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가덕도 선창에서 시작해 눌차만을 끼고 도는 둘레길을 소개했었는데요(육지가 된 섬, 가덕도) 이번에는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연대봉 등산에 도전했습니다.
차로 마을 안까지 좀 더 들어갈 수도 있지만, 어차피 오늘 하루는 걷기로 작정하고 왔으므로 일찌감치 가덕도 입구에 주차해 놓고 걷기 시작했어요. 입구 선창 마을을 지나 눌차만을 따라 30분쯤 걷다 보면 제법 큰 마을 천가동이 나옵니다.
천가동 어귀에 있는 놀이터.
지붕 위에 이런 놀이터를 만들어 놓았네요. 녹이 붉게 슨 미끄럼틀과 시멘트 바닥을 뚫고 듬성듬성 돋아난 잡초들이 놀이터의 주인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아이들 웃음 소리로 가득했을텐데요.
천가동 골목
담벼락바다 흐드러지게 핀 붉은 장미와 담배꽁초 한 개비 찾아보기 힘든 말끔한 골목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여름에 왠 장미냐구요? 사실 6월 초에 갔었는데 이제야 정리해서 올리고 있네요^^;
등산로 안내판
가덕도를 찾는 등산객이 많다보니 천가동 주민센터 앞에는 이렇게 커다란 안내판이 서있습니다. 지도를 보니 오늘 걸은 길이 까마득하네요. 등산로중 3코스(선창출발-천가동주민센터-천성고개-연대봉 정상-대항고개-천성)를 걸었습니다. 예상 시간이 3시간 30분이라고 나와 있는데 저희는 놀며 쉬며 걷느라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섬의 동쪽 끝 선창에서 서쪽 끄트머리 대항까지 걸었으니 종주를 한 셈이네요.
천가초등학교에 있는 은행나무 두 그루. 왼쪽이 암나무 오른쪽이 수나무. 은행나무는 이렇게 암수나무가 같이 있어야 은행 열매가 열린다고 하네요.
주민센터를 지나자마자 천가초등학교가 나옵니다. 교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람들을 반깁니다. 젊은 사람들이 촌을 떠나면서 아이들 수가 줄어, 가덕도에 몇 안남은 초등학교 중 하나입니다. 눌차에 있는 분교도 머지않아 폐교가 된다고 합니다.
천가초등학교 운동장. 정말 넓습니다.
이제 마을은 끝나고 시멘트로 닦아 놓은 임도가 한동안 이어집니다.
완만한 오르막의 임도
6월 초라 모판에 연둣빛 모가 한창 자라고 있었어요.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도 많았구요.
지금쯤이면 노란 벼이삭이 주렁주렁 매달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테지요.
눌차만과 죽도
한참 가다 뒤를 돌아보니 천가동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눌차만 한가운데 자리잡은 죽도가 그림같습니다.
소양보육원
시멘트 오르막길을 한참 걷다보면 왼편에 펜션같은 예쁜집이 나오는데 바로 소양보육원입니다. 주말에는 외지에서 봉사활동하러 많이들 온다고 합니다.
거가대교 공사현장과 선창, 눌차만, 천가동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국군용사충혼탑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 한숨 고르고 난뒤 어음포 고개를 향해 출발.
어음포고개 가는 길.
국군용사충혼탑에서 어음포고개로 가는 길은 2가지가 있습니다. 매봉쪽으로 가면 힘겨운 오르막길의 연속이고, 평평한 산책길 분위기의 둘러 가는 길도 있습니다. 체력이 안따라주는 저희는 당근 둘러 가는 길로.^^;
어음포 고개부터는 엄청난 오르막길이 계속 펼쳐집니다. 같이 가는 일행이 있더라도 여기서부터는 질문이나 말을 삼가해야 합니다. 질문은 너무 무례한 행동입니다. 대답하려면 짜증나거든요. 걷기도 힘든데 말이죠^^ 등산은 원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전망대
드디어 첫번째 전망대에 도착.
좀 뿌옇긴 하지만 파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왼쪽 위에 히끔히끔 보이는 것은 명지에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단지이고 오른쪽 위는 다대포 같은데...
이제 거의 다 왔겠거니 생각하고 안간힘을 냈습니다. 갑자기 앞이 훤해지면서 '추억의 아이스께끼' 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봉우리가 앞에 짠~하고 또 나타났습니다. 울고 싶었지만 아이스께끼를 먹으면서 참았어요. '이제 좀만 더 가면 정상'이라는 할아버지의 격려 덕분에요.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네요. 다 팔지는 못했지만 예상보다 많이 팔렸다고 기뻐하시며 사진도 찍어주셨어요. 돌아가는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가뿐해 보였습니다.
아이스께끼 통은 20kg이 훌쩍 넘는다고 하네요.
저 앞에 뾰족 솟은 봉우리가 정상이랍니다.
헥헥. 드디어 연대봉(해발 395m)에 도착.
기대하지 못했는데, 정상엔 너른 평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절경이 따로 없네요.
연대봉 정상.
정상에서 대항쪽으로 바라본 풍경
봉수대
봉수대가 있는걸 보면 가덕도가 역사에서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토지 측량의 기준이 되는 삼각점.(부산광역시 강서구 천성동 산 6-1번지)
또 다른 연대봉
정상석이 서 있는 곳과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위 뾰족봉 둘 중에 어느 곳이 연대봉이냐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네요. 높이는 뾰족봉이 높지만
천길 절벽으로 되어 사람이 갈 수 없으므로 정상석은 이쪽에 세운 것이 아닐까요.
하산길
해는 뉘엿뉘엿.
왔던 길을 되돌아갈 생각하니 너무 까마득해 하산길은 우리가 왔던 곳과 반대방향인 천성쪽으로 잡았습니다. 천성은 가덕도의 서쪽 끝머리이고 출발점인 선창까지 마을버스가 2시간 간격으로 다닌다고 하네요.
천성
천수말. 거가대교 해저터널 연결 지점이라 온통 파헤쳐져 있습니다.
마을버스 막차시간에 맞추려고 뛰다시피 산길을 내려오는데 마을버스가 돌아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시계를 보니 6시쯤 되었는데요. 불길한 예감이... 제발 막차가 아니길 기도하며 마을에 도착하니 막차가 떠났다네요. TT; 섬 입구선창까지는 걸어서 2~3시간 길. 체력도 바닥나고. 다리는 후덜덜.
남편이 엄지손가락을 번쩍들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으나 다들 외면.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서우니... 이해는 하지만 앞이 깜깜했는데,
다행히 맘씨좋은 중년부부의 차를 얻어타고 무사히 선창에 도착. 차 못얻어 탔으면 정말 기억에 남을 연대봉 산행이 될뻔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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