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운명의 격랑…미지의 문 '토스쿠' 속으로

등단 5년 정광모 첫 장편소설


- 은인 장공진 박사를 찾기위해
- 요트를 탄 네 명의 사나이들
- 필리핀 섬과 바다를 항해하며
- 또다른 자아·삶의 가치 깨달아

소설가들은 어쩜 이렇게 감쪽같이도 쓰는 걸까?

   


정광모 소설가가 첫 장편소설 '토스쿠' 집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장편소설 '토스쿠'(산지니 펴냄)는 필리핀 보라카이 섬을 중심으로 카라바오 섬, 술루 해, 투바타하 리프 등 낯선 이름의 섬과 바다를 무대로 전개된다. 중고이지만 견고하고, 복원력이 좋은 요트 헌터호에 타고 주인공들은 짐작조차 못했던 거친 운명의 격랑 속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등장인물들은 산미구엘 맥주와 탄두아이 럼주를 마시고 필리핀의 별미 레촌과 아도보를 먹으며 목적지로 향한다.

등단 6년 만에 작가 인생의 첫 장편소설 '토스쿠'를 최근 펴낸 정광모 소설가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첫 질문은 자연스럽게 "보라카이를 잘 아시나 봅니다"였다. 웬걸, 그는 "보라카이는커녕 필리핀에 아예 가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2012년 배를 잘 아는 분과 함께 요트를 타고 일본 세토내해를 거쳐 부산까지 항해했고 같은 해에 부산문화재단 지원으로 부경대 실습선에 일주일 승선한 경험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질문은 "해양문학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로 이어졌고 그의 답변은 "아니요. 소설을 좀 더 색다르고 풍부하게 쓰고 싶었거든요"였다.

자, 이쯤이면 상대가 만만찮은 존재란 감이 온다. 어설픈 질문이라는 '실투' 하나 잘못 던지면 문학에 관한 기자의 밑천이 다 드러나버리는 '홈런'을 얻어맞는다. 

게다가 정광모가 누군가? 부산 문단에서 소문난 독서가다. 지난해 그간 읽은 책 가운데 중요한 책 150권을 가려 감상을 정리한 책 '작가의 드론독서' 제1권을 냈는데, 150권을 더 정리해 제2권을 낼 예정이란다.

그는 부산대와 한국외대 정책과학대학원을 거쳐 변호사 사무실과 법무법인의 사무장으로 일했다. 조성래 전 국회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국회에서 4년 일한 경력까지 있는 데다 2008년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라는 책도 냈다. 세상의 깊고 얕은 곳과 앞뒷면을 보았다.

'토스쿠'로 돌아가보자. 정광모 소설가가 동의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 장편소설의 질문을 집약해서 드러내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내가 내 마음의 작은 일부만을 알고 있다면 나머지는 도대체 뭐란 말일까?"(253쪽)

   

최고의 로봇 및 인공지능 공학자 장공진 박사가 보라카이로 휴가를 갔다가 사라진다. 잘 나가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박순익, 잘 나갈 뻔한 배우 출신 성주연, 어중간한 인생인데다 속에 상처가 많은 회사원 출신 오장욱. 이 세 사람은 인생에서 독한 상처를 입었다가 장 박사의 도움을 받은 인연으로 그를 구출하겠다며 보라카이로 온다.

장공진이 사라진 이유는 '토스쿠'를 보았기 때문이다. 정광모 소설가가 만들어 낸 낱말인 '토스쿠'는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기를 뜻하기도 하고, 그런 또 다른 자기를 만날 수 있게 미지의 문이 열린다는 의미로도 풀 수 있다.

언뜻 이 소설은 다른 세상에 사는 또 다른 나 자신을 만나는 모험과 혼란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은 인간 내면과 자아,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해 '토스쿠'라는 장치를 통해 집요하게 묻는 소설이다. 그런 여정을 젊은 선장 손태성이 모는 요트 헌터의 항해라는 '이야기' 속에 담아낸 데서 정광모 소설가의 투지와 저력이 빛을 발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ㅣ 국제신문ㅣ 2016-60-09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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