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박도연입니다!

장마가 지나간 요즘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아마 하늘이 개자마자 찾아온 무더위에 고생 중이시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20일, 더위를 피해 '산지니X공간'에서 진행된 '비평지 『문학/사상』 창간기념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 자리는 『문학/사상』 창간호의 주제인 '권력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이후의 발행될 2호의 기획 방향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마련이 되었습니다.

구모룡 편집인께서 사회를 보시고 윤인로 편집주간께서 발제 발표를 하셨는데요, 굉장히 심도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그럼, 함께 만나러 가실까요?

 


 

왼쪽에 계신 분이 바로 '구모룡 편집인'이십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계신 분이 '윤인로 편집주간'이시랍니다.

 

코로나 때문에 연기가 될 수도 있었던 행사였는데, 무사히 오프라인 모임을 갖게 돼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행사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문학/사상』 창간호의 방향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구모룡 편집인께서 오늘날의 문학 종합지의 현황과 관련하여 『문학/사상』의 방향을 잠시 설명해주셨습니다. 처음에, 기존 문학 종합지들이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시대에서 『문학/사상』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해요. 비평만을 전문으로 다룰 것인지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던 찰나에 윤인로 편집주간을 만나셨다고 합니다.

이후로 문학이 어떤 한계에 부딪히는 이런 시대에 그걸 문학으로서 되살리는 고민을 이어 하게 되었고, '문학과 사상의 어떤 경계에서 서로 소통하는 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산지니 대표님과 함께 잡지를 두껍게 만들지는 말자며 의논을 거듭한 끝에 창간호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이어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구모룡 편집인 : 창간호가 너무 잘 만들어지면 그다음에 나오는 잡지 내용이 부족해지곤 합니다. 사람들이 별로 좀 평가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러니 우리는 훨씬 더 나아지는 잡지를 내보자 싶었습니다. 

잡지 한 권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원고도 있어야 하고, 필진도 갖춰줘야 하고, 원고료도 많이 들고... 하여튼 고비용 저효율로 가면서, 하여간 출판사에선 큰 짐입니다. 앞으로 고비용의 잡지를 고효율이 되도록 해볼까 고민도 하면서 열심히 해 볼 작정입니다. 주간 윤인로 선생께서 잡지의 초대방향을 끌어갈 것입니다.

 

자세한 잡지 방향과 창간호 내용, 앞으로 2호 내용은 윤인로 선생님께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윤인로 편집주간 : 제가 일방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한 가지만은 말씀드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과 사상 사이에 '슬래시(/)'가 들어간 이 매체는 200자 원고지로 600매가 정도 됩니다. 1년에 두 번이 나오니, 1년이면 1,200매가 되는 거죠. 『정전과 내전』이란 번역서를 내고 구모룡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비평매체를 만들자는 말에 선뜻 동의했던 이유는 모종의 테마로, 특정한 의미의 배치상태를 1년에 1,200매라는 물질적 수단으로 기록하고 남겨둘 수 있는 작업이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고 또 가능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텍스트를 요구하고 그것들의 배치 상태를 구축해놓는, 그러니까 일종의 '자산'을 남기는 일이 하나의 목표였다고 하겠습니다.

 

[서평]

신지은 선생님의 「TK 출신 연구자가 TK의 마음을 연구할 때」

 

『문학/사상』에는 문학과 관계된 비평을 포함해 번역과 서평도 실려있습니다. 하지만 그 글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 윤인로 선생님께서는 비교적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소개해 주셨어요. 그 글이 『대구경북의 사회학』이라는 책에 대해서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이신 신지은 선생님이 쓰신 서평이었습니다.

