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이해하기

(현대 자본주의의 계급갈등과 사회변혁 전략)

 

(에릭 올린 라이트 저, 문혜림-곽태진 역) 

 

- 라이트의 새로운 통합적 계급분석 틀

라이트의 저서들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많이 출간됐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계급론』(2005년)과 『리얼 유토피아』(2012년) 두 권만이 완역 출간되었다. 하지만 이 두 저작만으로도 국내 진보좌파진영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계급론』은 소위 중간계급 논쟁이라 일컬어지는 마르크스주의 민감한 난제를 다루었고, 『리얼 유토피아』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체적인 변혁전략과 대안사회의 상을 과감하게 제시했다. 새로운 역서 『계급 이해하기』는 라이트가 1995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집필한 논문들을 모은 것이다. 앞서 출간된 두 저서의 이론작업을 총괄하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는 새로운 계급분석 틀을 제시한다. 그는 통상 대척점에 있다고 간주되는 계층연구 전통과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게임의 비유’를 통해 계급분석에 함께 적용하고, 이론적 난제로 여겨지는 중간계급을 분석하기 위해 베버주의를 수용한다. 계층이론과는 선을 그었던 라이트가 계급분석의 추상수준에 따라 유연하게 분석기준을 적용하는 통합적 방법을 보여주고, 베버주의로의 귀착이라는 자신에 대한 비판 또한 반박한다. 비록 특정 국가나 시기에 자신의 분석 틀을 적용한 실증적인 자료는 이 책에 담겨 있지 않지만, 계급의 개념화 및 분석 방법 등 계급론의 방법론적 측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 장점 중심의 비평으로 본 비마르크스주의 불평등 이론

『계급 이해하기』는 실용적 실재론의 관점(실재 메커니즘을 잘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방법들을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비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불평등 이론을 개괄하고, 계급분석에 필요한 부분을 적극 받아들인다. 막스 베버, 찰스 틸리, 오게 쇠렌센, 마이클 만은 분석을 위한 개념적 측면에서, 데이비드 그루스키와 킴 위덴, 토마 피케티, 잔 파쿨스키와 말콤 워터스, 가이 스탠딩은 21세기 계급을 분석하는 방법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된다. 책 본문 뒤에 첨부된 역자 해제를 통해서도 라이트가 본 비마르크스주의 불평등 이론의 의미와 한계를 간략히 정리해볼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와 비마르크스주의 접근법이 종종 어떤 문제에 관해 서로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취해지는 기본적 태도 중 하나는 상대와의 논쟁에서 각자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적합한 지적 토론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책 논문들에서 나의 목표는 특정 이론가의 저작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발견해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의 가장 유용하고 흥미로운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 있다. 소위 이를 단점 중심이 아닌 장점 중심의 비평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_ 「본문」 중에서

(중략)

 

※ 역자 토막인터뷰 - 문혜림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

Q) 계급을 나누는 사회시스템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조응해 운동적 ․ 의식적 차원에서도 노동계급이 형성되었다고 보는가?

A) 마르크스의 ‘즉자적 계급에서 대자적 계급으로의 이행’이라는 문구를 떠오르게 하는 질문이다. 노동자가 개인이 아닌 계급으로서 자본가에게 대항하는 단계를 이르는 이 표현은 ‘계급의식에 대한 계급투쟁의 선차성’을 이르는 표현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개 자본가에 대한 투쟁에서 자본가계급으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투쟁의 경험이 필요하다. 계급의식이 형성된 후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 속에서 계급의식은 형성된다. 계급을 나누는 강력한 사회시스템에 조응하기보다는 그에 대항하는 활발한 투쟁에 조응하여 운동적 ․ 의식적 차원의 노동계급은 형성되는 것이다. 진부하지만 자명한 표현을 해보자면, 노동진영의 활동가들이 투쟁을 멈추지 않는 한 이런 노동계급의 형성은 영원한 과제가 아닌 현실로 실현될 것이다.

(중략)

Q) 노동운동의 대중성과 계급성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중성을 띠지 못한 채 계급성만을 강조하는 운동은 운동이 아니라 이론의 수단에 불과한 것 아닌가?

A) 원론적으로는 노동운동이 대중성과 계급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노동’운동인 한, 그것은 계급성을 중심에 두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질문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계급성만을 강조하고, 결과적으로 대중성을 상실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유의미한 운동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계급성과 대중성이 서로 배타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자생성과 일상적 의식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에서 계급의식의 고양에 힘써야 한다. 물론 현실의 구체적 운동에서는 계급성을 중심으로 대중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수월하지 않은 과업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성의 확보를 위해 계급성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식의 생각과 실천은 오히려 노동운동의 현실적이고 잠재적인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2017-01-20 |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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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이해하기 - 10점
에릭 올린 라이트 지음, 문혜림.곽태진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