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진도 처가에 가면 장인어른과 함께

서망 수협공판장으로 싱싱한 해산물 사러 가는 길에

잠깐 지나치던 곳일 뿐이었습니다 이름이 특이했지만

수많은 항구들 중 하나일 뿐 특별할 것 없는

그 작은 항구에 마음 둔 적 없었습니다

그 작은 항구를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마냥 걸었습니다

노란 리본이 달린 등대와 하늘나라 우체통이 있는

부둣가 저 멀리, 자맥질하는 갈매기만 하염없이 바라보았

습니다

애써 슬픈 척, 애써 아픈 척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영정 앞에서

무릎 꿇고 절을 하는 나에게

딸아이는 물었습니다 아빠 지금 뭐해?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못했습니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팽목항, 그 이름이 내 가슴에 고유명사로 박히는 날이었습

니다

나는 내 아이의 손을 언제까지 잡아 주어야 할까요

조금만 더 크면 세상의 많은 것들에게로

마음껏 날려 보내 주고 싶었습니다

오래 붙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팽목항, 가슴에 새겨진 이 이름 앞에서

나는 딸아이의 손을 놓기가 두려워졌습니다

이 나라에 사는 동안은 내 아이의 손을

함부로 놓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_이근영, 「팽목항」 전문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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