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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첫 번째 일기 - 나여경 선생님을 만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6. 24.
 
 

 


  안녕하세요. 이번 주부터 한 달 동안 산지니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현미라고 합니다. 원래 관심이 많았던 출판사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참 기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주는 하루하루가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아마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겠죠. 한 달 동안 산지니 출판사에서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유익한 시간의 첫걸음을 강수걸 사장님 덕분에 쉽게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이번에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한 주에 한 작가씩 만나 인터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을 하셨습니다. 사실 처음 사장님께 그 말을 들었을 땐 '큰일 났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새로운 사람, 더군다나 기성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벅찬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이왕 이렇게 인턴 근무를 하게 된 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이 정말 중요하죠. 제가 만난 작가의 시작은 바로 2011 우수문학 도서로 뽑힌 불온한 식탁』의 작가, 나여경 선생님입니다.

  밖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어제(22일) 뵙고 왔습니다. 약속 장소는 중앙동 40계단 근처에 있는 '마메종'이라는 커피숍이었습니다. '마메종' 위층에는 '또따또가' 갤러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나 선생님께서 집필 작업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엔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책 겉표지에 나와 있는 나여경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상당히 미인이실 거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뵈니 더 미인이셨습니다. 목소리도 어쩜 그리 나긋하고 포근하시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나 선생님께서 책에 사인해 주셨습니다.

 
 

  카푸치노 두 잔을 주문하고, 본격적으로 나 선생님과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카푸치노와 비 오는 소리, 나여경 선생님의 아름다우신 목소리까지 함께 하니 떨리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소설'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런 저에게 기성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이었거든요.

  긴장하고 있는 저에게 나 선생님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친구 많아요?"라는 물음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아, 내가 친구가 많은가? 아니면 없나?' 몇 초 사이에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별로 없어요."였습니다. 제 대답에 선생님도 친구가 별로 없어 고민이라며 웃으시더라고요.

  나 선생님께서 편하게 대해 주신 덕분에 저도 긴장한 마음을 추스르고 제가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습니다. 『불온한 식탁』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궁금증, 왜 하필 소설집 제목을 "불온한 식탁"으로 하게 되었는지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실 때 어떻게 시작하시는지, 그럼 소설은 왜 쓰기 시작하셨는지, 구상은 어떻게 하시는지, 제목은 어떻게 하시는지 등 생각했던 질문을 드렸습니다.
  나 선생님은 질문 하나하나마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처음엔 소설집 제목을 "금요일의 썸머타임"으로 하려 했지만 '금요일', '썸머타임'이라는 단어가 많이 식상하다는 느낌을 들어 고민하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생각해 봤는데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불온한 식탁'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드셨답니다. 주인공들에게 결핍된 것, 그것을 생각해보니 '불온한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결정되었다고 하네요.

  글을 쓴다는 것, 더군다나 소설 한 편을 써낸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학교에서 소설 동아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개월에 한 번씩 소설을 써내야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나 선생님은 과연 어떻게 쓰실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나 선생님은 구상해야 펜이 들린다고 하셨습니다. 써내려가며 구상을 하는 것보단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해결돼야 써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건 저와 비슷하셔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도 글을 쓸 때면 꼭 '무엇을 쓰겠다' 하는 것이 정리돼야 빨리 써지거든요.
  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 이야기도 술술 나왔습니다. 유독 요즘 글을 쓴다는 게 버겁고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아 힘들다고 말씀드리니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두려워하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찾아 나서면 반드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시더라고요.

  저에게 편안한 목소리로 말씀을 해주시는 나 선생님을 보며 느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소설을 쓰는 나 선생님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라는 거였죠. 그래서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꼭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을까? 하고 말이죠.
  "아니요, 돌아가고 싶은 시절 없어요.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이렇게 행복하게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단호하게 "없어요."라고 대답하셔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제 눈에도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즐기고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가르치시며 지낸다고 하셨는데 저도 언제 한번 꼭 가서 그 수업을 들어보겠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소설가를 꿈꾸는 습작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여쭤보았습니다.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경험만큼 작가에게 큰 자산은 없거든요. 나는 이삼십 대에 많은 걸 경험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워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경험을 하세요."

  나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이 참 짧게 느껴졌습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찾아뵙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동안은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많은 작가를 '책'을 통해 만나 왔던 저에게 어제는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좋은 경험'을 마음속에 남긴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비 오는 중앙동 커피숍에서 만난 나여경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속에 잘 새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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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에 중앙동 40계단을 찍어봤습니다. 부산에서 24년을 살았지만, 중앙동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자주 와보지 못했던 곳이었습니다. 때마침 어제는 비까지 주룩주룩. 하지만 이곳은 '비'와 참 잘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 오는 중앙동 풍경은 한동안 제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가봐야겠네요! :-)



불온한 식탁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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