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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재생펄프 1톤이면 소나무 30그루 살린다

by 산지니북 2010. 5. 14.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하지요.
한참 따뜻해야 할, 아니 슬슬 더워져서 여름옷을 꺼내입고 다녀야할 5월 중순에 기습 한파로 채소랑 과일값이 내릴 생각을 않구요. 어제 설악산에는 눈이 내렸다지요. 저도 실은 사무실에서 전기방석에 불 넣고 일했답니다. 한편 얼마전 뉴스를 보니 파리 시내에선 때아닌 폭염으로 사람들이 죄다 벗고 있더군요.

이상기후는 전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숲의 나무를 사라지게 하는 펄프와 뗄 수 없는 관계인 출판산업도 결과적으로 지구를 뎁히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겁니다. 

버려진 종이를 모아 다시 만든 재생종이를 쓴다면 지구의 고대원시림을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쓰레기의 40%가 매립되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효과가 21배나 높은 메탄을 배출하는 문제를 풀 수 있다. 재생종이 1톤으로 계산했을 때 나무 17그루를 지킬 수 있고, 평균 여섯 달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하며, 매립지 3입방미터를 줄이고, 물 31870리터를 절약하고 75%의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천연펄프종이 1톤에 비해 재생종이는 에너지 43%를 적게 소비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정은영 녹색연합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글보듬지기

우리도 '재생지를 써서 환경을 살려야해.' 생각은 늘상 해왔지만 말그대로 생각뿐이었습니다. 재생지라고 값이 싼 것도 아니고, 거칠거칠한 종이에 인쇄는 잘 될까. '종이가 머 이렇노. 후지다' 라며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에 선뜻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다른출판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주저하고 있을 겁니다.

재생지는 출판사들이 많이 찾지 않으니 종이수급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종이를 주문할 즈음에 재고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없으면 제지사에서 생산에 들어가길 하세월 기다려야 하구요.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영영 재생지로 책 한권 못만들겠다 싶어 이번에 (두주먹 불끈 쥐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5월 17일 출간 예정인 신간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 혁명>의 본문 용지로 재생지류인 그린라이트80g을 썼습니다. 재고가 없을까봐 제작 들어가기 2주 전에 지업사에 미리 주문도 해두었답니다. 그 결과물이 오늘 도착합니다.

재생지에도 레벨이 있는데, 고지(폐지) 함유량이 높을수록 착한 재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린라이트지는 고지함유량이 20% 정도입니다. 20%밖에 안되니 못된 재생지라구요? 아닙니다. 고지를 활용했다는 자체만으로 모든 재생지는 착한 종이입니다. 고지를 100% 활용해 만드는 재생지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문지 같은 갱지류입니다. 진정한 재생지라고 할 수 있지요.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신청해서 받은 재생종이 샘플북과 <출판저널>에 실린 '녹색출판 참여도서 목록'이 재생지를 고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목록을 들고 서점과 도서관을 뒤져 재생지를 쓴 책들의 실물을 확인했습니다. '도서출판 살림터'의 책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좀 있으면 책이 도착합니다.
아! 책이 어떻게 나올까 무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좀 떨리기도 하구요. 처음 사용해보는 종이라서요.

앗. 포스팅을 하고 있는 중에 책이 도착했습니다.
흠... 도판이 좀 거칠게 인쇄되긴 했지만 재생용지니 감수해야겠지요. 그 외엔 대체로 만족스럽네요. 무엇보다 책이 무지 가볍습니다.

신안리 마을 이장 강수돌 교수가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던 5년여의 기록이랍니다.



녹색출판캠페인의 일원인 '재생지사용 인증마크'도 책 뒷표지에 박았습니다. 도서 내지의 80% 이상을 재생용지로 사용하면 이 '녹색출판' 마크를 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뭔지 모르게 뿌듯하네요. 종이가 좀 거칠다고 혹은 좀 누렇다고 구박하지 마시고 예쁘게 봐주세요. 진정한 독자들은 알아주시겠지만요.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더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인 시대라고 누가 그랬습니다. 모든 책을 재생지로 만들 순 없겠지만... 조금씩 해나가려구요. 기껏 책 한권 만들어 놓고 좀 너무 생색내는 것 같지만.^^;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참 어렵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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