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 알고 계셨나요?



저는 4월을 며칠 남기지 않고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닌데.. 왜 그랬을까요. (흑) 

하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지요.

과학의 달에 소개해드리는, 산지니의 과학 책! 


1. 인문학자가 뇌와 정신을 탐구하는 방식!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


서요성 지음 | 2015년 출간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속으로 어느때보다 깊숙이 들어온 오늘, 

현대 뇌과학은 물론 고대철학과 데카르트, 

헤겔, 스피노자 철학, 영화 <매트릭스>까지 넘나들며 

뇌와 정신에 대한 세기에 걸친 사유를 독자의 삶 가까이로 끌어오는 책입니다.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까?" 라는 질문에 

뇌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해 대답하는 책이라고 소개 드렸었죠 :)

번역서가 아니라 국내 저자의 뇌과학+인문학 융합서라 더욱 특별합니다. 




2. 19세기 자유주의 과학인의 멘토, 토마스 헉슬리의 윤리 선언

진화와 윤리

토마스 헉슬리 지음 ∣ 이종민 옮김 | 2012년 출간

19세기를 대표하는 자유주의 과학인 토마스 헉슬리가 죽음을 두 해 앞두고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윈의 불독'이라고도 불렸던 헉슬리는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했을까요? 

"자기주장이 가장 센 최강자는 최약자를 짓밟아버립니다. 그러나 사회 진화에 끼치는 우주 과정의 영향력이 클수록 그 문명은 더욱 원시적 상태에 머물게 됩니다. (…) 윤리 과정의 목표는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의 생존입니다.

경향신문에서는 "헉슬리는 진화론의 옹호자였지만 ‘적자생존’ ‘약육강식’ 논리만 강조한 사회진화론을 부정했다 (…) 헉슬리와 다윈의 관계, 다윈의 도덕관념을 연관해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라고 서평이 실렸어요. 




3. 돌과 땅이 품고 있는 흥미진진한 사실

박맹언 교수의 돌 이야기 

박맹언 지음 | 2008년 출간

돌이 그림이나 예술 조각품 같고 역사책이나 시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는, 

인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지질학자가 풀어내는 돌 이야기!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에 비해 다양한 시대의 암석이 산출되는 나라는 드물다고 합니다. 땅 전체가 지질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태고의 지층에서부터 신생대에 이르는 각 지질연대의 암석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4. 자연과학·사회과학적 관점이 고루 담긴 단 하나의 입문서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김옥현 지음 | 2015년 출간

인류 공동의 위기, 기후변화.  

얼마전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기후 변화는 전 인류와 동물을 위협하는 가장 긴급한 사안이고, 

힘을 합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디카프리오가 말하듯 기후변화는 이제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어디서부터 알아보고 행동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은 사회발전 연구자가 쓴 책이라, 

과학 울렁증이 있으신 분들도 편안하게 읽으시고 

일상 속에서 변화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5. 인간의 몸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읽는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박만준 외 10인 지음 | 2008년 출간


생물로서 인간의 몸은 시간의 중첩이 빚어낸 두터운 기억들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수 없이 잘려나가고 지워지고 했을 것이지만, 

축적된 긴 시간의 흔적이니만큼 외연의 폭 또한 무척 넓습니다. 

그래서 수만, 수천 년이 지났건만 

인간의 몸은 우리의 존재를 읽어내는 텍스트로서 손색이 없지요. 

사회생물학은 바로 이 텍스트를 인간 이해의 소중한 자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책의 1장을 써주신 최재천 선생님의 글도 만나 보시죠.

사회생물학이란 기존의 자연사 연구에 진화론적 체계와 개체군생물학(population biology) 및 유전학(genetics)의 연구방법론을 도입하여 재정립한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사회과학에도 진화유전학적 사고와 개체군생물학적 정량화를 도입하면 이름하여 진화사회과학이 탄생할 수 있다. 진화사회과학은 전통적인 사회과학에 비해 훨씬 더 역사학적,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진화사학적인 관점에서 정량적인 분석을 주로 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근래 새롭게 등장한 학문 분야인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 과학혁명을 통해 새로운 중국을 창조할 것인가?

