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보면

컬러별로 책을 모아두고 찍는 게 많더라고요.

 

우리 산지니 책들도 한 미모하는데 

이런 유행에 빠질 수 없죠!

 

그래서 색이 고운 책들로 선정(?)하여

산지니 무지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 D

 

 

1. 선명선명. ver

 

2. 아련아련. ver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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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 2016.02.29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럴 듯하네요^^ 패션과 혁명이 선두에 섰군요.

feature II 

산지니



문화의 지역화와 문화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산지니’는 2005년 2월 부산 연제구에 터잡은 지역 출판사이다. 산지니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강수걸 대표의 대학시절에 학교 앞에 있었던 사회과학 서점의 이름을 딴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산지니의 원뜻인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우리나라의 전통매를 뜻하는 이름이다. 길들여지지 않는 의미로서의 산지니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출판 환경 속에서, 지역출판의 여건 속에서 오래 버티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물론 오래 버티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산지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지고 ‘지역문화예술’에 집중하며, 이것들이 출판으로 이어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산지니의 주요 저자가 부산, 경남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교수, 연구자, 기자, 미술가 등이라는 사실이 눈에 띈다. 산지니는 지역문화예술의 의미를 발견하고 재해석하는 책들의 발간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종합출판사를 지향하며 현재까지 216권의 책을 출간했다.    



경향article 2013년 5월호



article. 출판사를 열게 된 계기, 부산에서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산지니. 출판사를 차리게 된 근본적 이유는 워낙 책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부전시립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에 반해, 중·고교 시절은 책에서 좀 멀어졌다. 대학 때 사회과학서적에 매료되었다. 부산대 법대를 졸업한 후 모 중공업 회사에 들어갔고, 외국회사와 접촉하는 일을 할 때 계약서나 저작권 문제를 유심히 살폈다. 3년만 다니고 출판사를 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난 후에야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에 입문할 때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편협한 독서와 좁은 인맥으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집 근처 도서관과 서점을 배회했던 시기가 있었다. 출판사 근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기획할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출판 기획은 무엇인가,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책과 출판하고자 하는 책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정리되지 못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결국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다. 그렇게 1년간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결과물이 지금의 산지니 출판사이다. 서울에 올라가 창업할 것인가, 내가 나고 자라고 생활한 부산에서 시작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해보자고 결심했고, 2005년 2월 척박한 맨땅에 부딪힌다는 느낌으로 출판사를 시작했다.



article. 산지니를 만들 때, 참고하거나 롤 모델로 생각했던 출판사가 있었나?

산지니.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 보리출판사의 윤구병 대표 등 산지니를 설립하면서 공부하고 학습했던 많은 출판인의 출판철학을 참고했다.

 


article. 초기 인문, 사회과학 위주로 출판을 시작했지만 소설, 수필, 평론, 아동도서 등 종합출판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방향을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산지니. 특정 분야의 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산지니를 비롯한 지역 출판사는 종합출판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무릇 출판의 역사는 늘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과거, 서양의 대학이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을 지키는 것은 지역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9년 동안 출판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 있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내외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격의 기획출판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출판미디어의 변화를 반영한 다양한 기획과 다품종 소량출판을 통해 좋은 책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는 데 있다고 본다. 



article.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기획, 섭외, 편집, 디자인, 교정 교열 등 구체적인 일정이 어떻게 되는가?

산지니. 기획부터 시작된다. 출판사의 각 편집자는 작가와 독자(미래 독자를 포함)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신간 기획과 진행, 교정·교열, 홍보 등 출간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대체로 책을 내는 과정은 개인이 아닌 팀의 협업 아래서 진행된다. 원고를 검토하고 분석한 다음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의 시작은 편집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출판사의 장래와 방향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article. 산지니는 ‘지역문화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다. ‘부산’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고자 하는가?

산지니. 부산은 영화가 먼저 들어왔던 최초의 영화도시이자, 전쟁과 식민지를 거친 역사성이 짙은 도시이다. 부산에서 자라온 부산시민으로서 항구도시로서 부산이 가지고 있는 개방성에 주목했다. 과거 부산이 문화와 외국문물이 들어오는 항구도시로서 구심점이 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국제도시로서의 특징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무중풍경』과 같은 중국 영화문화를 다룬 책과 함께, 중국의 해양문화를 다룬 『바다가 어떻게 문화가 될 것인가』, 한국해양대 구모룡 교수의 문학비평서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등의 책을 통해 도시 부산이 어떻게 문화와 문학, 현대인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지에 주목하였다. 앞으로  부산이 가진 해양성을 살려 해양문학작품과 함께 일제강점기 부산의 왜관 관련 저서를 출간예정에 있다.  산지니는 부산을 넘어 아시아 10대 출판사를 목표로 경영하고 있고, 부산의 ‘지역문화 콘텐츠’ 육성은 아시아 10대 출판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가 될 것이다.


article. 저자 대부분이 부산, 경남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교수, 연구자, 기자, 미술가 등이다. 지역의 저자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산지니의 장점으로 보인다. 저자를 어떻게 섭외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산지니. 이를테면,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을 함께 작업했던 최영철 시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볼까 한다. 부산의 중견 시인 최영철 선생을 처음 본 것은 광주였다. 2006년 5월, 광주의 거래서점인 충장서림과 삼복서점을 둘러보기 위해 주차할 곳을 찾다가 옛 도청자리에 차를 댔고, 나오는 길에 건물 한 쪽에서 5‧18 문학행사를 발견했다. 팔레스타인 등 외국 문인들이 참석해 시낭송, 강연하고,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는데, 마침 최영철 시인이 시낭송을 하고 있었다. 

             몇 달 후, 최영철 시인의 시집 『호루라기』를 주제로 부산 영광도서에서 독서토론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최영철 시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몇 달 전 광주에서 열린 행사 때 봤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왜 아는 척을 안 했느냐”며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반가워했다.  그 자리에서 그동안 써놓은 산문을 모아 산문집을 내자고 제안을 했다. 최영철 시인은 팔리겠느냐고 걱정하면서 원고를 건네주었다. 이 책이 바로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이다.

             시인의 깊고 넓은 사색의 풍부함을 드러내는 글에 예술 작품을 곁들여 차별화된 책을 만들고 싶어서 지역화가 박경효 씨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사진을 싣기보다 그림과 함께 하면 좀 더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경효 씨가 부산 곳곳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채색하여 30여 점의 유화를 완성하기까지는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들었다. 시간과 공을 들여 출간한 이 책이 우수무학도서로 선정되었다. 공들인 책은 누군가는 그 진가를 알아보는 것 같다. 

             이처럼, 저자를 섭외하는 데 딱히 어떤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신문이나 지역인사들의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면서 그들을 ‘책’을 매개로 이어주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지역 저자들을 연결해 주기 쉽다는 것, 이것이 바로 산지니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article. “지역 독자들이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고르기 때문에 지역색이 짙은 책을 출간하면 판매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산지니의 책을 꼭 봐줬으면 하는 독자가 있나?

