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독일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모니카 마론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삶과 죽음을 성찰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가볍지만 심도 깊게 그려낸 작품

『올가의 장례식날 생긴 일』 모니카 마론 지음/정인모 옮김

 

 

  겨울이 오기 때문일까. 유난히도 부고 연락이 자주 온다. 대부분 부모의 부고 소식이지만 가끔은 평소 알고 지낸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충격과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못내 연락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내 주변에 병마와 싸우는 사람도, 갑작스럽게 세상과 이별한 사람도 없음에 감사한다. 아이러니하게 죽음은 평범했던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한다.

 

 

『올가의 장례식날 생긴 일에서 주인공 루트역시 갑작스럽게 올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남편과 헤어졌지만 평소 친구처럼 지냈던 시어머니 올가의 죽음은 루트에게도 충격이다. 루트는 올가의 장례식으로 가는 길, 길을 잘못 들어 낯선 공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미 세상을 떠난 올가와 재혼한 남편의 친구였던 브루노, 유년 시절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와 닮은 개까지 세상을 떠난 혼령들이 루트 앞에 나타난다. 유령들은 루트에게 말을 걸고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는 루트를 과거 회상 속으로 인도하여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모니카 마론은 현대 독일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미 한국에서는 슬픔 짐승으로 주목을 받았다. 슬픔 짐승이 독일 통일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해 가볍지만 심도 깊게 그려낸 작품이다. 루트가 사랑과 죄책감, 믿음과 배신, 노년과 죽음에 대해 유령들과 대화하면서 삶에 대해 성찰하듯, 소설을 통해 작가는 때로는 올바른 결정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잘못된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나는 작가의 이 차갑고도 따뜻한 위로가 좋았다.

 

소설의 원제는 연극의 막 사이나 전후에 진행하는 짧은 연극을 뜻하는 말로 막간극(Zwischenspiel)”이었다. 원제 그대로 국내에 출간하기에는 소설 내용을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여러 개의 제목을 작성했다. 마지막까지 제목을 고심했고, 소설의 내용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올가의 장례식날 생긴 일로 정하게 되었다.

 

소설처럼 세상을 떠난 이를 죽음 이후에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편안하게 떠난 이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실제 삶은 가혹하게도 죽음 이후에 기회는 없다. 이미 삶으로서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가는 길,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이상하게 허기가 진다. 먹어도 자꾸 배가 고프다. 삶에 대한 의지일까. 각박한 현실이지만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조금 더 너그럽게 안아주고 이해할 수 있기를, 삶에 대한 새로운 허기를 느꼈으면 한다.

 

  글_윤은미 산지니 편집자

 

 

 

 
  『출판저널』 2016년 12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올가의 장례식날 생긴 일 - 10점
모니카 마론 지음, 정인모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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