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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서평]『CEO 사회』우리가 알고 있던 CEO 사회, 그 익숙함에 의문을 던지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7. 15.

영화 <인턴>,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인턴에서는 짧은 기간 안에 의류 사업을 성공시킨 젊은 CEO 역할이 나온다. 가정에서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하여, 회사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CEO가 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열정적이면서 매력적으로 나타난다. 중간에 가정과 회사에서 갈등을 겪지만, 주인공은 끝내 어려움을 극복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영화나 드라마가 그리는 인물 덕분일까.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서 CEO는 큰 위기를 극복한 만큼 큰 성과를 달콤하게 누린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미래를 예측한 결과, 배포가 크게 결정을 한다는 이미지까지. 내가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던 CEO에 대한 이미지는 호와 불호의 선택지가 있다면 "호(好)"였다.

 

 

 

  현대사회는 CEO에게 오늘날 자본주의를 이끄는 매력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이에 익숙한 사람은 오직 나뿐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이와 같은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CEO의 본질은 흔히 알고 있던 미디어 속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런 말을 제시하며 CEO 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시작한다.

 

 

 “CEO가 사회와 정치를 파괴할 수도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여전히 대중에게는 그들이 매력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이유를 아주 비판적으로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P.18

 

  이 책은 1장부터 7장까지 CEO 사회의 현상, CEO 사회가 현재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배경, 경제, 정치 일상생활까지 구사하는 CEO 사회의 영향력, CEO의 사회적 활동에 숨은 의도, CEO 사회에의 무조건적인 신념에 대한 위험성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CEO의 매력에 빠졌던 기억 혹은 인터뷰를 보고 삶의 롤모델로 삼았던 동경은 잠시 접어두고, 작가를 따라 CEO 사회를 비판하는 생각을 따라 걷는다.

 


 

 

  작가는 CEO와 CEO 사회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많은 의문을 던졌다.

  다음은 그중에서도 나에게 인상이 깊었던 몇 가지 질문이다.

 

 

-기업의 경영 방식은 정말 만능 통치약일까?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 행동을 기업행동과 유사하게 볼 수 있다. 한 때 기업 활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영역에서도 기업의 문화, 언어, 그리고 관행이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기업의 경영자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결국 기업의 경영자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이념이 되었다.”    P.30

 

 

  오늘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사회 속의 사회는 점점 많은 분야에 CEO 사회의 기업 경영의 가치를 적용하고 있다. CEO 사회의 가치에는 경쟁, 착취, 시장 중심의 성장주의 등이 있다. CEO 사회가 추구하는 기업 경영 방식은 매출 상승,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사회에는 여전히 경제적 평등, 민주주의 사회정의 등의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할 분야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현재 대학생인 나의 생활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대학의 기업화"이다. 현대 사회는 기업이 대학을 인수하고, 기업은 취업률을 기준으로 단과대학을 통폐합한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학문의 단위가 재편되고 교수들에게 성과급형 연봉제가 적용된다. 대학의 생존에 앞서 대학이 지성의 기관으로서 교육을 담당했던 본연의 역할을 다시 떠올려 본다. 자유로운 교육의 가치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에 기업의 경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만능 통치약일까" 하는 믿음에는 잠시 쉼표가 필요하다.

 

 

 

 

-CEO의 삶을 동경하고

그들의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것에 가지는 의문

 

"CEO사회에서 가치있는 시민이 되려면 기업가로서 자신의 삶에 접근해야 한다." P.189

 ".....사람들이 스스로 가치 없는 존재로 느끼고 전지전능한 CEO의 멋진 이상과 가치를 몸소 받아들이고 실천해서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P.192 

 

  책 속에는 외국에서 CEO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 많은 예시가 나온다. CEO의 성공에 대한 동경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도 CEO들의 자기 계발서가 굳건히 지키고 있지 않던가.

  CEO에 대한 성공적인 이미지와 그 환상을 지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주입된 것이라는 내용은 놀란 부분 중 하나였다. 미디어 속의 CEO의 이미지는 당당하고 멋지다. 그와 동시에 내 모습은 '그들처럼 성공적이지 않다'라고 정의된다.