산지니. 산지니가 부산지역의 독자들만 타깃으로 잡는 것은 아니다. 전국유통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높이 날고 멀리 보고 오래 버티는 산지니처럼’이라는 모토처럼 주 독자층도 넓게 잡고 있다. 최근 미국 아마존 한국법인이 세워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타깃을 아시아를 넘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들, 나아가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 등으로 거시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전에 한 인터뷰에서 “지역색이 짙은 책을 출간하면 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사실, 부산지역의 독자들은 부산 소재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지니에서 주로 판매되는 판매추이를 분석해도 부산에서 판매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부산도 서울 같은 대도시이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부산지역 콘텐츠를 내기 때문에 이 같은 난점이 존재하지만, 지역의 의미 있는 책을 꾸준하게 낼 의무감이 있다. 이는, 지역 콘텐츠의 수준을 서울에 있는 출판사 못지않은 보편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감이 뒤따른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article. 출간한 책 중에서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산지니. 부산의 대표적인 소설가 조갑상 경성대 교수의 산문집인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를 소개하고 싶다. 이호철의 『소시민』의 배경이 된 완월동, 조명희의 『낙동강』, 김정한의 『모래톱이야기』에 나오는 구포다리와 을숙도 같이, 소설가 조갑상은 부산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소설의 현장을 살펴보고,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와 지금의 변화된 모습을 추억하고 있다.

             일면식도 없던 조 교수를 창업 초기에 찾아 갔다. 부산 문단 역사의 대표적 인물인 요산 김정한 선생의 평전을 내보자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김정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설가로 요산의 평전을 쓰기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조 교수는 당장은 시기상조이며 상황이 무르익으면 추진할 사안이라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몇 달 후 조 교수가 부산에 관한 산문을 쓴 게 있는데, 책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전화를 했다. 지역 출판사로서 꼭 내야 할 책이라 생각하고 출간을 결정했는데, 책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적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옛 사진은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그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지금의 부산 사진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따로 사진가를 섭외하기에는 출판사 재정이 허락지 않아, 사진에 일가견이 있던 출판사의 디자이너가 직접 사진을 찍었다.

             창립 때부터 지금껏 출판사의 모든 편집디자인을 도맡고 있는 권문경 디자이너는 내면은 세심하지만 겉으로는 무뚝뚝한 소설가의 성큼성큼 큰 발걸음을 종종거리고 따라다니면서 몇 날 며칠을 달동네를 오르내리고 도심을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년 여의 시간을 공들인 끝에 책이 나왔는데, 이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출판사 재정에 많은 보탬이 되어 더욱 애착이 가는 책이다. 또 이 책의 실물을 보고 그동안 부산을 피상적으로만 알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부산은 다양한 콘텐츠가 살아 숨 쉬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이후 부산 콘텐츠를 어떻게 책으로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2013년 동인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조갑상 교수의 『밤의 눈』은 6·25전쟁 당시 가상의 공간 대진읍을 배경으로 국민보도연맹과 관련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작품으로, 6·25 당시의 민간인 학살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이 희소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장편소설이다. 맹렬한 작가정신으로 둔중한 역사를 끄집어 올린 소설작품이라는 점을 심사위원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산지니의 책들


article. 운영하면서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산지니. 지역에서 출판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통이다. 알려진 출판사의 책이나 베스트셀러는 전국 어느 서점에서나 환영받으나, 그렇지 않은 책은 잘해야 한두 권. 그마저도 거절당하기 일쑤이다. 이런 현상은 작은 서점일수록 두드러졌다. 서점에 책이 공급되었다고 해도 독자들의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책을 진열하는 경쟁에서 지역출판사는 밀릴 수밖에 없다. 정기적으로 서점을 방문하여 자사 출판물을 관리할 수 있는 영업사원을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점에 출판사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최소 한 달에 2-3종의 신간을 출간해야 하고, 이것이 어느 정도 팔려야 그나마 영업사원 한 명이라도 둘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지역 출판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월말이 되면 지불금액 때문에 경영자로서 속 타는 괴로움을 매달 반복했다. 경영평가를 받는 입장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좋은 경영자는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합리적 경영을 통해 내실 있는 출판사를 만드는 게 목표이나, 사실 사람 간의 관계망으로 이루어지는 출판업에서 ‘합리적 경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경영자가 ‘합리적 경영’을 하는 경영자가 아니듯, 올바른 판단으로 가치 있는 출판물을 제작하는 ‘좋은 출판인’으로 남고 싶다.



article. 책이 출간된 이후 어떤 활동에 신경을 쓰는가?  

산지니. 지금까지 출판사는 책만 잘 만들어내면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출판사는 콘텐츠를 생산·유통·소비하는 중심거점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출판사는 책을 펴내는 곳이기도 하고 서점이기도 하며 도서관이기도 하고, 미디어이기도 하고, 지역문화 창달의 커뮤니티이기도 해야 한다. 지역에 존재하는 작은 도서관과 결합하고 공공도서관 사서들과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산지니는 전 직원이 온라인에서 적극적인 블로그 활동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만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은 소수의 대규모 자본으로 과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출판 현상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출판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매달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고,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SNS활동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출판사 홍보차원을 넘어, 출판미디어 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다.



article. 산지니는 지역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사회가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고 20대가 취업하는 데에 공감하기 위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대학과 지역사회와 맺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산지니. 산지니가 지역출판사인만큼, 우수한 지역인재들의 양성을, 지역이탈을 막기 위한 기업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늘 책임감을 갖고 있던 차였다. 비록 출판사가 재정적 문제로 신규인력채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없는 부분은 존재하나, 우수한 교수진들로 구성된 부산의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에게 현장의 실무를 미리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적극 활동하려 한다.

             예를 들면 산지니는 현재 한국해양대와 산학협력 가족회사로 활동하고 있고, 동아대 인문대학 학생들의 인턴활동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역대학과의 다양한 연계활동을 통해 20대 청년이 이력서에 인턴경력을 한 줄 추가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출판사가 어떤 곳이며 출판문화 교육, 나아가 부산의 문화 관련 행사들에 함께함으로써 부산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향 article 지면


article. 출판문화가 서울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비단 이것이 출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역의 출판사로서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산지니. 산지니는 부산에 있지만 전국적으로 책을 유통하는 몇 안 되는 출판사이다. 부산의 오래된 출판사들도 기획출판을 해왔는데, 주로 어린이책이나 문학 쪽에 한정되어 있었다. 지역에서 출판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이제 상당히 무르익었다. 인쇄·제본이 서울보다 떨어지는 면은 있다. 일반 인쇄는 문제가 없는데, 컬러가 들어갈 때 약간 차이가 있고, 특히 양장 제본을 할 때 문제가 된다. 지역에서는 전국 유통을 하는 데 난점이 있고, 수도권에 출판사가 많은 이유도 그래서인데, 산지니는 파주에 창고를 계약해서 월 임대료를 주고 전국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서울에 있는 출판사와 별 차이가 없다.

             정부에서 큰돈을 들여 설비투자를 하고 인쇄소, 제본소, 출판사, 에이전시가 파주에 집결되다 보니, 우리나라 출판 수준이 외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출판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파주에서만 출판이 되고 타 지역은 전무하다면 균형발전이 안 된다. 이를 테면, 부산을 소재로 한 책들은 파주에 있는 출판사에서는 내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는 출판계에서 최소 오천 부는 팔려야 계속 기획을 해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지역을 소재로 기획한 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문화를 풍요롭고 다양하게 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시장메커니즘과 문화가 꼭 같이 가는 건 아니므로.

