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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문학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 남편의 여정-『청학에서 세석까지』(책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29.

청학에서 세석까지

정태규 평론집







지리산 청학동에서 세석평전에 이르기까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 남편의 여정

1994년 출간된 이후, 중견소설가 정태규의 작품세계의 원형을 이룬 첫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소설집 『길 위에서』와 산문집 『꿈을 굽다』를 통해 굵직굵직한 주제의식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했던 작가였으나, 첫 소설집의 절판으로 책을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는 표제작품을 비롯하여 열세 편의 소설을 담아, 새로운 얼굴로 재출간되어 독자를 맞는다. 양부가 죽기 전에 남긴 유서에서 친부에 대한 사연을 읽고 아들이 지리산을 오르는 표제작 「청학에서 세석까지」를 비롯해, 젊음의 상처라는 통과제의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수」, 행복했던 유년 시절을 다룬 「집이 있는 유년 풍경」 등 각기 다른 소설들에서 작가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인간됨의 문제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비인간성 속에서도 인간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아범아. 이 애비는 사상이 뭔지 역사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핏줄이란 것만은 안다./ 아범아./ 나는 때때로 예수쟁이들이 믿는 그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느낀단다. 그때 그 빨치산 대장이 우릴 살려준 것과 내가 너를 발견하고 부자지간의 인연을 맺게 된 사실 사이에는 아무래도 불가사의한 어떤 신비로운 손길의 작용이 있었으리라 믿어질 때가 있다. 

_「청학에서 세석까지」에서


정태규의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인간성이다. 정태규의 소설 속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가령 표제작 「청학에서 세석까지」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임에도, 속을 들여다보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역사가 아닌 ‘육친성’과 ‘인간됨’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집이 있는 유년 풍경」에서는 22평의 시민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옛이야기를 통해 결코 물질적인 돈이나 집, 명예나 지위로 행복을 안위할 수 없음을, 행복은 다른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늪」에서 베트남 전쟁 와중에 집단 성폭행 현장에 동참했던 주인공이 이후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비인간성에 대하여 회의한다.




원초적 아늑함으로서 ‘집’을 그려내다

정태규의 첫 소설집에서는 유독 ‘집’이라는 소재가 많이 드러난다. 이는 「집이 있는 유년 풍경」, 「아버지의 가을」, 「형의 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주로 유년 시절 집의 풍경은 행복한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년의 추억으로 켜켜이 쌓인 행복한 집의 공간은 집 밖으로 쫓겨나는 경험을 통해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할 뿐이다. 정태규는 소설 속에 가스통 바슐라르의 “집은 육체이며 영혼이자 인간 존재의 최초의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정녕 하나의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이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25 전쟁(「형의 방」)과 60년대 시위 장면(「집이 있는 유년 풍경」)을 통해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이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바뀌는지, 또한 한 개인이 성장하는 공간 속에서 시대상황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놓치지 않는 정태규의 문학세계

사내의 가르마는 왼쪽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앞 차례로 이발을 하고 나간 사람들 모두가 왼쪽으로 가르마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언제 이런 게 생긴 것일까. 내가 나 자신의 자유의 탑 속에 갇혀 있을 때 사람들은 함께 음모하였던 것일까. 가르마를 모두 왼쪽으로 통일시키기로. 여기는 어딜까. 이곳의 주인은 정말 저 이발소 주인일까. 그 빌어먹을 가르마. 그것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결국은 한 가지일까. 

_「가르마를 위하여」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이 휴머니즘만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소설 「가르마를 위하여」에서는 이발사의 가르마를 타는 행위에서 이발제도가 지니는 이데올로기를 읽고 있으며, 「원조를 찾아서」는 언론제도의 허구성을, 「모범작문」은 교육제도의 모순을 말하고 있다. 한편 「지하철 순환선에서」는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다양한 사회문제를 탐구하는 정태규 문학세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글쓴이 : 정태규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학교 대학원(국문학과)을 졸업하였고,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집이 있는 풍경』(개정판 『청학靑鶴에서 세석細石까지』), 『길 위에서』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꿈을 굽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향기』가 있다.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청학에서 세석까지     정태규 소설집

정태규 지음
평론 | 신국판 | 
348쪽 | 16,000원

2014년 10월 20일 출간 | ISBN : 978-89-6545-269-0 03810

1994년 출간된 이후, 소설가 정태규의 작품세계의 원형을 이룬 첫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그동안 소설집 <길 위에서>와 산문집 <꿈을 굽다>를 통해 굵직굵직한 주제의식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했던 작가였으나, 첫 소설집의 절판으로 책을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에 표제작품을 비롯하여 열세 편의 소설을 담아, 새로운 얼굴로 재출간되었다. 



차례



청학에서 세석까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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