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교수님이 산지니에서 출간한 『폐허의 푸른빛』으로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은 지난 19일 금요일, 서교동 디어라이프에서 열렸고,

코로나로 소수의 인원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홍정선 운영위원장님이 팔봉비평문학상의 의미를,


정과리 연세대 교수님은 축하의 인사와 함께 

구모룡 교수님과 지난 시절 인연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구모룡 교수님의 멋진 수상소감**


안녕하십니까? 제31회 수상자 구모룡입니다. 먼저 이 상을 제정하고 주관하는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원회 홍정선 위원장님과 한국일보사 이영성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한국일보사가 손창섭을 위시하여 많은 현대 문인을 지원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심사해주신 정과리 심사위원장님과 우찬제, 오형엽, 김동식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오신 선배, 동료 문인께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무엇보다 김현, 김윤식 선생으로부터 시작하여, 한 세대를 넘기면서 한국 비평사의 전통이 된 ‘팔봉비평문학상’의 목록에 제 이름을 얹게 되어 기쁩니다. 해항도시(Sea Port City) 부산에서 비평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사실을 크게 주목하였다는 심사평을 읽었습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등단한 만큼 비평가로 행세하며 산 기간이 적지는 않습니다. 돌이켜 볼 때 성심을 다해 한국문학과 비평에 복무하였다고 할 수 없어 부끄럽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대학이 한국해양대학교이고 학과도 동아시아학과이다 보니, 대양과 해역, 동아시아 혹은 아시아 지중해에 대한 시야가 늘 열려 있었습니다. 지역학 공부를 지속하면서 지정학과 문화, 지리학과 실존, 국가스케일의 한계를 인식해왔습니다. 지도를 거꾸로 돌려놓고 보는 심상 지리에 익숙해졌다고도 할 수 있을, 이러한 방법이 저의 문학비평에도 관여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서울 사람들은 예사로 지방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는 이 말이 지방민에게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직시어(deixis)’로만 느껴집니다. 서로 실감의 차이가 매우 크게 벌어졌습니다.

우리 사회를 일극 체제라고 부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방식이므로 지방의 해체나 소멸은 피할 수 없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함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방이라는 말을 쓸 때 부지불식 간에 중심에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힐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문학이 그렇습니다. 일국적 시야에 갇혀 여러 가능성을 갉아먹고 있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추상적인 세계문학이나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 문학을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사는 구체적인 경험의 장소로부터 글을 쓰면서 시야를 더 확대해 갈 때 생산적이고 대안적인 문학이 나오리라고 믿습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이 한결같이 ‘주변성의 본질’을 천착해 왔다는 사실을, 저는 주목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중심-주변, 서울-지방의 이분법이 아니라 프랙털 같은 형국을 한, 삶의 터전인 로컬에서 저마다의 문학을 궁구하는 일이 가지는 의의가 갈수록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단지 중심이기 때문에, 반대로 단지 주변이기 때문에, 어떤 의의를 부여하기보다 구체적인 삶으로부터 생성하는, 형성적인 방법과 서사에 더 많은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모방과 따라잡기에 급급하지 않고 자기로부터, 두터우면서, 넓게, 다시 쓰는, 시인과 작가가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이러한 문학을 옹호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감히 해봅니다.

코로나 19가 가시지 않은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이렇게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거듭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책 소개**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온 구모룡 평론가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구모룡 평론가는 다양한 평문과 비평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학 지향에 대해 살펴왔다. 이번 평론집에서는 21세기 한국문학과 지역문학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문학도 비평도 이미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에 불과하고, 한갓 유희로 빠지지 않고 여린 진정성에 기대면서 폐허의 시간을 버텨내는 일이 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오늘의 문학과 비평은 이와 같은 역설의 시간에 처했지만, 저자는 결코 '평론'하는 것에 대한 좌절과 무너짐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의 가치를 품고 키웠던 건 폐허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푸른빛'을 띤 문학과 비평의 희망과 가능성을 주지한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폐허의 푸른빛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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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20.06.26 1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모룡 교수님~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