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토요일 늦은 오후 5시.

‘공간초록’ 에서 이뤄진 산지니안 독서토론 그 두 번째 만남. 이달의 책은 유익서 작가의 소설 <한산수첩>이다. 이번 독서토론에는 옐로, 블루, 블랙, 핑크 네 명의 지구용사가 출동하여 아름다운 섬 한산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술과 예술가의 고독한 삶을 그린 소설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어보았다.

 

 

 

 

책을 읽은 소감은?

블루 : 음 어떻게 시작할까요? 

블랙 : 전에도 그런 것처럼 일단 읽은 소감부터 돌아가면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옐로 : 음 재밌기는 한데 스토리가 긴박하다기 보단 생각, 사유하는 부분이 많고 한 문장 한 문장이 아름다워 음미할 수 있는 게 좋았는데 조금 졸리기도 했어요.

블루 : 한국소설이고 단편소설이잖아요. 읽기 힘든 책도 아니고 술술 읽히는 느낌? 한산도가 배경인데 풍경을 되게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해놓아서 가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작가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좀 문학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런 것을 캐치하는 게 힘들었던 거 같고 그냥 소설 읽듯이 읽었던 것 같아요. 또 보면 메시지 같은 것을 돌려 말하지 않고 주인공의 입을 빌어 직접적으로 말하는 느낌이 들어 소설인데 이상하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핑크 : 저는 이게 한산수첩이잖아요. 그래서인지 한산도를 배경으로 각각의 인물들이 한 가지를 집요하게 관찰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듬거리는 필연’에서도 한사람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과정을 담았는데, 다른 에피소드들에서도 그런 것이 눈에 띄었어요. 수첩이란 것이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인데, 무언갈 끈질기게 관찰하고 그걸 기록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명확히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블랙 : 저는 다 재밌게 읽었는데.. 여기에 있는 인물들이 사실은 조금 옛날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지금 작가가 있는 위치가 탈세속적인 공간이잖아요. 그런 공간에서도 어떤 치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크게 보면 예술이라는 무한한 세계와 인간이라는 유한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광고라든지 주인공들이 하는 일들이(예술에 관한) 있는데 뭔가 자기가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묘사된 것도 있었고 성취감을 느낄만한 일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은 없다고 하면서 끝을 모르고 파괴하고 훼손하고 가치도 없애버리곤 하는데 여기엔 신이라는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래되거나 낡은 것은 가치가 없다 혹은 무식하다 원시적이다 하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로 남겨두고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지켜나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 예술적인 것도 마찬가지이고, 또 우리 삶의 궤적의 모든 것이 예술이 아닌 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책을 다 읽고 평론을 읽었는데 되게 감명 깊더라구요. 또 소설의 문체도 좋고.. 흔한 문체도 아니구요.

 

<그 못난 사람>에 대해서... 

블루 : 이 부분을 읽은 느낌 어땠어요?

핑크 : 처음에 들어가기에는 좀 임팩트가 약해서 굳이 처음에 넣을 필요가 있었나싶은 에피소드였어요.

블루 : 너무 어려운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용어적으로도 ‘오르페우스’니 ‘오페라’, ‘신화’ 가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옐로 : 장소나 상황이나 묘사가 너무 잘 되어 있어 경험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블루 : 왠지 그런 느낌 안 들었어요? 저번에 전성욱 비평가님 인터뷰 했잖아요. 자기가 공부한 것을 풀어놓듯 한 비평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운 말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블랙 :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소설적인 부분이고 섬이라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고독, 연대감... 동경? 이런 게 느껴졌어요. 또 주인공 ‘나’가 나이가 있는 인물로 나오는 데 예전에는 어른들(노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알게 되었어요. 또 여기 나오는 몽돌해변도 왠지 상처받은 사람들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 들었어요. 절절한 느낌도 들었구요.

옐로 : 다른 소설같이 ‘나’와 여자사이에 뭔가 썸씽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냥 끝나버리더라구요. 정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통학선>에 대해서...

블루 : 여기선 뭘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예술과 현실의 의미를 말하는 것일까요? 

블랙 : 여기서도 인간의 유한함을 말하는 것 같아요. 

블루 : 읽으면서 느낀 건데 작가가 예술 이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부분이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이 두 편을 읽으니 허무함? 이런 것을 느꼈어요. 3편부터는 재밌는 얘기도 많던데... 

옐로 : 순서도 되게 신경 써서 했을 텐데...  