과학과 인생관

천두슈 외 19명 지음 ∣ 한성구 옮김 | 2016년 출간 

 

중국근현대사상 총서의 세 번째 책인 『과학과 인생관』은 

20세기 초 중국 사상계를 흔든 과학과 인생관 논쟁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19세기 말 중국은 밖으로는 서구열강의 침략을 여러 번 겪었고, 

안으로는 태평천국의 난과 의화단의 난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청말 지식인들은 부강해진 서양의 원인을 발전된 과학혁명과 기술에서 찾았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베이징대학 교수 장쥔마이가 

1923년에 ‘인생관’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합니다. 

청년들이 과학을 기초로 한 인생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이에 서양의 과학문화와 물질문화를 통해 중국을 개혁하려는 지식인들의 반격이 

일어났고, 당대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논쟁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과학’과 ‘인생관’ 논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1년 넘게 지속된 이 논쟁 이후,

중국 문화운동은 과학적 세계관을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몇일 남지 않은 4월, 과학의 달을 만끽하셨길 바랍니다.


다음 달에 또 뵐게요 :) 

Posted by 비회원

[기억할 오늘: 6월 29일]


토마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이종민 번역, 산지니)는 그의 영국 옥스퍼드대 로마니스 강연 원고집이다.(로마니스 강연은 진화론자 로마니스가 1892년 만든 연례 강좌로 헉슬리는 두 번째 강연자였다.) 책에는 ‘19세기 자유주의 과학인의 멘토 토마스 헉슬리의 윤리 선언’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번역자인 경성대 이종민 교수는 해제에서 왜 그를 ‘멘토’라 했는지 설명했다.

“19세기는 흔히 과학의 세기로 불리지만 사회 정치 교육 법률 그리고 종교 분야의 논의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사고되어야 하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통해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과학인 헉슬리의 존재가 없었다면, 아마도 진정한 과학의 시대는 다음 세기로 연기되었을지 모른다.(…) 헉슬리의 정력적인 활동 덕분에 과학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사회의 인정을 받는 학문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후배 과학인들은 이러한 지적 풍토의 전환 속에서 과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리게 되었다.”

과연 헉슬리는 중세의 신앙적 열정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믿었고, 또 맹렬하게 전도했던 과학자였다. 진화론 옹호는 특히 유별나 스스로를 ‘찰스 다윈의 불독’이라 부를 정도였다. 1860년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영국과학진흥회 학술대회에서 ‘진화론의 적(敵)’ 윌리엄 윌버포스(성공회 주교이자 조류학자, 당시 진흥회 부회장)와 맞선 일화는 유명하다. 논쟁이 격해지면서 윌버포스가 “당신 조부모 중 어느 쪽이 유인원과 친척이냐”며 조롱했고, 헉슬리는 “과학적 토론을 하면서 상대를 조롱하는 데 자신의 재능과 영향력을 사용하는 인간보다는 차라리 유인원을 조부모로 택하겠다”고 대꾸했다는 이야기. 기록된 바 없어 진위를 의심받는 얘기지만, 당시 논쟁의 양상과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토머스 헨리 헉슬리(1825~1895)는 해양동물 형태학, 비교해부학 등을 연구한 생물학자였다. 51년 26세에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 회원이 됐고, 이듬해 ‘왕립학회 메달’을 받았다. 그는 당대의 자유주의 과학자들과 더불어 과학과 이성의 미래를 신뢰했고, 신의 존재처럼 증명될 수 없어 과학적 지식으로 수용될 수 없는 주장들을 불신했다. ‘불가지론(Agnosticism)’이란 말을 처음 쓴 학자로, 또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할아버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세상에는 진위를 알 수 없는 명제들도 존재한다고 여긴 선구적 불가지론자로서, 그는 절대적이며 완벽한 진실을 믿는 교조주의에 맞섰다.

‘진화와 윤리’는 그의 말년(1893년), 즉 자본의 탐욕으로 진보의 이상이 흔들리던 시기에 적자생존의 우주 진화에 맞서 윤리의 진화를 옹호하고 촉구한 강연(책)이었다. 그는 “윤리(적 진화)과정의 목표는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의 생존이다”라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물론 ‘과학’이 아니었다.

그가 100년을 더 살았다면, 아마도 맹렬한 비관론자가 됐을 것이다. 그가 1895년 6월 29일 별세했다.