             출판시장 위축 상황은 늘 안타깝다. 공공도서관 증설과 함께, 유통물류단지가 있는 수도권으로의 물류비 부담을 정부나 부산시가 지원해 준다면 지역 출판업계 종사자로서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article. 할인 판매가 일반화되고 광고 마케팅 비용이 비싸지면서 자본력이 없는 출판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풀어가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산지니. 출판이 위기인 것은 먼저 독서문화의 전반적인 퇴행에 따른 시장 침체가 근본 원인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유통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여타 지역의 영세한 출판사들은 전국의 대형 서점 진출은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지역 서점과의 직거래를 선호하게 된다. 지역 출판사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큰 출판사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우선, 출판계의 오랜 염원인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한때 도서정가제 찬반 여부로 논쟁이 있었지만, 이 제도가 선행되어야 유통구조의 불합리성과 지역서점이 생존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영화 입장료 중 일정비율을 영화산업진흥기금으로 조성한 영화계를 본떠 만든 출판계의 ‘출판문화산업진흥기금’ 조성안이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입법 논의에 있다. 

             게다가 부산의 공공도서관들이 도서 구입 시 지역 출판사의 책을 일정 정도 의무적으로 구매하게끔 하는 것도 제도화된다면, 산지니를 비롯한 지역 출판계에 큰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article. 출판은 이미 사업으로서 베스트셀러나 시장을 좇는 경향이 크다. 규모는 작더라도 의미 있는 책을 만드는 노력은 중요하다. 

산지니. 이미 출판사 숫자는 양적으로 너무 팽창했다. 이처럼, 출판사 숫자가 많은 것은 출판업이 신고 업종이라 특별한 시설이나 규모에 대한 검증 없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부분 출판사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출판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다 보니 무실적의 출판사로 난립하는 것으로 그치기도 한다. 

             기존질서에서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 변화를 주도해 기존의 게임법칙을 바꾸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특히 세상의 변화는 중심이 아니라 약한 고리인 변방에서 일어나지 않았나. 산지니와 같은 지역출판미디어는 서울 중심의 출판을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창업이념과 원칙을 지키는 것,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할 것,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냉정히 판단하고 대응할 것, 사람과 그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을 염두에 둔다면 색깔을 잃지 않는 의미 있는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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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5.07 0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이쁘게 잘 나왔네요^^ 산지니 외 다른 출판사도 정독해야겠네요 훗훗

  2. 권 디자이너 2013.05.07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종이 잡지로 읽었는데 첨엔 글씨가 좀 작아서 약간 읽기 힘들었지만
    읽다보니 내용이 재밌어서 불편한 줄도 몰랐네요.
    한정된 지면에 가능한 많은 내용을 싣고자 한 편집자, 디자이너의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ㅇㅅ소년 안녕? 누난 아저씨가 아니란다!

 

10초간 축하하고 오셨나요? 그럼 이제 뭘 축하해야 하는지 알려드리지요. 여러분, 저희 산지니의 책 『늙은 소년의 아코디언』 과 『한산수첩』이 

 

 

2012년 3분기 우수문학도서

 

 

에 선정되었습니다. 

 

"2012 소외지역(계층) 우수문학도서보급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사업입니다.

문학의 지역적 균형발전과 작가의 창작여건 개선을 위해 순수 문학도서를 선정, 전국의 문화소외지역에 배포하여 높은 수준의 문학작품이 다양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답니다.

 

아래는 선정 심사평(일부)입니다.

 

 

"향토적 색채의 소재와 세련된 서술이 어울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이 여러 편 묶여 있다. 고독한 실존적 개인의 고뇌가 다소 낭만적으로 그려졌지만, 거의 모든 작품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는, 불만인(불만일 수밖에 없는) 현실 너머를 지향하는 고고한 정신은 문학과 예술의 의의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한산수첩)

 

"급변하는 현대사의 상처와 고통을 간직한 공간 부산.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시절을 소년에서 청년으로 가로 지르던 한 사내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왜정시대에서 한국전쟁이 낳은 피란시대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곁들인 그 시절의 이야기가 절절하다. 유년의 기억들까지 더듬어 펼치는 저자의 입김 속에 부산 바다의 짠 내음이 물씬 하다.페이지는 간출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알차고 영글다. "(늙은 소년의 아코디언)

 

 

 

 

 

이번에 선정된  『늙은 소년의 아코디언』 과 『한산수첩』, 어디서든 만나면 많이 반가워해 주세요. 독자분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에 좋은 책을 좋은 일에 쓸 수 있게 되어 저희도 무척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책도 궁금하시면 여기로 http://www.for-munhak.or.kr/

 

한산수첩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늙은 소년의 아코디언 - 10점
김열규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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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온수입니까 2012.09.13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짝짝짝! 10초 이상 누린 기쁨의 시간들 ㅎㅎ 어제를 생각하니 배가 부르네요.




늦여름에 때아닌 태풍이 불어닥치면서, 태풍 바람에 출근길도 뒤숭숭했는데요.

다들 몸조심 하셨는지요?


오랜만에 또,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성균관 유교학술원과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주최한 제1회 성균관 문학상에 『한산수첩』의 유익서 선생님이 수상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이태동(문학평론가, 서강대명예교수), 권영민(문학평론가, 단국대석좌교수), 장경렬(문학평론가, 서울대 영문과 교수) 심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8월 23일에 열린 본심에서 이와같은 심사결과가 이루어졌다 합니다.


월한 소설작품을 발표한 작가를 표창함으로써, 전통적으로 선비정신을 교육하고 구현해온 ‘성균관’의 이념과 업적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성균관 문학상'이 제정 이래 첫 수상자라 의미가 더욱 깊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유익서 선생님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은 9월 28일 오전 11시 서울 명륜동 성균관 대성전에서 열린다고 하네요.^^


한산수첩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관련 포스팅을 보려면 아래로!!

  1. 2012/08/23 책으로 떠나는 한산도 여행 - 산지니안 독서토론 그 두번째 이야기 
  2. 2012/08/06 한산도에서 열린 <한산수첩> 출판기념회
  3. 2012/08/03 8월, 『한산수첩』유익서 저자와의 만남
  4. 2012/07/20 구도(求道)를 위한 섬으로의 자기 유폐 - 『한산수첩』





by 엘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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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12.08.28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의 노고는 말로 다할 수 없죠.
    축하합니다.

 

8월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이번달은『한산수첩』 유익서 작가를 만납니다.

시정 넘치는 8편의 섬 이야기를 들으며

한여름 무더위를 잊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일시: 8월 24일 저녁 7시

장소:공간초록

대담자: 김경연(문학평론가)

 

 

 

중견소설가 유익서가 한산도에 머물면서 꾸준히 창작활동에 전념해온 결과물을 모은 소설집. 굵은 붓으로 그린 여덟 폭의 동양화처럼 선이 아름답고 여백이 많아 깊은 사유를 요하는 여덟가지 각기 다른 소설 속에는 섬에서 살아가는 주변인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공간초록 오는 길>

 

부산 교대 지하철 3번 출구로 나와 부산교육대를 향해 걸어옵니다.

교문 오른쪽에 교대마트가 보이면 다 오신 겁니다.

마트 아랫쪽에 계단으로 내려와 첫번째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바로 공간초록입니다. 새로운 길은 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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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토요일 늦은 오후 5시.

‘공간초록’ 에서 이뤄진 산지니안 독서토론 그 두 번째 만남. 이달의 책은 유익서 작가의 소설 <한산수첩>이다. 이번 독서토론에는 옐로, 블루, 블랙, 핑크 네 명의 지구용사가 출동하여 아름다운 섬 한산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술과 예술가의 고독한 삶을 그린 소설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어보았다.

