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21 남도여행(2)-벌교 꼬막과 태백산맥문학관 (6)
  2. 2009.06.16 책 읽어주는 로봇과 낭독의 발견 (3)

얼마 전 조정래 소설가의 <황홀한 글감옥>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는 태백산맥문학관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 남도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벌교에 들렀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7-8년 전에도 벌교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소화다리 앞에서 사진 한 장만을 찍고 지나갔을 뿐이었지요.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서 와보긴 했지만 그땐 딱히 볼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태백산맥문학관이 생기니 좋더군요. 볼 게 많아서 좋았습니다. 안에서 두세 시간은 후딱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내용대로 아들과 며느리가 필사했던 원고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그 옆엔 독자들이 필사한 원고입니다. 선생님의 아들과 며느리가 원고를 필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태백산맥의 애독자들이 나도 필사해보겠노라고 나섰답니다.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원고뭉치입니다. 독자들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했기 때문에 원고지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며느리는 임신중에 이 원고를 필사한 덕으로 이후 낳은 아들이 머리가 좋아졌나보다고 자랑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그 정성만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원고도 옆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문학관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많았습니다. 취재수첩부터 시작해서 벌교 인근을 직접 그린 지도라든가, 하도 대출을 많이 해가서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도서관용 태백산맥 책들, 여러 신문 기사들 등등...
그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태백산맥 주인공들의 대사를 헤드폰을 끼면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만든 장치였는데, 염상구의 대사와 소화의 대사를 들어보았습니다. 염상구의 대사가 정말로 리얼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작은 도서실이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데요, 앉아서 책도 보고 쉬어가라는 의미인 것 같았습다. 생각보다 책들이 많았는데, 우리 산지니 책들도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태백산맥이 만화로도 나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초등학생 아들 녀석은 이 만화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더군요. 앞부분을 조금 펼쳐 보았는데, 제가 봐도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제대로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벌교를 왔다 가는데 꼬막정식을 놓칠 순 없지요. 벌교 시장 입구에 있는 식당엘 갔습니다. 벌교 시장은 정말 꼬막 판이더군요. 그렇게 많은 꼬막은 처음 봤습니다. 이 사진 보니 또 배가 고파집니다.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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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성심원 2010.03.21 1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정작 가보지 못한 곳이 벌교입니다.
    조정래님의 태백산맥덕분에 벌교의 꼬막맛이 더욱 그립네요.

  2. BlogIcon 흙장난 2010.03.21 1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백산맥 문학관이라 반가운 마음에 댓글 남깁니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황홀한 글감옥]도 재미있게 읽었구요.
    벌교 꼬막 대신에 순천에서 짱뚱어탕인가를 먹었습니다.
    벌교 꼬막 먹고싶네요.^^

    저도 작년에 태백산맥 문학관 간 거를 포스팅해야 되는데..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아니카 2010.03.22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짱뚱어탕이 먹고 싶었는데요? 두 끼를 먹을 수가 없어서 꼬막 정식을 먹었다는...
      담에는 익산에 있는 아리랑문학관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왔지요.

  3. BlogIcon 긱스 2010.03.22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식당을 보니 제가 가본곳 같네요 ^^

잠자기 직전 누워서 책을 보는 시간은 하루중 제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근데, 책을 읽고는 싶은데 하루종일 모니터에 시달린 눈이 책읽기를 거부할 때가 있다. 그럴땐 남편에게 읽어달라고도 하는데 문제는 남편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거다. 물론 부탁하는 처지에 아나운서처럼 또박또박한 발음까지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부산토박이인 남편의 발음은 '으'와 '이' 가 구분 안되는 건 기본이고 간혹 뭔소린지 알아듣기힘들 때도 있는데 그러면 몇번씩 되물어야 한다. 게다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이 무척 쑥스러운지 감정도 없이 줄줄 읽어대기만 하니 재미가 없다. 그로 그럴 것이 초등학교 때 매일매일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해본 일 외에는 살면서 낭독의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다. 실은 나도 그렇다.

일본에서는 책 읽어주는 로봇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카메라 눈으로 글을 인식해 소리 높여 책을 읽는데, 아직 목소리도 기계음이고 단어 인식 능력도 낮아 초급 수준의 책밖에 읽을 수 없지만 앞으로 기술이 향상되어 보고 싶은 책을 척척 읽어준다면 글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나 시각장애인, 시력이 나빠진 노인들에게 절친한 독서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금정도서관에서 책 낭독회를 한다. 낭독의 주인공은 최영철 시인이다. 지역주민 누구나 신청만 하면 가서 들을 수 있다.
책 낭독회 바로 가기

최영철 시인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한때 서울살이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귀향하여 수영 성북길에 터를 잡고 시를 쓰며 사신다. 시집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 하는 가구> 등이 있고, 2008년에는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을 냈다. 블로그도 열심이셔 작품 얘기랑 김해 마사리를 오가며 텃밭 가꾸는 이야기도 가끔 쓰시는데 참 재미나게 읽고 있다.

* 최영철 블로그 <마사리 일기> 바로 가기


우리에게 책 낭독회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책은 눈으로만 보고 읽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른 사람이 낭독하는 것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요즘엔 책읽기 운동이 유행처럼 번져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 등에서 작가들의 낭독회가 간혹 열리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낭독의 발견'에 출연한 배우 박철민

<낭독의 발견>이라는 TV 프로를 가끔씩 본다. 게스트가 평소 즐겨 읽은 소설이나 시집 혹은 자신이 쓴 글을 들고 나와 몇 구절을 읽어주고 방청객들과 얘기도 하고, 관련 음악이 있으면 음악도 들려주고, 그림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읽고 보고 듣는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번은 배우 박철민이 나왔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자작시 <비광>을 낭독했는데, 웃겨서 사람들이 뒤로 다 넘어갔지만 동시에 감동적이었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배우의 인생을 한줄로 표현해주는 멋진 시였다.

"나는 비광, 없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슬픈 광!"

구수한 목소리로 <태백산맥>의 한구절도 읽어 주었다.

"똑 엄니 한숨맹키로 길다." 광조가 불쑥 말했다.
"머시가?" 덕순이가 동생을 쳐다보았다.
"방죽 말이여."
"방죽이 엄니 한숨맹키로 길어?"

맛깔스런 남도사투리로 재현된 소설 속 한구절 덕분에
십여년 전 덮어 둔 <태백산맥>을 한번 더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이게 바로 낭독의 힘이 아닐까?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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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랑비 2009.06.16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에도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전기수가 있었다 하더군요. 장터에서 전문적으로 책을 읽어주고 돈을 받는 사람 말이예요. 현대판 전기수를 다룬 단편소설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제목은 잘 생각이 안 나네요. 현대에는 글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다른 필요에 의해서 수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BlogIcon 산지니 2009.06.16 1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가랑비님. 요즘은 '전기수' 대신 '오디오북'이 있지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하네요. 아직 들어본 적은 없지만요.

  2. 토비 2009.06.18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렇군요. 낭독의 힘.
    저도 태백산맥이 읽고 싶어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