최윤필| 한국일보ㅣ2015-06-29


원문 읽기


진화와 윤리 - 10점
토마스 헉슬리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오늘은 흔치 않은 번역서를 가지고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진화와 윤리>라는 책은 19세기 영국의 과학사상가 토마스 헉슬리의 저작으로, 경성대 중국대학 이종민 교수가 이 책을 번역하셨습니다. 

이종민 교수께서는 이 책을 중국 사상가 엄복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윈의 불도그라고까지 불리던 진화론자 토마스 헉슬리가 윤리의 문제를 제기해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19세기에 영국에 유학하고 있던 중국 사상가 엄복에 의해서  <천연론>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에 소개됩니다. 그리고 그 책이 당대 중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루쉰도 그 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엄복은 당시 중국사회에 이 책을 소개하면서 헉슬리가 제기했던 윤리의 문제보다는 진화의 입장에서 의역을 했습니다. 당대 중국사회 발전의 필요에 의해서였지요.

우연한 계기로 엄복의 <천연론> 번역팀에 합류하게 된 이종민 교수는 그런 엄복의 입장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하네요. 토마스 헉슬리가 당시 로마니즈 강연에서 이 내용을 가지고 강연을 할 당시 영국사회는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과 자본의 발전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과도한 노동착취가 이루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배경하에서 헉슬리는 윤리의 문제를 제기하였던 것이지요.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현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맥을 같이하는 측면이 있고, 따라서 원서를 제대로 다시 번역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입니다. 세계화와 양극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작금의 시대에 약육강식의 논리에서 벗어나 진화와 윤리의 접점을 찾고 있으니 말입니다.

등단한 시인이시기도 한 이종민 교수가 시 두 편을 낭독해주셨습니다.

이문재 시인의 <식탁은 지구다>라는 시와 본인이 직접 쓰신 <진보는 품이다>라는 시입니다.

 

식탁은 지구다

이문재

중국서 자란 고추

미국 농부가 키운 콩

이란 땅에서 영근 석류

포르투갈에서 선적한 토마토

적도를 넘어온 호주산 쇠고기

식탁은 지구다

 

어머니 아버지

아직 젊으셨을 때

고추며 콩

석류와 토마토

모두 어디에서

나는 줄 알고 있었다

닭과 돼지도 앞마당서 잡았다

삼십여 년 전

우리집 둥근 밥상은

우리 마을이었다

 

이 음식 어디서 오셨는가

식탁 위에 문명의 전부가 올라오는 지금

나는 식구들과 기도 올리지 못한다

이 먹을거리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탓이다

 

뭇 생명들 올라와 있는 아침마다

문명 전부가 개입해 있는 식탁이다

 

식탁이 미래다

식탁에서 안심할 수 있다면

식탁에서 감사할 수 있다면

그날이 새날이다

그날부터 새날이다

 

진보는 품이다

이종민

진보는 고난 속에서

바다를 찾아가는 강물이다

강물은 흩어진 듯 이어져

세상 구불구불 돌아다니다

바다로 들어가는 하구에 이르러

흐르지 않는 강물은

생명을 품어 들이지 못하고

바다에 덥석 안기는 강물은

물살을 잉태하지 못한다

진보는

강물의 품이 커져

스스로 바다가 되는 것이다

 

중심도 주변도 자살로 내몰리는

궁핍한 삶의 시대

품이 좁은 진보는

강물 거슬러 부는 바람도

물결 가로막는 여울목도

제 속으로 감싸지 못하고

바다에 이르기도 전에

물살을 빼앗겨

절로 거친 바닥이 드러난다

바다는

큰 품이 없는

이성과 목소리의 강물을

진보라 부르지 않는다

 

진보는 품이다

세상 푹푹 빨아들여

바다의 활력 흐르게 하는 품

목마른 세상 구석구석

넉넉히 적셔주는 품

진보는

그 품들이 모여

바다가 되는 강물의 흐름이다

 

오늘따라 많은 미모의 여인들이 함께 자리해주시니 백년어서원이 환해졌습니다  ㅎㅎ

 

진화와 윤리 - 10점
토마스 헉슬리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미국 우파는 미국인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나

『하이재킹 아메리카
』 학술|정치 사회

지은이: 수전 조지
옮긴이: 김용규·이효석
출간일 : 2010년 5월 28일
ISBN : 9788992235976
신국판 | 356쪽

신우파적 정치권력과 신자유주의적 자본 세력들이 자본과 종교의 결합을 통해 미국문화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지배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히, 그러면서 끈질기게” 획득해간 과정을 분석한다.