핑크 : 음.. 근데 보면 예술에 대해서 말할 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가난하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여기서도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 가정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가정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잖아요. 그 사람들만의 예술세계가 표출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세속을 벗어난 듯한 아름다운 한산도가 배경이 된 게 아닌가 생각되었어요. 또 마지막 작품을 그리기 위해 몇 달 동안 비진도 곳곳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모습에서 섬사람들은 맨날 그 모습이 그 모습이라고 넘기는 풍경들이 예술가의 눈에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구나 생각되었고, 또 여기서도 무언가에 집착하듯 관찰해서 무언갈 얻어내는 듯한 것으로 비춰졌어요. 

블랙 : 나는 설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 보면 ‘선유대 가운데서 물이 퐁퐁 솟아오르는 샘이 있어 그 물맛이 신선들이 마신다는 유화주 같다 하는 사람도 있었다.’하는 부분이 그랬구요. 지금 개발이나 발전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섬에는 아직 옛 모습이 남아있고 낯선 이를 일주일 간 재워주는 모습들이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일어나고... 자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나요. 

옐로 : 도시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무서워하는 게 없고, 금기 이런 것도 없고 무조건 도전, 정복, 팽창.. 그런 거를 살려내고자 한 게 아닌가... 

블루 : 앞으로도 나오지만 토속신앙 이런 것을 되게 옹호하는 것 같았어요. 굿을 세밀히 묘사하기도 했구요.

 

<더듬거리는 필연>에 대해서... 

블루 : 이번 편은 쉽고 재밌게 읽었던 것 같아요.

핑크 : 다른 책에서 참조를 해서 만든 소설인데, 여기서는 운을 되게 강조하는데 저는 운도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이 너무 운에 집착하는 것 같았어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블랙 : 저는 기본적으로 광고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뻥을 잘 쳐서 상품을 과대포장해야 잘 팔리는 거잖아요. 가격도 높게 매길 수 있고... 여기서 나오는 사람은 그걸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자본주의 첫 물꼬를 튼 세대라고 자신이 뭔갈 이루어 놓았다고 생각하는데 결국에는 사회의 모습들이 이상하게 돌아가지 않았나.. 거기서 오는 실망감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블루 : 저는 약간 최근 경제성장과정을 이 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구요. 전반적인 느낌은 고등학교 문제집에서 나올법한 글 같았어요. 유려한 문장보다는 과정들을 묘사하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앞의 글과는 다른 느낌이지 않았나해요. 

블랙 : 그림이나 시는 잘하면 추앙받는데 광고는 진짜 돈벌이라고, 예술보다는 한단계 아래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잖아요. 시대적인 기록같은 걸 말하는 것 같아요. 

블루 : 왜 우연을 강조했을까요? 

블랙 : 그렇게 하면 자기 탓을 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내가 원해서 한 게 아니고 내 탓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핑크 : 잘못한 게 굳이 없는데 내 탓이 아니라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잘못하고 찔리는 게 있어야 부인도 하는 거 아닐까요? 오히려 너무 겸양한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저는 

블루 : 소설이니까 어렵네요.; 

블랙 : 여기 있네요. ‘요즘, 자기 실력과 자기 노력만으로 살아온 것으로 자부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꼭 그럴까. 자부심에 일면의 진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족적인 완벽한 진실은 아닌 것이다.’ 이 사람도 다 그대로 얘기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을 배워라, 겸손해라 하는 것 같아요.

핑크 : 운이라기보다 시기를 잘 타고 난 것뿐이다. 그 사이클에 잘 맞물렸다 이런 것 같아요. 뒤에 보면 ‘먼저 살다 간 사람들과 현재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이 함께 엮어 내고 있는 어떤 삶의 형태 또는 그 작용에 의해 살아온 것이다.’ 곧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우연이 아닌 국가 성장의 사이클 작용이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네요.

옐로 : 제목이 더듬거리는 필연이잖아요. 우연이 아니라는 것 아닐까요. 우연의 반대는 필연이니까요. 운만으로도 안 되고 우연만으로도 안 되고.. 전체적인 내용에서도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적이 영역이 조화를 이루어야 되듯이... 

블루 : 우연이라고 하면서 겸손한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데, 요즘보면 자수성가한 사람 중에 내가 잘해서 돈이 불어난 건데 왜 국가를 위해 세금을 내야되나 하는 사람이 있는데 국가가 없으면, 시장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는 건데... 세금내기 싫어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성공한 것은 너만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요.

 

<국화무늬 그림자>에 대해서...

