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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야기

하얄리아부대의 미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by 산지니북 2010. 5. 12.

1950년 한국전쟁 직후,
부산 부산진구 범전동 136 및 연지동 145번지 일대에 주한미군기지사령부가 들어섰다.이후부터 56
년 간 시민들에게는 통제구역이었던 부산 도심의 16만 4천여 평 하얄리아부대 부지가 2010년 4월 24일 마침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179번 버스를 타고 하마정 사거리를 지나 초읍쪽으로 가다보면
차도 왼편에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가 하얄리아부대의 시작이다.
회색 담벼락과 하늘, 간간히 삐죽삐죽 솟은 키 큰 나무들.
버스로 3정거장쯤 이런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지나다니면서 늘상 담 너머의 풍경이 궁금했는데, 지난 주말 드디어 그 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처럼 궁금한 사람이 많았나보다. 구경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정문 앞은 불법주차한 차들로 혼잡했다.


혼잡한 입구와 달리 부지 안은 한적하다. 16만평이 얼마나 큰 면적인지 감은 안오지만 어쨌든 워낙 넓어서 그런가보다.
띄엄띄엄 자리한 숙소와 널찍한 길.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한적한 주택가 풍경이다.

시민들에게 개방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출입금지 구역이다.
보여주려면 확실하게 보여줄 일이지.

군인들의 숙소로 쓰였던 관사. 몇몇 관사는 내부를 볼 수 있도록 개방해놓아 구경꾼들이 몰렸다.

 하얄리아 부지의 역사는 일제 점령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 푸른 초원이었던 이곳(하얄리야부대의 서쪽 부지)에 농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초로 경마장이 들어섰다고 한다. 일본인들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그러다 1945년 8월 종전이 되면서 경마 운영권이 잠깐 한국인에게 넘어왔지만 그해 9월 미군이 부산에 진주하면서 경마장에는 다시 미군이 주둔하였다.

장교클럽 내부(경마장이었을 당시엔 마권발매소로 쓰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주한미군부산기지 사령부가 설치되었고,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해 완전히 미군의 땅이 되었다.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인 하얄리아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도시이름인데, 당시 미군기지 초대 사령관의 고향인 베이스 하얄리아 를 따서 하얄리아부대가 되었다고 한다.

부대의 서쪽 부지. 과거에 경마장이었던 곳.

아이들은 신났다. 먼지 날리는 학교운동장이나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이런 풀밭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니!

부대 담장 옆으로 서면롯데백화점, 부산진구청, 이마트가 보인다.

부대 주위는 고층빌딩들이 에워싸고 있다. 출입통제구역인 이곳은 고층아파트들이 점령하지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종교시설

극장

독신자숙소

무기고

학교

부대 뒷문



2006
, 미군은 햐얄리아부대의 공식 폐쇄식을 가지고 이 부대 부지를 국방부로 넘겼고 부대가 들어선 16여 평의 부지는 우여곡절 끝에 부산으로 소유권이 넘어오게 되었다. 부산시는 이 부지 전역을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日인의 전유물이었던 경마장에서 美군 부대로. 군부대에서 다시 시민들의 공원으로. 이 부지의 역사가 참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겉으로는 마냥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곳에는 고단했던 한국 근대사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다. 군부대로 쓰일 동안 땅속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앞으로 공원으로 만들어지면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너른 땅이 상업용지나 주거지로 용도가 변경되지 않은 건 참 다행스런 일이다. 

개방해놓은 일부 구역만 둘러보는데도 2시간이 걸렸다. 공원이나 녹지가 많이 부족한 부산 도심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생긴다니.하얄리아를 찾은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삼삼오오 모여서 야구를 하거나 공을 차는 아이들.
차 없는 도로에서 마음껏 자전거도 타고. 
풀밭에서 쑥을 캐 봉다리를 빵빵하게 채운 아줌마들. 
나무 그늘 아래서 도시락 까먹는 가족들.
이제 서면에서 돌아다니다 쉴 곳 찾아 방황하는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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