 

 

윤인로 편집주간 : 『대구경북의 사회학』이라는 책은 최종희 선생이 'TK', 경북 분으로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구의 정치적인 어떤 보수성 등에 대한 사회학적 풍습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신지은 선생은 이 텍스트 속에서 대구경북 사람들이 대단히 통념화된 시선을 답습하고 있다며, 『대구경북의 사회학』을 쓴 최종희 선생은 분석이라기보단 통념화된 시선을 재생산하는 데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비판의 논리는 『문학/사상』 잡지가 추구하고 요구하는 방향성을 비교적 쉽게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하나 읽어 드리면, 『대구경북의 사회학』에는 대구경북에 사는 50대 열 분을 일종의 필드웍을 통해 인터뷰를 통한 연구가 나와 있거든요. 거기서 저자는 "나는 대구 사람이지만 대구에서 사는 우리 세대는 너무나 반공적이다", "대구 사람들은 공공적인 사고가 전혀 없고 대단히 사화되어 버린다"고 평가합니다. 이에 서평자는, 저자가 사람들의 육성에 담긴 복잡성과 사고의 균열 지점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문학장을 뒤흔들 수 있는 부분, 기존의 사상의 판도를 어느 정도 흔들 수 있는 부분을 텍스트를 직조한 사람의 논리로 벗겨내야 한다는 것, 향후 편집작업을 해가면서 우리도 그런 형태의 힘의 방향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텍스트의 자족적인 논리가 자가 붕괴되고 있는 지점시, 텍스트에 그물코에 일그러진 채로 짓이겨져 있는 의미의 힘, 힘의 의미를 해방시키는 글들을 구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는 앞부분에 창간호를 준비하는 서문을 쓴 것인데, 주요 뼈대는 바로 그런 것을 가리킵니다. 말이 추상적이라서 죄송합니다.

 

구모룡 편집인 :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존의 생각들, 문학에서 주류화 돼 있는 사상들을 무조건적으로 저항하기보다는 횡단을 하면서 새롭게 긁어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중심'이라는 건 허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렇다 해서 우리가 이분법의 회로에 빠지는 게 아니고 주변부에서 나온 텍스트나 중심에서 나온 텍스트 어떤 것이든지 그 텍스트가 가진 모순을 생산적으로 읽어내자는 이야기입니다.

 

윤인로 편집주간 : 조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신지은 선생은, 책 저자의 정치가 이미 '의회주의 정치'에 전제된 부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텍스트의 결론이 나 있는 데서, 그 결론에 의해 평가되지 않는 은폐된 힘들을 비판하는 겁니다. 이는 텍스트에 반하는 텍스트의 힘을 발굴해내는 구체적인 방식이고, 여러 가지 논리 속에서 다른 방식의 추상과 높은 형태로 이론화될 수 있는 여지를 갖습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텍스트를 비교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지적인 발생론'을 찾아가는 방식을 생각한다.", 여기서 뭔가 의미가 잡혀있지 않습니까? 지역을 다루고 있는 사상적 텍스트들을 정형화된 틀에 집어넣지 않고, 내재적으로 어떤 힘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지역론은 많았지만 내재적인 분석 방법을 통한 지역론은 많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글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건우 선생님과 통하는 부분은 바로 구모령 선생님의 "지속적인 도덕적 규범에 따른 삶이 아니라 위반우연에 적응하여 새로운 가치와 목표를 지향하는 삶이 대두한다."라는 문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위반과 우연성에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는 건데, 한 텍스트와 사회적 사건, 정치적 상황에 담겨있는 복잡성과 정치성을 인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번 김건우 선생님의 글 속에는 '우연성의 복합체'라는 말이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작동합니다. 때문에 『문학/사상』의 텍스트(문학 작품, 사회적 상황, 상황적 저작)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 우연성, 잠재성, 텍스트에 자기완결적 논리를 거슬러 발현되는 힘을 힘을 발굴해내는 작업이 꼭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평]

김건우 선생님의 「신화적 공간으로서의 바다 : 최인훈의 바다의 가능성

 

김건우 선생님께선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오는 『문학사회』의 문학 평론을 발표하셨고 사회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분이자, '칼 슈미트'라는 학자를 공부하시는 분입니다. 선생님께서 청탁을 받은 건 문학과 지성사의 계간지에 최인훈에 대한 원고를 투고했을 때였다고 합니다. '바다'에 대해 쓰는 작업 중에 어떤 제약도 없이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감사하다고도 하셨어요.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인훈의 저작 속에 바다의 표상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형이상학적인 차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건우 선생님 : 이번 창간호에 글을 쓸 수 있는 영광을 받은 김건우라고 합니다. 제가 최인훈을 읽은 지는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평소에 최인훈한테 바다가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연구가 많이 없는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산지니 출판사가 부산에 있는 출판사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이번 기회에 한번 글을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원적으로 방침은 좌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바다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큰 이미지는 평화의 공간으로서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은 난파의 위험이 항상 있는 공간의 성격이 강하거든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죠.

