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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광안대교, 걸어보실래요?

by 산지니북 2010. 4. 29.

시드니의 하버브리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부산의 광안대교.
도시와 그 도시를 상징하는 다리들입니다.

2008년 9월 광안대교에서 열린 '세계 1000만 명 걷기대회' 모습. (국제신문)

광안대교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과 해운대구 우동의 센텀시티를 잇는 왕복 8차로의 다리로 2층 복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 광안대교가 생길때는 바다전망을 가린다거나 예산낭비라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도 많았는데, 어쨌건 다리는 떠억하니 생겼고 이제 부산을 소개하는 관광책자에 빠지지 않는 부산의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광안대교를 홍보하는 홈페이지가 따로 있다는 걸 알고 좀 놀랐습니다. http://www.gwanganbridge.or.kr/ 

금문교는 못가봤지만 하버브리지와 광안대교는 몇번 가봤습니다. 광안대교는 아쉽게도 사람 다니는 길이 없어 걸어보지는 못했고 차로 갔는데 바다 위에 둥~ 떠서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빠질까봐 좀 무섭기도 하더군요. 특별한 날엔 차량을 통제해 시민들이 걸어볼 수도 있습니다. 새해 첫날 해돋이 구경이나 마라톤 대회 등이 열릴 때 말이지요.

마침 오는 5월 2일(일)에  ‘다이아몬드브리지'를 걸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광안대교 걷기축제가 열린다고 하네요. 아침 8시에 벡스코에 모여 시작한다니 아침형 인간들은 한번 도전해볼만 하겠군요.

광안대교 전경 (부산일보)



산지니출판사는 부산에 있다 보니 지역을 소재로 한 책들이 그간 많이 출간되었는데요, 그중에서 광안대교가 나오는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소설, 수필, 평론 등 다양한 문학작품들 속에 주연으로 때론 조연으로 등장한 광안대교의 풍경입니다.


초가을 오후, 나는 광안대교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건물들의 그림자가 뚜렷한 현존처럼 무게감을 더해 갈 때, 그것은 눈앞에 일렁이고 있는 바다의 색과 차츰 닮아 가고 있었다. 만곡선으로 이어진 해안은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공간의 광활함을 끌어모아 먼 수평선을 향해 무한히 열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어디선가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것은 이내 파도소리에 밀려 모래사장 위로 흩어져 버렸다. -『부산을 쓴다』, 173~174p

 

7900억 원을 들여 지어진 광안대교.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힌다. 대다수 시민들은 광안대교를 바라보고 그저 그런 평범한 다리로 느끼지 않는다. 밤이면 조명을 설치해 더욱 아름답다. 광안리 해변에 들어선 건물과 상가들은 광안대교 덕을 톡톡히 본다.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멋진 다리 모습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을 먹는 나들이객에서부터 일부러 구경나온 외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고 광안리 바다에 푹 빠져 든다. 햇볕이 내려 쪼여도 좋고 비가 오면 더욱 운치가 난다. 이제 광안대교는 각종 홍보물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자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부자도시로 가는 길』, 173~174p


 

해운대 백사장에 모래를 만들어주던 춘천(春川)의 모래톱이 쌓여 육지와 연결된, 최치원의 발자취가 남겨진 동백섬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국가 정상들의 회담장소로 정해져서 공사와 단장이 한창이다. 일주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고부터 뛰거나 걷는 사람들의 천국이 되었다. 주말이면 마라톤 동호회 옷을 입은 사람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몇 바퀴씩 뛰는 걸 볼 수 있다. 태풍 ‘매미’가 불었을 때 광안대교가 보이는 방향의 이곳은 아주 좋은 구경장소였다. 러시아에서 구입한 선박호텔이 넘어져 야단을 피웠고, 그 앞의 해안도로를 덮친 광풍과 해일이 주차해 있던 컨테이너들을 100미터 넘게 옮겨 놓아버렸다. -『이야기를 걷다』, 114p


 

오륙도 관광을 마친 유람선은 광안대교를 보며 물살을 가른다. 물거품이 유람선 꽁무니를 좇아간다. 떼 지어 좇아가는 돌고래 같다. 제 낚싯대만 응시하던 낚시꾼 시선이 한 낚싯대로 모인다. 대물이 물린 모양이다. 고래라도 물렸는지 낚싯대가 수면에 닿을 정도로 휘어진다. 야호다.-『길에게 묻다』, 101p


광안대교 위에서 펼쳐지는 부산불꽃축제는 해마다 10월이면 전국으로부터 쇄도하는 예약 전쟁으로 홍역을 치른다. 전국 최대 규모인 이 불꽃축제를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관람하기 위한 이른바 ‘명당 예약 전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도 광안리 해변의 음식점이나 술집의 좌석, 호텔 객실 등이 일찌감치 동이 나 불꽃축제에 쏟아지는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미학, 부산을 거닐다』, 64p


광안대교 위에서 펼쳐지는 저 화려한 불꽃놀이가 산복도로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다세대 주택과 겹쳐지니 마치 슬럼가로 쏟아지는 폭격처럼 보인다. 수직 삼분할 된 영상 위에 슬럼가들이 단층을 이루고 그 위로 ‘BUSAN’이라는 로고가 겹쳐지는 장면(사진②)에서 우리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도시 이미지 구축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축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적층되어온 산복도로를 따라 가득 메운 저 ‘슬럼가’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아니 어쩌면 불꽃축제와 슬럼가의 겹침,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저 이질적인 것들의 불협화음이야말로 ‘부산적인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역이라는 아포리아』,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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