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명숙25

[다시 읽는 소설] 조명숙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③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에 수록된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를 연재합니다. 점심의 종류 조 명 숙 “ 시신도 만져 보지 못한 채 유미가 사라졌다. 그런데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 마지막 화 검찰은 사고 직후 종적을 감춘 선주를 찾느라 법석이나 떨고, 매스컴은 선주의 비리를 캐는 데 열을 올리기나 할 뿐, 사고의 원인 규명이 점차로 유야무야되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애를 두고 혼자 빠져나올 수 있어? 죽더라도 같이 있었어야지. 참고 또 참았던 말을 결국 영애는 내뱉고 말았다. 시신도 만져 보지 못한 채 유미가 사라졌다. 그런데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국정조사, 청문회, 재판 같은 절차는 마치 사고 기록 지우기를 목표로 한 듯 차근차근 진행되었지만 원인을 먼저 규명하.. 2017. 4. 19.
[다시 읽는 소설] 조명숙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②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에 수록된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를 연재합니다. 점심의 종류 조 명 숙 “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서 유미의 죽음이 심연처럼 가라앉을 때, 마침내 고통은 고통끼리 부딪쳤다. ” 2화 영미가 숟가락을 뺏으려 한다.“미장원 갔다가 옷도 좀 사자.” 완강하게 뿌리치면서 영애는 쟁반을 들고 뒤로 물러난다. 영미가 깬돌의 모서리처럼 모난 눈으로 노려본다. 그러고 보니 영미는 방금 미장원에 다녀온 모양이다. 사흘 전보다 머리가 조금 짧아졌고, 헤어에센스 냄새도 난다. 물 한 모금 마신 영애는 영미가 가리고 있는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목을 뽑는다. 중학생 모자를 쓰고 교복을 입은 장동건과 원빈이 구두를 구경하고 있다. 선.. 2017. 4. 17.
[다시 읽는 소설] 조명숙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①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에 수록된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를 연재합니다. 점심의 종류 조 명 숙 “ 캡을 쓰고 작업복을 입으면 유미가 사라지기 전의 시간 속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어코 되돌려 놓고 싶은 순간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 1화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본다. 육 층에서 내려다보는 바깥은 고요하다. 이른 가을, 잔잔한 바람이 지나가는지 화단의 나뭇잎이 아주 조금 흔들린다. 숲에는 떨어진 나뭇잎이 이끼와 돌을 덮고 있을 즈음이다. 현관을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숲으로 가는 길이 있다. 오십 미터 간격으로 의자가 있고, 의자 아래에는 담배꽁초나 껌 같은 것이 떨어져 있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오가고, 가끔은 개들도 지나가는 길이다. 숲에서는 여전히 .. 2017. 4. 14.
밥이 아닌 밥을 먹는 시간:: 세월호 2주기와 「점심의 종류」 4월 16일, 내일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10년, 20년이 지나도 유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202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부터 10년 뒤를 상상하는 소설이 있습니다.세월호에서 딸을 잃은 어머니의 점심식사를 그린 「점심의 종류」 입니다. "이걸 밥이라고 먹어?" 힐난인지 걱정인지 종잡을 수 없는 투다. 힐난이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하겠지. 묵묵히 밥 한 숟가락을 푹 뜬다. 그래. 이건 밥이 아니다. 영애는 밥 아닌 밥을 입에 넣는다. 밥과 장아찌를 씹는 입 저쪽, 어금니 하나가 시큰거린다. 어쩌다 밥알이 푹 빠지기도 하는 그 어금니는 썩어 뿌리만 남아 주기적으로 지독한 통증을 불러일으킨다. 치통은 모멸스러운 것이다. 발뒤꿈치에 두툼하게 앉은 각질이라든가, 큐티클이 .. 2016. 4. 15.
지역 특화전략으로 살아남은 출판사 이야기 (전북일보) 부산의 한 출판사가 특별한 책을 냈다. 작가의 글이 아닌, 바로 출판사를 꾸려가는 그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았기에 그렇다. 지역출판사 ‘산지니(대표 강수걸)’가 엮은 (강수걸 외 지음)는 작은 출판사가 10여 년 동안 부산에서 300여권이 넘는 단행본과 문예잡지 등을 펴낸 기록을 담고 있다. 독서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데다 판매망을 독점한 소수의 대형 서점들, 온라인 유통 활성화 등으로 지역 출판계는 칼바람을 맞고 있고 산지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산지니는 전국은 물론 해외로도 책을 유통하는 부산지역의 대표적 출판사로 거듭났지만 지난 10년의 세월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지난 2005년 2월 출판사 문을 연 뒤 8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었고, 직거래 서점의 부도를 몇 차례 겪으며.. 2016. 2. 12.
산지니 어워드의 귀환: 디자이너, 편집자가 편애하는 2015년의 귀한 책! 안녕하세요, 여러분. 잠홍 편집자입니다. 연휴에는 푹 쉬셨나요? 부산은 겨울인가 봄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는데요.저는 새해맞이 등산을 갔다가 꽃이 피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12월 말의 철쭉이라니! 지구온난화는 현실입니다 여러분.그러므로 을 추천해드리는 바입니다. (새해에는 당당한 홍보...!) 2016년이라는 숫자가 슬슬 익숙해져가는 지금산지니 어워드는 2015년, 저 건널 수 없는 강 너머에 두고 왔으리라 생각하셨겠지요. 훗... 새해가 밝았다고 방심하시면 아니되는 것입니다. 산지니 어워드의 완결판 산지니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편애하는 2015년의 귀한 책! 이 남아 있으니까요. > 1부: 2016년 달라지는 산지니! 2부: 2015년에 빛난 산지니 책! 문학편 3부: 2015년에 빛난 산지니.. 201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