ 노엄 촘스키


부시가 물러나고 오바마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한 우파의 헤게모니

조지 부시는 2009년 1월 백악관을 떠났다. 따라서 미국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수전 조지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그들이 기반하는 정치문화에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팔레스타인 구호를 위한 다국적 NGO들의 가자 지구 진입을 폭력적으로 차단하고 억압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두고 미국 상원이 친이스라엘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 미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도착적이고 뒤집어진 것인지를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2008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야에 쓰였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미국인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바로 이런 도착적 매트릭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수전 조지 Susan George

Susan George

미국 출생으로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프랑스에서 살고 있으며 제3세계의 빈곤, 개발, 부채 문제 등에 관해 활발한 저작 활동과 실천 활동을 벌이고 있다. IMF, WTO, 세계은행의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전개해왔으며 1990년부터 1995년까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과 그린피스 프랑스 지부 상임위원으로, 그리고 1999년부터 2006년에는 아탁(ATTAC, 국제금융거래과세연합) 프랑스 지부 부회장으로 활동하였다. 유엔 산하 여러 기구 및 환경, 개발, 노동 등 여러 분야의 시민단체를 위한 자문과 연설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초국적연구소> 운영위원이다.
저서로는 How the Other Half Dies(Penguin, 1976, Reprinted 1986, 1991), A Fate Worse Than Debt(Penguin, 1988), The Debt Boomerang(Pluto Press, 1992), The Lugano Report: On Preserving Capitalism in the 21st Century(『루가노 리포트』, 당대, 2006), Another world is possible if…(『수전 조지의 Another World』, 산지니, 2008) 등이 있으며, 이 책은 저자의 열한 번째 저서이다.

옮긴이 김용규 부산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영미문화연구와 세계화의 문화이론에 관심이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문학에서 문화로: 1960년대 이후 영국 문학이론의 정치학』이 있고, 역서로는 『백색신화: 서양이론과 유럽중심주의 비판』이 있다.

옮긴이 이효석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비교문화학센터 HK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양 고전의 형성과정과 비교문화연구에 관심이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헨리 제임스의 영미문화비판』이 있고, 역서로는 『포스트모더니즘 백과사전』(공역)이 있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종교·비종교적 우파는 어떻게 미국을 장악했는가

제1장 상식의 날조, 혹은 초보자를 위한 문화적 헤게모니
제2장 외교 문제
제3장 제도 속으로 진입하는 종교적 우파
제4장 계몽의 횃불을 저지하라: 지식에 대한 공격
제5장 로비, 복도, 권좌

맺음말-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가?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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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아메리카 - 10점
수전 조지 지음, 김용규.이효석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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