『문학/사상』은 앞으로 새로운 이름을 갖고 출발하는 망망대해 같은 바다에 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확한 좌표를 구축해 나가며 바다를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잡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최인훈이 바다를 사고한 방식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속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만 끝나면 아쉽겠죠. 그래서 알고 있으면 김건우 선생님의 글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팁들을 소개합니다! 

 

 

Q. 최인훈과 항구도시 부산이 관계가 있나요?

A. 네, 최인훈 선생님이 서울법대를 다니셨을 때가 피난 시절이어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산 중턱에 슬레이트 집을 짓고 그곳에서 학교생활을 하셨어요. 최인훈 선생님 아버님이 직접 지으신 그 집에 통창이 있었는데 그게 바다를 향했다고 해요. 통창을 바라볼 수 있게 긴 책상을 아버님이 직접 짜주셔서 책상에 앉아서 부산 바다를 보면서 공부했었다는 증언을 남기고 있습니다.

 

윤인로 편집주간 : 말로만 설명해 드리는 게 쉽진 않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명준이라는 『광장의 인물을 일종의 잠수부를 만들어서 바다에 넣은 부분인데요, 바다 속에 들어간 그가 살아남았다면, 물 위로 올라와 바다 속 깊은 사정을 알려줄 것이고, 죽어서 올라오지 못한다면 바다의 힘과 공포와 아름다움을 다시 짐작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죠.

김건우 선생님의 결론 중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이는 일종의 시금석으로써, 바다의 깊이인식의 깊이이자 하나의 붕괴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아론적이면서도 '윤리-타자 관계'에 있는 관계론적이며, 이 사람이 정치적인 남북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준거이기도 한 것이죠. 그래서 "널따란 광장으로서의 추상명사", 그런 부분에서의 바다, 문학으로 보는 바다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인식론, 타자론, 정치론, 다 연결될 수 있는 그런 중요한 개념의 한 형태로서 분석할 수 있는 겁니다. 

 

Q. 특별히 정통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특별히 최인훈의 바다와 연결된 지점이 있으셨나요?

A. 사회학 중에서도 이론 사회학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주로 읽는 게 막스 베버 같은 독일 유학자의 글이다 보니, 한국인이 한국어로 사유하면서 글 쓰면서 한국의 근대성을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사회학자 중에 누굴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찾지는 못했습니다.

처음에 최인훈에 대해 그저 독자라는 생각만 갖고 있다가 한국에 잠깐 들어오게 돼서 최인훈을 읽었더니 『광장』의 최인훈을 넘어서 있더라구요. 처음부터 최인훈을 다루진 않았습니다. 지금껏 공부해온 맥락이 밭이라고 한다면 그 속에 씨앗으로 최인훈이 제가 공부해온 사회학적 맥락 속에 충돌 없이 잘 수용될 수 있었습니다. 최인훈이라는 사람이 가진 사고의 깊이가 굉장히 놀랍기도 했구요.

단순히 사고의 깊이에만 놀란 건 아니었습니다. 이분이 단적으로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중반에 걸쳐서 썼던 『총독의 소리』라든가, 그런 작품의 한국의 근대성을 정치적이면서도 역사적으로 사고하고 있는 한 명의 지식인 같은 그런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찾고 있던 한국의 학자나 한국의 정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최인훈이구나 이렇게 되면서 굉장히 빠져든 겁니다. 

그렇게 했을 때 우연히 봤던 글 중의 하나가 『공명이라는 글입니다. 그게 아마 1970년대 초반에 쓴 거로 기억하는데, 그걸 보고 너무 깜짝 놀랐어요. 일상 기본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로는 최인훈은 어렵다, 관념적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구요.

