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정래 소설가의 <황홀한 글감옥>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는 태백산맥문학관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 남도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벌교에 들렀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7-8년 전에도 벌교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소화다리 앞에서 사진 한 장만을 찍고 지나갔을 뿐이었지요.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서 와보긴 했지만 그땐 딱히 볼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태백산맥문학관이 생기니 좋더군요. 볼 게 많아서 좋았습니다. 안에서 두세 시간은 후딱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내용대로 아들과 며느리가 필사했던 원고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그 옆엔 독자들이 필사한 원고입니다. 선생님의 아들과 며느리가 원고를 필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태백산맥의 애독자들이 나도 필사해보겠노라고 나섰답니다.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원고뭉치입니다. 독자들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했기 때문에 원고지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며느리는 임신중에 이 원고를 필사한 덕으로 이후 낳은 아들이 머리가 좋아졌나보다고 자랑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그 정성만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원고도 옆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문학관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많았습니다. 취재수첩부터 시작해서 벌교 인근을 직접 그린 지도라든가, 하도 대출을 많이 해가서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도서관용 태백산맥 책들, 여러 신문 기사들 등등...
그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태백산맥 주인공들의 대사를 헤드폰을 끼면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만든 장치였는데, 염상구의 대사와 소화의 대사를 들어보았습니다. 염상구의 대사가 정말로 리얼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작은 도서실이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데요, 앉아서 책도 보고 쉬어가라는 의미인 것 같았습다. 생각보다 책들이 많았는데, 우리 산지니 책들도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태백산맥이 만화로도 나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초등학생 아들 녀석은 이 만화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더군요. 앞부분을 조금 펼쳐 보았는데, 제가 봐도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제대로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벌교를 왔다 가는데 꼬막정식을 놓칠 순 없지요. 벌교 시장 입구에 있는 식당엘 갔습니다. 벌교 시장은 정말 꼬막 판이더군요. 그렇게 많은 꼬막은 처음 봤습니다. 이 사진 보니 또 배가 고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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