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남(사진·73) 소설가가 장편 〈맥박〉(해피북미디어)을 냈다. ‘맥박’은 이 소설 주제와 그 출간 의미를 나란히 꿰뚫는 말이다. 올해 등단 40년, 소설가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머리를 깎고 공부를 하다가 환속해 글을 쓰기 시작한 그였다. 그간 그는 12개 장편소설과 6개 창작집을 냈다. 그는 부산에 30년 살다가 전남 보성에 정착한 지 12년 됐으나, 여전히 부산 문단과 교류 중으로 그의 인간적 맥박을 느끼게 한다.
이번 소설 주제어도 맥박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맥박을 문씨 집안 역사와 무당이 된 어머니를 통해 짚는다. “우리 얼을 지켜 온 고유 신앙의 종교적 모태인 무당을 다뤘어요.” 소설은 어머니 당골래(무당)와 아들 사현, 며느리 수련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으면서 사그라지지 않는 근현대사의 맥박을 느끼게 한다.
사현의 가족사는 한국인 그 누구나의 가족사처럼 험난했다. 사현의 할아버지 문지상은 동학 농민군에 참여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의병, 항일농민운동에 나섰으나, 해방 후 좌익으로 몰려 결국 고생만 하다가 저세상으로 갔다. 사현의 아버지 문광한은 손재주 있는 좋은 사람이었으나, 보증을 잘못 서 처가의 가산마저 탕진한 뒤 가출해 숨어 살다가 눈 속에 파묻혀 숨을 거두었다. 사현의 외할아버지도 동학농민군으로 할아버지 동지였다.
사현의 어머니에게 무병(巫病)이 찾아온 것은 가족사의 고난을 심화·승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산속에서 3년간 아들 사현을 데리고 산기운을 받아들이는 수련을 하는데 '(산속의 온갖 형상)바위들이 하나같이 불보살들의 화현'처럼 보이고 '소탈하고 친근하고 어리석기까지 한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당숙 형님 이웃들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머니와 산속 생활을 같이한 그 혹독한 경험은 이후 아들 사현에게 세상 풍파를 헤쳐날 수 있게 하는 삶의 지주 역할을 한다. 아니 할아버지, 아버지, 외할아버지의 그 고되고 쓸쓸했던 삶이 저 막막한 우주 공간에 그냥 흩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자손의 삶 속에 씨앗으로 떨어져 웅장한 나무로 커 나가는 것이다. 그 씨앗은 처음부터 좋게만 성장하는 게 결단코 아니다. 주변의 시기·질투, 천재지변의 험난한 과정을 통해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면면한 맥박의 실체다.
이 작품은 험난한 가족사를 지닌 숱한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소설이다. 누대에 걸친 고난의 삶을 관통하는 맥박은 삶을 개척하는 이들의 저 불굴의 의지 속에 요동치는 것이다. 작가는 “대자연의 심오한 경계와 갈등과 고뇌를 디딤돌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부조리한 인간사를 창작의 그릇 속에 담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맥박 -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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