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판일기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들다

by 아니카 2013. 11. 27.

지난 토요일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들다> 출판기념회와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 세상이 되었지만 대천마을은 오래된 마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천마을에 터를 잡고 누구보다도 마을 가꾸기에 열심인 <맨발동무도서관>이 이번에 또 의미 있는 일을 또 벌였네요. 바로 사진으로 보는 마을의 역사를 책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는 맨발동무도서관 사진 아카이브팀의 노력이 컸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숨은 주역은 바로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앨범 속에 간직해온 오래된 사진을 꺼내주신 마을 사람들은 누구보다 이 프로젝트에 애정을 가지고 생업을 뒤로 미룬 채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앨범 속에 묻혀버릴 기억과 사진을 꺼내 빛을 보게 해준 데 대해 오히려 감사를 표하시면서 이렇게 낭송까지 해주시네요.

 

 

이 책을 편집하면서 가장 감탄한 부분이 몇십 년 동안 일기를 써 오신 윤희수 할아버님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해오신 윤 할아버님께서는 직접 일기장을 보니 그림 실력도 보통이 아니십니다. 그때 당시 제대로 된 필기도구도 없었을 텐데 빨강과 파랑, 검은 색만으로도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일기장을 꾸미셨는지 모릅니다.

 

1962년 10월 17일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단기 4295년 양력 10월 17일(음력 9월 19일) 수요일 맑음
뒷밭에 마늘 파종한다. 어머니 매부 댁에서 귀가한다.
은어 50원어치 사서 국을 끓여먹고 저녁은 은어 찐쌀죽을 끓여먹는다.

1959년 태풍이 온 날은 또 이렇게 적어두셨습니다.

단기 4292년 양력 9월 17일(음력 8월 15일) 목요일 폭풍우
태풍14호 매석. 재작년에 칠석물, 작년에 태풍2호, 금년에 태풍14호. 정말 못살겠다.
간밤부터 오던 폭우가 아침부터 세어지더니 제사를 모시고 나니까 천변의 집들은 제사를 못 지내고 살림을 옮긴다고 야단법석이다. 정오를 조금 넘으니 숙지막하여 동리를 돌아보니 피해는 작년, 재작년과 마찬가지다. 연연히 이런 피해가 닥쳐오니 정말 못살겠다. 공창부락에는 사람이 죽었니 어떠니 하는 소문이 난다.

 

이번 전시회는 12월 1일까지 열립니다. 사진으로 보는 대천마을, 꼭 대천마을 사람이 아니더라고 우리네 삶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랍니다. 자인갤러리는 화명초등학교에서 대천교를 건너면 바로 있습니다.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 들다 - 10점
맨발동무도서관 엮음/해피북미디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