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문화로 열리다
문화 공간으로 살아난 전국 폐교 답사기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폐교 활용 사례를 담다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학교’에서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간 학생 수의 급격한 저하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며 사라지는 학교가 많았다. 이러한 폐교를 재활용하여 다른 공간으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이 같은 발상을 통해 폐교를 재활용한 문화공간이 전국에 상당하다. 현재 폐교된 부산 초장국민학교를 졸업한 저자는 ‘폐교사랑모임’을 결성하며 발품을 팔아 전국 곳곳에 숨겨진 폐교의 현황을 조사해왔고,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폐교 운영의 사례와 어려움, 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폐교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 결과물을 이 책 『폐교, 문화로 열리다』로 엮어 출간하였다.
이 책은 닫힌 공간이자 사라짐의 공간인 폐교가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한 현황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도시로 떠나버려 문을 닫은 화산초등학교를 개조해 시안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나, 폐교된 월산초등학교를 개조한 연극촌인 밀양연극촌이 대표적 사례다. 창작, 전시, 공연뿐만 아니라 체험, 교육, 휴식 등의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폐교들을 저자는 지자체의 지원, 운영자의 기획능력, 공간 활용의 다양성 등 다각도로 바라보며 분석하고 있다.
다양한 활용을 통해
주민 삶 속으로 들어간 폐교
책은 총 8부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장, 갤러리, 시각예술 창작촌, 박물관, 이색공간으로 각기 재구성된 폐교의 사례를 안내하는 한편, 폐교 운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들과 함께하며 주민 삶 속으로 들어간 문화 기획자들을 조명한다. 더불어 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 여러 폐교를 활용해 박물관 특구가 된 강원도 영월군의 사례를 통해 폐교 문화공간 활용의 실상과 어려움, 마을과 함께하는 공간으로서의 폐교 재활용을 이야기한다. 즉, 전시, 공연과 같은 보여주기 식의 단발성 활용이 아니라 도시와 유리된 시골 폐교를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끔 할 것인지를 고뇌하는 기획자들의 모습을 통해,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충주 맥타가트도서관 사례나, 주민의 문화예술 향유력을 높이기 위해 까페, 아트홀, 미니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는 논산 KT&상상마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폐교의 변신을 엿볼 수 있다.
폐교, 문화공간을 넘어서
휴식·체험 공간으로 거듭나다
저자는 폐교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사례 중 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나와 유명세를 탄 충주 맥타가트도서관의 경우를 이색적으로 꼽고 있다. 이곳은 폐교로 탈바꿈한 도서관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캠핑 오면서 수많은 캠핑족들의 인기 장소로 거듭난 공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소, 염소, 토끼, 닭 등의 가축을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키워 캠핑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한 점이 이채롭다. 가족행사가 많은 5월이나 방학에는 20개 가까이 되는 텐트가 운동장에 진을 친다고 하는데, 이들은 맥타가트도서관 재방문 시 자신의 집에 있던 어린이 책 수십 권을 들고 온다고 한다. 저자는 이곳을 두고 어린이가 먼저 찾고, 책이 오고, 다시 어린이가 찾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말한다. 언론과 인터넷에 자주 소개된 뒤 맥타가트도서관은 전국적인 명소가 되면서 교육청과 관계도 좋아져, 운영비의 일부를 교육청에서 부담한다고 관계자가 답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산 감만창의문화촌이나, 경남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경남예술창작센터,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가창창작센터 등이 공공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의 사례다.
사라진 학교,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공간 속 문화를 담다
저자는 공간이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폐교가 문화라는 내용을 담을 때 그 의미가 남다르며,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문화 기획자들이 남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든 친구나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서러워 우는 아이들이 졸업 후 사라진 학교를 찾을 때, 휑뎅그렁해 있는 텅 빈 폐교를 마주하기보다 문화공간으로 생기 있는 폐교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그들이 사라진 학교를 기억하는 데 있어 감회가 클 것이다. 전시공간을 찾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문화기획자들에게도 ‘폐교’가 좋은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폐교의 선순환 구조가 많이 알려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폐교공간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 건강한 지역문화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글쓴이 : 백현충
변화를 추동하는 힘에 관심이 많다. 1991년 8월 <부산일보>사에 입사해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라이프레저부 등을 거치면서 그러한 관심사의 탐구 욕구를 충족시켰다. 지금은 <부산일보>사 위크앤조이 팀에서 산 취재를 담당하는 선임기자로 좀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세계인 인터뷰 연중 시리즈 ‘지구촌 e-메일 인터뷰’로 2008년 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고, 2010년 4월에는 부산 문화의 데이터베이스를 탐구한 『신문화지리지』(공저)를 펴냈다.
기자 생활을 하다 좀 더 큰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예술경영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2015년 2월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일주 여행을 꿈꾸는 ‘철없는’ 중년이기도 하다. 몰강스런 세상을 바꾸려 혁명에 동참할지, 아니면 나를 바꿔 세상에 동화될지를 요즘은 고민하고 있다.
폐교, 문화로 열리다
백현충 지음 | 사회문화 | 신국판 | 304쪽 | 20,000원
2015년 5월 30일 출간 | ISBN : 978-89-6545-299-7 03300
그간 학생 수의 급격한 저하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며 사라지는 학교가 많았다. 이러한 폐교를 재활용하여 다른 공간으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이 같은 발상을 통해 폐교를 재활용한 문화공간이 전국에 상당하다. 현재 폐교된 부산 초장국민학교를 졸업한 저자는 ‘폐교사랑모임’을 결성하며 발품을 팔아 전국 곳곳에 숨겨진 폐교의 현황을 조사해왔고,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폐교 운영의 사례와 어려움, 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폐교의 모습을 포착했다.
차례
폐교, 문화로 열리다 - 백현충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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