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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복잡한 국제 정세를 이해하기 위한 지정학 전략 - 매일신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8. 6.

지금까지 지정학과 국제 관계는 대개 서구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외고관인 저자는 미국, 중국, 터키,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의 지정학 전략을 통한 국제 정세를,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측면에서 분석한다. 복잡다단한 국제 정치 현상을 심도 깊게 분석하고 지정학의 세 가지 주요 열쇠인 권력(power), 지정학(geopolitics), 그리고 정체성(identity) 등을 오늘날 국제 정치의 주요 현안과 관련시켜 풀어낸다.

◆국제 정치를 해석하는 나침판: 권력, 지리학, 정체성

저자는 이 책에서 국제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 권력, 지리학, 정체성의 요소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권력의 축과 이동, 힘의 균형에 대해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법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강대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면,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전 세계가 이 사건을 비난했고, 일부 국가들은 더 폭력적인 수단으로 이라크를 징벌했다. 반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는 어떤 나라가 미국을 벌할 수 있었는가? 강자만이 살아남는 국제 정치에서는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연합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저자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듯이, 권력과 힘의 이동을 파악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지리는 운명'이라고 할 정도로 각국의 지리적 요건을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는 지리적 배경이 있다. 인접 국가들은 비인접 국가보다 더 위협적이고, 종종 내륙의 이웃 국가들이 해상의 이웃 국가들보다 더 위협적이기도 하다.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에게 매우 적대적이었고, 결국 이로 인해 두 번의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즉, 외교 정책과 전략을 수립에 있어서는 가치뿐만이 아니라 지정학적인 요소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정체성이다. 정체성은 지정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 국가의 일원이 되고자 했다가 이슬람 의식을 가진 국가로 바뀐 터키의 정체성 변화는 그들의 정치적 나침판을 유럽에서 중동으로 바꿨다. 미국은 서방 문화의 핵심국가이고, 러시아는 동방정교, 중국은 중화문화, 인도는 힌두의 핵심국가이다. 반면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이슬람들의 국가는 그들 문화권에 중심 국가가 없어 중심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을 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국제 정치는 각 문화권의 중심 국가들의 정체성 확립과 핵심국가가 되기 위한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운명

이 책에서는 또한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정세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특히 트럼프식 정치, 바람직하지 않은 한국의 통일, 김정은과 핵 벼랑끝 전술 등은 한반도의 미래와 동북아 정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저자는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대통령부터 현재 문재인 대통령까지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짚어본다. 또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지도자의 만남에 대해 분석하면서 둘의 만남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조급한 기대이며, 김정은은 서방 국가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국제 정세·정치, 역사와 함께 쉽고 간결하게

이 책에는 강대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 비료적 조명받지 못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도 설명해놓았다. 책을 읽다보면 필리핀은 왜 중국에 적대적인지, 베트남은 왜 중국과 애증의 관계인지, 북극 주변국가로 구성된 북극이사회에 왜 적도 근처에 있는 싱가포르가 참여하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오늘날 국제 정치 현상을 과거의 역사적 연원에 대한 설명에 기초해 분석해놓았기 때문에, 국제 정치, 외교, 국제 관계를 공부하는 대학생과 청소년에게 외교정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 시사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최재수 기자 

 

[매일신문 원문보기]

 

 

벽이 없는 세계 - 10점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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