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가을호 게재 윤지관 글에 비판 '한목소리'

"감정적 대응보다 지속적 논의가 중요...창비 공과 구별해야"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 평론가의 신경숙 옹호글에 대해 부산 지역 문인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1일 출판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문단을 대표해온 계간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산지니)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가 지난달 21일 대담한 내용(이하 직함 생략)이다.

좌담에선 표절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사태가 노출한 한국문학의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들이 잇따랐다. 그러한 맥락에서 표절 논란 확산을 촉발한 창비 가을호 편집 방향과 백낙청 편집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과 비판들이 제기됐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했다는 점"이라며 "제가 읽은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전설은 참 허접하다.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 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라고 지적했다.

전성욱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설'이 '우국'보다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는) 윤 평론가의 글은 평론가로서 식견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며 "설득력이 없으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설'의 문학적 성취를 표절 비난에 대한 반박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윤지관의 논거를 약화시키는 지점이다. 앞서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문학과사회' 가을호에서 김영찬 평론가 또한 "'전설'은 문학적 성취에 있어 실패한 작품에 가까우며, 성공한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설'의 표절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새로운 진술도 나왔다. 최근 '우국'을 읽어봤다는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로서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표절의 정황 증거로 지목한 대목은 '전설' 속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라는 표현이다. 이는 창비가 '우국'에 비해 '전설'의 뛰어난 대목이라고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앞의 문장 흐름에서 이 말을 살려주는 서술적 근거는 없다. 깨끗하고 속되지 않다는 뜻의 '청일하다'는 말은 흔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서른 즈음에 참 맛깔나고 매력적인 한자어를 사용했군, 하고 신경숙의 단어 감각 하나는 인정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우국'의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청일함'이란 단어가 나온다. 너무 고약하다." (김곰치, 29쪽)

그러나 좌담 참석자들은 신경숙이 재충전해야 할 때 출판자본에 이끌려 자신을 소진한 측면에 무게를 뒀다. '표절' 의혹이 작가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출판자본에 종속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공헌하는 비평가와 매체 등을 뜻하는 '문학권력'에 대해 일정 부분 창비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의 책임을 지목하면서도 이들의 공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이 상업주의적으로 신경숙을 띄운 것은 아니다"며 "백낙청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리얼리즘을 주장했는데, 신경숙은 여공 출신 작가로서 성공을 이뤄냈다. 이점 때문에 백낙청이 신경숙을 한 수 접어두고 본 것이 판단착오"라고 주장했다.

전성욱은 "(문단이)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신화화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며, 지금까지 이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배| 연합뉴스 |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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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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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사태와 문학권력 논란 여파로 비평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오길영(왼쪽)과 서영인의 신작 평론집은 비평의 위의를 지키고자 하는 고투를 보여준다.


표절사태가 부른 비평 위기론
공감 가장한 정실비평이 문제
회의와 불신 속에서 희망 찾기



힘의 포획
오길영 지음/산지니·2만5000원

문학의 불안
서영인 지음/실천문학사·2만원

“요즘 신인들의 글을 보면 다들 너무 똑똑하다. 이미 문단에 나올 때부터 준비가 되어 있는 느낌이다. 어떻게 써야 등단을 하고 어떻게 써야 문학상을 받는지 영악하게 알고 있다. (…) 결국 선생님들의 시선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시스템이 반백 년 넘게 문단을 지배하고 있다.”

“당신은 작가가 먹고살기 위해선 선생님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 당신이 은밀하게 감추고 싶어하는 현실, 그건 그 세계에서도 여전히 누군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하고 분류하고 선택과 배제를 계속하리란 사실이다. 그 시스템에서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당신의 분류법으로 ‘선생님’이다.”

앞의 인용은 작가 천명관이 격월간 문학잡지 <악스트> 창간호(7·8월호)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고, 뒤의 것은 평론가 손종업 선문대 교수가 <근대서지> 2015년 상반기호에서 천명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이다. ‘선생님’이라 일컬어지는 문학평론가의 역할과 존재 의미에 대한 생각이 판이하게 다르다.

신경숙 표절 사태의 여파로 비평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그래도 비평의 위의를 지키고자 하는 비평집 두권이 반갑다. 저자들은 최근의 표절 및 문학권력 논란 한가운데에서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던 이들이다.

오길영의 평론집 <힘의 포획>은 “지금 비평은 거의 대부분 ‘칭찬’의 비평”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비평(criticism)은 곧 비판(critique)”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공감의 비평’으로 포장된 정실비평과 주례사비평에 그는 비판적이다. 2010년에 쓴 ‘베스트셀러와 비평의 위기-신경숙론’은 지난 한달여 한국 문단을 달군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을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읽힌다. 신경숙의 두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대상으로 삼았는데, 그는 “두 작품 모두 나는 실망스럽다고 느꼈다”며 “신경숙은 (…) 이제 대중문학으로 완연하게 넘어갔다”고 쓴다. “아름답게 포장된 미문의 감상주의” “주인공들의 삶, 고통 속으로 작가의 시선이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만을 그린다”는 것이 그 근거다.

더 큰 문제는 이 작품들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이다.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이던 임규찬은 <전화벨>을 가리켜 “‘청춘’이라는 식상하기 쉬운 소재에 남다른 소설적 육체와 창조적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고,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신형철은 <엄마를 부탁해>를 두고 “한국 특유의 가부장제 가족구조가 근대화, 산업화 과정과 만나면서 어머니라는 존재의 고유한 내면성을 말소해온 맥락과 그 결과를 냉정하게 반영”했다고 상찬했다. 그러나 오길영이 보기에 <전화벨>은 “소설의 구조를 지탱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입체적이지 못하고 작가의 감상적 세계인식을 전달하는 도구에 머”무르며 <엄마를…>은 “모성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인식도 독자에게 주지 않는다.” 안목 있는 비평가로 생각해 온 두 사람이 이런 글을 쓴 까닭을 그는 “작품 외적인 데”에서 찾는다. 출판상업주의에 대한 평론가의 종속이다.

서영인은 <문학의 불안> 서문에서 “상품으로서의 문학작품과 문학주의라는 이율배반 그리고 비평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밝힌다. 오길영과 마찬가지로 비평의 무기력 또는 일탈이 문학의 위기를 부추긴다는 판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2000년대 젊은 작가들 소설에서 압도적 경향으로 자리잡은 ‘환상’에 대해 그는 이해는 하면서도 아쉬움을 표한다. 현실을 직시하는 대신 우회적·간접적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이 태도가 “문학의 다양성이나 현실의 탐구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치명적인 퇴행이 되는 것은 아닐까.” 쌍용자동차 문제를 파고든 르포 <의자놀이> 그리고 사형문제를 다룬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을 두고 “사회성과 대중성의 미묘한 접점에 서서 그 가치와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평하는 데에서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놓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최재봉 | 한겨레신문 |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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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포획 - 10점
오길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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