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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7 우렁이 값이 제초제 값보다 싸! - 지리산길(2) (2)
  2. 2009.06.27 지리산 둘레 800리 길-지리산길(1) (2)
지리산길의 첫 마을인 매동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매동마을엔 민박하는 집이 30여 가구쯤 되는데 그중 한 집을 소개받았다.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니 민박집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마중나와 계셨다.  경운기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 민박집에 도착했다.

매동마을 가는 길


할아버지 민박집 이름은 '대밭 아랫집'. 이름이 너무 정감 있게 들려 "할아버지, 집 이름이 대밭 아랫집이네요"하면서 웃었더니 할아버지도 "대밭 아래 있으니께 대밭 아랫집이재"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그러고 보니 집 뒷켠으로 대숲이 무성했다. 마을의 다른 집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마을 어귀 첫집'  '파란대문집' 이런 이름들일까.

이 마을도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이 별로 안보였다. 할아버지네도 1남4년데 다 출가해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농사짓기 힘들지 않냐고 여쭤보니 요즘은 기계화가 많이 이루어져 농사도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앞마당에 이앙기, 탈곡기, 도정기, 우리가 타고온 경운기 등 농기계들이 그득했다.

매동마을엔 70% 정도가 우렁이 생태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농촌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은 농사도 짓고 민박 수입도 얻고 일석이조인 것 같다. 아랫집엔 상추 비닐하우스를 하는데 요즘 수확철이라 하루에 몇십상자를 내는데 왠만한 도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하신다. 농사가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늘어나는 도시 빈민이나 일없는 도시 실업자들에게 농촌이 대안이 될 순 없을까 생각해본다. 

대밭 아랫집(왼쪽)과 장정식 할아버지


우렁이 농법에 쓰는 우렁이는 외래종인데 우렁이만 키워 파는 농가도 따로 있다고 한다. 모내기를 하고 나서 모가 좀 자란 후에 우렁이를 풀어 놓으면 이 기특한 놈들이 잡초를 싹 먹어치우는데 먹는 양이 엄청나서 잡초가 자랄 새가 없다고 한다.

"벼도 풀인데 어찌 벼는 안먹고 잡초만 골라 먹어요?"
"우렁이는 논바닥에 기어다니니께 벼를 못먹재. 벼는 키가 크잖여. 지가 점프 안하믄 못먹재."
"해마다 우렁이를 사서 풀려면 우렁이 값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그래도 제초제 농약 값보다 싸게 쳐. 농약은 또 사람이 뿌리야 되재. 우렁이가 훨씬 낫당께. 지가 댕기믄서 풀 다 먹어뿐게"
"그래도 우렁이 쌀이 농약치는 것 보다는 수확이 적지 않나요?"
"그라재. 쪼매 적게 나오긴 한데, 그래도 친환경쌀이라 그냥쌀보다 훨 비싸게 나가니까 괜찮애"

일반쌀이 가마당 17만원 정도면 우렁이쌀은 가마당 24~5만원은 받는다고. 장정식 할아버지는 우렁이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르셨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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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비 2009.07.08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나도 떠나고 싶어라~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어 그동안 그리던 지리산 둘레길에 다녀왔다. 시작 지점은 지리산길 안내소가 있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평일인데도 안내소 앞 주차장에는 차들이 제법 주차해 있었다. 안내소에서 물 한모금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자니 노년의 부부,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 등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끊이지 않고 안내소를 찾았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지리산길은 소외된 지역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길...

지리산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생명연대(www.myjirisan.org)’가 2007년부터 지리산 자락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의 흔적을 되살려 지리산에 인접해 있는 5개시군(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28개 마을의 삶을 연결하며 지금까지 약 70km의 둘레길이 이어져 있다.

앞으로 2011년까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길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첫날 걷기로 한 구간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길이다. 정확히 19.3km.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할거라는 안내소 직원의 걱정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섰다.

1시간쯤 걸었을까.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이 '목표는 목표일뿐이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하냐 과정이 중요하지...오늘은 첫날이니 무리하면 안된다' 등등 궁색한 변명을 주절거리며 오늘 목표의 반만 걷기로 합의했다. 쉬엄쉬엄 걷다가 해가 지면 가장 빨리 나오는 마을에 숙소를 구하기로 말이다.

길 주변에는 다랭이논과 고사리밭, 두릅나무, 뽕나무 등 농민들이 키우고 가꾸는 밭이 많았는데 ‘지리산길 주변의 농작물과 열매는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손대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자주 보였다. 안내문은 커다란 현수막부터 자그마한 표지판까지 종류도 다양했고 그 수도 많아 충격이었다.

지리산길이 처음 만들어질땐 아마 이런 표지판은 없었을 텐데 인적 없던 길이 유명해지고 점차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행자들이 양심 없는 짓을 많이 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자락 농민들의 주 수입원중 하나인 고사리

어떤 마을에는 단체도보 여행객이 떼로 지나가면서 밭에 들어가 주민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따대고 밭을 망쳐놓았다고 한다. 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니 두 분이 달려와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그 인간들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행패를 계속 부렸다고...  그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길 구간은 이제 폐쇄되었다고 한다. 도보 여행객들은 오던 길을 다시 돌아  멀리 둘러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든지 차가 쌩쌩 다니는 찻길을 걸어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말이다.

- 다음에 계속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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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delicio 2009.07.20 14: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여름 휴가때 지리산길을 가보려고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