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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의 미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6. 7.

[뉴스메이커]-[피플·칼럼]

 

 

일일디지털인쇄대표 / 말과글자연구소 소장/ 일중 황보 영


 

▲ 김천 백수문학관 시비공원

1. 지역출판의 현주소
오직 지역출판만 고집하며 부산지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산지니’ 강수걸 대표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의 대형 출판사들과 맞서서 지역에서 출판을 한다는 건 거의 미친 짓에 가깝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10년 이상 버티면서 부산의 지역출판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대구지역에선 ‘학이사’를 꼽을 수 있다. 배우고 생각하는 출판사라는 의미를 가진 ‘학이사’ 1954년부터 옥편류 등에서 현재는 신중형 대표체제로 학습부교재를 비롯하여 순수창작물, 인문서적 등 다양한 지역작가를 발굴하는데 힘쓰고 있다. 또한 도서출판 한티재는 지역의 정신과 문화가 서려 있는 책, 자연과 이웃과 미래를 생각하는 독특한 책을 지역에서 꾸준히 만들고 있다. 도서출판 일일사의 경우는 학위논문과 연구보고서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인쇄출판 전문 중소기업이다. 현재는 벤처기업으로서 장애인 12명을 채용하여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장애인과 함께 행복을 출판하는 기업으로 지역을 지키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전국 15,000여 개의 출판사 중 2,700여 개의 출판업체가 있지만, 이 중에 70%는 인쇄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출판은 고작 7%인 200개 내외이다. 70년대까지 남산동 인쇄골목은 그야말로 전국에서 몰려와 인쇄를 해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현재는 ‘대구 인쇄출판산업단지’로 이주하여 새로운 출판시대를 예고하고 있고, 200억원 이상을 들인 대구출판지원센터(2017)가 들어서 지역출판의 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지역출판은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업체당 출판하는 책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일일사의 경우는 연간 10여권의 책이 출판되지만, 대형 온라인서점에 판매를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 마진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같은 기획출판은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출판의 한계성이 명명백백히 드러나는 일면이다.

2. 지역출판의 영세성과 한계
인쇄출판의 공정은 예전의 활자문선 조판과 같은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첨단 디지털인쇄기를 설치하여 명함에서 홍보물은 물론, 단행복 책자나 연구보고서 등 거의 대부분 원스톱서비스(one stop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인력은 줄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역출판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사양길을 걷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독서인구가 줄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 일 수 있다. 지역 서점들이 급격히 준 것만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이행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던 시대는 가고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인쇄수준은 디지털화된 반면, 출판업의 출판기술은 낙후된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전자출판 기술이 부족한데다 미디어출판 형태에는 손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전자출판 프로그램인 이펍(ePUB) 전문가를 지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정호승 시인이나 서정윤 시인처럼 지역에도 훌륭한 작가가 있음에도 지역작가의 발굴에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지역출판업계가 영세하다는 점, 삽화가를 비롯하여 캘리 전문가 등의 예술분야의 작가양성이 미흡한 점도 출판업 사양에 한몫을 한다.
 
3. 지역출판의 미래방향
역사적으로 보면 지역에서는 조선시대의 경상감영의 ‘영영장판’ 발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목판 인쇄술이 대단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선 중기의 한훤당 김굉필 선생이 도동서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그 훗날 이황 퇴계 선생에 이르기까지 지역출판은 주로 후학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많은 출판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지역출판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되어 책을 출판하면 저자의 삶이 바뀐다. 이런 책이 모이면 지역의 문화가 바뀌고, 지역의 문화를 선도한다. 책이 시대의 문화를 이끈다는 말이다. 그럴려면 지역출판은 어떻게 힘을 모아야 할까?

첫째는 대구인쇄출판지원센터의 역할이다. 출판을 지원하는 중심센터이기에 다양한 출판관련 교육이 개설되어야 한다. 독서모임을 비롯하여 전자출판 과정, 캘리 작가 과정, 1인 작가과정, 1인 출판 창업과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되어 다양한 전문가의 양산이 필요하다. 인쇄출판은 미래 문화를 창조하는 산업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또한 출판지원에 중심이 되는 대구센터가 앞장서서 지역출판업계를 선도해야 한다. 공동으로 기획출판을 제시하는가 하면, 지역작가 발굴을 위한 다양한 행사(독서연구회, 글쓰기 연구회, 공동 책쓰기연구회 등)를 주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여겨진다.

둘째는 지역출판업계의 자생력 강화이다. 스마트폰의 만화 혹은 소설류의 흐름을 출판업계도 알아야 한다. 지하철을 타는 동안 스마트폰을 터치하면서 20분 내외로 만화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종이책도 이제는 옛날 방식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이책도 의미있는 이미지를 많이 넣어 생각하게 하고, 글도 함축적으로 넣어 마치 시나 삽화속의 글을 보듯이 동화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도록 편집공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래의 책 형태는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처럼 성인동화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셋째는 지역출판업계가 다양한 공모에 관심을 기울이고 제안을 많이 하는 것이다. 표지디자인 공모뿐만 아니라 수필 공모전, 수기 공모전 등 다양한 책쓰기 공모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동참해야 한다. 많은 공모전이 있음에도 남의 일처럼 먼발치에서 쳐다보는 격이 되어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 지역출판업계가 너도나도 공모전에 동참할 때에 비로소 발전에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남아필독오거서((男兒必讀五車書)라는 말이 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종대왕은 백번 읽으면 백번을 썼다고 한다. 이황 퇴계 선생은 암기할 정도로 읽어 모든 경전을 도식화하려고 노력하였다. 율곡 이이 선생은 책 한권을 읽고 분석하여 이해가 온전히 되어야 다음 책을 읽었다고 한다. 모름지기 책을 읽으면 그 속에 삶의 길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처럼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을 쓰기 위함이다. 자기를 창조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도 다양한 독서토론이 이루어지는 연구회가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훌륭한 지역 작가가 탄생하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지역출판을 급성장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 2009년부터 학생 저자 10만명 양성하기를 해온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2018년까지 7만명 이상의 학생저자를 배출한 것은 훗날 지역출판의 미래를 밝게 하는 일면이며 이것이 정신문화의 근간으로 본다. NM

 

 

황보영 webmaster@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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