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의 시작지점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가덕도.
녹산공단 근처 어디쯤에 있다고만 알고 있던 가덕도에 가게된 계기는 경남도민일보 이일균 기자가 쓴 <걷고 싶은 길>을 보고서다. 책은 '경남 부산의 숨은 산책길' 44군데를 산길, 물길, 산사가는길, 마을길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가덕도는 2부 물길편에 있다.
가덕도를 가기 위해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대교 쪽으로 길을 잡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다리는 한산했다. 왕복 6차선에 총길이 5km가 넘고 착공부터 개통까지 말도 많았던 을숙도대교를 거금 1400원을 내고 지났다.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수만마리의 철새가 매년 찾아오는데, 제발 철새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날아다니길. 그래서 다리 난간에 부딪혀 사망하는 일은 없기를...
이어진 녹산대로를 한참 달려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산신항 끝머리에 이제는 육지가 되어버린 가덕도에 도착했다. 가덕도의 행정명은 부산 강서구 천가동. 한때는 창원군에 속했으나 1989년 부산시로 편입되었다. 육로와 연결된 지금도 진해 용원이나 녹산선착장에 가면 가덕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가덕도는 공사중
가덕도 입구는 공사로 어수선했다. 올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는 부산∼거제간 연결도로(일명 거가대교) 공사인것 같았다. 입구의 선창에서 다리를 건너 눌차마을로 들어서니 한적한 어촌 풍경과 함께 공사장 소음도 희미해지고 비로소 섬에 온 기분이 들었다. 산처럼 쌓여 있는 굴껍데기. 섬 안쪽 연안은 굴양식을 많이 한다고 한다. 눌차 마을. 여느 시골 마을처럼 이곳도 젊은이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헉. 이런 글귀가 아직 담벼락에 남아 있다니!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장면 같다. 가덕도는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해안가 평지 마을엔 보리, 콩, 마늘, 양파 농사도 짓고 벼농사도 많이 한다. 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 같은 교회 마을길 이용원이라는 간판이 아직 남아 있다. 가덕도의 덕문중고등학교.
가덕도 입구 선창에서 눌차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
섬 안쪽 바다 '눌차만'은 개안이다. 무물이 빠지면 이곳은 갯벌이 드러난다.
내눌과 외눌, 눌차의 두 마을 안은 마치 영화 세트장 같다. 촬영이 끝난 섬마을의 섬집이 연상된다. 돌담에 낮은 지붕, 사람이 많이 없다. 문 닫은 국밥집에는 창턱 위에 먼지가 소복하고, 사람이 사는지 없는지, 지붕은 회색빛 슬레트로 내 눈높이다. 녹산에서 배를 타기 전에 보았던 대단위 신항만 조성지와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그 길에 '눌차희망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등산객들로, 주민들 모습이 보고싶은 호기심이 들 정도다. -『걷고 싶은 길』본문 중에서
도시에서 이곳 덕문고등학교로 유학들을 많이 온단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이니 '산촌유학'같은 걸 오나보다 내심 생각했는데, 내신때문이란다.
눌차만을 한바퀴 둘러 가덕도 입구의 선창까지 다시 오는데 꼬박 2시간이 걸렸다. 한낮에 출발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돌아오는 길엔 등산객들이 많이 보였다.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연대봉의 절경은 다음 기회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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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 이일균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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