 

 

 

 

책을 읽은 소감은?

블루 : 음 어떻게 시작할까요? 

블랙 : 전에도 그런 것처럼 일단 읽은 소감부터 돌아가면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옐로 : 음 재밌기는 한데 스토리가 긴박하다기 보단 생각, 사유하는 부분이 많고 한 문장 한 문장이 아름다워 음미할 수 있는 게 좋았는데 조금 졸리기도 했어요.

블루 : 한국소설이고 단편소설이잖아요. 읽기 힘든 책도 아니고 술술 읽히는 느낌? 한산도가 배경인데 풍경을 되게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해놓아서 가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작가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좀 문학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런 것을 캐치하는 게 힘들었던 거 같고 그냥 소설 읽듯이 읽었던 것 같아요. 또 보면 메시지 같은 것을 돌려 말하지 않고 주인공의 입을 빌어 직접적으로 말하는 느낌이 들어 소설인데 이상하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핑크 : 저는 이게 한산수첩이잖아요. 그래서인지 한산도를 배경으로 각각의 인물들이 한 가지를 집요하게 관찰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듬거리는 필연’에서도 한사람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과정을 담았는데, 다른 에피소드들에서도 그런 것이 눈에 띄었어요. 수첩이란 것이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인데, 무언갈 끈질기게 관찰하고 그걸 기록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명확히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블랙 : 저는 다 재밌게 읽었는데.. 여기에 있는 인물들이 사실은 조금 옛날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지금 작가가 있는 위치가 탈세속적인 공간이잖아요. 그런 공간에서도 어떤 치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크게 보면 예술이라는 무한한 세계와 인간이라는 유한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광고라든지 주인공들이 하는 일들이(예술에 관한) 있는데 뭔가 자기가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묘사된 것도 있었고 성취감을 느낄만한 일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은 없다고 하면서 끝을 모르고 파괴하고 훼손하고 가치도 없애버리곤 하는데 여기엔 신이라는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래되거나 낡은 것은 가치가 없다 혹은 무식하다 원시적이다 하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로 남겨두고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지켜나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 예술적인 것도 마찬가지이고, 또 우리 삶의 궤적의 모든 것이 예술이 아닌 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책을 다 읽고 평론을 읽었는데 되게 감명 깊더라구요. 또 소설의 문체도 좋고.. 흔한 문체도 아니구요.

 

<그 못난 사람>에 대해서... 

블루 : 이 부분을 읽은 느낌 어땠어요?

핑크 : 처음에 들어가기에는 좀 임팩트가 약해서 굳이 처음에 넣을 필요가 있었나싶은 에피소드였어요.

블루 : 너무 어려운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용어적으로도 ‘오르페우스’니 ‘오페라’, ‘신화’ 가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옐로 : 장소나 상황이나 묘사가 너무 잘 되어 있어 경험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블루 : 왠지 그런 느낌 안 들었어요? 저번에 전성욱 비평가님 인터뷰 했잖아요. 자기가 공부한 것을 풀어놓듯 한 비평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운 말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블랙 :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소설적인 부분이고 섬이라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고독, 연대감... 동경? 이런 게 느껴졌어요. 또 주인공 ‘나’가 나이가 있는 인물로 나오는 데 예전에는 어른들(노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알게 되었어요. 또 여기 나오는 몽돌해변도 왠지 상처받은 사람들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 들었어요. 절절한 느낌도 들었구요.

옐로 : 다른 소설같이 ‘나’와 여자사이에 뭔가 썸씽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냥 끝나버리더라구요. 정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통학선>에 대해서...

블루 : 여기선 뭘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예술과 현실의 의미를 말하는 것일까요? 

블랙 : 여기서도 인간의 유한함을 말하는 것 같아요. 

블루 : 읽으면서 느낀 건데 작가가 예술 이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부분이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이 두 편을 읽으니 허무함? 이런 것을 느꼈어요. 3편부터는 재밌는 얘기도 많던데... 

옐로 : 순서도 되게 신경 써서 했을 텐데...  

핑크 : 음.. 근데 보면 예술에 대해서 말할 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가난하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여기서도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 가정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가정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잖아요. 그 사람들만의 예술세계가 표출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세속을 벗어난 듯한 아름다운 한산도가 배경이 된 게 아닌가 생각되었어요. 또 마지막 작품을 그리기 위해 몇 달 동안 비진도 곳곳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모습에서 섬사람들은 맨날 그 모습이 그 모습이라고 넘기는 풍경들이 예술가의 눈에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구나 생각되었고, 또 여기서도 무언가에 집착하듯 관찰해서 무언갈 얻어내는 듯한 것으로 비춰졌어요. 

블랙 : 나는 설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 보면 ‘선유대 가운데서 물이 퐁퐁 솟아오르는 샘이 있어 그 물맛이 신선들이 마신다는 유화주 같다 하는 사람도 있었다.’하는 부분이 그랬구요. 지금 개발이나 발전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섬에는 아직 옛 모습이 남아있고 낯선 이를 일주일 간 재워주는 모습들이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일어나고... 자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나요. 

옐로 : 도시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무서워하는 게 없고, 금기 이런 것도 없고 무조건 도전, 정복, 팽창.. 그런 거를 살려내고자 한 게 아닌가... 

블루 : 앞으로도 나오지만 토속신앙 이런 것을 되게 옹호하는 것 같았어요. 굿을 세밀히 묘사하기도 했구요.

 

<더듬거리는 필연>에 대해서... 

블루 : 이번 편은 쉽고 재밌게 읽었던 것 같아요.

핑크 : 다른 책에서 참조를 해서 만든 소설인데, 여기서는 운을 되게 강조하는데 저는 운도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이 너무 운에 집착하는 것 같았어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블랙 : 저는 기본적으로 광고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뻥을 잘 쳐서 상품을 과대포장해야 잘 팔리는 거잖아요. 가격도 높게 매길 수 있고... 여기서 나오는 사람은 그걸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자본주의 첫 물꼬를 튼 세대라고 자신이 뭔갈 이루어 놓았다고 생각하는데 결국에는 사회의 모습들이 이상하게 돌아가지 않았나.. 거기서 오는 실망감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블루 : 저는 약간 최근 경제성장과정을 이 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구요. 전반적인 느낌은 고등학교 문제집에서 나올법한 글 같았어요. 유려한 문장보다는 과정들을 묘사하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앞의 글과는 다른 느낌이지 않았나해요. 

블랙 : 그림이나 시는 잘하면 추앙받는데 광고는 진짜 돈벌이라고, 예술보다는 한단계 아래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잖아요. 시대적인 기록같은 걸 말하는 것 같아요. 

블루 : 왜 우연을 강조했을까요? 

블랙 : 그렇게 하면 자기 탓을 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내가 원해서 한 게 아니고 내 탓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핑크 : 잘못한 게 굳이 없는데 내 탓이 아니라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잘못하고 찔리는 게 있어야 부인도 하는 거 아닐까요? 오히려 너무 겸양한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저는 

블루 : 소설이니까 어렵네요.; 

블랙 : 여기 있네요. ‘요즘, 자기 실력과 자기 노력만으로 살아온 것으로 자부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꼭 그럴까. 자부심에 일면의 진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족적인 완벽한 진실은 아닌 것이다.’ 이 사람도 다 그대로 얘기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을 배워라, 겸손해라 하는 것 같아요.

