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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촌기자의 곧은소리 - 장동범기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25.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백년어서원에 갔다. 생각보다 작은 곳이었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면서 무수히 많은 책과 그 공간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작은 소품들부터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들이 모두 인테리어의 한 부분 같았다.

시원한 오미자 차를 주셨는데, 색깔이 너무 고왔다. 연한 분홍빛 색이었는데 사진으로는 노란 조명때문에 색이 진하게 나왔지만. 오미자 차를 한 잔 마시고 근처에 맛이 좋다는 만두가게에 가서 요기를 했다.


만두를 먹고 다시 백년어 서원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작년에 특수매체 강의를 들었던 전성욱 교수와 그의 제자인 영화 평론가, 문학 평론가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는 사이에 작은 공간을 꽉 채울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착했다. 장동범 기자의 힘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곧 장동범 기자가 백년어 서원에 들어오시는데 수염이 멋지게 길러져있었다. 사진으로만 뵙던 나로서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장동범 기자는 1976년에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하셨다가 1980년 언론통 폐합으로 KBS에서 취재기자 생활을 하시다 대구, 창원 보도국장을 거쳐 울산방송국장까지 역임하셨다고 하니 만나뵙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현재는 『시문학』으로 등단해 다섯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로도 지내고 계신다.

책 안에서 장동범 기자는 언론 민주화를 주장하셨기에 시인이라니 어색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와 같은 분이 계셨다. 같이 공부하시는 시인 분께서 천상 시인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른 면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 그러자 장동범 기자는 "인간은 지킬과 하이드의 모습이 있다. 나에게 지킬과 하이드는 기자와 시인이다."라고 하셨다. 
 
대화를 이어가는 사이에 놀라운 일이 또 벌어졌다. 바로 KBS에서 촬영이 나왔다. 좁은 공간을 이리저리 다니시며 얼마나 잘 찍으시던지. 뉴스에 문학관련에 방영될거라하니 왠지 모르게 설레였다.



책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그리신 안기태 화백. 장동범 기자가 안기태 화백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말씀이 끝나신 뒤에야 도착을 하셨다. 안기태 화백은 자신이 늦은 것에 미안함을 표하며, 웃긴 이야기를 하나 던졌다. 

어떤 학생이 매번 학교에 지각을 해서 선생님이 그 학생을 불러다 놓고 "너는 어찌 매번 지각을 하니?"라고 했더니. 학생이 "저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대로 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받아쳤단다. 그러자 선생님이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이랬더니 "선생님이 사람은 늘 한결같아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까." 라고 대답하였다.

이야기인 즉, 매사에 그렇게 늦으시단다. 취직도 늦게하셨고, 늘 마감기한에 맞춰서 그림을 내고, 퇴직도 늦게하셨단다. 거기다 결혼도 늦게 하셔서 아이도 늦게 낳았다니. 저 웃긴 이야기를 한 이유를 알겠더라.

 장동범 기자는 자신의 기자생활을 마무리 짓기 위해 책을 집필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머리좋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언론사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 때는 정말 글쓰는 재주만 있으면 됐다고 하시며 한 편으로는 씁쓸해하셨다. 그의 마지막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기자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많이 궁금해하면서 무엇이든 잘 물어보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물어봐주는 것이 기자다."

독자와 저자가 함께, 한 공간에서 서로의 생각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좋았다. 장동범 기자의 인간적인 면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더 뜻깊은 자리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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