최인훈은 굉장히 아름답게 사고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최인훈에 대한 미적 체험의 첫 시작은 어떤 아름다움? 이런 거랑 결합이 되면서 최인훈을 읽게 됐죠. 그냥 평범한 최인훈 독자 중 한 명이지만 그래도 사회학적인 베이스를 갖고 최인훈을 나름 읽어낼 수는 있겠다는 생각 속에서 작업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윤인로 선생님께서 아까 세 개의 원고 청탁이 있었단 얘기를 해주셨는데 나머지 하나가 최인훈과 『공명에 관한 글이었어요. 청탁이 처음부터 그렇게 왔더라구요. 이걸 바깥에 말한 건 아니었는데 최인훈과 공명으로 글을 쓸 수 있겠냐고 청탁이 와서 놀랐습니다. 잘 진행이 안 됐지만요.

 

[번역]

「푸코를 통해 판데믹을 이해하기?

- 필립 사라신 취리히 대학 역사학과 교수 지음

- 김강기명 베를린 자유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 옮김

 

윤인로 편집주간 : 저희가 창간을 할 즈음이 2월이었는데, 그때가 아시다시피 역병이 돌 때였지 않습니까? 그 현장에 개입할 수 있는 글을 우연히 접했고 그 글이 「푸코를 통해 판데믹을 이해하기?」였습니다. 앞질로 잠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자면 2호, 3호에서도 시의성을 담은 비평과 번역이 실릴 예정입니다. 6개월에 한 번씩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주어진 당대의 상황을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다음 호는 이제 12월에 나오게 될 텐데 그때는 페스트이라는 소설을 번역해서, 물론 기존 번역이 있지만 이번 600매의 배치와 역병의 정세 속에서 다른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런 문맥에서 이번 호의 미셸 푸코는 2020년 현재의 세계적 규모의 역병과 통치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해줬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셸 푸코의 역병의 다양한 모델들이 있거든요, 먼저 16세기 '나병 모델'입니다. 나병이 퍼지면 격리해버리지 않습니까, 정상적인 사람의 공간과 나병 환자를 분리하는 거죠. 이게 아주 오래된 버전의 격리 모델이죠.

이 나병 모델이 나중에 18세기로 가면 '흑사병 모델'로 바뀐다는 겁니다. 그 모델은 관리가 불가능해진 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생활 패턴을 규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나병 모델일 때가 격리 모델이라고 하면, 흑사병 모델일 때는 규율 권력의 모델, 지금과 같은 거대한 창궐 규모에서는 '천연두 모델'로 바뀌어서 천연두 모델은 모종의 인구-개인 단위를 둘러싼 통계적인 형태로 인구를 관리하는 방식인바, 곧 '생명관리정치'라는 이름으로 바뀐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미셸 푸코에 근거해서 번역 글은 오늘의 판데믹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죠.

사라신 교수의 이 글은 푸코의 세 가지 모델이 서로 어떤 식으로 절합되고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변용되는지를 거의 무시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단절적으로 푸코의 모델들을 사고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푸코의 모델들이 맺는 관계의 '앰비벌런트'*한 양태들을 분석하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비평의 방법 너머를 반면교사의 형태로 알려주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테러리스트와 역병 바이러스의 극소학적 라이벌 관계, 미시적 생물정치학, 면역정치론 등 푸코의 모델들을 활용하여 접속할 수 있는 영역을 좀 더 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ambivalent: 반대 감정이 병존하는

 

앞으로의 『문학/사상』의 행보

 

그렇다면 앞으로의 『문학/사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올해 12월에 출간될 2호에서는 창간호보다 글이 다채로워질 예정입니다. 창간호에 문학 작품이 실리지 않았던 만큼 다음 호부터는 문학 텍스트를 포함해 권두시도 한 편 싣고, 70매 가량의 여성이나 비인간, 반려종과 관련된 글도 담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의 『페스트 대왕』 텍스트도 실을 계획입니다. 이미 번역된 소설이긴 하나 『문학/사상』 속에 새롭게 배치된 페스트 대왕은 어떤 힘을 발휘할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되겠습니다.

또한 장편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두 세 번에 걸쳐 글이 담기게 될 예정입니다. 아마 600매에서 630매 정도로 이전보다 글의 질감이 달라지는 구성이 쇄신되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쓴 수기도 서로 보완이 돼서 편집을 하는 등, 널리 읽힐 수 있는 문학 잡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12월에 출간될 『문학/사상』 2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문학/사상 1 : 권력과 사회- 10점
구모룡.윤인로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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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이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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