핑크 : 운이라기보다 시기를 잘 타고 난 것뿐이다. 그 사이클에 잘 맞물렸다 이런 것 같아요. 뒤에 보면 ‘먼저 살다 간 사람들과 현재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이 함께 엮어 내고 있는 어떤 삶의 형태 또는 그 작용에 의해 살아온 것이다.’ 곧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우연이 아닌 국가 성장의 사이클 작용이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네요.

옐로 : 제목이 더듬거리는 필연이잖아요. 우연이 아니라는 것 아닐까요. 우연의 반대는 필연이니까요. 운만으로도 안 되고 우연만으로도 안 되고.. 전체적인 내용에서도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적이 영역이 조화를 이루어야 되듯이... 

블루 : 우연이라고 하면서 겸손한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데, 요즘보면 자수성가한 사람 중에 내가 잘해서 돈이 불어난 건데 왜 국가를 위해 세금을 내야되나 하는 사람이 있는데 국가가 없으면, 시장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는 건데... 세금내기 싫어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성공한 것은 너만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요.

 

<국화무늬 그림자>에 대해서...

블랙 : 저는 이거 보면서 좀 찡했는데.. 여기서 강하게 물음을 던져서 인상에 남았던 게 있는데 133쪽 밑에 보면 ‘다큐멘터리란 사실을 확보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구현하려는 것인가?’ 이런 말이 나오는 거예요. 그럼 이제껏 내가 본 다큐멘터리는 뭐지 내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은 뭐지 이런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너무 놀랐어요. 그리고 자꾸 진실과 사실에 대해서 말하는데 진실과 사실이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진실은 거짓이 없는 거구, 사실은 그냥 있었던 일만 하는 건데.. 

블루 : 사실은 있었던 일만 하는 건데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더해서 된 것이 진실 아닐까요? 배경없이 사실만 놓고 보면 오해할 만한 일도 어떤 배경을 두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잖아요. 

블랙 : 그런데 그 진실이라는 게 모호하다 이거죠.

블루 : 그럼 박물관을 계속 돌아다니는 것은 뭘까요? 더 이상 김장후 시인에 대해 할 말 없냐고 하니 자신은 다 했다고 해서 pd가 황당해 하잖아요.  

블랙 : 박물관에는 과거의 것만 있잖아요. 인류의 과거에도 무관심하면서 한 사람의 과거에 니가 얼마나 귀를 기울여서 할 수 있겠느냐 이런 게 아닌지. 니가 정말 다큐를 만들 재목인지 잘 모르겠다 하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핑크 : 151쪽에도 보면 ‘우리가 구경한 전시물들 모두 어쩌다 인연이 닿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지, (중략)우연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들만을, 그 표면만을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야지.’ 라는 부분에서 어차피 지금 드러난 사실 가지고는 온전히 시인을 그려내지 못할 것이기에 차라리 가정사에 대한 부분은 덜어내고 시인만을 다루었으면 하는 게 한 선생님의 바람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비평을 듣거든요 어둡고 거무튀튀한, 사람들이 관심가질 법한 시인의 망나니같은 생활상을 미화시켰다고요. 근데 한 선생님은 시인의 모습에 치중하려고 해서 좋았다 하지만 미흡했다라고 평하잖아요. 

블랙 : 그 사람의 사고나 사유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준 책임이나 의무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는, 아버지라는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사회인으로써 부적합한데 대체 무엇으로 다큐를 찍으려는 건가 니가 포커스를 맞추는게 뭔가 하고 질문한 것 같아요. 

블루 : 여기서도 또한 예술가로서의 삶과 삶의 힘듦. 주위에서 비난하는데 재능이 있는데 왜 가족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느냐구요. 

블랙 : 한 선생이 ‘시인은 무엇인가’라고 질문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큰 한방 먹은 것 같았어요. ‘시도 세상과 늘 불화하는 존재라네’ 라고 말한 거는 진짜 좋았어요. 또 형상이 없는 ‘생각’을 어루만져 몇 자 적어 놓은 것에 돈을 지불할 사람이 어디 잘 있어야지. 라고 하는말도요.

옐로 : 작가가 꿰뚫는 말을 잘 하네요. 내공이 있으신 듯.. 그런데 국화무늬 그림자는 어떤 의미 인가요? 

핑크 : 수련 잎의 그림자가 국화무늬로 비치는데 그것을 보면서 사실과 진실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옐로 : 아깐 우연과 필연에 대해 얘기하더니 이번엔 사실과 진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네요.

 

<죽도 별신굿>에 대해서... 

블루 : 이번 편은 연애소설 + 해금의 의미를 담은 얘기 같았어요. 예술에 대해서도 역시 얘기하구요. 연애소설이라 처음에 되게 기대하고 봤는데 갈수록 해금의 역사 등 관념적인 얘기만 나와서 당황했어요.(아쉬움)

핑크 : 무속신앙에 대한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블루 : 등장인물의 나이가 어린데도 대화의 수준이 되게 높은 것 같아요.  

블랙 : 저자가 투영된 거죠.(웃음) 대화 내용만 보면 40대 그 이상 되는 것 같은데 

핑크 : 연애소설의 형식을 취하기 위해서 일부러 나이를 어리게 설정한 게 아닌가 싶어요. 되게 일반사람이 알지 못할 것 같은 유래들을 여기저기서 가져왔더라구요. 둘이 연애를 한 것이 아닌 해금을 두고 토론한 느낌이 들었어요. 

블루 : 처음의 앞의 소설들은 인물들의 나이가 많아서 처음에 묘사된 것만 보고 40대 남자가 비슷한 나이의 여자한테 반한 그런 내용인 줄 알았는데 뒤엔 20대 초반이라고 해서 조금.. 

블랙 : 정착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별을 알고 하룻밤의 연정을 나눈 게 아닌가. 여자는 자꾸 떠돌면서 뭔가 해금에 대한 실력을 쌓아야 되는데 정착을 해버리니까 연주도 못하고.. 거기서 불화가 생긴게 아닌지. 여자는 정착할 수 없는데.. 

핑크 : 처음에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나올 때 해금은 원래 유목민의 악기다. 떠돌아야 되는 악기다 하면서 여자한테 환상을 심어주고 아무도 모르는 낯선 도시로 둘이서 도망치게 되는데, 도망친 곳에서 남자가 둘이 함께 할 미래를 보여줬는데 여자는 거기엔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해금이 빠져있다고 하면서 떠나게 되잖아요. 해금은 혼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고 굿할 때도 함께해야 어우러져야 하는 악기니까 자신은 원래 있었던 데로 돌아가겠다 하고 떠나고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요. 

블랙 : 이건 로맨스로만 본다면 이상하죠. 애정신도 없고.. 근데 약간 이데아적인게 보이기도 해요. 가치는 삶 속이 아닌 저 멀리 있고 어디 나가서 추구해야 될 것 같고. 금욕주의애처럼 그렇게 살아야 가능할 것 같고, 한국식 예술이 그렇지 않나? 서양에는 뮤즈라고 해서 여자들 많이 만나고 거기서 영감 받아서 곡 쓰고 하잖아요. 근데 우리나라 사람은 꼭 어디를 가요. 어디 쳐 박혀서 자기를 좀 학대하면서... 피가 서려있는 결과물, 그런 걸 더 쳐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한국적인 색깔이 많은 것 같아요.  

