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강이라
제24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소설 「볼리비아 우표」가,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쥐」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21세기』 동인이며, 온다 리쿠(おんだりく) 전작주의자이다.
수상 ▏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24회 신라문학대상 당선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쥐'가 수록된 강이라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와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덟 편을 담았다.
책을 받았을 때 특이한 제목과 표지로 눈길이 간다. 솜 같은 구름의 맑은 하늘 아래의 하얗게 빛나는 것은 바다일까 아니면 하얀 사막일까? 「볼리비아 우표」라는 제목처럼 한때는 바다였고 지금은 사막인 볼리비아 유우니 사막의 새하얀 신비로움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볼리비아 우표」는 이기적인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수동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던 수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소리치며 자신과 매우 닮아 있는 볼리비아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볼리비아는 두 개의 수도 속에서 평화롭니?
너는 두 부모 사이에서 평온했니?
「쥐」는 젊은 세대의 위태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강이라 작가님의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욕조 속 바가지 위에 위태롭게 떠 있는 쥐가 마치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청년들의 모습 같다.
“수챗구멍이라도 좋으니 좁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꼬리까지 말아 넣고는
그저 반나절만 숨어 있고 싶었다.”
-p19
「명상의 시간」에서는 인생에서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남편의 패소로 인한 가정폭력과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은 동창생 라파엘라와 학창시절 뺑소니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이 독일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공유한다. 십년지기도 아닌 그저 동창생이지만 진심으로 위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CH41」의 주인공은 자신을 낳다가 죽은 엄마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생리와 함께 찾아오는 계속된 악몽의 고통을 겪었고, 출산에 대한 공포로 인해 주인공은 딩크족 생활을 하였다. 조기 폐경을 진단받은 어느 날, 아파트 놀이터 CCTV 화면 속 한 아이의 모습을 보고 죽어있던 모성애가 살아난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까지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아이를 제각각의 방법대로,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이런 본능처럼 주인공도 트라우마 속 본능이 깨어난 것이라 생각이 든다.
「스위치」는 '크로스 드레서'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다. 크로스 드레서는 실제로 여성의 옷을 입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 그것이 ‘자기 안의 또 다른 여성적 자아’의 표현인지, ‘자신이 정말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중상을 입는다. 주인공이 남편이 지내던 집에서 스위치를 누르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환경으로 인해 여장하는 남편의 모습으로 분노와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은 남편의 잘못이 아닌 남편의 살아온 환경의 문제가 아닐까?
"눈을 감고 숨을 고릅니다.
찬 숨 사이로 달짝지근한 분 냄새가 섞이어 듭니다
지금, 여기는 남편의 방입니다."
-p137
「편서풍」의 두 축을 이루는 것은 두 사람의 죽음이다. 매일 기상 예보 확인을 위해 콜센터 직원에게 전화를 거는 김 일병의 죽음과 여름날 계곡에서 남을 구하려다 죽은 남동생. 곁에서 많은 상처를 주고받은 모녀.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순풍이면서 역풍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자들에게 주어진 몫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역풍을 등에 업고 순풍이 부는 곳으로 나아간다.
삶이 늘 기쁜 것은 아니지만,
역풍도 다른 누군가에겐 순풍일 수 있다는 것. _황국명(문학 평론가, 인제대 교수)
마지막 이야기인 「오키나와 데이트」는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가족과의 상처가 아닌 다른 작품 세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비극적인 4.3사건을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이 없던 주인공이 타국에 있는 조선인 묘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이 작품은 강이라 작가님의 다음 작품 세계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갈매기조차 울지 않는 밤이었습니다.
소리 내는 것들은 다 죽여 버린다고 총부리가 말했기 때문입니다.
검은 머리의 부릅뜬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p249
강이라 작가님의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고 든 느낌은 묘사와 표현이 풍부하면서 뭐라 정의 내리기 힘든, 탐미적이고 섬세한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 특유의 분위기에 더해 모호한 결말이 쓸쓸하지만 읽는 사람에게 소설 속 가족 간의 상처와 아픔이 크게 와닿는 것 같고 큰 위로를 주는 것 같다.
볼리비아 우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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