◎ 미국을 하이재킹한 세력들은 누구인가, 사회정의를 지향하는 미국적 가치와 이상이 단 몇십 년 만에 진창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IMF, WTO, 세계은행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해온 유명한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수전 조지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렇게 되기까지의 원인을 분석한다.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 즉 미국의 현실정치적 신우파와 종교적 신우파들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형을 어떻게 바꾸어왔는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엄청나게 심각해지고 있는 빈부격차, 끝없는 전쟁, 지배계급의 탐욕 등이 어우러진 미국의 절망적인 상황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미국적 가치와 이상이 단 몇십 년 만에 진창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전 조지는 방대한 정보를 샅샅이 뒤져 미국을 하이재킹한 세력들을 연구하고 이 책을 통해 여실히 폭로한다.

◎ 뿌리 깊은 미국문화의 신보수화 경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그동안 미국의 신우파와 그들의 정치 이념인 신보수주의를 분석하는 책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개의 책들은 신보수주의의 정치문화를 파헤치거나 분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정치적 지배가 초래하고 있는 파행적인 미국문화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치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세력들인지를 고발하고 정권 교체를 역설하는 정치 비판의 경향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수전 조지의 『하이재킹 아메리카』는 정치문화에 대한 비판이나 정권 교체로 사라질 수 없는, 훨씬 더 뿌리 깊은 미국문화의 신보수화 경향을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신우파적 정치권력과 신자유주의적 자본 세력들이 자본과 종교의 결합을 통해 미국문화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지배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히, 그러면서 끈질기게” 획득해간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수전 조지의 분석에서 특히 충격적인 것은 신우파들이 미국의 보수적이고 우파적인 종교적 근본주의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종교적 우파들이 미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식으로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1965년에 이 나라의 실질적인 중요 인물은 모두 케인스주의자이거나 어떤 다른 형태의 사회민주주의자였다. ‘대처주의자’라는 발상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타임지』 표지가 등장한 후 단 15년 만에 철의 여인은 다우닝가에 입성했고, 더 싹싹한 그녀의 짝 로널드 레이건은 백악관을 차지했다. … 케인스에 대한 『타임지』의 아낌없는 찬사가 있고 난 뒤 채 40년도 지나지 않아 ‘좌파’는 공식적으로 그 가엾은 사람의 두 번째 장례식을 치르고 그를 망각 속으로 몰아넣은 셈이 되었다. (1장_「상식의 날조, 혹은 초보자를 위한 문화적 헤게모니」 중에서)


◎ 자만심에 빠져 방심하고 있는 좌파를 대신해서 종교·비종교적 우파들은 어떻게 미국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는가

미국의 종교적·비종교적 우파는 네 가지 M 즉, 자금(Money), 미디어(Media), 마케팅(Marketing), 경영(Management)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명감(Mission)을 바탕으로 신중한 행진을 계속해왔고, 마침내 미국인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자유무역, 민영화, 시장지배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지속적으로 장려되고 육성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정책들이 엘리트계층과 거대은행,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좌파가 자신의 정책과 프로그램과 정치적 기획이 올바른 만큼 언제나 만인의 환영을 받을 거라는 자만심에 빠져 방심하는 동안 미국 우파는 재단과 로비, 두뇌집단과 출판계, 정치거물과 법률가 및 활동조직들로 구성된 기계에 충분히 기름을 칠하고 풀가동시킴으로써 미국 사회를 서서히, 그러나 아주 효과적으로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 신보수주의 네오콘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우파 프로젝트의 핵심은?

그것은 바로 자금이었다. <브래들리>, <올린>, <스미스-리처드슨>, <찰스 코크>, <스카이퍼-멜론> 등 신보수주의 재단들은 우파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엘리트와 기관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후원금을 제공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십 년간 대규모 기금을 꾸준히 제공하여 정교하고도 세밀한 사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수전 조지는 이 재단들과 재단의 자금을 지원받은 기관이나 연구소, 개개인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수재단의 기금 수령자 가운데는 그 유명한 사무엘 헌팅턴도 들어 있었다.