블랙 : 저는 이거 보면서 좀 찡했는데.. 여기서 강하게 물음을 던져서 인상에 남았던 게 있는데 133쪽 밑에 보면 ‘다큐멘터리란 사실을 확보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구현하려는 것인가?’ 이런 말이 나오는 거예요. 그럼 이제껏 내가 본 다큐멘터리는 뭐지 내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은 뭐지 이런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너무 놀랐어요. 그리고 자꾸 진실과 사실에 대해서 말하는데 진실과 사실이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진실은 거짓이 없는 거구, 사실은 그냥 있었던 일만 하는 건데.. 

블루 : 사실은 있었던 일만 하는 건데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더해서 된 것이 진실 아닐까요? 배경없이 사실만 놓고 보면 오해할 만한 일도 어떤 배경을 두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잖아요. 

블랙 : 그런데 그 진실이라는 게 모호하다 이거죠.

블루 : 그럼 박물관을 계속 돌아다니는 것은 뭘까요? 더 이상 김장후 시인에 대해 할 말 없냐고 하니 자신은 다 했다고 해서 pd가 황당해 하잖아요.  

블랙 : 박물관에는 과거의 것만 있잖아요. 인류의 과거에도 무관심하면서 한 사람의 과거에 니가 얼마나 귀를 기울여서 할 수 있겠느냐 이런 게 아닌지. 니가 정말 다큐를 만들 재목인지 잘 모르겠다 하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핑크 : 151쪽에도 보면 ‘우리가 구경한 전시물들 모두 어쩌다 인연이 닿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지, (중략)우연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들만을, 그 표면만을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야지.’ 라는 부분에서 어차피 지금 드러난 사실 가지고는 온전히 시인을 그려내지 못할 것이기에 차라리 가정사에 대한 부분은 덜어내고 시인만을 다루었으면 하는 게 한 선생님의 바람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비평을 듣거든요 어둡고 거무튀튀한, 사람들이 관심가질 법한 시인의 망나니같은 생활상을 미화시켰다고요. 근데 한 선생님은 시인의 모습에 치중하려고 해서 좋았다 하지만 미흡했다라고 평하잖아요. 

블랙 : 그 사람의 사고나 사유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준 책임이나 의무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는, 아버지라는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사회인으로써 부적합한데 대체 무엇으로 다큐를 찍으려는 건가 니가 포커스를 맞추는게 뭔가 하고 질문한 것 같아요. 

블루 : 여기서도 또한 예술가로서의 삶과 삶의 힘듦. 주위에서 비난하는데 재능이 있는데 왜 가족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느냐구요. 

블랙 : 한 선생이 ‘시인은 무엇인가’라고 질문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큰 한방 먹은 것 같았어요. ‘시도 세상과 늘 불화하는 존재라네’ 라고 말한 거는 진짜 좋았어요. 또 형상이 없는 ‘생각’을 어루만져 몇 자 적어 놓은 것에 돈을 지불할 사람이 어디 잘 있어야지. 라고 하는말도요.

옐로 : 작가가 꿰뚫는 말을 잘 하네요. 내공이 있으신 듯.. 그런데 국화무늬 그림자는 어떤 의미 인가요? 

핑크 : 수련 잎의 그림자가 국화무늬로 비치는데 그것을 보면서 사실과 진실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옐로 : 아깐 우연과 필연에 대해 얘기하더니 이번엔 사실과 진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네요.

 

<죽도 별신굿>에 대해서... 

블루 : 이번 편은 연애소설 + 해금의 의미를 담은 얘기 같았어요. 예술에 대해서도 역시 얘기하구요. 연애소설이라 처음에 되게 기대하고 봤는데 갈수록 해금의 역사 등 관념적인 얘기만 나와서 당황했어요.(아쉬움)

핑크 : 무속신앙에 대한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블루 : 등장인물의 나이가 어린데도 대화의 수준이 되게 높은 것 같아요.  

블랙 : 저자가 투영된 거죠.(웃음) 대화 내용만 보면 40대 그 이상 되는 것 같은데 

핑크 : 연애소설의 형식을 취하기 위해서 일부러 나이를 어리게 설정한 게 아닌가 싶어요. 되게 일반사람이 알지 못할 것 같은 유래들을 여기저기서 가져왔더라구요. 둘이 연애를 한 것이 아닌 해금을 두고 토론한 느낌이 들었어요. 

블루 : 처음의 앞의 소설들은 인물들의 나이가 많아서 처음에 묘사된 것만 보고 40대 남자가 비슷한 나이의 여자한테 반한 그런 내용인 줄 알았는데 뒤엔 20대 초반이라고 해서 조금.. 