블루 : 앞부분 되게 좋았는데, 재밌었는데 장어구이 먹여주고..ㅜ 

옐로 : 로맨스에 미련을 못버려가지고 ㅋㅋㅋ

 

<꽃배>에 대해서...

블루 : 꽃배는 영화 <이끼>같은 느낌이었어요. 낯선 사람이 들어와 배척하는 그런 느낌.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블랙 : 화분에 뼛가루 있고 으 조금 괴상한 느낌이었어요. 

핑크 : 수목장 같은 건가요? 

블루 : 응. 수목장. 근데 전 어부나 마을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공감하기 힘들었어요. 왜 다른 사람 사생활에 그렇게 간섭하는지. 

옐로 : 작은 섬마을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블루 :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 않나. 배는 고기 잡으려고 있는 건데 왜 딴 거 하냐면서 그거 가지고 왜 뭐라고 하는지... 

블랙 : 근데 별신굿에서도 나왔듯이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배의 가치. 바다와 배의 상징이 너무 크니까. 없으면 굶어 죽잖아요. 

블루 : 시점이 확 바뀌고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두 이야기 간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것 같았어요. 

핑크 : 아마도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야기가 급전환되는 느낌도 있구요. 뭔가 미스테리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에피소드지만 막상 뒤돌아 생각해보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블랙 : 전 꽃배를 읽어보니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 현상을 두고 가부장격인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이장과 주민들의 생각 역시 달랐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의 의견은 맞고, 틀리고를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책을 잘못 읽은 걸지도 모르겠는데 꽃배를 보고 떠올린 화자의 이야기가 뒤에 나온 장례식장 이야긴지, 꽃배를 만들었던 사람의 이야긴지 헷갈린다는 점이에요. 일부러 이렇게 구성해놓은 것 같은데 궁금증을 더하는 것 같아요.

 

<바람신>에 대해서...

핑크 : 바람신은 어떠셨어요? 빈집에 얽힌 사연으로부터 시작해 억울하게 죽은 한 부부의 인생 곡절을 무당의 입을 통해 그리고 다시 이장님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오는 꼭 전설의 고향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어요. 흉가에 얽힌 에피소드를 듣는 기분인데 거기다가 접신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더욱 흥미롭게 푼 것 같아요. 하지만 무당의 입을 통해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주고 진상을 밝혀 죗값을 치르게 하거나 아니면 그 자식들에게 알리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서 그치는 것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옐로 : 이 에피소드가 한 섬마을에 포로수용소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비극 일화잖아요. 이 걸 보면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원래 그곳에 살던 주민들에게 어떤 동의나 설득도 없이 이주, 파괴하는 장면이 지금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나 밀양 송전탑 설치와 겹치는 느낌이었어요. 옛 식민지시절이나 지금 민주주의 사회에서나 권력은 강압적이고 개인은 그런 의도치 않은 상황 속에서 살아보려 고군분투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이장이 '갯가 사는 사람 바다에 몸 묻는 일 예사지' 라고 담담하게 한 말이 기억에 남았는데 한평생 바다를 옆에 두고 사는 섬사람들의 정서가 보인 달까. 섬마을 사람들은 늘 바람신을 모시고 제를 지내며 안녕을 기원하고 억울한 넋도 풀어주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지금이야 무당이나 굿이 예전만큼 설득력을 가지지 않는 시대지만 어쨌든 주인공의 넋은 바람신에 의해 원을 풀게 되요. 엄마와 딸의 비극은 사람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지만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사람이나 법이 아닌 신, 신앙의 영역이라는 점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아요.

블랙 : 저는 얼마 전 그리스신화를 읽으면서 이 신화가 진짜 있었던 일일까, 아니면 지어낸 이야기일까를 몇 번이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단어의 의미와 그 유래를 알려주는 신화, 자연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신화 등 단순히 이것은 픽션이라고 치부해버릴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물론 지금도 고민 중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신화의 영역보다는 설화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이것들은 자칫 신파로 여겨져 그저 떠도는 이야기로 생각할 뿐,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 단편에서 좋았던 부분은 끝에 이장님이 하시는 이야기, '세상에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실도 있고 손에 잡을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사는 게 세상,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집니까.' 이 이야기가 진짜냐 거짓이냐를 떠나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절대로 둔감하지 않았던 섬사람들의 정서가 엿보여 꽤 의미가 있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시비를 가리는 최고의 잣대인 법과 검경찰이 동원되지 않아도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섬사람들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만큼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대장경 일화>에 대해서...

블랙 : 대장경 일화를 포함해 '한산수첩'의 몇 편의 단편들이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액자식 구성을 저자는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장경 일화는 전기수에게 노승이 보고 들었던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를 전승해주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노승이 이야기하는 괴각승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물리적인 죽음은 사실 괴각승의 바람을 막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어쩌면 삼국유사와 비슷한 설화집들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집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게 하는 단편이었습니다. 

옐로 : 흠뻑 빠져서 본 단편이었어요. 앞부분에 저자의 실제 경험이 나오는 것 같아 계속 이 단편은 허구가 아니라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되더라구요. 계속 호기심을 품는 화자의 모습에 완전히 동화돼서 스님이 들려주는 사연이 흥미진진했는데 일본이 대장경을 탐냈다는 것도 그럴싸한 이야기였고. 문화유산 발굴이나 복원, 반환 등 소식을 들어도 무덤덤하게 지나쳤었는데 새삼 문화유산 하나하나가 지금까지 보전되어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사연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이란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사실로 성립한다.'는 말이 여운이 컸는데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각오와 용기 못지않게 듣는 사람의 판단과 용기도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대장경 일화>편을 읽으면서 이 내용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야말로 '믿는 독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또 곧이어 이게 바로 저자의 의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치 소설이 '그런가!'하고 끝나는 것처럼. (웃음)  

핑크 : 책을 뒤에서부터 읽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목차에도 보면 한산수첩 8부터 시작하고 대장경일화가 한산수첩 1이잖아요. 또 몇몇 에피소드들에 작가가 투영된 인물들이 등장했었는데 이건 오롯이 작가의 경험을 쓴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또 비밀인 척 혼자만 알라는 투의 스님의 얘기는 오히려 세상에 알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금기는 어기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호기심과 금기를 이용해 또 어느 정도의 진실과  허구를 뒤섞어 더욱 그럴 듯하게 만든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문화재 반출과 관련한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주지스님이 작가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둘 사이의 심리전이 더 흥미로운 것 같았어요.   

블루 : 휴 이제 8개 에피소드에 대해 얼추 다 말한 것 같은데 이만 끝낼까요?ㅎㅎㅎ

 

한산수첩에 대한 감상

속세를 떠나 온전히 글을 쓰고 싶어한 작가는 이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한산도에서 예술과 고독에 대해 얘기한다. 유려한 문체와 사실적인 묘사는 마치 소설이 아닌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써 내려간 듯 하다. 한산수첩에 나타난 작가의 풍부한 예술적 지식과 예술가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예술이 독창적인 창조물이라기 보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끈질기게 탐구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보면 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리감이 소설과 독자들간의 거리감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주제가 모호하고 작가의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모호함마저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예술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한산수첩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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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온수입니까 2012.08.23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면서 어떤 장은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저 역시 즐거운 대화였어요

  2. BlogIcon 전복라면 2012.08.23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을 텐데, 다들 나름의 의미를 찾아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좋고 대단하네요ㅎㅎ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점, 다른 점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ㅋㅋㅋ

  3. BlogIcon 날찐이 2012.08.23 2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마다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독토가 더 즐거워요! 다음 책도 기대됩니당

한산도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습니다. 연일 30도가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는 이 날도 절대 피해 가지 않더군요. 아침 9시에 집을 나섰으나 피서철 휴가를 떠나는 피서객들과 뒤섞여 통영에서 한산도 가는 배를 탄 것이 오후 1시. 시원한 통영항을 뒤로 하고 배는 한산도를 향해 떠났습니다.

