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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책 계속 만드니 살아남더라" 향토출판사 10년 생존기(국제신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2. 28.

산지니출판사가 2005년 창업해 10년 동안 펴낸 300여 종의 책.- 척박한 환경서 '맨땅에 헤딩'
- 업계 좌충우돌 에피소드 담겨

- 그간 펴낸 300여 종 도서
- 지역 관련 콘텐츠 많아 의미 

2003년 12월. 경남 창원에 있는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36세 청년 강수걸은 10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는 그때부터 서울을 오르내리며 출판강의를 챙겨 듣고, 동네에 있던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구상과 고민을 거듭했다.

   
그간 꾸준히 개최한 저자와의 만남 등 출간 기념행사 모습. 산지니출판사 제공

그렇게 1년 남짓 준비해 "2005년 2월 척박한 맨땅에 부딪히는 느낌으로" 산지니출판사는 출발했다. 부산대 법학과를 나와 기업의 구매부서와 법무팀에서 일했을 뿐 책 만드는 일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산 강 대표가 부산에서 출판사를 시작하자 격려 못지않게 걱정도 많았다. 유서 깊은 향토서점의 경험 많은 부장은 이렇게 충고했다. "아무 경험도 없고 연고도 없는 분이 출판사 문 열었다가는 2년을 버티기 힘들 걸요."

최근 부산의 산지니출판사 강 대표를 비롯해 권경옥 권문경 양아름 씨 등 구성원 8명이 함께 쓴 책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책의 부제는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출판 생존기'이다.

주위의 걱정 속에 척박한 출판풍토에 부딪히듯 출발한 산지니는 올해 창업 10주년을 맞았다. '산지니 10년'의 의미는 단순히 "2년을 버틸 수 있겠느냐"던 우려를 극복하고 지역 출판사로서 10년 넘게 생존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출판산업 또한 서울·수도권의 독점구조가 강하다. 독서시장은 물론 출판 여건, 출판기획 인력과 자본이 모두 수도권에 편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출판기획 역량에 체계를 확립하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부산을 담는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활발하게 책으로 펴냈다는 점이 '산지니 10년'이 지역문화에서 갖는 진짜 의미다.

강 대표는 "출판사는 결국 출간도서목록으로 말한다. 산지니가 그간 펴낸 300여 종 도서목록을 보면 지역 관련 책을 꾸준히 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부산 관련 책과 필자의 비중이 높다. 이는 산지니출판사의 정체성이다"라고 말했다.

산지니 10년 생존기에서 매우 상징적인 일은 2005년 출판사로서 첫걸음을 뗄 때 만든 첫 책이 '반송 사람들'(고창권 지음)과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김대갑 지음)이라는, 부산 필자의 부산 책이란 점이다. 그 뒤로 책 300여 종을 만드는 동안 이 같은 '로컬 퍼스트'(지역이 먼저다) 원칙은 산지니의 출판기획을 관통했다.

   

지역을 다루는 책은 시장이 작을 수밖에 없어 산지니는 출판의 기획단계부터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했고 지역 필자 발굴에 필사적으로 나섰다. 이는 새로운 경쟁 흐름을 만들어 지역 출판계에 자극제 구실을 했다. 산지니의 책은 예술 문화 정치 경제 고전 학술 지역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다. 강 대표는 "독자들이 읽고 행복해지는 책, 우리도 출판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책을 꾸준히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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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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