 

  매 순간 선택지 앞에 고민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 '사람은 각자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라는 고전 같은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조언을 쉽게 잊는다. 대신에 CEO의 반짝이는 삶의 궤적을 무분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들이고자 애쓴다. 사람의 삶에 일률적인 패턴은 없다. 자신이 나아갈 길 앞에 CEO의 삶의 표본을 들고 와서 그대로 걷는 것은 과연 긍정적인가?

 

  CEO와 CEO 사회는 경제 분야를 넘어서서 개인의 가치관에도 뿌리 깊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부분이었다.

 

 

 

- 사람들은 왜 CEO를 정형화된 모습으로

우상화 하는 것인가

 

"자유시장과 세계화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안감과 스스로 무력한 존재라고 느끼도록 만든다. 실직, 가게와 공장의 폐업 그리고 환경파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CEO처럼 부와 영향력을 지니고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꿈꾼다.... CEO는 우리에게 비록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꿈조차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P.83

 

 

  CEO 사회는 모든 사람이 CEO가 되고자 하는 잠재적 열망을 깨운다. 그리고 CEO가 되면 사회의 피라미드 위에 위치하여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사회 곳곳에 심어둔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혜택이 아니다. CEO를 향한 열망은 손에 쥘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대신 이러한 사회에 대한 열망은 CEO 사회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즉 사람들은 CEO 사회의 가치를 당연한 호(好)로 여긴다. 또한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CEO의 구원을 열망하고 그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롤모델을 삼고, 그 사람의 가치대로 살아가려는 작은 열망이 사회의 틀 하나를 만든다는 힘이 새삼 무서워졌다. 정형화한다는 것은 하나의 규칙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규칙은 안정감을 만든다. 그러나 안정시킨다는 그 규칙이 오히려 사람들을 옥죄는 것이라면? '정형화'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외국 도서이기 때문에 배경지식 없이 처음 읽으면 생소하게 느낄 내용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CEO 사회가 가지는 본질을 안 뒤에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면 어떠할까. 우리의 일상 속의 CEO 사회의 특징 중에서 무엇을 익숙하게 넘기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CEO 사회는 화려하고 안락하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것은 변화하면서 발전해야 한다. 변화, 발전해야 하는 것에는 사람의 의식도 포함된다.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위협해가며 성장하는 CEO 사회에 대응하여 사람들도 완전하고 고결해보이는 CEO 사회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가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결코 CEO의 영향력을 배제한 채 살 수 없다. 그러나 이 책 CEO 사회CEO의 영향력 안에 살고 있는 개인이 객관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성을 경각하는 첫걸음을 딛게 할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피터 블룸 (Peter Bloom) : 영국 방송통신대학 피플앤오거니제이션학부 총괄 교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저서로 2016년에 출간한 Authoritarian Capitalism in the Age of Globalization 2017년에 출간한 The Ethics of Neoliberalism: The Business of Making Capitalism Moral이 있으며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다수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칼 로즈 (Carl Rhodes) :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UTS 경영대학원 조직학 교수. 비즈니스와 직장생활의 윤리적, 정치적 차원에 대해 -연구한다. 2015년에는 앨리슨 풀렌Alison Pullen과 함께 Companion to Ethics, Politics and Organizations를 출간했다. 가디언, 뉴 마틸다, 인디펜던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옮긴이

-장진영 : 경북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번역과를 졸업했다. 홈페이지 영문화 번역 등 다년간 기업체 번역을 했고, 현재 출판 기획가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게임체인저>,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드는가>, <퓨처 스마트>, <행복한 노후를 사는 88가지 방법>, <더미를 위한 비즈니스 글쓰기>, <케인스라면 어떻게 할까?> 등이 있다.

 

 

 

책소개

 

ABC, 가디언 추천도서. 도널드 트럼프, 마커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그들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신이 되었는지 회사를 넘어 삶을 지배하는 CEO사회를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 스타 CEO가 탄생했고, 그들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졌다. 대중은 그들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모방하고 동경하게 되었다. 이 증상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됨에 따라 정점에 이르렀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회의실에서 졸던 사람으로만 여겨지던 CEO는 어떻게 현대사회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CEO에 열광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겪고 있을까? 책에서는 CEO사회의 유래부터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랑 등 우리 삶 곳곳에 CEO가 미치는 영향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CEO사회 - 10점
피터 블룸.칼 로즈 지음, 장진영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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