제승당 앞에서 하선하여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한산면주민자치센터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를 들어가야 했습니다. 소설 쓰시는 유익서 선생님 출판기념회에 왔다 하니 버스기사분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더군요. 거동이 불편한 시골 노인분들은 유모차를 몰고 다닌다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한 할머니가 이 유모차를 끌고 버스까지 올라탔는데, 내릴 때가 되자 기사님이 운전석에서 벌떡 일어나 버스를 내려 뒷문 쪽으로 가시더니 유모차를 끌어내려 주고 올라오셨습니다. <시내버스 타고 경남 지역 100배 즐기기>에 등장하는 여러 기사분들이 생각났습니다. 아마 <시내버스~>의 저자 김훤주 기자께서 이 버스를 타셨다면 틀림없이 저 기사님을 두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셨을 겁니다.

한산면주민자치센터 2층 넓은 강당에 출판기념회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여느 호텔 결혼식장 못지않게 정성들여 꾸며놓은 행사장에서 이 출판기념회를 준비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소곳하게 책 판매대도 마련되어 있네요.

 

이 출판기념회는 한산면주민자치위원회과 마련하고 통영시공무원문학회가 후원한 자리입니다. 3년 동안 한산도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신 유익서 선생님에 대한 한산면민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유익서 선생님께서 단순히 한산도를 작품을 위한 거처로만 여기신 것이 아니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고 한산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선생님께서는 오늘 출판기념회를 열어준 주민자치위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그간의 정황을 설명하셨습니다. 사실 선생님께서 한산도에 오게 된 것은 우연의 요소가 컸다고 합니다. 통영시에서 유치한 <동피랑 작가의 집>에 입주하려 하였으나 인원이 다 차버린 차에 통영시 공무원으로 계시던 수필가 김순철 선생님을 만나 이곳 한산도로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올 때는 구상하고 있던 작품이 있었지만 막상 한산도에 자리를 잡고 보니 한산도가 그 자체로 선생님을 끌어당긴 것이지요. 한산도의 자연과 한산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매력에 깊이 이끌려 원이 선생님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봉암 몽돌해수욕장에서 지구의 시원 같은 느낌을 받고, 이는 구상하던 작품을 뒤로 하고 한산도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쓰게 만들었으며, 그것이 이번에 『한산수첩』으로 묶여 나온 것입니다. 이렇듯 한산도에 와서 선생님의 말씀을 직접 듣다 보니 한결 더 작품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통영은 예술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이는 일부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얼마나 예술가를 사랑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이번 출판기념회에서 들었습니다. 부산에서, 혹은 대도시에서 예술가들이 무슨 행사를 한다고 이렇게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축하해주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그들만의 잔치로 치부해버리고 말지요. 하지만 이곳은 달랐습니다. 주민자치센터장부터 시작해서 면장님, 우체국장님, 농협장님, 치안센터장님, 시의회 의원님, 그리고 동네 주민들까지 모두 모여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패까지 전달하더군요.

 

감 사 패

소설가/유익서

선생님께서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약 3년간 이충무공의 얼이 살아 숨 쉬는 이곳 한산도에 체류하시면서 한산도를 배경으로 주옥같은 소설집 《한산수첩》을 펴내었습니다.

한산도의 전통과 역사, 면민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우리 면민들은 고향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면민들은 선생님의 그 훌륭한 업적에 보답하고자 ‘《한산수첩》 출판기념회’에 즈음하여 이 패를 드립니다.

2012. 8. 3.

통영시 한산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일동

 

 

유익서 선생님께서 이분들에게 이런 사랑을 받으시니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기념회에 사인회가 빠질 수 없지요. 이렇게 줄을 서서 또 사인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또 보기 좋았습니다.

 

 

한산수첩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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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 한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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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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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08.06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패까지! 유익서 선생님 정말 사랑받는 작가시네요!ㅎㅎ

  2. BlogIcon 엘뤼에르 2012.08.06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표지도 그렇고, 현수막에다, 한산도로 가는 바닷풍경 모두가 보기만 해도 정말 시원하네요 ㅎ

  3. BlogIcon 둥그미 2012.08.06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영, 거제를 아울러 남해쪽으로 문학 기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통영이 예술의 고장이라는 말에 더욱 동감도 되구요! 아직 한산수첩을 읽고 있는 단계이지만 이토록 사랑받는 작가가 해주는 이야기는 뭘까, 하고 남은 글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일시: 10월 25일 저녁 7시

장소: 책과 아이들

사회자: 윤인로(문학평론가)

 

 

 10월은『즐거운 게임』 저자와 만남을 가집니다. 이날은 소설집 『즐거운 게임』의 저자이신 박향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박향 소설가는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무기력한 삶의 편린을 집요하게 포착해 내었습니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대부분 ‘가족’의 공간인데, 바람을 피우던 남편의 죽음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 부모를 잃고 삼촌 곁에서 자란 여인 등 보편적인 ‘가족’ 경계의 테두리를 넘어선 이들의 삶 속에서 가족의 관계와 현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 참석하시어, 작품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저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시길 바랍니다.

 

 

<책과 아이들 오시는 길>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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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남소리』, 『민꽃소리』, 『소리꽃』 등 그동안 우리 전통음악과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소재로 ‘예술가 소설’의 획을 그었던 중견소설가 유익서가 소설집 『한산수첩』을 발간하였습니다.

 이번 소설은 한산도에 매력을 느껴 자발적 유배를 선택한 유익서 선생님이 한산도에 머물면서 꾸준히 창작활동에 전념해온 결과물을 모은 것입니다. 



구도(求道)를 위한 섬으로의 자기 유폐 - 『한산수첩』

 소설은 한결같이 주류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상처받은 자들의 고독한 정서를 그려나간다. ‘사랑’(「그 못난 사람」, 「죽도 별신굿」)과 ‘죽음’(「꽃배」, 「바람신」), ‘예술’(「통학선」, 「국화무늬 그림자」), ‘운명과 자기의지’(「더듬거리는 필연」), ‘보여지는 것과 감추어진 진실’(「대장경 일화」)이라는 제법 굵직한 주제를 통해 다양한 각도로 사유하는 구도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굵은 붓으로 그린 여덟 폭의 동양화 같은 소설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거스르며 굳건히 같은 자리에 서서 영구히 아픔을 견디고 앓아야 하는 섬도 예외가 아니라네. 지구의 내재적 리듬을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라 생각하나. 속으로 영구히 아픔을 견디며 앓고 있는, 섬이라네.”(「통학선」, 42p)