블랙 : 정착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별을 알고 하룻밤의 연정을 나눈 게 아닌가. 여자는 자꾸 떠돌면서 뭔가 해금에 대한 실력을 쌓아야 되는데 정착을 해버리니까 연주도 못하고.. 거기서 불화가 생긴게 아닌지. 여자는 정착할 수 없는데.. 

핑크 : 처음에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나올 때 해금은 원래 유목민의 악기다. 떠돌아야 되는 악기다 하면서 여자한테 환상을 심어주고 아무도 모르는 낯선 도시로 둘이서 도망치게 되는데, 도망친 곳에서 남자가 둘이 함께 할 미래를 보여줬는데 여자는 거기엔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해금이 빠져있다고 하면서 떠나게 되잖아요. 해금은 혼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고 굿할 때도 함께해야 어우러져야 하는 악기니까 자신은 원래 있었던 데로 돌아가겠다 하고 떠나고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요. 

블랙 : 이건 로맨스로만 본다면 이상하죠. 애정신도 없고.. 근데 약간 이데아적인게 보이기도 해요. 가치는 삶 속이 아닌 저 멀리 있고 어디 나가서 추구해야 될 것 같고. 금욕주의애처럼 그렇게 살아야 가능할 것 같고, 한국식 예술이 그렇지 않나? 서양에는 뮤즈라고 해서 여자들 많이 만나고 거기서 영감 받아서 곡 쓰고 하잖아요. 근데 우리나라 사람은 꼭 어디를 가요. 어디 쳐 박혀서 자기를 좀 학대하면서... 피가 서려있는 결과물, 그런 걸 더 쳐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한국적인 색깔이 많은 것 같아요.  

블루 : 앞부분 되게 좋았는데, 재밌었는데 장어구이 먹여주고..ㅜ 

옐로 : 로맨스에 미련을 못버려가지고 ㅋㅋㅋ

 

<꽃배>에 대해서...

블루 : 꽃배는 영화 <이끼>같은 느낌이었어요. 낯선 사람이 들어와 배척하는 그런 느낌.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블랙 : 화분에 뼛가루 있고 으 조금 괴상한 느낌이었어요. 

핑크 : 수목장 같은 건가요? 

블루 : 응. 수목장. 근데 전 어부나 마을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공감하기 힘들었어요. 왜 다른 사람 사생활에 그렇게 간섭하는지. 

옐로 : 작은 섬마을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블루 :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 않나. 배는 고기 잡으려고 있는 건데 왜 딴 거 하냐면서 그거 가지고 왜 뭐라고 하는지... 

블랙 : 근데 별신굿에서도 나왔듯이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배의 가치. 바다와 배의 상징이 너무 크니까. 없으면 굶어 죽잖아요. 

블루 : 시점이 확 바뀌고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두 이야기 간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것 같았어요. 

핑크 : 아마도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야기가 급전환되는 느낌도 있구요. 뭔가 미스테리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에피소드지만 막상 뒤돌아 생각해보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블랙 : 전 꽃배를 읽어보니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 현상을 두고 가부장격인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이장과 주민들의 생각 역시 달랐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의 의견은 맞고, 틀리고를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책을 잘못 읽은 걸지도 모르겠는데 꽃배를 보고 떠올린 화자의 이야기가 뒤에 나온 장례식장 이야긴지, 꽃배를 만들었던 사람의 이야긴지 헷갈린다는 점이에요. 일부러 이렇게 구성해놓은 것 같은데 궁금증을 더하는 것 같아요.

 

<바람신>에 대해서...

핑크 : 바람신은 어떠셨어요? 빈집에 얽힌 사연으로부터 시작해 억울하게 죽은 한 부부의 인생 곡절을 무당의 입을 통해 그리고 다시 이장님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오는 꼭 전설의 고향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어요. 흉가에 얽힌 에피소드를 듣는 기분인데 거기다가 접신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더욱 흥미롭게 푼 것 같아요. 하지만 무당의 입을 통해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주고 진상을 밝혀 죗값을 치르게 하거나 아니면 그 자식들에게 알리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서 그치는 것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옐로 : 이 에피소드가 한 섬마을에 포로수용소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비극 일화잖아요. 이 걸 보면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원래 그곳에 살던 주민들에게 어떤 동의나 설득도 없이 이주, 파괴하는 장면이 지금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나 밀양 송전탑 설치와 겹치는 느낌이었어요. 옛 식민지시절이나 지금 민주주의 사회에서나 권력은 강압적이고 개인은 그런 의도치 않은 상황 속에서 살아보려 고군분투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이장이 '갯가 사는 사람 바다에 몸 묻는 일 예사지' 라고 담담하게 한 말이 기억에 남았는데 한평생 바다를 옆에 두고 사는 섬사람들의 정서가 보인 달까. 섬마을 사람들은 늘 바람신을 모시고 제를 지내며 안녕을 기원하고 억울한 넋도 풀어주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지금이야 무당이나 굿이 예전만큼 설득력을 가지지 않는 시대지만 어쨌든 주인공의 넋은 바람신에 의해 원을 풀게 되요. 엄마와 딸의 비극은 사람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지만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사람이나 법이 아닌 신, 신앙의 영역이라는 점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아요.

