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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 ‘뱃사람’들의 기구하고 질펀한 인생사 (국민일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29.

 

                   











한국 소설에는 소재 기근이라고 할 만큼 유난히 등장인물의 직업은 작가, 직장은 출판사인 작품이 많다. 대학 문예창작과 출신들이 소설 시장을 점하면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측면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출판사 산지니에서 나온 김득진(사진)의 첫 소설집 ‘아디오스 아툰’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차별화 된다. 펄떡이는 생선 같은 소재의 싱싱함이 신예 작가가 갖는 문장의 투박함을 상쇄하고 남는다.


표제작을 비롯한 몇 편의 단편에서는 소설 무대를 바다로 확장한다. 도시인을 위로하는 힐링의 바다 같은 게 아니다. 막장 같은 원양어선을 타고 부표처럼 떠도는 뱃사람들의 인생 사투가 아주 리얼하게 그려진다.

“소설을 읽고는 제가 한 10년은 배 탄 사람인 줄 알더라고요. 하하.”

27일 전화로 인터뷰한 작가의 목소리는 의외로 중후했다. 58세라니, 꽤 늦게 출발한 소설가다. 부산대 공대 출신인 그는 기계정비와 관련한 중소기업을 운영했다. 경기가 꺾여 일감이 줄어든 게 오히려 내면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호구지책 때문에 가슴 밑바닥에 구겨 넣었던 문청의 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결국 쉰을 넘긴 2009년부터 문화센터 등을 다니며 시, 소설을 습작했다.

작가로서 이름을 알린건 2014년 단편 ‘나홋카의 안개’(동양일보 신춘문예), 중편 ‘아디오스 아톤’(해양문학상 최우수상) 등으로 거푸 상을 받으면서부터다. 소설집에는 이런 수상작을 비롯한 6편의 중·단편이 수록됐다.

보험 설계사(‘보험을 갈아타다’), 비닐시트 생산 공장 노동자(‘사일로를 고치다’) 등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그린 다른 소설들도 눈길을 끌지만 김득진의 글이 빛나는 지점은 역시 바다를 무대로 할 때다.

‘아디오스 아툰(스페인어로 ‘잘 가라, 참치’의 뜻)에서는 참치잡이 원양어선 ‘연승어선’ 기관장을 주인공으로, 그와 한 배를 탔던 선장, 항해사, 아랍인 뱃사람의 기구한 인생사를 질펀하게 펼친다. 놀라운 건 갑판 위에서 대형 참치의 머리를 내리치고 내장을 가르는 장면을 비롯한 리얼리티다. 그 배를 탄 사람들의 기구한 인생사 역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오래 떨어져 지내던 아내가 제비족에게 홀려 재산을 날렸다는 선장, 미국인 아이를 밴 여자친구와 결혼한 뒤 이제 곧 제 아이를 낳는다며 좋아하는 말레이시아인 선원 마이클 등 연승어선을 탄 사람들의 과거는 눈물겹다.

‘나홋카의 안개’는 러시아에 있는 수산회사를 다루면서 현지에 사는 고려인 위안부 문제로까지 소재를 확장한다. 작가는 “부산에서 성장하다보니 주변에서 배 타는 분들을 흔하게 만나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손영옥 | 국민일보 |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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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아툰 - 10점
김득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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