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좀 가신 1월 17일의 낮, 강수걸 대표님은 동아대에서 예정된 강의를 위해 바삐 움직이셨습니다. 역시 해운대에서 하단까지는 매우 멀었어요. (ㅠㅠ) 그래도 추위가 덜했던 덕분에 칼바람을 맞으며 걷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17일, 대표님이 하시게 된 강의 주제는 출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었습니다. 강수걸 대표님은 부산에서 12년동안 출판을 하고 있는 우리 산지니 출판사를 모델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출판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과거 책은 권력자나 지식인만 접근이 가능한 소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성서의 활발한 보급이 이루어졌는데요. 이때, 독일의 구텐베르크라는 인물이 금속 활자를 만들어 출판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출판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판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은 출판과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자유가 보장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1987년 이전에는 출판이 허가제였거든요. 87년 6월 항쟁을 거친 뒤 10월 헌법 개정을 통해 출판은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이후 출판업계가 급격히 성장을 보인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현재 출판사의 70%는 수도권에서 이뤄집니다. 특히 서울과 파주에서 이루어지죠. 우리나라에서 수도권 집중화는 매우 일반적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출판업계입니다. 부산의 경우는 어떨까요? 부산의 인구는 대한민국의 5%를 차지하는데, 서점은 전체 중 8%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출판은 2%에 불과합니다. 이웃 도시인 대구는 부산을 제친 3%입니다. 대구는 6년 전부터 출판사업을 지원하면서 출판단지를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면에서는 언제나 대한민국 제2의 수도라는 평을 받는 부산이 출판 쪽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네요.
출판 업계는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하지만 차츰 이것도 해소되지 않을까요? 우선 수도권은 지방에 비해서 물가가 비싸고,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서울에서만 이뤄져야만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세계에서 국경의 장벽이 소멸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IT기술과 더욱 좋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지방 출판은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지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서 출판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12년동안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산지니의 모토와도 같은 것이죠. 산지니는 지속적인 출판을 이념으로 삼으며, 특색 있는 도시인 부산에서 그 특색을 살리며 출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열심히 출판을 이어간 결과, 산지니는 한류의 관심도가 높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저작권 수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영화도시이면서 대한민국 대표 항구도시인 부산의 특색을 살려 지역 문화 콘텐츠를 담은 도서를 출간하기도 하는 등, 지역 출판의 장점을 살렸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에 있는 여러 작가 선생님들과 저자님들과의 인연으로 400종이 넘는 다양한 책들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는 출간 목록으로 말한다. 강수걸 대표님은 출간 목록을 강조하셨는데요.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내왔고, 어떤 책을 낼 것인지 말하는 것이 바로 출간 목록이며, 출판사의 지향점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모두 여기에 담겨있다고 하셨습니다. 출간 목록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고 출판사마다 가지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출간 목록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해 이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산지니는 출간 목록이 있습니다. 출간 도서 목록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주소를 눌러주세요.
한국에서는 10년이 넘은 출판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 송인서적의 부도로 인해 산지니를 포함한 여러 출판사들이 2차 피해를 입어 더욱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산지니는 그래도 책을 냅니다. 책을 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산지니에게 여러 과제가 남았는데요. 크게 보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기획능력의 보강. 원고를 받아 책을 출판하는 것에서 끝이 아닌, 책을 어떻게 만들 것이고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기획을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겠죠. 둘째, 다품종 소량 출판. 산지니는 여러 품종의 책을 소량만 찍어내어 다양한 책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꾸준한 출판을 이어갈 것입니다. 셋째, 틈새시장 공략. 산지니는 여느 출판사들과는 다르게 지역 출판이라는 특색 있는 출판사입니다. 이 점을 살려 지역 출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지역 콘텐츠의 수준이 낮다는 인식을 없애고, 지역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는 모험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강의가 부디 출판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이상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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