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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이 한 권의 책] 짭조름한 글맛 항구의 食道樂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1. 7.

 최원준 지음 | 산지니 펴냄

 

부산은 수용과 개방의 도시다. 문물 교류의 제1선인 항구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론 비극의 장소다. 조선시대에는 왜군과의 격전지였고, 한국전쟁 때는 전국의 피란민과 유엔 연합군이 모여든 곳이었다. 그 과정에서 동서(東西) 문물이 부산항으로 흘러들었다. 전후(戰後)의 애환과 미항(美港)의 낭만이 밀물, 썰물처럼 드나들었다.
  
그 회오리 속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멋과 맛이 태어났다. 전통을 지키려는 내력, 융합을 지향하는 정열이 어우러졌다. 쫀득한 곰장어, 고소한 돼지국밥, 담백한 밀면, 한입 베어 물고픈 부산어묵의 풍미가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이 맵고 싸늘한 겨울에 입맛 당기는 요리들이다. 그게 바로 이 책을 쓴 시인의 식도락(食道樂) 필법이자,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짭조름한 글맛이다.
  
목월(木月)이 창간한 정통 시지(詩誌) 《심상(心象)》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나온 저자는 부산 향토음식의 역사와 뿌리와 배경을, 페이지에 한 상 가득 차려 놓는다. 재첩·방게·복국·장떡·고등어회·고래고기·산성막걸리 등 총 47가지 음식을 지역에 따라 ‘낙동강·기장·원도심·골목’으로 분류, 4부로 엮었다. 주 메뉴는 사람, 문화, 이야기다. 후식은 조리법 정도다. 인공감미료 같은 맛집 정보는 없다. 이 책은 생활정보지가 아닌 ‘인문학 서적’을 지향한다. 부산의 맛과 멋을 깊숙이 탐식(探食), 탐사(探査)하는 ‘미식 해저터널’이다.
  
저자는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그 시대의 음식과 음식재료, 음식문화로 당시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과 생활습속까지도 읽어낼 수 있다”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피폐했던 근현대사의 격변기 속 ‘부산’은, 늘 사람들에게 마음 따뜻하고 착한 음식을 제공해 주었다. 널리 함께 먹는 ‘공유의 음식’이고 넉넉하게 베푸는 ‘배려의 음식’이었다”고 썼다. ‘음식의 문화인류학’으로 부산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여행이 지금 시작된다.

 

 

월간조선 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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