느슨한 네트워크로 시작된 것이 이제는 하나의 은하계가 되었다. 외부 시각에서 판단해볼 때, 광대하게 확대된 네트워크의 다양한 접점―기금제공자, 두뇌집단, 대학교, 단일 쟁점의 정책개발센터, 저변 조직, 출판물, 개별 지식인과 운동가―의 결집력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을 연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커다란 종이 하나에 기부자와 수령자 이름을 모두 써보는 것이다. 관련된 하위범주(가령, 연구지원금을 받고 있는 특정 대학 내 연구센터의 개별 연구자)는 모두 다루고 그들 사이의 연결 관계는 꼭 그려야 한다. 다양한 색깔의 비슷한 선들은 돈이 아니라―이를테면, 같이 일하는 조직, 출판물, 미디어 간의―긴밀한 관계를 나타낼 것이다. 하나의 접점으로 이어지는 선 대부분이 각 행위자의 권력과 범위와 영향력을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1장_「상식의 날조, 혹은 초보자를 위한 문화적 헤게모니」 중에서)



◎ 끊임없이 정치권력을 확대하고 있는 종교적 우파


교회의 십자가와 미국 국기를 적절히 조화시킨 원서 'Hijacking America'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두 장에 걸쳐 우파 종교계의 이데올로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이 하이재킹당하는 데는 우파 종교집단의 역할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듭난 기독교도, 재건주의자, 오순절주의자, 카리스마주의자, 천연왕국주의자 등 그 이름도 다양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신정정치를 주장한다. 즉, 인간은 신에게 복속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적인 대리자(교회 등)가 정부를 대신하여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미국 내에는 많이 존재하고 지난 수십 년간, 특히 부시 정부하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친이스라엘 목사 제리 폴웰은 복음주의자를 향해 “우리는 7천만이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정부가 반이스라엘 경향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다른 종교지도자들과 더불어 수백만 복음주의자들이 항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예루살렘(물론, 알-아크사 사원이 없는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아주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 시의 18,000 신도를 맡고 있는 존 해기John Hagee 목사의 대형교단과 9,900만 가정에 방송하는 8개 TV 네트워크 역시 “이스라엘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민 가는 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해기 목사의 〈출애굽기 II〉 프로그램에 300달러씩 기부하면 이스라엘로 이민 가는 사람 한 사람을 돕게 된다. 반면 그가 설립한 〈친이스라엘기독인연합Christians United for Israel〉은 3,500여 명을 워싱턴으로 초대하여 매번 식사와 우정의 저녁을 보내는 대형 만찬을 열고 그 다음날에는 의회에 공세적인 로비를 펼친다. 많은 의회 대표자들이 이 만찬에 참석한다. (3장_「제도 속으로 진입하는 종교적 우파」 중에서)


◎ 천박하고 냉혹하며 비기독교적인 휴거신학

많은 미국인들이 믿고 있는 휴거신학의 기본 신조는 종말론, 즉 “세상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후의 심판일에 주를 영접한 자는 휴거되어 천국의 첫줄에 앉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환난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 휴거의 이론이 안고 있는 환경재앙을 그리스도 재림의 전조로 보고 복음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슬람과의 전쟁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환영하고, 이들에게 생태계의 붕괴는 계시의 확실한 신호일 뿐이다.

이와 동시에 하나님은 적절히 대비하실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단이다. 하나님은 모두를 위해 넉넉하게 준비하셨다. 하나님의 넉넉하심으로 인간은 지구를 마음껏 이용해도 되는 권리를 하사받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지구에 대한 지배권을 주셨으니까. (3장_「제도 속으로 진입하는 종교적 우파」 중에서)


가정학교(홈스쿨링)를 통해 창조론을 가르치는 미국의 가정학교운동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나 『지상 최대의 쇼』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세상은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이라고 믿는데, 미국인은 61%가 성경에 적혀 있는 그대로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직도 창조론을 가르쳐야 하는지 진화론을 가르쳐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실제로 창조론을 가르칠 것을 지시한 학교이사회에 반발한 학부모들이 이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간 것이 2005년이다. 시골학교 생물교사들은 근본주의적 학부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e”로 시작되는 단어, 즉 진화론(evolution)은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1990년에 30만 명이던 가정학교 학생 수가 오늘날 250만 명에 육박하는데, 이는 ‘가정에서, 제대로, 창조론과 복음주의’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유레카 스프링즈 박물관 (출처: www.worldofstock.com)