블랙 : 저는 얼마 전 그리스신화를 읽으면서 이 신화가 진짜 있었던 일일까, 아니면 지어낸 이야기일까를 몇 번이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단어의 의미와 그 유래를 알려주는 신화, 자연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신화 등 단순히 이것은 픽션이라고 치부해버릴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물론 지금도 고민 중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신화의 영역보다는 설화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이것들은 자칫 신파로 여겨져 그저 떠도는 이야기로 생각할 뿐,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 단편에서 좋았던 부분은 끝에 이장님이 하시는 이야기, '세상에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실도 있고 손에 잡을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사는 게 세상,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집니까.' 이 이야기가 진짜냐 거짓이냐를 떠나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절대로 둔감하지 않았던 섬사람들의 정서가 엿보여 꽤 의미가 있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시비를 가리는 최고의 잣대인 법과 검경찰이 동원되지 않아도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섬사람들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만큼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대장경 일화>에 대해서...

블랙 : 대장경 일화를 포함해 '한산수첩'의 몇 편의 단편들이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액자식 구성을 저자는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장경 일화는 전기수에게 노승이 보고 들었던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를 전승해주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노승이 이야기하는 괴각승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물리적인 죽음은 사실 괴각승의 바람을 막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어쩌면 삼국유사와 비슷한 설화집들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집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게 하는 단편이었습니다. 

옐로 : 흠뻑 빠져서 본 단편이었어요. 앞부분에 저자의 실제 경험이 나오는 것 같아 계속 이 단편은 허구가 아니라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되더라구요. 계속 호기심을 품는 화자의 모습에 완전히 동화돼서 스님이 들려주는 사연이 흥미진진했는데 일본이 대장경을 탐냈다는 것도 그럴싸한 이야기였고. 문화유산 발굴이나 복원, 반환 등 소식을 들어도 무덤덤하게 지나쳤었는데 새삼 문화유산 하나하나가 지금까지 보전되어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사연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이란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사실로 성립한다.'는 말이 여운이 컸는데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각오와 용기 못지않게 듣는 사람의 판단과 용기도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대장경 일화>편을 읽으면서 이 내용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야말로 '믿는 독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또 곧이어 이게 바로 저자의 의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치 소설이 '그런가!'하고 끝나는 것처럼. (웃음)  

핑크 : 책을 뒤에서부터 읽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목차에도 보면 한산수첩 8부터 시작하고 대장경일화가 한산수첩 1이잖아요. 또 몇몇 에피소드들에 작가가 투영된 인물들이 등장했었는데 이건 오롯이 작가의 경험을 쓴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또 비밀인 척 혼자만 알라는 투의 스님의 얘기는 오히려 세상에 알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금기는 어기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호기심과 금기를 이용해 또 어느 정도의 진실과  허구를 뒤섞어 더욱 그럴 듯하게 만든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문화재 반출과 관련한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주지스님이 작가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둘 사이의 심리전이 더 흥미로운 것 같았어요.   

블루 : 휴 이제 8개 에피소드에 대해 얼추 다 말한 것 같은데 이만 끝낼까요?ㅎㅎㅎ

 

한산수첩에 대한 감상

속세를 떠나 온전히 글을 쓰고 싶어한 작가는 이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한산도에서 예술과 고독에 대해 얘기한다. 유려한 문체와 사실적인 묘사는 마치 소설이 아닌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써 내려간 듯 하다. 한산수첩에 나타난 작가의 풍부한 예술적 지식과 예술가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예술이 독창적인 창조물이라기 보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끈질기게 탐구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보면 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리감이 소설과 독자들간의 거리감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주제가 모호하고 작가의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모호함마저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예술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한산수첩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