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 증언집 <마흔 시월, 민주주의를 노래하다>
<다시 시월 1979> 항쟁 40주년 맞아 나란히 출간
이진걸씨 1979년 10월15일 오전 교내 시위 계획
이호철 전 민정수석 제안 등 비사 내용도 포함돼
1979년 10월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시민들이 유신철폐 등을 외치며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제공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중앙정부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해 유신 독재체제가 무너지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던 부마민주항쟁 주역들의 40년 전 기억이 두 권의 책으로 나왔다. 당시 시위 기획자 또는 적극 참여자들의 진술이어서 부마민주항쟁기념관이 들어서면 중요한 역사적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권의 책은 부산대가 부마민주항쟁 40돌을 맞은 16일 펴낸 <마흔 시월, 민주주의를 노래하다>와 10·16부마항쟁연구소가 펴낸 <다시 시월 1979>이다. 부마민주항쟁의 신호탄이 된 1979년 10월16일 오전 10시 부산대 교내시위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정광민(당시 경제학과 2학년)씨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다시 시월 1979>는 3부로 나뉜다. 1부는 송성준 에스비에스(SBS) 기자의 사회로 정광민씨 등 9명이 대담을 하는 형식이며 참석자들이 부마민주항쟁 당시를 증언한다. 당시 시위에 참가한 부산대생 4명과 부산대 교내시위에 자극을 받고 다음날인 10월17일 동아대생들이 일으킨 교내시위 주도자, 고교생 신분으로 거리시위 참여자, 학생들의 거리시위에 동조해 시위대열에 합류했던 시민 등이 다양한 시각에서 그날을 말한다.
2부는 당시 시위를 기획하고 적극 참여했던 10명이 기억을 더듬어 기록한 증언과 참회 등을 실었다. 3부에선 변영철 ‘부산 법무법인 민심’ 대표 변호사가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진술한 기록물에 드러난 부마민주항쟁의 의미를 설명한다. 또 서은경 법무법인 민심 변호사가 부마민주항쟁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소멸시효 문제와 개선방향을 다룬다. 부록에선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가 펴낸 기록물 가운데 부마민주항쟁 진압과 관련자 수사를 불법적으로 자행한 인물 5명을 지목하고 그 행위를 실었다.
두 권의 책에선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정광민씨가 16일 오전 10시 교내시위를 하기 전날인 15일 오전 10시 이진걸(당시 기계학과 3학년)씨가 부산대 도서관 앞에서 교내시위를 하려고 했으나 혼자서 유신철폐를 주장하는 선전물을 배포하느라 도서관 도착이 늦어져 무산됐다. 선전물을 받아본 1000여명이 오전 10시부터 도서관 앞에서 기다렸으나 이씨가 20분 이상 늦게 나타나면서 모였던 학생들이 해산했다. 이에 실망한 이씨는 학교 밖 술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하지만 이씨의 시도는 다음날 결실을 맺었다. 15일 오전 10시께 도서관 앞에 갔던 정광민씨가 이씨가 만든 선전물을 보고 시위를 결심한 것이다. 정씨는 15일 저녁부터 친구 2명과 비밀리에 선전물을 만들었다. 이어 16일 오전 9시30~40분부터 강의실을 돌며 배포한 뒤 오전 10시께 상과대학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몇 천명의 학생들이 동조했고 시위대는 시내까지 진출했다.
또 당시 부산대 운동권 조직을 이끌고 있던 이호철 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이씨가 가을에 교내시위를 계획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8~9월께 이씨를 찾아와 만류하기도 했다. 운동권이 아닌 이씨가 독자적으로 학내시위를 벌이는 것보다는 운동권이 가세해서 함께 시위를 벌이면 더 효과적이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씨는 <마흔 시월, 민주주의를 노래하다>에서 “이호철씨가 내년에 함께 시위를 하자고 했으나 그냥 하겠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교내시위를 미뤘다면 어떻게 됐을까. 10월16일 부산대 교내시위와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열흘 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한겨레신문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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