아칸소에 가면 지구상에 인간과 공룡이 공존했음을 ‘증명하는’ 박물관이 실제로 있다. 이 박물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유레카 스프링즈Eureka Springs의 오자크 마운틴Ozark Mountain 마을로 모여든다. 이 마을의 잘나가는 관광산업은 주로 광대한 토지에 조성된 기독교 테마파크에 집중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 가면 아담과 이브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함께 에덴동산에 살고 있는 모습을 그려놓은 그림을 볼 수 있다. T-렉스는 점잖은 동물로 묘사되어 있는데, 아담과 이브를 잡아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시대는 죄가 세상에 침범하기 이전의 평화로운 공존의 시대 즉, 죽음을 모르던 시대이기 때문에 이게 정상이다. 그럼 지금은 왜 공룡이 없는가? 바보야, 그건 홍수로 다 쓸려 가버렸기 때문이잖아!
(4장_「계몽의 횃불을 저지하라: 지식에 대한 공격」 중에서)


◎ 일부 기독교 광신도들의 생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수전 조지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미국 지식인층과 중산층, 진보 세력들은 대부분 이러한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천만 종교인을 그저 ‘광신도’나 ‘열광적인 기독교신자’로 치부할 뿐 진정한 정치세력으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파 기독교인들이 막대한 자금과 정치력으로 세를 넓혀가면서 전체 미국 개신교도들을 우측으로 기울게 하고 있으며, 가톨릭마저 보수화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만나면서 정치세력화되어 일부 지배계층과 초국적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사회 정의와 경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음을 두고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나라일 때는 말이다.

불온하면서도 강력한 그 세력의 영향력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들을 물리치지 않는 한 우리는 문명화된 세계를 꿈꿀 수 없다. _ 노엄 촘스키


부시가 물러나고 오바마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한 우파의 헤게모니

조지 부시는 2009년 1월 백악관을 떠났다. 따라서 미국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수전 조지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그들이 기반하는 정치문화에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팔레스타인 구호를 위한 다국적 NGO들의 가자 지구 진입을 폭력적으로 차단하고 억압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두고 미국 상원이 친이스라엘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 미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도착적이고 뒤집어진 것인지를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2008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야에 쓰였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미국인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바로 이런 도착적 매트릭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수전 조지 Susan George

Susan George

미국 출생으로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프랑스에서 살고 있으며 제3세계의 빈곤, 개발, 부채 문제 등에 관해 활발한 저작 활동과 실천 활동을 벌이고 있다. IMF, WTO, 세계은행의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전개해왔으며 1990년부터 1995년까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과 그린피스 프랑스 지부 상임위원으로, 그리고 1999년부터 2006년에는 아탁(ATTAC, 국제금융거래과세연합) 프랑스 지부 부회장으로 활동하였다. 유엔 산하 여러 기구 및 환경, 개발, 노동 등 여러 분야의 시민단체를 위한 자문과 연설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초국적연구소> 운영위원이다.
저서로는 How the Other Half Dies(Penguin, 1976, Reprinted 1986, 1991), A Fate Worse Than Debt(Penguin, 1988), The Debt Boomerang(Pluto Press, 1992), The Lugano Report: On Preserving Capitalism in the 21st Century(『루가노 리포트』, 당대, 2006), Another world is possible if…(『수전 조지의 Another World』, 산지니, 2008) 등이 있으며, 이 책은 저자의 열한 번째 저서이다.

옮긴이 김용규 부산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영미문화연구와 세계화의 문화이론에 관심이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문학에서 문화로: 1960년대 이후 영국 문학이론의 정치학』이 있고, 역서로는 『백색신화: 서양이론과 유럽중심주의 비판』이 있다.

옮긴이 이효석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비교문화학센터 HK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양 고전의 형성과정과 비교문화연구에 관심이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헨리 제임스의 영미문화비판』이 있고, 역서로는 『포스트모더니즘 백과사전』(공역)이 있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종교·비종교적 우파는 어떻게 미국을 장악했는가

제1장 상식의 날조, 혹은 초보자를 위한 문화적 헤게모니
제2장 외교 문제
제3장 제도 속으로 진입하는 종교적 우파
제4장 계몽의 횃불을 저지하라: 지식에 대한 공격
제5장 로비, 복도, 권좌

맺음말-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가?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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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아메리카 - 10점
수전 조지 지음, 김용규.이효석 옮김/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