 속세와 단절하며 아픔을 견디는 ‘섬’ 속에서 소설 속 인물들은 예술의 본질이나 사건의 진실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청한 고행을 겪게 된다. 이들은 스스로가 회고와 사유를 거듭함으로써 ‘섬’이라는 고립된 장소 내에서 그간 우리가 간과해왔던 중요한 진실들을 깨닫게 한다. ‘외로움’이 자신의 자양분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소설가 유익서. 이 소설집이 본인의 이야기와 더욱 닮아 보이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굵은 붓으로 그린 여덟 폭의 동양화처럼 선이 아름답고 여백이 많아 깊은 사유를 요하는 여덟 가지 각기 다른 소설 속에는 섬에서 살아가는 주변인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세속 너머를 헤매는 상처받은 사람의 고독한 보행

유익서의 소설은 대체로, 엄격한 자기 응시 속에서 숭고한 세계를 꿈꾸는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참하게 상처받은 자의 가망 없는 외로움이, 세속 너머의 저 어딘가를 낭만주의적인 동경 속에서 헤매게 한다._전성욱(문학평론가)

 유익서가 이번 소설집에서 그리고 있는 주요 정서는 ‘고독’이다. 소설은 ‘섬’ 속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개인들의 속살을 가감없이 비추고 있다. 홀로 이상을 꿈꾸며 외골수의 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그간 유익서가 글을 쓰면서 고뇌해 왔던 성찰과 사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별신굿’, ‘오구굿’, ‘영등할만네 제’와 같은 지역의 향토문화와 ‘바람신’과 같은 전설, 예술가들이 겪는 고통, 한산도의 지역적인 배경과 같은 독특한 소재들은 유익서 소설집 『한산수첩』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소설 곳곳에는 추리적 재미까지 살아 있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대장경 일화」에 등장하는 화자가 홀로 섬에 머물며 산책을 통해 여러 가지 성찰을 하는 것에서 엿볼 수 있듯, 유익서의 소설은 삶과 예술, 사랑과 운명에 대한 깊은 사유를 드러낸다.



▶ 작품 소개

 「그 못난 사람」은 유익서가 2010년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본 감흥으로 쓴 소설이다. ‘나’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관람했던 여자와 우연히 한산도로 가는 배를 같이 탔고, 몽돌해수욕장에서 다시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 대화를 하게 된 ‘나’는 이윽고 <오르페의 유언>이라는 작품을 그녀와 함께 공연해 올렸던, 여자의 ‘그 못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같은 신화 속 영원한 사랑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여자는 현실보다 관념의 세계 속에 천착했던 옛 남자로 인해 괴로워하고, ‘나’는 그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아프게 받아들인다.

 「통학선」에서 주인공 ‘나’는 한동안 연락이 뜸하던 화가 친구 휘의 근황이 궁금해, 비진도로 직접 떠난다. 삼원색의 가장 심오한 색감을 얻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하고, 모든 존재의 형상 과정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 ‘휘’에게 세상은 그저 냉혹하기만 했다. 심지어 휘의 아내는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라 휘를 힐난하기도 했다. 돈이 되지 않는, 단지 ‘훌륭한’ 화가였을 뿐인 휘는 결국 비진도의 선유도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휘의 딸아이는 아버지가 찾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이처럼 「통학선」은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유익서 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수작이다.

 「더듬거리는 필연」은 낚시터에서 만난 한 사내의 이야기이다. 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린 사내는 박물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돌멩이 하나에 대한 광고카피를 써서 이름을 드날리게 되고, 책 외판원이 흘리면서 던진 말 한마디를 기억했다가 카피에 적용하는 등 무수한 우연을 거듭하여 성공가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우연일 뿐,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의 의지와 그 작용에 의해 흘러온 것 같아 허망하다’고 단언한다. 사내의 말을 듣고 ‘나’는 우연과 필연의 실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국화무늬 그림자」는 지역 방송국 PD인 김기승이 자신의 아버지인 김장후 시인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게 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취재를 하던 중 많은 지인들이 한 선생이야말로 김장후 시인에 대해 가장 믿을 만한 사실을 알려줄 사람이라고 추천한다. 그러나 한 선생은 취재를 요청하는 김기승에게 느닷없이 수련 이야기를 꺼낸다. “수련 잎과 그 그림자를 찍은 것인데, 수면 위의 수련 잎은 둥그런 모양인데 물속에 그려진 그림자는 국화무늬를 짓고 있었네. 잎은 둥그런 말굽 모양인데 그림자는 국화무늬라니……,” 아버지의 좋은 면만 담고 싶었던 김기승에게 한 선생의 이야기는 형상과 내면, 그 차이의 숨은 뜻을 헤아리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죽도 별신굿」은 사랑을 포기하면서도 예술에 대한 집념을 떨치지 못하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 예술에 대한 집념을 불러일으켜 주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길 초입에 포구나무라 불리는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의 이상한 모양에 대해 “이 섬과 풍상을 견디며 고락을 함께 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출생지여서 마을과 인연이 깊은 ‘그’는 죽도 별신굿의 행중 일원인 해금을 타는 여자와 정을 나누게 된다. 그녀는 ‘그’와 함께 낯선 도시로 떠나지만, 이미 해금과 자신을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결국에는 마을로 돌아간다.

 「꽃배」는 죽은 자가 죽음으로써 꽃피운 이야기의 허구성과 그 허구성으로 인해 세상을 속이는 것의 난처함에 대해 묻고 있는 소설이다. 개인 블로그 ‘무지개 섬나라’의 ‘꽃배’ 이야기는 ‘나’의 유쾌하지 못한 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아끼던 후배 영비가 죽고서, 상주가 남긴 영비의 소설을 읽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진실과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았고, ‘나’는 당혹스러워 한다.

 「바람신」은 한국전쟁 당시 점령당한 추봉도의 비극적 역사가 낳은 혼혈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오구굿에서 무녀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죽은 ‘조문례’의 일대기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돈과 같은 물신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대명천지 문명사회”에서 굿이나 무녀와 같은 미신을 믿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손에 잡을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신적 가치와 자연에 대한 경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장경 일화」는 ‘나’의 한산도 유배 계획으로부터 시작한다. 한산도 생활 중 자연스레 시작한 산책에서 한산사라는 절을 만나고, 그곳에서 ‘나’는 스님의 가슴속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대장경 유출 시도를 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희생되고, 그 이야기는 소리소문 없이 묻혔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장경 일화」는 ‘사실과 진실’, ‘보여지는 것과 숨겨진 이야기’, ‘역사와 야사’, ‘소설과 실화’의 경계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이다.


지은이 : 유익서

쪽수 : 304쪽

판형 : 국판

ISBN : 978-89-6545-180-8 03810

값 : 13,000원

발행일 : 2012년 6월 29일

십진분류 : 813.62-KDC5

       895.734-DDC21




글쓴이 : 유익서

부산 출신으로 중앙대 국문과에서 문학을 공부하다 동아대 법학과로 옮겨 법학을 공부했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부곡」,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우리들의 축제」로 등단한 후,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상황을 비춰낸 『비철이야기』,『표류하는 소금』,『겨울환자』,『바위물고기』 등의 소설집과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새남소리』, 『민꽃소리』, 『소리꽃』 3부작을 비롯하여 『아벨의 시간』, 『예성강』 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한동안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이즘은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서울시교육청 문학교육센터에서 소설을 강의하고 있다.



차례

그 못난 사람-한산수첩 8

통학선-한산수첩 7

더듬거리는 필연-한산수첩 6

국화무늬 그림자-한산수첩 5

죽도 별신굿-한산수첩 4

꽃배-한산수첩 3

바람신-한산수첩 2

대장경 일화-한산수첩 1

해설

작가의 말




한산수첩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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