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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책과 함께 10년, 하무리

by 산지니북 2010. 1. 7.

12명의 남자들이 한달에 한번 모입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0세가 넘습니다.
대체 이 어르신들이 왜 모이는 걸까요?
등산? 골프? 낚시? 친목모임? 먹자계?

매번 모이는 장소는 다르지만 꼭 지참해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입니다. 지정된 한 권의 책을 한달동안 열심히 읽은 후 한날 한시에 모입니다. 물론 모여서 맛난 것도 드시고 술도 몇잔들 하시겠지요. 하지만 이 모임의 주인공은 책입니다. 독서모임의 이름은 ‘하무리’구요. 바로 책이라는 기특한 물건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이 지긋한 어르신 12명을 이어주는 끈이 돼왔던 겁니다.

그간 하무리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만해도 100여권이 넘는데 정치, 경제, 사회, 문학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으신 거지요. 모임의 구성원들은 금융전문가, 판사, 변호사, 대학총장, 전직 방송국 임원, 기업CEO, 화가 등 아주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현직에서 아직까지 열심히 뛰고 계신 분도 계시고 현업에서는 물러났으나 그동안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회원들은 책을 통해 꿈의 도시 꾸리찌바와 떠오르는 강국 중국과 인도를 여행하고 ‘인생수업’ ‘상실수업’을 통해 아름답게 늙는 지혜를 배우며 피터 드러커를 통해 경영학 강의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하고 장영희 교수의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 사연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책으로 인연을 맺은 외국 언론인이나 외교관들을 초대해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하는 등 그 어느 모임보다 열심히 10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을 통해 회원들이 얻은 값진 경험과 사는 이야기들을 모아 『하무리-책과 함께 10년』이라는 책으로 엮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로 회원들의 얼굴에는 잔주름이 늘어났고 머리에는 하얀 이슬이 내렸지만 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출판사 방문횟수로 보면 산지니 저자들중 단연 1등이셨습니다. 때론 땅콩과 호떡을 양손에 가득 들고오셔 저희를 기쁘게 해주었구요. 

출간일정을 크리스마스 전으로 맞추려니 제작 일정이 빠듯해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마침내 책이 나오자 휴~ 안도의 한숨과 뿌듯함.
12월 23일, 출판사에 책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직장이 근처에 있는 홍판사님과 이변호사님께서 한달음에 달려오셨습니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책이 참 잘 나왔네요. 서점에서 팔아도 되겠습니다. 팔릴지는 모르겠지만요. 허허 ^^”

12월 24일 사무실로 배달된 나리꽃 10다발

'책 나눠주는 판사'로 유명하신 부산지방법원 홍광식 판사님이 산지니 식구들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모두 한다발씩 나눠 갖고 옆사무실 직원에게도 한다발 인심 쓰고. 사장님께도 한다발 드리니 처음엔 무지 어색해 하며 됐다고 손사래를 치시더니, “줄때 가져가시죠. 사모님께 선물하면 되잖아요.” 김은경 팀장님 한마디에 반짝 눈을 빛내며 들고 나가셨답니다.


▶오는 1월 26일 화요일 중앙동 백년어 서원에서 2010년 첫번째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 <하무리> 저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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